아침을 볼 때마다 당신을 떠올릴 거야
조수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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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행복이 뭔데? 다들 그 의미는 생각도 안 해보고 그냥 행복해야 한다는 말만 하잖아, 강박적으로. 왜 행복해야 하는데? 끝내는 건, 왜 안 되는 건데?29

    

1. 마음이 아픈 것도 심각한 질병이다.

이 소설은 심각한 우울증 등 마음의 병 또한 몸의 질병과 같은 것으로 인정하고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 시대가 배경입니다. 고통 없이 죽음을 맞을 수 있고, 합법적으로 자신의 죽음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센터들도 전국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는 설정이죠. 그러나 사람들의 인식은 여전히 마음이 아픈 것을 질병으로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마음이 아픈 이들에게 사람들은 말했다.

"마음을 강하게 먹어야지" "너만 그런 거 아니야. 다들 힘들어. 넌 너무 예민해서 탈이야"

"긍정적인 생각을 좀 해봐" "그래도 살아야지"

그리고, 뒤에서 수군거리는 말들. 조금씩 멀어지는 사람들. 마음이 아픈 사람들은 속을 드러내는 대신 가면을 써야 했다. 22

 

주인공 서우 또한 심각한 마음의 상처로 말을 잃고 수년째 방에 칩거하며 죽음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러 번 자살시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 시도는 모두 실패로 돌아갔지만 여전히 서우에게 죽음은 두려운 대상이 아닙니다. 그러나 여러 번에 걸친 자살시도에서 고통스러움에 대한 두려움을 학습했죠. 서우는 마지막 선택지로 고통 없이 죽을 수 있는 ‘안락사 센터’를 선택합니다. 그곳에서 한 달 동안 지낸 후엔, 약을 받아 죽음을 선택할 수도 있고, 사는 것을 연장할 수도 있고, 퇴소해서 사회로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소설의 이 설정이 꽤 타당해 보입니다. 죽음을 선택하고 싶을 만큼 회생불가능한 마음의 상처를 지닌 사람들에게 건네는 어설픈 충고의 말은 더 큰 폭력일 뿐입니다.

 

육체의 건강이 회복 불가능한 상태라면 연명치료를 중단해도 좋다는 존엄사법이 우리나라에서 시행된 지 1년이 넘었습니다. 마음의 건강이 회복 불가능한 상태라면 육체와 동등하게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자신의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인정하는 것도 타당한 이치 아닐까요. 마음이 아픈 건 심각한 질병입니다.

 

 

 

 

2. 죽음은 삶을 이야기하기 위함이다.

서우는 센터에 입소해서 죽음과 가까운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자연스레 그들이 왜 죽음을 원하는지 듣게 됩니다. 각기 다른 사연들이었지만,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사람에 의한 상처였고, 이는 각기 다른 폭력의 모습으로 입소자들의 마음을 회생 불가능한 것으로 만들어 놓았던 것이죠.

 

사람들에게 묻고 싶어. 육체를 훼손한 것만이 살인입니까? 진짜 복수는 잘 사는 거라고요? 나를 위해 용서하라고요? 그런 형편없는 사람에게는 분노조차도 아깝다고요? 네, 네, 말은 쉽죠. 하지만 상처는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 않아. 278

 

서우는 서로의 얘기에 아무 말 없이 귀를 기울이며 말 대신 함께 호흡해주는 사람들과 각자의 이야기, 그리고 죽음에 대해 함께 생각하면서 어느 샌가 삶에게 서서히 마음을 열게 됩니다.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자연의 감촉도 온몸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성대에 마른 진흙처럼 들러붙어 퇴적된 말들이 이제 서우의 목구멍 밖으로 터져 나오기 시작합니다. 중학교이후 성장하지 못한 서우의 세상이 학교에서 집으로, 집에서 자신의 방으로 그 면적을 점점 좁혀 가며 혼자 ‘죽음’을 생각했을 때와 다르게, ‘죽음’을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죽음으로 가득했던 서우의 세상은 오히려 조금씩 ‘삶’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었던 것이죠.

