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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은 없다 - 문제는 불평등이 아니라 빈곤이다
해리 G. 프랭크퍼트 지음, 안규남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9년 4월
평점 :
품절
1.
흔히 “재벌” 이라 불리며 경제적 부를 가진 이들을 떠올리면 놀랍도록 자연스럽게 연상 작용이 일어납니다.
재벌=부자=기회독식=부정부패=비리=나쁜놈들=부자=나쁜놈들=부자=나쁜놈들..(지극히개인적생각입니다)
경제적으로 많은 것을 가진 이들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많은 부를 누리는데, 이는 경제력을 가진 사람들이 경제적 부유함 이외에 다른 기회마저 독식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죠. 상대적으로 빈곤한 이들이, 능력만으로 정점에 올라설 가능성이 점점 더 희박해진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심각한 사회양극화를 초래하며 우리사회에서도 현재진행형입니다. 양극화로 불평등이 극심해지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공정한 기회”가 현재 우리사회의 큰 화두이기도 합니다.
2.
저자는 양극화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사회의 본격적인 논의를 끌어낸 것을 피케티의 < #21세기자본 > 출간이후로 보고 있으며,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피케티의 주장을 부정하는 모양새입니다.
(TMI : <21세기 자본>을 간단히 요약하면 양극화에 대한 문제제기와 대안의 제시인데, 그가 제시한 대안의 키워드를 하나만 꼽자면 “누진세”일 것이다. 즉, 많이 가진 자들로부터 세금을 많이 걷어 재분배해야한다는 주장이다.)
경제적 평등이 그 자체로 중요한 도덕적 가치를 지닌다고 여겨 평등주의적 이상에 도달하려는 노력들에 우선권이 주어져야 한다는 주장은 잘못되었으며, 경제적 불평등이 도덕적인 것과 별개의 문제이며 비난받을 만한 것도 아니라고 말합니다. 도덕의 관점에서는 모두가 “동일한 몫”을 갖는 것보다 “충분한 몫”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죠. 이 대안적 원칙을 저자는 “충분성의 원칙”으로 규정합니다. 이어, 현재 경제적 평등을 지지하는 논증인 ‘한계효용 법칙’을 반증하며 평등주의적 소득 분배가 총 효용을 극대화시킬 수도, 극소화 시킬 수도 없다고 주장합니다. 즉, 가진 자로부터 많은 세금을 걷어 빈자에게 나누어 주었을 때 생기는 인플레이션 등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논증인데, 이 부분이 이 책에서 제일 어려웠습니다.
3.
결론적으로 이 책은 평등을 도덕적으로 최상위에 놓고 다른 모든 것에 기본적인 잣대로 여겨 ‘존중에 의한 대우’와 ‘평등한 대우’를 혼동하여 사용하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입니다. 평등주의적 목표를 정치적, 사회적인 이상을 촉진시키는데 사용하는 것은 큰 쓸모가 있지만 평등이 그 자체로 중요한 도덕적 이상으로서 근본적 가치를 갖고 있다는 믿음이 틀렸다는 일관된 주장인 것입니다. 이 잘못된 믿음이 진정한 근본적인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이라고 강하게 말합니다.
4.
한 몸처럼 붙어 다니는 평등과 도덕, 두 개념을 굳이 분리해서 설명하는 것보다 부를 이용해 평등을 해치는 경우, 이를 어떻게 사회적으로 견제할 것인지 논의하는 것이 시간을 아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또한 책 초반에 빈곤율을 문제로 드는데, 이를 줄이기 위한 대안을 기대 했으나 실질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아 다소 아쉬웠습니다. 그러나 ‘평등’과 ‘도덕’을 분리해서 봐야한다는 새로운 시각이 흥미로웠고, 우리가 조금은 지나치게 평등에 도덕적인 가치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음을 자각한 점에서 의미 있었습니다. 독서토론 모임책으로 추천합니다.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