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불편한 편의점 불편한 편의점 1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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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최근 가장 베스트셀러로 떠오른 책이어서 아주 읽고 싶었던 찰나 읽게 되었다.

... 재미있다. (지난 가을)

어쩌다 보니 최근에는 읽은 책들 작가 님이 여자분인 경우가 반 이상이었다. 읽는 작가의 작품을 연속 읽는 편인데.. 최근에 꽂힌 작가가 여자 분이 많아서일 것이다. 가끔은 좀 더 다양한 읽기가 아쉬웠는데... 그런 욕구를 충족해준 책이 이 책이다.

뭔가 문체가 최근에 읽은 책들과는 좀 다르다.

유머코드가 맞았다.

이야기는 어찌 보면 가장 판타지 스럽다.

 

서울역에서 맘좋은 할머니의 잃어버린 지갑을 찾아 준 노숙자.... 그에게 도시락의 은혜를 베풀던 퇴직 역사교사 이신 편의점 사장님은 야간 알바 자리에 그 노숙자를 앉힌다. 과거의 기억이 전혀 없는 노숙자는 이름인지 성인지 독고... 만을 기억하지만 알고 보면 일도 잘 하고 기억력도 좋고 정의감도 있으면서 사람들을 배려한다.

청파동 언덕 약간은 후미진 곳에 없는 것 많은 불편한 편의점의 남다른 직원이 오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들...

참 따뜻했다.

어찌 보면 이야기는 몇 달 밖에 안 되는 시간의 이야기인데 등장인물도 그렇게 많지도 않은데 참 따뜻하다.

맘 좋은 퇴직교사 출신 편의점 사장님... 직원들 월급 주려고 문을 여시는 좋은 분... 잘난 딸과 편의점을 넘보는 찌질한 아들

독고... 불편한 편의점의 독특한 직원 알고 보면 상당히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

알바생과 단골 손님들 몇 명의 이야기가 왜 이리 좋은 것일까?

 

나는 편의점을 그다지 많이 이용하지 않는 편이라서 이런 감성은 잘 못 느끼지만...

그냥 일상의 가까운 곳에 있는 곳을 소재로 삼은 이야기들이 아주 정겹다.

 

물론 독고... 의 정체는 너무 좀... 판타지다... 그것이 살짝 아쉬울 뿐

 

읽고 싶어 읽었는데... 수리술술 잘 읽히고 금방 잘 넘어가고 유쾌하고 기분좋은 독서였다.

 

작가님 좋은 글 많이 쓰시고 흥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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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
정진영 지음 / 무블출판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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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

 

정진영

 

엄마라는 말이 들어간 책은 잘 손대려고 하지 않는 편이다.

뭔가 예상되는 바가 있고 누구보다 책 보다 눈물 흘리는 일이 많은 편에 속하는 나라서... 울다가 진이 빠지고 싶지 않아서... 의식적으로 피한다.

특히 이 책은 진작에 눈에 띄었지만... 우연히 책소개와 스쳐 지나가는 서평을 살짝 보니 모두... 엄청 울었다고 하기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그렇지만 또 너무나 눈길이 가고 마음이 가서 결국 읽게 되었다.

첫 페이지를 펼치자마자 눈물이 앞을 가릴까봐 늦은 밤 침대에서 조용히 읽기 시작했는데... 첫 부분은 전혀 예상과 다른 전개였다.