 

“여기 들어올 때만 해도 이런 일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내 방에 처박혀 있던 하루하루는 죽은 시간이었는데, 죽음과 가장 가까운 이곳에서는 1분 1초가 전부 살아 있었다. 그래서일까. 저 바깥세상과는 다른 시간이 흐르는 기분이었다. 이곳에서의 하루는 더 진하고 깊었다.” 146

 

이 책이 말하는 ‘삶을 이야기 하기위해 반드시 죽음은 논의되어야 한다’는 것은 삶에 대한 허울 좋은 핑크빛 희망이 아닙니다. 다만, 자신의 죽음을 생각할 때 비로소 삶에 대한 태도가 분명히 달라진다는 것을 생각해 보고자 함일 것입니다. 또 한가지, 사람으로 인해 받은 상처가 전혀 없던 일이 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 세상에 나 혼자가 아니라는 것, 아이러니 하고 흔한 말이지만, 사람으로 또다시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요.

 

 

 

3. 이 책만의 장점

소설 <미 비포 유>, <안락>에서 다뤄진 존엄사와 이 책에서 다룬 존엄사의 결이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주인공격인 인물들이 결국 존엄사를 선택한 앞의 두 소설의 결말이 더 마음에 들지만, 이 소설에서는 앞 두 소설과 다르게 회복의 키워드가 들어있어서 더 삶을 논한 느낌이 들어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육체적 고통만 인정하는 존엄사법에서 한 발 더 나가 마음의 질병까지 존엄사의 영역으로 확장한 작가만의 세계가 무척 신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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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걸작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김호영 옮김 / 녹색광선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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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전의 힘

읽고 나서 결론이 한가지로 정리되는 것보다 다양하게 생각해볼 여지가 있는 책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는데 대개는 고전이 그렇다. 이 책에 실린 두 편의 소설 <영생의 묘약>, <미지의 걸작>으로 삶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보게 되었다. 역시 발자크!

 

2. 친절한 큐레이션

이 책은 내용 뿐 아니라 구성까지 탁월하다. 작품을 감상하고 나서 생기는 궁금증을 해결하기위해 보통 이런 저런 자료를 찾아보게 되는데 이 책은 옮긴이의 해설, <미지의 걸작>을 각색한 영화 <누드 모델>소개, 본문에서 언급된 13명의 화가와 작품, 생애 등이 정리되어있다. 특히 미술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서술된 ‘옮긴이의 해설’이 흥미로웠다. 이렇게 친절한 ‘큐레이션 북’이 있었나.

 

3. 고급스러운 표지

부드러운 녹색 천위에 금박 글씨가 얹힌 고급스러운 표지 덕분에 어디에 대고 찍어도 책 자체가 작품이 되는 마법. 표지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비주얼, 내용, 구성까지 완벽한 <미지의 걸작>, 이 책 자체가 걸작이다.

 

 

 책으로 사유하기

1. 프렌호퍼를 통해 들려주는 발자크의 예술적 담론

진정한 예술가라면 비루한 모방에 그치지 말고 내적인 의미를 추구해야 하며, 포착한 것을 재현하는 것에 있어서 자신만의 철학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프렌호퍼.

프렌호퍼가 푸생과 포르뷔스, 이 두 젊은 화가에게 들려주는 예술적 담론은 이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이며 감히 완벽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다. 그의 말을 따라가다 보면, 예술은 그야말로 범인이 도달할 수 없는 숭고한 경지로 인식되기까지 한다. 내면의 사유 없이 외면으로 드러난 형태에만 집착한 결과물은 진정한 예술이 아니라는 그의 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예술의 임무는 자연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표현하는 것이네, 자네는 비루한 모방자가 아니라 시인이야82

 

자네들은 자네들 눈앞에 펼쳐진 형태의 첫 번째 외양에 만족하지. 혹은 기껏해야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외양에 만족해버리지. 하지만 승리하는 투사들은 그렇게 하지 않아. 라파엘로는 그렇게 했네(...) 그의 위대한 우월함은 내적 의미에서 비롯되네. 내적 의미는 그의 작품 안에서 형태를 부수고자 하는 것처럼 보이지. 형태는 그림 안에 있는 것이지만 동시에 우리 안에 있는 것이네. 그것은 관념과 감각을 서로 주고받기 위한 중개물이며, 하나의 거대한 시야. 모든 형상은 하나의 세계이네. 84

 

여기 자네그림에 무엇이 빠져 있나? 아주 사소한 것이지. 그런데 그 사소한 것이 전부이기도 하네.86

 

2. 프렌호퍼의 ‘미지의 걸작’

(스포주의)

프렌호퍼에게는 10년 동안 작업한 ‘카트린’이라는 여성을 그린 작품이 있지만 아무에게도 실물을 공개한 적이 없다. 이 작품은 마치 ‘피그말리온의 조각’ 같은 것으로 프렌호퍼에게는 영혼을 지닌 사랑하는 여인(같은 존재)이다.

