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적 입장에서 바라보는 역사를 살펴보는 동안 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단어가 몇 개 있다. ‘신화적 상상력’ ‘야생의 사고’ ‘대칭성 사회’ ‘유동적 지성’ ‘불교’ 등이다. 학자마다 자신만의 고유한 언어로 정의하고 있지만 이러한 말의 바탕을 이루는 것은 고대인들의 세계관이다. 고대인들은 자연과 인간이 동떨어진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니 그들은 동물과 결혼을 할 만큼 대등한 관계였다. 인간이 도구를 만들어 쓰기 시작하면서 문명의 진보를 이루었고 이것은 점점 더 자연으로부터 인간을 멀어지게 만들었으며 끝내 자연은 정복해야할 대상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원래 자연과 인간은 분리된 것이 아니었기에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 제국주의 시대를 거쳐 오면서 인간이 정복한 것은 자연뿐만 아니라 인간 그 자체였다. 이에 대해 많은 학자들은 우려를 표명하고 그 나름대로의 새로운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그 대안 중의 하나로 신화적 상상력이 놓여있다는 것이 거칠지만 내가 짚은 맥락이다. 물론 여기에는 국가의 탄생이나 그와 밀착된 종교의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역사, 정치, 이념, 종교 등 거대담론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어쩌면 무관하려고 애쓰며 살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즈음에서 지진아처럼 내가 깨닫는 것은 이러한 것으로부터 무관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는 것이다. 나는 예수의 탄생을 기원으로 하는 서기 2011년의 10월 마지막 주를 살고 있고, 서울 시장 선거를 앞두고 투표권을 행사해야한다. 박원순을 찍으면 나는 소위 말하는 ‘강남좌파’가 되고 만다. 오직 주소지가 강남구라는 한 가지 이유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면 나는 역사의식도 정치의식도 거대한 이데올로기도 가지지 못했다고 믿고 있는 사람 중의 한명이지만 내가 ‘지금, 여기’를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가장 역사적이고 가장 정치적이며 가장 이념적이면서 또한 가장 보잘 것 없는 이 시대의 구성원이고 주인공이다. 야스퍼스의 말을 빌린다면 나는 ‘역사에서 빠져나와 무시간적인 것 속으로 도피 할 수’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이것은 내가 새로 직면한 나의 ‘한계상황’이다.

야스퍼스는 인류가 이런 한계상황에 부딪혔을 때 ‘차축 시대’가 열렸다고 본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인류 곳곳에서 사상가들이 나타났다. 중국에서는 공자, 맹자, 노자가 道를 물었고, 붓다는 번뇌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짜라투스트라와 그리스의 비극도 비슷한 시기에 등장했다. 이들은 모두 자기 자신을 연구대상으로 삼고 질문을 던진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사유하고 있는 근본 범주들은 모두 이때에 생겨난 것이다.

인간이 ‘자기 자신을 전체 속에 있는 존재로 알게 되었고, 자기 자신을 참으로 알게 되었으며 자신의 한계를 알게 되었’ 듯이 나 역시 나 자신을 연구대상으로 문제 삼을 때 나의 차축시대가 열릴 수 있을까? 그보다는 우선 내 생의 좌표를 설정하는 것이 우선 아닐까?

‘한계상황’은 고대인들의 ‘겨울’과 다르지 않은 듯싶다. 그들에게 겨울은 단지 사계절의 겨울의 의미를 넘어 공포와 죽음, 초자연적인 힘, 생명 가진 것들의 유한성 등 폭넓은 의미로 범람했을 것이다. 이러한 초자연적인 힘 앞에서 우리는 몇 가지 태도를 취할 수 있다. 초자연적인 힘 혹은 절대자 앞에 무릎을 꿇고 자비를 구걸할 수도 있고 그 힘에 대항하여 주술을 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레미 숲의 사제처럼 스스로 황금가지를 꺾어 나를 죽이고 필요할 때마다 새롭게 태어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방법을 강구하기 이전에 요구되는 것은 자신의 한계상황을 적나라하게 인식하는 것이 아닐까. 겨울로 상징되는 한계상황은 어느 누구라도 피해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도 지났다. 곧 겨울이 잇대어 올 것이다. 겨울은 철이 없다. 한여름에도 겨울은 온다. 내 외로움의 관절이 삐걱이건 말건 상관하지 않는다. 그러나 겨울은 언젠가는 끝난다. 밤의 길이가 가장 길다는 동짓날 밤의 끝자락에서 이미 봄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자연의 법칙이 어김없이 진행되듯이 생의 겨울도 인류의 겨울도 예외 없이 진행되어 머지않아 얼음이 풀리고 봄이 올 것을 믿는다. 그러나 막연한 믿음만으로 이 겨울을 지낼 수는 없지 않은가. 다시 야스퍼스를 빌려오자면 ‘나 자신은 어디에 서고자 하며 무엇을 위하여 일하고자 하는가 하는 것을 물을 때다.’ 삶의 좌표, 생각의 좌표를 정하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이랴.