나는 엄마를 찾아가는 여정의 주인공이 막연히 여자일거라 짐작했었는데... 남자다. 오래도록 사시를 준비하다 십년 사기던 연인에게 그녀의 합격 후 매정하게 차였고 방황하던 차에 우연히 선배의 권유로 글쓰기를 시작하게 된 후, 작가가 된 이범우... 운 좋게 데뷔작으로 상금 1억원 문학상을 받으며 천재신인작가로 불려졌지만 화려한 데뷔가 화려한 미래를 보장하지 못 했다. 일거리가 없어 힘들 때 우연히 대필작가를 하게 되고 그 때 이후로 근근히(?) 꾸준히 대필작가로 생계를 유지하게 되었다. 그러나 HT회사 창업주 자서전으로 인연을 맺게 된 회장님으로부터 HT의 홍보실 영입 제안을 받게 된다. 드디어 40에 처음으로 괜찮은 인생을 맞으려던 찰나 입사를 위해 20년 만에 하게 된 건강검진에서 대장암판정을 받게 되고 앞길이 막막했던 그는 인생 첫 차로 마련한 흰색 미니 쿠퍼 컨버터블을 타고 생을 마감하려는 계획을 세우지만 그조차 녹록치 않다.(이 이야기의 목차 중 처음이 으로 시작한다. 이것은 작가의 을 보려던 이야기이기도 하면서 13년 전 스스로 떠나버린 어머니의 이기도 하다.) 결국 차만 날리고 (이 대목에서 이 남자 인생이 너무 안쓰러웠지..)... 괴로워하던 때 HT회장님은 다시 한번 회사 인공지능(AI) 연구소의 연구개발원이라는 직책과 여러가지 회사복지 등 다시 없는 기회를 주신다. AI연구소에서 사산했던 아이를 되살려 대화하는 연구원을 보고 범우는 자신의 어머니를 AI로 되살리기 위해 어머니의 자료를 모으는 여정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 이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어머니의 마지막 시신을 수습하였기에 항상 악몽과 죄책감, 원망과 슬픔 등을 가지고 살던 그는 어머니를 되살려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물어보고 싶었고 무엇보다 자신의 책임이 아님을 확인받고 싶었기에 떠난 지 오래된 옛 집을 찾는다. 그 곳에서 장례식 당식 추려 놓았던 어머니의 초라한 짐 속에 남아있던 몇 권의 연습장을 찾아냈다. 일기와 가계부가 섞여있던 글...그곳엔 어머니의 스무살 시절부터의 이야기가 있다.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꿈과 희망으로 서울에 왔을 엄마는 봉제공장에서 시다를 하던 중 우연히 아버지 의용을 만나 동거를 하게 된다. 동갑이었던 둘은 물론 좋아서 시작한게 맞겠지만 아버지 의용이 일자리가 없는 상태에서 엄마가 갑자기 임신을 하면서 의용의 고향인 대전으로 가게 되고 낯설고 가난한 타지에서 결혼으로 인정도 받지 못 한 채, 임신한 엄마는 그 누구의 사랑과 보살핌을 받지 못 하는 상황에서 첫 애를 미숙아로 낳았지만 돈이 없어 바로 잃게 된다. 철이 없는 남편은 임신 이후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돈이 없어 옷도 없고 제대로 먹지도 못 한 상태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첫 아이 유산한 엄마.... 어렸던 그녀는 애를 낳고 왔지만 그 누구도 미역국 하나 끓여주지 않았다고 한다. 어린 엄마 기껏해야 이십대 초반의 아기같은 그녀의 일기가 너무 마음이 아파서 눈물을 흘릴 수가 없었다. 그냥 화가 났다. .... ? 아버지가 미웠고 시댁식구도 모두 미웠고 그런 상황에 있는 엄마가 속상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다 태어난 범우와 범재... 이후 남편의 주사와 폭언... 이후 아이들에게 화풀로를 매를 드는 엄마.... 범우와 범재의 어린시절도 ... 일기를 보면서 엄마의 마음이 힘들었었다는 걸 화자 범우도 이제야 알게 되었지만... 당시 아이들은 얼마나 무섭고 엄마가 원망스러웠을지 그 부분도 화가 났다. 그 이후 이어진 엄마의 무기력... 그리고 외로움...어머니의 글에서 그녀의 외로움과 절망을 알게 되는데.... 그는 정말 어머니에 대해서 아는게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조금 더 알아가기 위해 아버지를 만나고 이모와 외삼촌을 만나고 어머니의 고향을 찾는다. 엄마는 어릴 때 재능도 능력도 꿈도 많던 똘망똘만한 아이였다. 공부도 잘 하고 그림도 잘 그리던 꿈 많던 아이.