너무 많은 지식은 무지와 마찬가지로 결국 부정에 이르게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는 자신의 지식 때문에 자신의 작품을 의심하고 부정하고 있다. 스스로에게 갖는 이 의혹은 터키와 그리스, 아시아로 가서 다양한 모델들과 자신의 그림을 비교해 보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프렌호퍼. 하지만 프렌호퍼의 미지의 걸작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욕망을 가지게 된 푸생은 포르뷔스를 동원해 자신의 연인인 질레트를 보여주는 대신 미지의 걸작을 보여 달라고 제안하고 이 거래는 성사된다. 작품을 공개한 후 프렌호퍼는 자신의 작품에 도취되어 말한다. “자네들이 이토록 완벽한 것을 예상하지는 못했겠지.” 그러나 공개된 프렌호퍼의 작품을 보고 푸생은 이렇게 말한다. “저는 그저 수많은 이상한 선들에 짓눌리고 혼란스럽게 쌓인 색깔들만 보이는데요.”

 

 

 

3. 프렌호퍼가 놓친 것.

프렌호퍼는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었고 다른 화가들의 작품에 타당하고 날카로운 비평을 할 줄 아는 사람이었으며 다른 화가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예술의 절대적 진실성에 다가갈 수 있는 인물이었다. 예술에 관한 한은 프렌호퍼가 옳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만약 푸생이 옳다면 프렌호퍼의 그 모든 것은 손에 붓을 쥐지 않은 성찰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관찰하고 포착해서 모방을 한 이후에라야 새로운 것에 다가갈 수 있는 것인데 프렌호퍼의 작품에는 관찰과 모방이 없었다. 예술이라는 거대 담론을 놓고 보면 내면의 사유가 훨씬 차원이 높은 행위이며 ‘관찰’은 아주 사소한 것이다. 그러나 프렌호퍼 자신이 말하지 않았는가. 예술에는 사소한 것이 전부인 것이라고. 사소한 것을 놓친 프렌호퍼는 결국 전부를 놓쳤다.

누구나 머리로는 이해 못할 게 없고 화려한 언변으로 못할 게 없다.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결국 ‘실천’해야 하는 것이라고 예술을 빌어 발자크는 인생을 통찰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프렌호퍼는 우리의 예술에 열정적으로 빠져 있는 인물이고, 다른 화가들보다 더 높이, 더 멀리 본다네. 그는 색채에 대해, 선의 절대적 진실성에 대해 깊이 성찰했지. 하지만 탐구가 지나쳐서, 탐구의 대상 자체를 의심하게 되었어. 절망의 순간들에, 그는 데생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선으로는 오로지 기하학적 형상들만 만들어낼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지. 이것 또한 지나치게 절대적인 사고야. 왜냐하면 색채가 아닌 선과 어둠만으로도 형상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지.(...)데생은 골격을 부여하고, 색채는 생명에 해당하지. 그런데 골격 없는 생명은 생명 없는 골격보다 더 불완전한 것이라네. 여하튼, 이 모든 것보다 더 진실한 무언가가 있네. 바로, 화가에게는 실천과 관찰이 전부라는 것이야.(...) 그를 모방하지 말게. 작업하게. 화가는 손에 붓을 쥐고서만 성찰해야 하네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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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화된 신
레자 아슬란 지음, 강주헌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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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존재에 대한 보편적 믿음이 모든 창조에 내재된 신적 존재의 적극적, 능동적 개입이라는 개념으로 어떻게 발전했는지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74

    

 