여러 학자들의 의견을 참작하고 고려하고 끝내는 훔쳐서 ‘사랑’이라는 결론을 내려 본다. ‘은혜’나 ‘자비’는 다분히 종교적이다. 기독당이 어떻고 빤스 목사가 어쩌구 하는 것도 꼴불견이고 국가의 탄생에 대한 견제로서 불교가 탄생했다고 하지만 지금의 불교에서 그런 뜻을 헤아리는 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랑 또한 만만한 것은 아니었다. 울리히 벡이 지적했듯이 ‘사랑은 지독한, 그러나 너무나 정상적인 혼란’인 동시에 『위험사회』를 만들 수도 있다. 그래서 내 사랑은 다시 막막하다. 

이 막막한 사랑 앞에서 내가 찾아든 것은 알랭 바디우의 『사랑 예찬』이었다. 그는 사랑을 ‘미지의 무엇을 지속시키려는 욕망’이고 ‘삶의 재발명’이라고 정의한다. 그에 의하면 진정한 사랑은 공간과 시간이 사랑에 부과하는 장애물들을 지속적으로, 때로는 매몰차게 극복해 나가는 것이다. 사랑에서 가장 첨예하게 맞닥뜨리는 것은 타자와의 차이다. 차이를 가진 타자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함께 존재하는 것. 그리고 이것을 창조적인 것으로 변화시켜 나가는 것 즉 새로운 세계를 구축해야 하는 것이다. 가능할까? 정 반대의 속성을 가진 것들의 차이는 인식의 단계부터 시작되어야할 것이다. 나와는 전혀 다른 것의 차이를 인식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이해하고 나를 무화시켜야 한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하게도 그 이해를 통해 결국 다다르게 되는 곳은 나 자신이었다. 이전의 나와는 또 다른 ‘나’다. 재발명된 나라고 할 수 있을까? 재발명 되어야 할 것은 사랑이지 ‘나’가 아니잖은가?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어쩌면 이해의 폭은 넓어졌는지 모르겠지만 끝내 스스로를 무화 시키는 사랑에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던 것이라는 결론이 나오는건가?
이런 막막함 앞에서는 그저 막막하기만 할 뿐이구나.


 

우산을 들고도
 

 

발치에 강이 깊은데 돌미나리 타들어간다
척박한 땅을 움켜쥐고 헝클어진 뿌리들
오랜 집착을 끊듯 걷어내고
맨드라미 모종하는 호미가 붉다

미나리와 맨드라미의 거리
빗겨가는 생의 거리를 서성이는 동안
칸타타처럼 빗방울 듣는다

우산을 펴 비를 부르는 토란잎 아래
생이가래 개구리밥 살갑게 모여드는데
연잎 방석위에 오도마니 앉은 물방울처럼
내 사랑은 다만,
막막할 뿐
막막하고 막막해서
막막함으로 반짝 빛날 뿐

발치에 강이 깊은데 돌미나리 타들어간다
세상의 모든 강가에서 목마른 것이 미나리뿐이랴

우산을 들고도
그대라는 강가에서 나는
맨드라미의 뜨거운 혀처럼
붉은 이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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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1-10-31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이 어떤 한계상황에 부딪혔을 때만이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듯 합니다. 다만 문제는 그 새로운 시대가 인류를, 아니 '나'를 행복하게 만들고, 타자를 사랑하게 만들것인가의 문제겠습니다만...

영화 좋아하시는지 잘 모르겠는데, 이 글을 읽다보니 최근 개봉한 영화 중 '트리 오브 라이프'라는 영화를 추천하고 싶네요. 이야기가 간단하면서도,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아마 글에 이야기하신 것들과도 연결되는 영화가 아닌가 싶네요.