<작품읽기>에서 인용하자면 사랑과 헌신의 표상으로서의 어머니라는 경계를 넘어 갈등과 좌절과 고뇌와 슬픔의 삶을 살아온 한 여성으로서의 어머니를 탐구하고 있다는 이 이야기는 일반적인 엄마의 이야기가 아니었기에 더욱 큰 울림을 주는 것 같다. 어머니의 삶이 너무 안타까웠지만 그렇다고 어린 아들들을 매질하고 매정하게 군 것이 이해하고 싶지는 않았고 그녀에게 면죄부를 주고 싶지 않다. 나쁘지 않은 아버지같지만 한 여자에게 크나큰 상처와 괴로움을 안긴 아버지를 용서할 수도 없을 것 같고(물론 내가 용서할 대상도 아니지만) 능력있던 아이를 딸아이라는 이유만으로 눌러 앉히고 그나마 위안으로 그리던 그림을 태워버려 꿈꾸는 것도 막은 외할머니에게도 화가 났다. 자기 좋아 떠나놓고 아쉬우니 연락을 해오는 옛 연인 유민도 아이구 짜증나고....(난 어서 깔끔하게 정리했으면 좋겠는데... 난 왜 이렇게 매정하지?) 남들은 이 작품을 보다가 그리 많이 울었다는데....눈물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나지만 뒷부분에서 눈 코가 먹먹해졌을 뿐.. 다른 작품보다 많이 울지는 않았다. 전체적인 감정이라면 슬픔보다는 안타까움이랄까, 아니 좀 화가 났디고 할까...아무튼... 이 책의 <작품읽기>에서는 그런 말을 하더라...누군가를 온전히 이해하고, 누군가와 제대로 이별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사랑하고 또 원망했던 어머니의 흔적을 쫓는 여정, 그 구원의 서사,,,, 그래도 글속에서 범우가 뭔가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되는 것 같아 다행스럽다. 부디 그의 치료가 무사히 잘 되길.... 모든 것을 제대로 이별하고 새롭게 시작하길.. 바래본다.

 

책을 펼치고 순식간에 읽어 버렸다. 처음 뵙는 작가 님도 필력이 좋으신 것 같다. 그리고 책 속의 AI 기능은 현재는 판타지이지만 곧 그렇게 될 것 같다.

사람들은 이런 AI가 생기면 더 외로워질까? 덜 외로워질까?

가장 인간적이고 따뜻한 것이 AI가 되는 세상이 올 것 같다. 그럼 인간적인 것은 과연 무엇일까? 여러 가지 정보를 넣어 복원하는 AI는 지나간 상황이 아닌 새로운 상황에서 제대로 독립적인 사고를 하고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그런 선택은 정말 본체의 생각과 같을까... 생각해 보던 그런 날..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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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유지혜 지음 / 김영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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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유지혜

 

제목이 눈에 띄었다. 표지도 제법 예뻤다. 얼핏 찾아본 책소개에서 평점이...에구머니나... 10점이라고?....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사실....MZ세대를 대표하는 작가, 베스트셀러 <쉬운 천국>작가라는 말에는 거부감이 들기도 했다. 그냥... 내가 공감 못 하면.. 진짜 나는 옛날 사람인거 인증하는 셈일까봐 겁이 나기도 했거든.

여하튼 나는 이 분에 대한 어떤 편견도 없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글이 참 맑고 예뻤다.

92년생이시고 여행작가라.... 글이 너무 예쁘고 산뜻하고 풀냄새나는 느낌이 있어서...참 넉넉하고 부유한 환경에서 자라 자기 하고픈 거 맘껏 하며 사는 작가님이라 글이 참 자유로운가봐... 하고 생각했었다. 다행히 아주 공감이 가고 기분좋게 읽어서.... MZ 세대의 글, 기분도 공감한다고 자랑하고 싶은 기분이랄까...

근데 끝까지 읽으니까 더욱 좋았다.

나는 편견 덩어리였나보다.

책을 끝까지 다 읽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작가 님을 찾아보니 종교인(사역가?), 여행작가, 모델, 패션 인플루언서... 그런 소개가 있었고 사진이 여러개 있는데... 너무 예쁘셨다. 특히 긴 팔 다리는 글에서 모델을 하셨다는 걸 보고 짐작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예쁘셨는데... 무엇보다 자연스럽고 환한 미소가 매력 덩어리이신 것 같다. 대부분의 사진에서 아주 기분좋게 웃고 계시더라고....

어릴 때 불만이 많은 아이였던 흔적은 전혀 남지 않은 많이 감사하고 밝은 사람이 보여서 글만큼이나 맑고 좋은 기운 나눠주는 분 같더라.

 

중간중간 참 좋은 구절이 많았다.

작가 님의 주변 분들에 대한 이야기가 참 좋았는데(멋지고 좋은 분들이 참 많으시더라고)... 자유와 아름다움을 볼 줄 알고 나눌줄 아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나랑 비슷(?)하다기 보다 공감가는 면도 참 많아서 좋았다.

