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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바키 문구점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9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문구를 사랑한다.
그래 그 표현이 맞다. 학생이던 시절에는 다들 그런 문구류를 좋아하니까 당연하게 생각되었지만 글쎄.... 대학생이 되어서도 어른이 되고, 학부모가 되었고, 중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이쁜 팬시류를 보면 정신을 못 차린다.
아무 생각 없이 이 책을 보았다는 이야기다. (이쁜 동네 문방구를 생각했거든..)
근데... 이 책은 그런 이야기가 아니었다.
문구점보다는... 대필가로서의 이야기...
만약, 우리 동네 이런 문화가 있었다 해도 나는 절대 찾아가질 않았겠지만..
(나는 잘 쓰지는 못 해도 편지 쓰기가 취미여서... 주구장창 편지를 써댔다.)
아...그립다.
가나가와 현 가마쿠라 시(바닷가인가봐) 산 쪽의 아담한 단층집에 살고 있는 포포(야메미야 하토코)는 선대가 물려준 '츠바키 문구점'을 하고 있다. 여기는 단순히 문방구는 아니고 이 집안은 유서깊은 대필가 집안으로 포포 또한 대필가이다. 여기서 대필가는(우리나라에 없어서 이거 번역하기가 힘들었을 수도 있다.) 단순한 글씨만 예쁘게 써주는 사람이 아니었고 정중하게 써야할 편지 등을 대신 써주는 사람이었다. '선대'라는 낯선 말로 불러야만 했던 엄격했던 '할머니'의 엄격한 교육으로 포포는 어린시절부터 놀이나 아이같은 생활은 없이 훌륭한 대필가로 성장해갔지만 사춘기 시절 엄격하고 빡빡했던 그 교육방식이 숨이 막혀 불량소녀처럼 지내다가 가출하여 할머니의 임종도 지키지 못 했지만 숨막히던 엄격함 덕에 포포는 훌륭한 대필가로 제 몫을 하게 되었고 여러가지 의뢰들을 해결해 가면서 (할머니와 같은 삶을 살면서)어린 시절의 상처를 치료하고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 죄송함, 죄책감, 잘못한 것만 같은 자기 삶을 돌아보고 할머니를 이해하면서 상처만이 아닌 추억과 사랑도 찾아간다.
사랑스러운 이웃들과 감동, 추억이 있는 대필 사연도 그렇고 포포의 일상이 나오면서... 처음에는 지루했지만 볼수록 정감이 가는 예쁜 책이다. 무엇보다 그냥 '편지'가 나와서도 좋았고(나도 참 편지 쓰는 거 좋아하고 많이 썼던 아이인데... 편지지, 종이의 질, 펜, 문구류...그런 이야기들도 나와서 좋았고... 만약에 우리나라에 지금도 이런 직업이 있었다면... 내겐 희망직업이었을 것 같은...)
암튼 이야기를 다 읽고도 뒷부분이 한참 남아 당황하였다. 번역자의 가마쿠라 여행기가 재미있고(나 갈거야~!)..... 실제 포포가 대필해 준 사랑스러운 '편지'들이 책 뒤편에 실려 있어서 좋았고 지도조차 사랑스러운 착하고 이쁜 사람들만 나오는 맛난 거 나온 이쁜 책이다.
일본어를 아직도 모르는 내가 신기하다. 이렇게 일본 책 많이 보고 일본 여행 많이 다니면서...
올해는 일본어 공부를 한번 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