<인간화된 신>은 인류가 어떻게 신을 인간화해왔는지를 역사적 맥락으로 짚어보고 신에 대한 범신론적 견해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책입니다. 물론 이 책이 영혼의 존재를 증명하거나 반박하는 책은 아닙니다. 어느 경우든 입증할 만한 객관적 증거가 없다는 것도 명백히 하고 있습니다. 다만 유구한 역사 속에서 탄생한 종교가 인간이 가진 특별한 인지능력으로 우발적으로 시작된 것일 수 있다고 역설하는 것입니다. 다양한 학자들의 연구를 근거로 하는 저자의 설명을 간단히 하면, 이 모든 의문의 답은 인간의 뇌에 있다는 것입니다. 이 책은 한마디로 종교에 대한 ‘인지 이론’인 것입니다.

어떻게 인류가 영혼의 존재를 자각했으며, 어떻게 신적존재가 점진적으로 인격화했고, 어떻게 다양한 인격을 가진 신들의 이야기인 신화가 탄생했으며, 그 많은 형태의 신이 유일신으로 변모했는지 책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습니다.

 

 

신석기 시대의 시작을 괴베클리 테페가 세워진 시기로 보고 있는 학계의 이야기가 무척 흥미롭습니다. 성경의 에덴동산으로 추정되는 우르파라는 고대도시에서 16킬로미터쯤 떨어진 높은 산맥의 꼭대기에 있는 괴베클리 테페. 이것은 인간이 쌓은 최초의 종교적 신전으로 학계에서 인정되는 유적인데, 발굴 책임자였던 고고학자 클라우스 슈미트가 ‘에덴 신전’ 이라고 이름 붙였다고 합니다. 이 신전은 기원전 1만 4000년에서 기원전 1만 2000년 사이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스톤헨지보다 적어도 6,000년이 빠르고 최초의 이집트 피라미드보다도 7,000년이 빠르다고 해요. 반 유목상태 수렵 채집인들이 석기시대에 변변한 도구 하나 없이 이 거대하고 복잡한 기념물을 세운 것이 놀랍기만 합니다. 이 건축물은 인간을 영적 차원의 중심에 둔 것이며, 인간을 모든 살아 있는 생명체 위에 올려놓은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의미가 있습니다. 이 이후 인간은 자연의 지배자가 되었고 지상의 신이 되었죠.

 

 

 

 

이 밖에도 성경, 쿠란이 영향을 받은 4000년 전의 수메르 서사시의 종교에 대한 최초기록이나, 현재도 발굴되고 있는 다양한 유적들에 대한 기록에 눈을 떼지 못하고 읽어 내렸습니다.

 

 

 

저자는 하나의 신을 믿는 많은 신을 믿든 간에, 심지어 어떤 신도 믿지 않는 무신론자라 하더라도 우리가 신을 우리 형상대로 만들었지 그 반대는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려고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사실 속에, 한층 성숙하며 더욱 평화적이고 원초적인 형태의 영성을 찾는 열쇠가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입니다.

 

 

저는 저자의 이 말에 상당히 동의합니다. 약 7년 전 까지만 해도 골수 개신교신자였었죠. 독실했구요. 교회 내에 있을 때, 천주교 신자마저 전도의 대상으로 생각한다거나, 머리로 이해가 가지 않는 교리에 대해 의문점이 생길 때마다 믿음의 부족이라 생각하고 무릎으로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신앙생활 중에 개인적으로 인생이 무너지는 일을 경험했습니다. 제 세상의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교회 안에서는 도저히 머리로 이해 불가능한 제 의문에 시원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우리는 그 분의 뜻을 헤아릴 수 없으니 그저 기도하자’는 말만 되풀이 했습니다.