반딧불이 2011-11-01 18:20   좋아요 0 | URL
영화 제목부터 뭔가를 생각하게 만드네요. 꼭 챙겨보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비로그인 2011-11-02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가 점점 좋아지는데요. 나중에 한 권으로 묶으셔도 되겠는걸요^^

반딧불이 2011-11-03 10:21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그래도 '국어사전 사랑법'만이야 하려구요.

2011-12-19 0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19 18: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상강





천 리 너머 대륙의 북풍

큰 하품을 하자

서리가

겨울로 가는 지름길을 냈다

내게로 오는 모든

따스한 바람이 묶이고

천지가 숙연하다

다시 한 철

외로움의 관절

하얗게

삐걱이겠다   

 

 

 

 

 

새벽 두시, 잠들기 직전 쓰레기를 버리고 왔더니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언제부터 날씨가 이렇게 추워진게냐.
마음까지 춥지는 말아야 할텐데... 
구시렁거리며 절기를 보니 내일 모레가 한로, 24일이 상강이다.  
젠장, 벌써부터 마음까지 상강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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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10-07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뜸하신 동안 시를 쓰셨군요! 혼자 읽기엔 아까운 절창이라 오늘은 더욱 힘주어 추천을 누릅니다^^

반딧불이 2011-10-08 22:21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후와님. 다 들켰네요. 그런데 시도는 했지만 작황은 형편없사옵니다.

릴케 현상 2011-10-08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장자나 박지원의 호방함이 느껴지네요^^ 과연 고전으로 다져진 내공!

반딧불이 2011-10-08 22:23   좋아요 0 | URL
힛~ 이게 그 덕인지는 모르겠지만 고전을 읽으면 스스로가 먼지같은 존재가 되어서 쓸쓸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긴 합디다.

쉽싸리 2011-10-20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하품,지름길,묶이고,관절이 하얗게 삐걱이다...
초,절창입니다.

반딧불이 2012-04-19 15:5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맨날 절창만 부르고 싶어지게 만드시네요.이러면 고단해질텐데.. 쩝
 

 


오늘 아침 홍성으로부터 봄이 전송되었다. 은빛 솜털이 후광처럼 빛나는 꽃이다. 이런 빛깔의 봄 앞에서 내 언어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여기저기서 꽃소식이 전해지는데 한편에선 부고가 다투어 세 개나 날아들었다. 겨우 30분 남짓한 시간이었다. 가고 오는 것의 유한함이 사무치는 날이다.  

사람들이 꽃놀이 가는 걸 이해할 수 없었다. 물론 그러면서도 나는 뜬금없이 차를 몰아 과천 미술관 가는 길의 벚꽃그늘을 둘러보거나 하르르 하르르 지는 꽃잎아래서 넋을 놓곤 했다.   

올해는 아주 마음먹고 꽃을 맞으러 가기로 했다. 백련사 동백은 피지도 않은 것이 누군가의 객혈처럼 멍울져 있었다. 봉오리만 점점이 박혀있는 동백을 뒤로 두고 다산의 족적을 따라 백련사에서 다산초당으로 오솔길을 걸었다.  

산청의 매화를 보러 가던 날은 찬비가 차창을  심하게 두드렸다. 그 빗줄기가 매화의 꽃모가지를 다 꺾지나 않을까 염려스러웠지만  雨中梅花를 생각하면서 기대도 컸다. 산청에는 삼매가 있다. 원정공 하즙의 원정매, 통정공 강회백의 정당매, 남명 조식이 수식한 남명매를 산청삼매라 한다. 남명매가 수령 400년을 넘었고 나머지는 600년을 넘겼다. 


일찍이 청나라 사람 궁몽인은 《독서기수략讀書紀數略》에서 네 가지 매화를 귀히 여기고 있다.
귀함불귀개(貴含不貴開) 꽃망울은 머금고 있는 것을 귀하게 치고 활짝 핀 것은 귀하게 치지 않는다. 귀희불귀번(貴稀不貴繁) 꽃은 드문드문 핀 것을 귀하게 여기고 번잡하게 핀 것은 귀히 여기지 않는다. 귀로불귀눈(貴老不貴嫩) 나무는 늙은 것을 귀히 여기고 어린 것은 귀히 여기지 않는다. 귀수불귀비(貴瘦不貴肥) 가지는 마른 것을 귀히 여기고 살진 것은 귀히 여기지 않는다.  



