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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술 1 - 시원한 한 잔의 기쁨
하라다 히카 지음, 김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6월
평점 :
‘우선 이것부터 먹고’를 읽고 하라다 히카님을 알게 되었다.
음식 그림이 있는 표지에 반해서 읽었는데 예상과는 달랐지만 그래도 중간중간 음식에 대한 묘사가 참 좋았기에 당연히 작가 님의 책을 찾아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은 정말 소장해야하는 좋은 책이다. 지금의 내게는...
나는 음식이 나오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사실 그리고 요즘은 내가 그림에 꽂혀있다.
내가 그림을 그리고 싶거든. 나는 음식도 좋아하고...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은 음식 그림인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맛있는 음식 그림... 일러스트같은..
암튼 그래서 이 이야기를 찾아 읽게 되었고 책을 소장하게 되었다.
이야기를 대략 짐작했을 때, 누군가가 여행 다니거나 사람들을 만나면서 쓴 맛집 이야기일 거라 짐작을 대충 했었다. 음식 이야기도 맞고 맛집(?) 이야기도 맞지만 그런 곱디 고운 가벼운 이야기만은 아니다.
여기 주인공은 쇼코다. 서른한 살 쇼코의 직업은 조금 독특하다. 밤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돌봄이 필요한 이들의 곁을 지켜주고 낮에 퇴근하는 이른바 ‘지킴이’ 일을 하고 있다. 누군가의 반려견, 아픈 아이, 노모의 곁에서 밤을 보내고 난 쇼코에게 퇴근 후 술 한 잔을 곁들인 점심은 하루 중 가장 소중한 한 끼. 누군가의 몸과 마음을 밤새 돌봐주는 일을 하면서 정작 자신의 아픔을 마주할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지만, 오늘도 맛있는 한 입, 시원한 한 잔으로 기쁨을 쌓아가며 쇼코는 무너지지 않으려 한다. “나는 살아 있고 건강하다. 주저앉아 있을 수 없지. 자, 오늘도 꿋꿋이 살아가자.”
하라다 히카는 소설 『낮술』을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일본 여성 작가다. 2006년 방송 시나리오 작가로 경력을 쌓았고, 2007년 「시작되지 않는 티타임」으로 제31회 스바루 문학상을 수상하며 소설가로 데뷔한 뒤 방송과 문학계의 글쓰기를 병행하며 스무 종 이상의 장편소설과 소설집을 발표했다. 소설 『낮술』은 작가가 주로 다뤄온 직업, 여성, 음식이라는 세 가지 소재와 그녀의 작가적 강점이 전부 응집된 작품이다. 주인공 쇼코가 점심을 먹기 위해 방문하는 식당들은 실제 존재하는 곳이며, 주인공의 처지에 알맞은 식당을 찾아 정밀하게 취재한 기록과 작가의 실제 경험 등이 더해져 한층 생생하고 현실감 넘치는 작품이 탄생했다. 취재 기간에는 맛깔나는 점심에 술까지 곁들이고 나면 오후에 아무 일도 할 수 없어 오전에 그날 할일을 전부 마쳐야 했다는 작가의 에피소드나, 독자들이 소설에 등장하는 식당에 찾아가 주인공과 같은 음식을 즐기고 난 리뷰들이 화제가 되었다. 식욕과 즐거움을 자극하는 이야기의 다른 한 축에는 상실을 경험한 주인공이 스스로를 다독이며 성장해나가는 과정이 전개되면서, 작가가 추구하는 희망과 가능성의 메시지가 읽는 이의 마음에 자연히 가닿게 한다.
목차
첫번째 술, 고기덮밥, 무사시코야마
두번째 술, 양고기치즈버거, 나카메구로
세번째 술, 회전 초밥, 마루노우치
네번째 술, 생선구이 정식, 나카노
다섯번째 술, 회 정식, 아베노
여섯번째 술, 우설, 오차노미즈
일곱번째 술, 소시지와 사워크라우트, 신주쿠
여덟번째 술, 바쿠테, 주조
아홉번째 술, 큐브스테이크, 신마루코
열번째 술, 가라아게덮밥, 아키하바라
열한번째 술, 전갱이튀김, 한번 더 신마루코
열두번째 술, 프렌치 레스토랑, 다이칸야마
열세번째 술, 해산물덮밥, 보소반도
열네번째 술, 장어덮밥, 후도마에
열다섯번째 술, 돈가스 차즈케, 다시 아키하바라
열여섯번째 술, 오므라이스, 나카노사카우에
옮긴이의 말
팔자 좋고 여러 친구들과 어울려 즐겁게 먹는 밥이 아니라 피곤한 하루, 고생한 자신에게 주어지는 소중한 한끼의 점심(하나 하나 그녀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밥이었다.)과 그와 어울리는 술 한잔...
‘오늘도 수고했어’... 하며 따뜻한 말 한만디를 건네 주면서 밥 한끼를 사주고 싶은 그녀..
고단한 당신이 “나 자신을 힘껏 안아주고 싶은” 점심을 꼭 만나기를.... 이라는 문구가 참 좋다!!!
쇼코도 사연이 많다. 어떨결에 아이가 생겨 잘 알지도 못 하고 사랑까지도 못 한 결혼생활.. 시댁에서 살면서 행복하지 않았고 결국 어린 딸을 두고 이혼을 하고 혼자 살고 있다. 경제력이 크게 있지 못 하기에 일도 여러 가지 생활도 불안한 생활에 직업도 안정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무언가를 상실한 사람이 그 시점에서부터 어떻게 행동하고 어떻게 성장해가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한 바 있다. 어떤 삶이든 살아 있는 한 희망이 있음을 말하고자 하는 작가의 마음을 이 소설에서도 느낄 수 있다. (옮긴이의 말에서)
여러 가지 좋은 상황에서 찾는 곳은 아니지만 실제 그녀가 음식을 대하고 음미하는 모든 행동은 굉장히 미식가 답고 성스럽기도 하면서 충분히 맛과 멋이 있다. 그래서 그녀가 음식점(실제 있는 곳이라고 한다.)에서의 리뷰가 화제가 되었겠지... 나도 만약 근처였다면 꼭 찾아가 보고프더라고...
쇼코 외에도 다양한 사람들과 사연이 등장하는데...
암튼 사람과 음식과... 사연들이... 참 좋았다.
쇼코도 그녀와 함께 만난 모든 사람들도... 모두 행복하고... 안온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