책이나 작가 서점 이야기들이 아주 좋았고(아마 나도 예뻐보이려고 책을 읽는 것 같다. 책 읽는 사람이 안 예뻐보이기 힘든 일이니까.) 편지 쓰기에 관한 이야기도 좋았다. 나도 편지를 참 좋아하던 사람인데... 손으로 편지 안 쓴지가 너무 오래되어서 이렇게 말하기도 민망하지만....

절친의 아이에게 쓴 편지와 어머니 주현의 매니저 이야기, 아버지 이야기가 특히 감동이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여행을 다니는 삶... 작가 님 아버지가 꿈꾸던 삶을 살고 계신다는 작가님... 내가 꿈꾸는 삶이기도 했는데... (그래 아직 살 날이 많으니까 나도 가능성은 열어놓고 살아보자! 아자!)

 

싱그러운 젊음과 감성과 자유와 무한한 가능성이 있어 더욱 기대되는 작가님의 앞날을 응원하고 싶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좀 많이 부럽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친구, 사람 사이의 끈끈함이 가장.... 어느 순간 조용히 멀어지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지고 그것을 받아들이고 있는 내가 아직은 많이 낯설거든. (사실 싫지.)

 

아니다. 미워하는 마음 없이... 끝까지 나도 사랑하겠다. 작가님의 영원한 유행어처럼... 모든 것을 사랑하며... 좋은 작가님을 알게 되어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이만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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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의 노크
케이시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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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의 노크

케이시 장편소설

 

이 책은 순전히 책 소개랄까 뒷표지 조영주 님의 글 때문에 읽게 되었다. 아니지 거기의 한 단어...‘미야베 미유키’..... 케이시는 미야베 미유키를 닮았다고 바로 첫줄에 쓰여 있었거든... 좋아하는 작가님이 제법 많지만 그 중에서 최고로 좋아하는 작가님을 닮았다는 평가를 듣는 작가를 만났는데 어떻게 이 책을 안 읽을 수 있겠는가? 미야베 님의 작품들 굉장히 사회적인 내용도 많고 인간군상들을 촘촘하게 담담하게 사실적으로 표현해 놓아 읽는데 초반에 어려움이 있지만 그 맛을 알게 되면 끊을 수 없고 완전히 빠져들게 되거든. 나는 에도 시대물을 굉장히 좋아해서 우리 나라에도 이렇게 필력 좋으면서 조선 후기 생활상이나 수사물같은 시리즈물을 써주시는 작가 님이 나타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 작품은 시대물은 아니고 미미여사님의 사회파 미스터리에 오히려 가까울 수 있는데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 미미여사님 때문에 읽었지만 이 작가는 엄연히 다른 결의 작가였다. 그래도 왜 미미여사님이 거론되었는지 충분히 짐작이 될만큼 필력이 좋았다.

물론 분량이 많은 편도 아니었지만 그야말로 펼치는 순간 술술 읽혔다.

 

301302303

306305304

 

복도식 원룸 건물의 여성 전용층 계단에서 303호의 남자친구(주인은 현재 휴가 중 빈 집에 2시간 머묾)가 쓰러진 채 발견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건물이 있는 동네는 실패라는 무거운 공포가 깔린 곳으로 서로의 사생활을 알지만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곳이고 여기에는 유령처러 조용히 사는 여성들이 모여 살고 있다.

 

죽은 남자는 6개월 전 사망보험에 가입된 상황으로 보험회사의 의뢰로 사건을 수사하면서 개개의 수사일지로 1부가 열린다.

 

301호 무술인, 진한 화장과 짧은 치마, 검은 스타킹... 영매로서 근처에서 작은 신당을 차려 그 동네의 불쌍한 영혼들을 상담한다.

302호 디자이너 거의 집에만 있고 일만 하며 다른 사람과의 교류가 없고 예민하여 발소리만으로 주변 사람과 상황을 예측한다.

303호 사회복지사 304호 관리하며 친하게 지내는 편, 남자친구가 있고 예사롭지 않고 만만치 않은 성격의 소유자

304호 가벼운 3급 지적 장애를 가진 순수한 영혼의 아이같은 이십대. 은둔형 외톨이처럼 살지만 형편이 나쁘지 않고 물고기와 화분을 키우며 예쁜게 살고 있다.

