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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숲 ㅣ Untold Originals (언톨드 오리지널스)
천선란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3년 5월
평점 :
천선란 님은 ‘천개의 파랑’부터 내게는 따스한 인간미... 뭔가 현실의 인간적인 세계와는 다르지만 가장 인간적인 이야기를 하는 작가님으로 기억된다. 오랜만에 읽는 작가님 책은 가지고 있었던 기간은 꽤 길었지만 펼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뭔가 각오를 하고 읽어야할 것 같은... 제목만 보면... 뭔가 과학소설 같아서.. 괜히 어렵게 느껴져서 가볍고 따스한 이야기만 주구장창 읽고 있어서... 이 책을 펼치기가 망설여졌나보다.
그러나 책을 펼치고 이야기를 읽은 순간 그야말로 금방 빠져들었다.
그래... 천선란 작가님의 이야기는 이랬지.. 하는게 바로 떠오르는... 이렇게 곱고 따뜻하고 그러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데 마냥 어두운 듯 미래이지만 희망까지 없지 않은 이야기...
이 이야기는 3편의 이야기가 있다.
= 출판사 리뷰 인용=
“슬픔이 유별나도 되는 곳으로 가고 싶다.”
슬픔을 향한 가장 강력한 옹호,
마침내 닫힌 세계를 뚫고 나가는 지극한 슬픔의 힘
세 편의 연작소설은 지상이 멸망한 후 지하 도시로 추방된 인류의 미래를 배경으로, 여섯 명의 친구들이 함께하는 사랑과 우정, 모험을 그려낸다. 지하 도시의 인간은 다음 세대, 즉 다시 지상으로 올라갈 세대를 위해 인류 문명을 지속시키는 중간 다리이자 충실한 일꾼에 불과하지만, 여섯 명의 친구들은 그 안에서도 서로 눈을 맞추고, 포옹하며, 손을 맞잡고 숨이 벅차도록 함께 달린다.
「바다눈」은 첫사랑임을 깨닫자마자 잃고 마는, 소년의 아픈 성장을 그려낸 작품이다. 지하 도시의 연구소 경비원인 마르코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홀린 듯 이끌린다. “거대한 고래 울음 같은, 잘게 부서진 별 같은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소녀 은희는 마르코의 순수한 마음을 일깨우며 그를 사랑의 세계로 이끈다. 물론 이 사랑은 기쁨만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 지하 도시의 질서가 그 안으로 틈입하기 때문이다.
마르코는 부당한 노동 환경에 맞서 파업에 나선 선배 커커스를 보며 혼란을 겪는다. 아직 어떤 판단을 내리지 못한 채 심적 압박을 느끼는 그에게 친구 유오는 “아무도 뭐라고 안 해. 마음에 쫓길 필요 없어”라고 말해준다. 덕분에 마르코는 대의와 당위에 짓눌려 옴쭉달싹 못하는 대신, 선택에 따른 결과―“커커스가 바랐던 것은 노동의 대가였고, 회사가 쥐고 있던 것은 커커스의 목숨이었다. 정당한 전투가 아니었다. (…) 커커스는 패배한 게 아니라, 밟혔다”는 깨달음―를 통찰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사랑과 노동이라는 사건을 충실히 겪는 사이, 유독 작았던 마르코의 키와 체구는 친구들 중 단연 우뚝해진다. 독자는 이 육체적 성장을 지켜보며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짙은 비애를 느끼게 된다.
「우주늪」은 누구보다 증오하고, 또 열렬히 사랑하는 쌍둥이 자매에게 보내는 편지글이다. 지하 도시의 위원회에 등록되지 않아, 평생 좁은 방에 갇혀 사는 의조는 쌍둥이 자매 의주가 한없이 밉고 부럽다. 자유롭게 지하 도시를 오가며 배우고, 일하고, 만나는 의주에게, 의조는 쨍하게 울리는 분노의 목소리로 숨겨둔 이야기를 전한다.
의조는 들키지 않고 지하 도시를 오갈 수 있는 배관 통로를 발견하고 의주의 뒤를 밟는다. 자신이 살 수도 있었을 삶을 추적하던 어느 날, 그는 환풍구를 두고 누군가와 눈이 마주친다. “너는, 비밀이니?” 의주의 친구 치유키는 의조의 상황을 알아채고 그에게 글을 가르쳐준다. 그리고 그 배움 덕분에 의조의 감정은 사랑과 이해로 나아간다. 차갑게 찌르는 듯하던 문장들은 페이지가 넘어감에 따라, 답답한 지하 도시를 뚫어버릴 듯 뜨겁게 흘러넘친다. 편지의 마지막 대목에 이르면 독자는 분노가 실은 삶을 향한 갈망이었다는 사실을, 또 그 갈망이 해내는 놀라운 행위를 먹먹하게 목격하게 된다.
「이끼숲」은 상실의 슬픔과 함께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이야기다. 붕괴 사고로 사랑하는 유오를 잃은 소마는, 친구들과 유오의 클론을 훔쳐 지하 도시 밖으로 탈출하고자 한다. 유오를 닮았지만 유오는 아닌 존재, 그런 클론이라도 데리고 지상으로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아마 급작스러운 상실을 경험한 이들이라면 이 마음을 헤아릴 수 있지 않을까.