남명 조식 선생이 심었다는 남명매다. 위의 네 가지를 모두 만족시키는 자태다. 그런데 빗물에 매향이 다 녹아 내렸는지 향기가 나지 않았다. 가지를 살며시 흔들면 그야말로 가느다란 향기가 코끝에 닿을듯 말듯 했다. 아쉬운 마음에 고목 주위를 빙 눌러보는데 그런 내가 가여웠던걸까. 남명매는 그 귀한 향기를 희미하게 흘려주었다. 마치 영혼을 긋고 가는 향기의 메스라고 해야할까. 참으로 야릇하게도 이런 때는 갈증이 심하다.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단속사지 뒤쪽에 있는 정당매는 초라했다. 골다공증에 걸린 다리를 씨멘트로 채우고 있어 안타까웠다. 하지만 더 안타까웠던 것은 그 귀함을 초라하게 만드는 나무 아래의 쓰레기들이었다. 남명매와 참으로 비교되는 모습이다. 남명매가 늙었으나 정갈한 마님같다면 정당매는 그 마님의 시중을 들면서 늙은 삼월이 같았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돌보지 않는 가운데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았다는 듯 그 늙고 투박한 등걸에는 분첩같은 꽃을 피웠다. 

원정매는 본가지는 고사하고 옆으로 작은 가지 하나가 삐져나와 홍매를 피웠다. 꽃피우는 일이 난산인듯 보여 오래 보기가 힘겨웠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그루누이처럼 향기에 굶주린 나는 멀찍이 떨어져 핀 어린 가지의  꽃모가지를 기어이 비틀고야 말았다. 봉우리가 벙글지 않은 세 송이를 몽돌을 쥐듯 동그란 주먹 안에 감추고 나와 몰래 흡입했다. 두어 번 흡입을 하고 나니 그제서야 갈증이 좀 가시는 듯 했다. 가방에 있던 책 속에 매화와 향기를 가두어 두었다. 

     

 

이 향기 코끝에 스치면 그대는 내게 물을 것이다.  
어찌 이리 향기로운가라고. 
 

나의 대답은 질문이다.
그것이 단지 향기 때문이겠습니까?  


그리고 나는  시린 내  왼손을 내밀겠다.  
거기 생명선에 못다한 내 말이 고여있을 것이다.
.
.
.   

 

  

 

 

 


댓글(24) 먼댓글(1) 좋아요(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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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매화가 왔다
    from 파란여우의 뻥 Magazine 2011-04-10 16:19 
     “어리고 성긘 가지(柯枝) 너를 밋지 아녔더니, 눈ㄷ 기약(期約) 능(能)히 직혀 두세 송이 퓌엿고나, 촉(燭)고 갓가이 랑헐 제 암향(暗香) 좃넋 부동(浮動)터라” 조선후기 시인 안민영의‘영매가(咏梅歌)’다.‘매화사(梅花詞)’로 불리기도 한다. 어리고 성긴 가지에서 무슨 꽃이 피겠냐고 했는데 촛불처럼 환한 꽃이 피었다. 비록 두 세 송이 성긴 꽃이지만 그윽한 향기가 퍼진다. 이 시조에서‘암향(暗香)’이란 그윽한 향기라는 뜻으로 주로 매화 향기..
 
 
양철나무꾼 2011-03-29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찬란한 봄도 탐났는데, 초라한 언어도 탐나요.
이런 거 욕심부리면 소박한 욕심이 될 수 있을까요?

저 위의 사진, 무슨 꽃이예요?
전 제주도에서 활짝 핀 동백과 유채를 원없이 보고왔는데,
사진 속의 매화를 보며 님의 글을 접하니 생각이 달라지는걸요~^^

반딧불이 2011-03-30 00:22   좋아요 0 | URL
음..소박한 언어라기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사치스러운 욕심 아닐까요? ㅋㅋ

맨 위의 꽃 말씀이세요? 아직 저걸 모르신다고요? 그렇다면 쉽게 가르쳐드릴 수가 없는데.....

할.....미....꽃이에요~ 끙!

양철나무꾼 2011-03-30 00:27   좋아요 0 | URL
저...컨닝 하지 않았구요.
정말 설총의 화왕계에 나오는 할미꽃이라고 생각했었어요.