교회를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전에 배타적으로 생각했던 불교, 이슬람교, 힌두교 등에 대해 공부하면서 오히려 저의 상황과 감정이 더 설명 되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하나의 세계관에 갇혀 다양한 시각을 갖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지요. 현재 저는 철학서도 보고, 종교를 학문적으로 다룬 책도 봅니다. 그렇다고 무신론자는 아닙니다. 이 사유의 끝에는 반드시 내가 믿던 그 분이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범신론자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혹시 저처럼 그 어떤 것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일을 겪은 사람이라면, 그 해결책을 자신이 현재 가진 종교 하나로만 해결해보려고 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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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화원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리커버북 시리즈 9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지음, 천은실 그림, 정지현 옮김 / 인디고(글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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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라는 소녀가 부모를 잃고 보살펴줄 이가 없어 친척집에 머물게 됐는데 그 집에는 10년 전 주인이 폐쇄하고 존재에 대한 함구령이 내려진 비밀의 화원이 있습니다. 그 화원나무에서 마님이 떨어져 죽고 나서 폐쇄된 것과,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 방밖으로 나가지 않고 누워만 있는 병약한 소년 콜린의 비밀을 알게 됩니다. 이 둘은 폐쇄 된 화원에 함께 드나들게 되고 이를 통해 소년이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되찾는다는 해피엔딩이지요.

 

여기까지 언급한 비밀의 화원의 내용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에 만화로 접했던 신비로운 비밀의 화원 이야기는 환상적인 이야기였고 모두가 행복해지는 동화로만 머물러 있었습니다.

성인이 되어 다시 펼친 비밀의 화원에서는 한 소녀의 정신적 자립과 성장,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 가운데 성장하는 우리의 삶이 보였습니다. 고전은 고전입니다. 아름다운 동화 속에서 우리네 삶이 보이니까요.

 

 

 

 

고전인 이유를 하나씩 풀어가 볼게요.

 

1. 나를 형성하는 타인의 존재

사실 메리는 하녀가 시중을 들어주지 않으면 옷 하나도 스스로 입지 못하는 아이였고, 하녀는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타인을 함부로 대하는 아이였습니다. 이기적인 성격 탓에 미움 받던 존재가 세상에 나와 타자와의 관계를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기 시작하게 되죠. 더 이상 과잉보호가 없는, 모든 것을 혼자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곳에서 메리는 오히려 스스로 자립합니다. 거기에는 이전에 늘 사람이 아니며 하대 해야 할 대상으로 여겼던 하녀 마사의 순수한 지지가 있었습니다. “너는 너를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는데?” 라고 물어봐준 타인 마사라는 존재로 인해 메리는 이전에 생각해 본 적 없었던 자신과 조우하게 된 것입니다.

 

 

 

2.아이는 혼자가 되고나서야 성장했다.

메리가 버려진 화원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시커먼 흙에서 초록색 새싹이 돋아나고 있었고 그 안에서 자라나고 있는 생명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빽빽하게 자라나있는 잡초를 제거하기 시작합니다. 그 다음은 작은 삽을 가져와 본격적으로 땅을 정돈하기 시작하죠. 이 모든 일의 시작은 혼자서 였습니다.

메리가 오롯하게 혼자만의 힘으로 비밀하게 화원을 정돈하는 행위를 메리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그 속에서 자라나는 새로운 꿈을 키우는 일로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싶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에서 자라나는 새싹들을 위해 과감하게 불필요한 잡초 같은 감정을 제거하고 혼자서 자립한 이후 타인의 도움이 필요함을 스스로 느끼는 시기가 오자 자발적으로 타인에게 손을 내밀어 도움을 청하게 됩니다. 그리고 메리는 그 도움에 진심으로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있었죠.

 

 

 

 

3. 내면이 바로 서 있을때 비로소 발현되는 타인의 지지와 사랑.

물론 인간은 영장류가운데 자립하기까지 가장 타인의 보살핌이 많이 필요한 동물입니다. 그러나 못미더움에 계속 맹목적인 도움을 주는 것은 한 인간이 자립할 수 있는 시기를 미루는 결과를 낳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적절한 시기가 되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지지해주고 믿어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까요.

화원이 폐쇄된 기간은 10년으로 메리의 나이와 같습니다. 10년이나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죽어있던 것 같던 화원이 생명력을 되찾아 가는 시간이 마치 메리라는 한 사람이 꽃을 피우는 모습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리고 이 과정을 잘 해낸 메리는 진정하게 관계를 즐기는 사람으로 성장했습니다.