지하 도시의 위원장은 그만 슬픔을 멈추고 현실로 복귀하라고 명령하지만, 소마는 “나는 여전히 그 애를 잃은 슬픔이 유별나다”고 말하며 이를 위반한다. 친구들 덕분에 지하 도시의 맨 위층, 지상의 바로 아래까지 도달한 소마는 결국 지상으로 한 걸음을 내디딘다. 눈앞에 펼쳐지는 신비로운 풍경, 그리고 그 곁에는 유오가 함께 있다.
세 편의 연작소설 중 가장 긴 분량을 가진 이 작품 안에서, 화자는 내내 슬픔에 가득찬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슬픔’이라는 감정이 지속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 적당한 기간이라는 게 있을 수 없는 ‘애도’가 깔끔하게 완료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에게 마치 저항이라도 하는 것처럼. 이야기와 함께하는 사이, 독자들은 마음속에 들어차 있던 오랜 슬픔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연작소설 『이끼숲』에 담긴 지극한 슬픔의 힘은 마침내 닫힌 세계를 뚫고 나간다. 슬픔을 향한 가장 강력한 옹호, 구하겠다는 바람으로 쓰여진 이 작품을 통해, 천선란의 소설 세계가 지닌 에너지?이야기가 끝나고 다시 발 딛고 선 땅으로 돌아왔을 때, 절망 속에서도 사랑을 잃지 않고 살아가고 싶도록 만드는 힘을 느낄 수 있길 바란다.
지상에서 추방된 지하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미래 세대를 위해 열심히 자기 맡은 바를 수행하는 말 잘 듣는 노동자들이 끊임없이 주어진 일을 해야만 하는 계획된 도시에서... 그 삭막함 속에서도 6명의 아이들은 서로 사랑하고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간다. 그 아이들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3편...연작으로 있는 이 작품
[바다눈].... 연구소에서 경비로 일하던 마르코.. 평소 감정 표현이 없는 그가 일하다 우연히 노랫소리를 듣게 되고 그로 인해 알게된 은희를 사랑하게 된다. 15살이 아직 되지 않은 그와 그녀... 여러 가지 함께 경험하다 결국 은희는 사라져버리고.... 부조리한 사회, 부당한 현실, 아픈 첫 사랑... 바다에 떠다니는 하얀 눈 같은...것은 누군가의 죽음이라고 했나... 먹먹하게 아팠다.
[우주늪] 모든 것이 계획대로 정해진 대로 되어야하는 사회... 부부는 결혼과 함께 자녀계획을 하고 등록되지 않은 아이는 그냥 없애야하는.. 그런 현실 속에서 쌍둥이로 태어나 우연하게 등록된 의주에게 보내는 의조(있는데 없는 존재가 되어 숨어 사는 의주의 숨겨진 쌍둥이)의 편지... 있는데 없는 존재.. 어디에도 등록되지 못해 우주의 부유물같은 의조가 지하 배관 통로에서 의주를 지켜보면서 쓴 편지... 그리우면서 밉고 부러우면서 샘도 나지만 사랑하는 존재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의주의 성장과 또다른 희망을 느끼면서 기분이 새로웠다.
[이끼숲]은 붕괴 사고로 인해 사랑하는 유오를 잃은 소마와 친구들이 유오의 클론이나마 훔쳐 유오가 꿈꾸던 지하 도시 밖의 숲으로 탈출하고자 하는 이야기이다. 자연을 사랑하여 바깥 세상의 숲을 만나기를 꿈꾸던 유오... 겉모습이 같지만 클론은 과연 유오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어려움과 방해가 많지만 친구들은 한 단계 한 단계 나아가고 결국 소마는 유오클론을 업고 도시 밖을 나가게 된다. 그러면서 만난... 이끼숲....
지하 도시의 위원장은 그만 슬픔을 멈추고 현실로 복귀하라고 명령하지만, 소마는 “나는 여전히 그 애를 잃은 슬픔이 유별나다”고 말하며 이를 위반한다. 친구들 덕분에 지하 도시의 맨 위층, 지상의 바로 아래까지 도달한 소마는 결국 지상으로 한 걸음을 내디딘다. 눈앞에 펼쳐지는 신비로운 풍경, 그리고 그 곁에는 유오가 함께 있다. 세 편의 연작소설 중 가장 긴 분량을 가진 이 작품 안에서, 화자는 내내 슬픔에 가득찬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슬픔’이라는 감정이 지속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 적당한 기간이라는 게 있을 수 없는 ‘애도’가 깔끔하게 완료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에게 마치 저항이라도 하는 것처럼. 이야기와 함께하는 사이, 독자들은 마음속에 들어차 있던 오랜 슬픔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상실의 슬픔과 함께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이야기다. 붕괴 사고로 사랑하는 유오를 잃은 소마는, 친구들과 유오의 클론을 훔쳐 지하 도시 밖으로 탈출하고자 한다. 유오를 닮았지만 유오는 아닌 존재, 그런 클론이라도 데리고 지상으로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아마 급작스러운 상실을 경험한 이들이라면 이 마음을 헤아릴 수 있지 않을까.
오랜만에 만나는 천선란 님의 소설은 역시... 천선란 님... 너무나 아름답고 따뜻하며 생각할 거리를 마구마구 던져주면서 생각지 못 했던 새로운 소재, 상황 등이 나오는... 이 이야기 또한 너무 완벽하다. 충분히 아니 흘러 넘치게 좋았다.
상실의 슬픔이 있지만 주변 사람들과 희망을 극복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천선란님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고마웠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