305호 목에 눈에 띄는 뱀과 눈동자 타투를 하고 있고 온 몸에 피어싱과 독특한 스타일의 외견을 가지고 있는 노점 액세서리 상.

306호 원룸 청소를 하면서 공짜로 거주하는 관리인 격으로 독실한 크리스찬이라고 하는데 주변 사람 욕을 끊임없이 시끄럽게 하고 다니는 오십대.

 

모두 이 동네에서 빨리 탈출하고 싶어하고 주변 사람들과 딱히 엮이고 싶어하지 않지만 방음이 안 되는 이 공간에서는 대부분 이웃 사람의 일에 관심을 쏟을 수 밖에 없는 구조이고 조금씩 서로를 상상하거나 교류하고 있다. 그리고 첫 사건이 시작된 이후 이 곳에서는 끊임없는 사건 사고가 이어지고.... 2부에서는 각 호마다의 독백이 이어지는데.... 아주 반전의 반전.... 믿을 사람 하나 없는 반전의 반전의 반전이 아주 숨막하게 펼쳐진다..... 모두가 욕심쟁이 .... 파국이랄까? 어찌보면 가장 착한 사람에게 복이 오는 걸까?(스포 금지니까 고만 말해야지)

 

아무튼 몰아치는 이야기들을 아주 흥미진진하게 읽은 알찬 시간이었다.

새로운 필력 좋은 작가를 만나게 되어서 너무나 반갑다. 다음 작품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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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밤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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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밤

최은영

 

역시... 기다렸던 최은영 작가님의 첫 장편소설은... 정말 좋았다.

 

잘 쓸 줄 알았지만 역시 잘 쓴 작가님의 작품

증조할머니(삼천이..) , 할머니 (영옥), 어머니(미선), (지연).... 으로 이어지는 삶의 이야기...

데면데면하게 살던 할머니와 손녀가 희령이라는 공간에서 다시 만나 .... 손녀와 닮은 할머니의 엄마(삼천 댁과)와 새비 아주머니의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어쩜 너무나 이야기 같은 삶의 모습들이 나와서... 너무나 이야기 같지만...

그녀들이 살았던 우리네 삶의 100년은 정말 ...그게 가능해... 하는 일들이 거짓말처럼 많았었지. 극적이었고 눈물나고 서럽고 어려움이 넘쳐나는 시기였는걸... 일제 강점기, 백정(신분제가 끝났지만 여전했던 차별) 일본인에게 끌려가던 힘없는 어린 여자애들, 일본으로 돈 벌러갔던 사람들, 히로시마 원자폭탄, 전쟁, 피난..... 이거 극적으로 만드려고 한다고 이런 사건들을 한데 다 넣을 수 있는 시대가 있을까 싶은 그런 이야기들...

 

읽으면서 그녀들의 우정과 연대... 사랑과 삶에 ... 많이 울었다.(억울하고 분통 터지는 순간보다는 뭔가 따스함과 애틋함이 왁~ 올라오는 그런 울음이었다.)

 

너무나 매력적인 삼천이.... 호기심이 많았고 강인하고 무조건 순응하며 사는 삶을 살지 않았던...

새비 아주머니... 영혼의 단짝이었고 마음이 따뜻하고 강인했던 분

새비 아저씨... 그 시절 짝을 위해 줄 줄 알았던 따뜻한 해같은 분

명숙 아주머니... 표현을 못 했지만 포용력이 남달랐던 고마운 분...

 

증조모, 증조부, 할머니, 엄마의 이야기

새비아저씨, 새비아주머니, 희자, 명숙이 고모할머니...

 

삼천에서 개성, 피난으로 내려온 대구와 어쩌다 살게 된 희령의 공간까지....

 

모든 이야기들이 하나하나 좋다.

삼천이와 새비의 우정이 너무나 좋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의적이지 않았던 가부장적 질서와 비합리적인 구조가 너무 마음 아팠다.

 

여기서 나오는 남자 중에 긍정적으로 그려지는 분은 새비아저씨 뿐이다.

증조부도 외할아버지도 아버지도 남편도.... 자기 밖에 모르고 남 아니 자기 가족, 아내조차 살필 줄 모르는 사람들... 끝도 없이 상처받은 여자들의 삶이 너무나 일상적이어서 화도 나지 않았다.

 

암튼... 기대하며 보았는데 실망은커녕 예상보다 훨씬 좋아서 너무나 행복했던 독서 시간이었다.

작가님 파이팅!!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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