근데, 글에서 매화가 하도 앞다투다 보니...살짝~~~^^

반딧불이 2011-03-30 00:38   좋아요 0 | URL
할미꽃 보기가 귀해서 잘난척 좀 해봤어요.~

비로그인 2011-03-30 0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으로 정갈하면서도 그윽한 향기가 물씬 풍기는 여행기로군요. 굳이 사진은 필요없었겠다 싶을 정도네요. 반딧불이님의 글만으로도 충분히 향기를 만끽할 수 있으니까요^^

반딧불이 2011-03-30 11:47   좋아요 0 | URL
참으로 신뢰가 가면서도 불끈 힘을 솟게 만드는 댓글이네요. 철저한 텍스트지향주의자도 아니면서 글만 쓰다가 혼자보기 아까워서 사진 몇장을 더해 봤습니다.

감은빛 2011-03-30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와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굳이 사진이 필요없는 글이예요!
덕분에 저게도 매화향기가 나는 듯한 기분이예요!

반딧불이 2011-03-30 23:28   좋아요 0 | URL
매향을 조금이나마 전해드릴 수 있어서 저도 기분이 좋아요. 고맙습니다.

cyrus 2011-03-30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이님이 사시는 곳에는 꽃이 활짝 폈네요, 한국에서 제일 따뜻하다는 대구에는
언제 꽃이 필까요,,? ^^;; 제 눈에만 꽃이 안 보이는건가요,, ㅎㅎ;;
<도스또예프스끼 평전> 사이의 꽃 책갈피라,, 은근히 잘 어울립니다. ^^

반딧불이 2011-03-30 23:29   좋아요 0 | URL
저는 서울에 살아요. 꽃을 보러 강진으로 산청으로 먼길을 갔었답니다. 사이러스님 눈에는 사람꽃이 보이시겠지요.

쉽싸리 2011-03-30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화꽃 잘 보았습니다. 꽃보다 글이 더 좋긴 합니다. ^^
냄새를 잘 맡지 못하는 제게도 매화향기가 솔솔 나는거 같습니다.
예전에 산청군 단성면에 있는 매실밭에 종종 가곤 했지요. 참 원없이 꽃 구경?하는 일 이었지요. 매화구경 다음엔 복숭아,배,사과, 포도, 포도도 꽃이 펴요. 다른꽃들 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기후영향인지 올 해 매화꽃 피는게 영 부실하다고 하더라구요.
제가 사는 동네는 매화가 거의 없어요. 그래서 노란 산수유를 제일 처음 보게 되지요. 저번주에 마침 보았어요. 올 해 처음본 꽃이죠. 그리고 여기서 매화를 보게 되네요.
홍성엔 할미꽃이 벌써 피었나 보지요? 허리가 휘어 그렇지 매우 아름다운 꽃 이죠. ㅎㅎ 뿌리는 약으로도 쓴다고 하더라구요.

반딧불이 2011-03-30 23:33   좋아요 0 | URL
홍성의 할미꽃은 사진으로 전송되어왔어요. 정말 예쁘죠? 자줏빛 벨벳에 금구슬을 박아놓은듯해요. 보내주신 분의 마음도 그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고보니 저는 아직 포도꽃을 보지 못했네요. 언제쯤 피는지 눈여겨 봐야겠습니다.

blanca 2011-03-30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르르 하르르 지는 꽃. 이 말이 너무 좋네요. 저도 운전해서 꽃구경 갈 여유가 올까요? 그리고 이런 아름다운 페이퍼도 함께.

반딧불이 2011-03-30 23:38   좋아요 0 | URL
필 때보다 질 때 더 아름다운꽃은 벚꽃 뿐이 것 같아요. 동백은 섬뜩하고 목련은 지고난 자리가 추하죠. 지금 연습중이시니 엄두가 안나시겠지만 1년쯤 지나면 내 몸이 차인지 차가 내몸인지 구별이 잘 안되실걸요. 사람의 마음을 허무는데는 꽃이 제일 인 듯합니다. 때때로 꽃그늘 아래서 허물어지는 블랑카님을 상상할께요.

노이에자이트 2011-03-31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명 조식...어떤 아저씨가 남인계열 향교에 가서 남명을 칭찬하는 이야기를 했다가 쫓겨나왔다는 일화가 있었죠.그러고 보면 북인계열은 멸종되었나 봐요.

반딧불이 2011-03-31 00:44   좋아요 0 | URL
남명이라 남인으로 알았던건가요?