 

“메리는 아무리 오래 살아도 자기의 뜰이 살아나기 시작한 그날 아침을 결코 잊지 않을 것 같았다. 메리에게는 그날 아침부터 뜰이 자라기 시작하는 것처럼 느껴졌다.”165

 

어린 시절의 따뜻한 추억을 소환하고 싶으신 분들은 이 책을 다시 한번 펼쳐보면 어떨까요. 알고 있던 식상한 이야기가 아니라 새로운 삶의 이야기가 보일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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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대 처세 수업 - 어떻게 나를 지키며 성장할 것인가?
쉬원쥐안 지음, 나진희 옮김 / 글담출판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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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나를 지키며 성장할 것인가?

“일을 잘해내고 싶다면 먼저 융통성과 원칙의 조화를 이뤄내야 합니다.”21

 

흔히 ‘사회생활 잘한다’는 말은 상사와 부하직원등의 복잡한 관계를 잘한다는 말로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처세를 잘한다.’로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만큼 관계는 어렵고 우리에게 영원한 숙제가 아닐까 싶어요.

이 책은 대문호 루쉰으로부터 교육그룹 신둥팡 창립자 위민흥까지,중국의 사회과학, 인문 사상발전에 도움이 된 “베이징대 인문사회 교육이념에서 배우는 처세의 기본” 입니다.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다양한 관계의 어려움에 대해 현실적인 조언을 건네고 있습니다. 베이징대학교 인문사회학 교육 이념과 가르침을 바탕으로 일과 삶에 대한 경직된 태도와 관점을 바꾸어 사회생활을 유연하게 만들어줄 구체적인 방법들을 담고 있는 것입니다. 딱딱한 이론 지식은 배제하고 누구나 경험해 봤을만한 일화들이나 중국 고전 속 명문구와 고사들을 가져와서 이야기처럼 전달해 주는 책의 화법은 매일 바쁜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독자들이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하기위한 배려로, 그 친절함이 돋보입니다.

 

저자는 상사의 일처리 스타일이나 성격을 변화시킬 수는 없으며, 세상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불공평하다는 사실을 최대한 빨리 인정해야 현실 속에서 평온과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고 지속적으로 말합니다. 처한 상황을 그렇게 내면에서 받아들이고 감정에 동요하지 않은 채, 냉철하게 앞을 내다보며 현재의 상황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인생에서 혹시나 다음과 같은 환상을 꿈꿔본 적이 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자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혹시나 주위의 친구들이 당신에게 좋은 직장을 제공해주었으면 좋겠다거나, 가족이 당신에게 편안한 환경을 제공해주었으면 좋겠다거나, 조건이 우월하게 좋은 애인을 만나 결혼해서 자신의 운명을 바꾸고 싶다거나, 귀인을 만나 성공으로 갈 수 있도록 도움을 받고 싶다거나 하는 환상 말입니다. 이런 환상의 결과가 과연 얼마나 당신의 바람대로 될지 생각해보기 바랍니다. 자신의 변화를 타인에게 의탁해서는 안 됩니다. 오로지 자기 자신에게만 의탁해야 인생의 강자가 될 수 있습니다."54-55

    

 

 

말하기와 듣기의 중요성은 굳이 말로하지 않아도 모두가 다 공감하는 부분일 것입니다.

저자 역시 처세에 있어서 급하게 말하거나 물어보기 전에 먼저 스스로 생각하라고 권유합니다. 그리고 충분히 상대의 말을 경청한 후에 숙고하고 그 다음에 신중하게 말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베이징대학교 인문학부, 사회과학부 교육과정에서는 이런 충고를 합니다. ‘협상이든 단순한 소통의 장이든 먼저 말하지 말고 일단은 침착해야 한다. 신중한 태도를 취하면 일을 더욱 완벽하게 처리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이 먼저 말을 하도록 양보한 뒤 경쟁자나 친구가 제기한 문제점에 대해 심사숙고해 반격하면 전체 국면을 틀어쥘 수 있고 승산은 높아진다.’"171-172

 

 

직장생활에서 퇴사 고민 원인 중 24.1%가 직장 상사, 선후배, 동료 등과의 불편한 인간관계 때문이라고 합니다. 능력에 대한 문제 때문이 아니라 관계문제에 대한 이유만으로 퇴사를 고민 중이신 분께 처세술과 대화법, 자신의 격을 높이고 성장하기 위한 현실적 조언이 담겨있는 이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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