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채소, 정크푸드 - 지속가능성에서 자멸에 이르는 음식의 역사,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마크 비트먼 지음, 김재용 옮김 / 그러나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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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re not an environmentalist if you eat meat."

영화 <아바타>, <터미네이터> 등으로 유명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말이다. 비거니즘을 실천하며 환경운동가로 살아가고 있는 그는, 육식을 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환경운동가가 아니라고 일침을 놓는다. 육식으로 촉발되는 공장식 축산과 탄소배출, 기후 변화 등이 환경파괴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뉴욕의 요리연구가이자 칼럼니스트인 '마크 비트먼'의 책 <동물, 채소, 정크푸드>도 카메론의 말과 일맥 상통한다. 비트먼은 책에서 "정크푸드는 음식 그 이상이다"(p.16)며 포문을 연다. 그는 책에서 고대의 수렵생활부터 관개시설의 발달, 그리고 맥도날드를 한 축으로, 정크푸드를 탄생시킨 '농업'의 역사를 짚어내며 인간 생존을 위한 '먹거리'가 어떻게 사유화되고 변질됐는지를 설명한다. 이렇게 장기적이고 복잡하게 얽힌 과정들이 종국에는 '대기업의 이익'으로 연결되며 빈부격차와 불평등을 야기하고, 인간의 안녕을 해치는데 일조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저자는 영국 점령 하에서의 아일랜드 농업의 변화를 언급하며 '아일랜드의 감자 기근'을 설명하는데 여기서 독자들은 독특한 관점을 확인할 수 있다. '감자'는 전 지구적 식량으로 발전했으나, 오히려 이것이 인류에게 '태부족'을 낳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을 먹여 살리기 위한 근간이었던 '농업'이 단일 농작 형태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자본주의와 결합해, '자본화'가 될 수 있는 잉여 농산물 - 정크푸드, 동물 사료 등 - 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감자는, 인간 생존을 위한 식품이라기보다 제국주의와 식민주의가 촉발한 시장에 '팔기위한' 상품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역사적 맥락을 짚어낸 비트먼은 결국 '정크푸드' 산업이 되어버린 식품(p.275)을 지적한다. 인간이 섭취하는 음식의 60% 이상이 가공식품에 해당하며 이는 칼로리는 배로, 영양가는 절반으로, 그러나 체중은 (평균)9kg가까이 증가시켰다고 말이다. 하여 요리연구가인 그는 '정크푸드'는 과거 사람들이 '음식으로 대우하지 않을 음식'이었다고 강조한다. 인간을 살리는 '음식'이라기 보다 '대기업의 이익'을 위한 상품에 지나지 않는 다는 것이다. (환경까지 오염시키는!)

비트먼은 마지막에 식품 산업의 끔찍함을 더욱 강조한다. "매년 6,500만 마리의 송아지와 새끼 돼지가 거세되고, 보통은 마취제도 쓰지 않는다. 합법이다. 수의사의 치료 없이 아픈 동물을 죽게 내버려두는 일, 돌아설 수도 없을 정도로 작은 우리에 동물을 가둬놓는 일, 살아 있는 동물의 가죽을 벗기는 일. 모두 합법이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작가 조너선 새프런 포어의 편지글을 "이 산업은 잔인함을 정의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p.364)을 인용한다. 

비건까지는 아니더라도 가능한 채식을 지향하는 삶을 살려고 한다. 그리고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친환경 소재들로 만들어진 제품들을 구매하며 나름의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그런데 의문이 든다. 카메론 감독이나 비트먼의 주장에는 백번 동의하지만 이 산업에 둘러쌓인 인류가 과연 이 길을 벗어날 수 있단 말인가? 수평아리, 돼지, 송아지의 죽음이 안타깝지만, 고기를 일절 끊는 것으로 '식품 산업'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단 말인가?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다함께'가 되는 그 날을 꿈꾸는 것만이 방법일까? 제임스 카메론이 인터뷰에서 저런 말을 남긴것도, 비트먼이 이런 책을 쓴 것도 모두 같은 맥락일테지만 말이다. 책을 읽으며 거대 산업을 벗어날 수 없다는 답답함이 새삼 크게 느껴졌다. 농업의 역사부터 동물사육, 정크푸드 산업의 연결고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환경과 지속가능한 삶을 지향하는 분들에게 다시 한번 경종을 울릴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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