노이에자이트 2011-03-31 16:37   좋아요 0 | URL
책 내용으로 보면 작심하고 그랬던 것 같기도 하구요.

반딧불이 2011-04-01 11:11   좋아요 0 | URL
노자님. 보신 책이 어떤 책인지 저도 좀 알 수 있을까요?

노이에자이트 2011-04-01 16:50   좋아요 0 | URL
조여항<정인홍과 광해군>. 그다지 학술적인 책은 아닙니다.북인을 칭찬하는 책이라서 읽어봤지요.한때 조선사 서술이 당파에 따라 어떻게 다른지 알고 싶어서 이것 저것 읽어봤네요.

반딧불이 2011-04-02 11:51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시간의안그림자 2011-04-01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문학을 정말로 사랑하고 깊이가 너무 넘쳐 흐르는 것이 느껴집니다. 문학의 깊이를 좋아 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의미들을 정말 오랜 만에 내음으로 받아 들여 봅니다. 한자 글귀들을 마주 대하고 있으니까 정말로 시간의 피드백이란 것이 있지 않나 보입니다. 과거가 잊혀져 갈 때 그 과거의 흔적을 생각나게 해 주는 그 무언가가 어느날, 문득 소리없이 장황하게 눈 앞에 신기루 같이 뿌려져 있을 때 그 느낌 같은 것을 말이죠^^ 사람마다 느끼는 것이 다르겠지만, 매화 꽃이랑 글을 마주 대하니 신기생뎐에 출연하는 캐릭터 단 사란이 떠 올라집니다. 배우로써의 임 수향이 아니라 단 사란이란 이미지의 모습과 자테가 연결이 되어 집니다. 양반들의 힘과 여인네들의 한이 서린 듯한 그 느낌 같은 것 말이죠^^ 아마도 산청이 양반네들의 자존감이 강해던 곳이라 그런 생각을 더 해보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문학도란 것이 천직이란 것이 글 속에도 들어 앉아 있다는 것도 느껴 봅니다. 본인의 느낌이지만 국문학과 선생님을 만약 하게 되신다면 학생들한테 좋은 뿌리를 지닌 나무를 정신적으로 심어 주실 수 있는 선생님 같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언어의 유희와 어휘의 맛이 너무 담겨 있습니다. 로쟈의 서평 속에도 그것들이 제대로 담겨 있엇고요^^ 정말로 좋은 글 많이 듣고 나갑니다. 글 속에서 좋은 행복 많이 찾으세요^^

반딧불이 2011-04-01 11:16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반이법님. 여러가지 과찬의 말씀 고맙습니다. 신기생뎐을 저는 아직 보지 못했는데 '단사란'이라는 이름이 예사롭지 않네요. 한자로는 어떻게 쓰는지도 궁금하구요.
종종 뵙겠습니다. 이 봄 어김없이 찾아드는 꽃처럼 환한 날들되시기 바랍니다.

루쉰P 2011-04-04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는 분들을 따라 오다보니 이런 좋은 꽃도 보고 글 향기도 느끼고 가네요. ^^ <도스토예프스키 평전>은 저도 읽고 있는데 리뷰 써 주시면 참고가 많이 될 듯 하네요. 지하에서 봄이 온 지도 모르고 햇빛으로 그냥 감만 잡고 있는데 글과 꽃이 향기를 전해주네요. 근데 국문학에 있어서 포스가 남다르신 듯...만나 뵙게 되서 반갑습니다. ^^ 자주 올께요.

반딧불이 2011-04-04 22:01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루쉬P님. 도스토예프스키 평전은 신간 평가단 도서였어요. 이 글 아래아래에 리뷰가 있습니다. 마감에 쫓겨 급히 쓴 글이라 도움이 되실지는 알 수 없지만요. 번역에 좀 문제가 있긴 했지만 평전이 비평전 전기라면 그에 가장 근접한 글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종종 뵙겠습니다.
 
인문/사회 분야의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거장 처럼 쓰지 못해도 좋다.  오노레 드 발자크, 찰스 디킨슨, 도스토 예프스키, 프란츠 카프카, 조지 오웰 등 그야말로 거장들은 다 모았다.  윌리엄 케인이 거장이라 칭하고 분석한 그들의 글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울 듯하다. 모방을 통해 창작의 도구를 완벽하게 갖춘 다음 자신만의 독창적인 창작에 이를 수 있고 또 능가할 수 있다는 추천의 말에 기대어 한번쯤 자신을 돌아볼 수 있을 것 같다.  

 

 

 

    

 

 라틴 아메리카는 언제나 내게 구체성을 얻지 못하고 상상의 영역으로 남아있다. 라틴 아메리카의 전통적 요소가 무엇인지 또 근대적 요소는 무엇인지 그것들이 어떻게 혼종되고 착종되는지 살펴 볼 수 있을 듯싶다. 더불어 마르케스, 보르헤스, 요사 등의 상상력의 원천을 짐작할 수 있다면 무엇을 더 바랄 것인가. 

 

 

 

 

 

  

 마루야마 마사오는 내게 후쿠자와 유키치와 함께 기억되는 인물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정치학자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일본 근대에 대한 관심때문에 접했던듯 싶다.  

그의 글이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패망을 기준으로 분류된 것이 이채롭다. 또 후쿠자와 유키치의 유교를 비판하는 글이 궁금하고 마사오의 눈을 통해 일본의 근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역사를 또하나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듯해서 기대가 된다. 말이라는 것이 원래의 의도와 얼마나 달리 왜곡되는지 또 한 마디 말 속에 얼마나 많은 말들을 감추고 있는지는  일상생활에서도 비일비재하지만 <반자본 발전 사전>에서 넘치게 경험했다. 나는 세도정치 역시 원래의 뜻은 알지도 못한 채 부정적 의미로만 이해해왔다.  

이 책은 세도 정치기의 대외관계를 다룬다고 하는데 이것을 통해 세도정치의 의미를 새롭게 정립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여전히 부정적 의미로만 남을 것인지, 세도정치가 의도는 좋았지만 결과는 그 반대였는지, 결과는 반대라도 그 과정을 인정해야할지 등 여러가지가 궁금해서 기대되는 책이다. 

 

 

2400bps모뎀으로 통신을 시작했었다. 당시에는 스크롤의 압박이 심해서 타이핑을 했던 글들이 한참 시간이 흐른 후에 한꺼번에 화르륵 올라가는 일이 다반사였다.  문명은 아니 컴퓨터는 업그레이드를 계속하며 빛의 속도로 진화해갔지만 그렇다고 내 몸이나 정신까지도 진화한 것은 아니다. 자전거도 타지 못하는 나는 자동차를 운전하고 스마트 폰을 사용하곤 하지만 가끔 내 모양새를 살펴보면 뱁세가 황세따라가려다 가랑이 찢어진다는 속담이 떠오르곤 한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을 통해 이런 내 모습이 과연 어떤 것인지 다시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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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좋아 2011-03-16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장처럼 써라 와! 이런 책이 있었군요!!! 음 재밌겠어요^^

반딧불이 2011-03-17 10:34   좋아요 0 | URL
네..이런책도 있더라구요. 저도 차좋아해요^.~ 썰렁한 농담. 반갑습니다. 차좋아님. 언젠가 차좋아님께서 로스팅한 커피를 맛볼 수 있어야할텐데요...

비로그인 2011-03-16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루야마 마사오 하면 오규 소라이나 후쿠자와 유키치 등이 떠오릅니다. <전중과 전후 사이>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반딧불이 2011-03-17 10:36   좋아요 0 | URL
저도 무척 궁금해요. 후와님이야 뭐 도서관에 가시면 저보다 먼저 확인하실테니까 먼저 보시게되면 제게도 좀 이삭을 떨궈주십시오.

맥거핀 2011-03-17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조 사후 63년> 이라는 책에 관심이 가네요. 저도 세도정치라면 부정적인 인상만 가지고 있는데요. 어떻게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줄지..역사 공부 좀 해야하는데..;;

반딧불이 2011-03-18 00:26   좋아요 0 | URL
학교다닐땐 지긋지긋하던 역사공부가 요즈음은 소설보다 더 재미있어요. 그래서인지 소설이 안읽히는게 문제긴 하지만요. 그러고보니 신간평가도서에역사서가 없었던것 같네요.이책이선정되면 겸사겸사 좋겠는데요.

herenow 2011-03-18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장처럼 써라>가 참 궁금하네요. 진작 알았더라면 찾아보기라도 했을것을...
모뎀 이야기를 보니 ATDT 01410 치고 들어가
한 자 한 자 명령어 두드리며 글 쓰던 그때가 떠올라 반갑습니다.
그동안 눈팅만 하다가 신간평가단 마칠 무렵에 뒤늦게 인사 남깁니다. ^ ^;
앞으로도 좋은 글 보러 종종 들리겠습니다.

반딧불이 2011-03-19 23:37   좋아요 0 | URL
herenow님. 반갑습니다. 종종 '지금여기'님의 글을 읽으면서도 인사를 남기지 못했습니다. 과학관련 책은 한권도 선정 되지 못하고 8기 평가단은 마무리를 하게 되네요. 저는 덕분에 과학관련 서적을 눈여겨 보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거의 석기시대 이야기처럼 들리는 모뎀 이야기를 공감할 수 있는 분을 여기서 뵙다니요. 앞으로도 종종 뵐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양철나무꾼 2011-03-19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조 사후63년>이 참 궁금해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 한참 머뭇거렸구요.
그렇네요, 컴퓨터는 빛의 속도로 진화하지만 내몸과 정신 상태는 천천히라도 진화하는게 아니라 그 자리에 멈춤, 단단히 고착이네요~
돌이켜봐야 겠네요~^^

반딧불이 2011-03-19 20:59   좋아요 0 | URL
양철댁님께서 특히 이쪽에 관심이 많으시지요? 책 읽으시게 되면 정보좀 흘려주세요.

컴퓨터가 진화하는 속도에 반비례해서 오히려 인간의 감각은 퇴화하는 건 아닌가 싶어요. 기억력만 해도 그렇잖아요. 예전에 다 외우던 전화번호 지금은 거의 못외우고 사니까 말이에요.

감은빛 2011-03-24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거장처럼 써라>가 가장 궁금하네요.
<혼종문화>도 좀 재밌을 것 같구요.
신간평가단이신가봐요.
반갑습니다! ^^

반딧불이 2011-03-25 13:34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감은빛님. 답글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거장처럼 써라를 사놓고 평가단 리뷰도서 때문에 앞부분만 조금 보았는데 느낌이 좋은데요.다음주쯤이면 편하게 읽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느새 신간평가단 마지막 추천도서네요. 저도 반갑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03-31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루야마 마사오<현대정치의 사상과 행동>은 전후 시사문제에 대한 글도 꽤 있죠.<전중과 전후 사이>도 <현대~>에서 다루는 문제와 비슷하지 않을까요.

반딧불이 2011-03-31 00:33   좋아요 0 | URL
그럴까요? 저는 아직 마루야먀 마사오에 대해 이름외에는 아는 바가 없어서요.
 

 

강화도에서 혼자 살던 함민복 시인이 결혼을 했다. 그의 나이 50이다. 오금의 주름이 다림질로도 전혀 펴질 것 같지 않은 츄리닝 바지 입은 모습을 보다가 턱시도 차림의 모습을 보니 딴 사람같다. 다른 사람보다 많이 늦었지만 늦은만큼 그의 결혼생활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자 위


성기는 족보 쓰는 신성한 필기구다 

낙서하지 말자, 다시는 

 

이미 오래전에 다짐했었지만, 이제 시인은 이런 시는 더 이상 쓰지 않을 것이다.  결혼을 하지 않았을 때 시인은 이미 <부부>라는 시를 쓴 적이 있다. 

 

부부 

 

긴 상이 있다
한 아름에 잡히지 않아 같이 들어야 한다 
좁은 문이 나타나면
한 사람은 등을 앞으로 하고 걸어야 한다
뒤로 걷는 사람은 앞으로 걷는 사람을 읽으며
걸음을 옮겨야 한다
잠시 허리를 펴거나 굽힐 때
서로 높이를 조절해야 한다
다 온 것 같다고
먼저 탕 하고 상을 내려놓아서도 안 된다
걸음의 속도도 맞추어야 한다
한 발
또 한 발 

   

부부가 어때야 하는지 이미 시인은 다 알고 있었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다만 결혼 후에 시인의 시가 어떻게 변화할지 못내 궁금하다.

 

 결혼식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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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3-12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결혼식이었네요. 일본 지진 소식에 멍해 있었는데 덕분에 웃었습니다^^

반딧불이 2011-03-12 01:31   좋아요 0 | URL
아름다운 시인이기도 하죠. 저도 일본의 지인이 연락이 안되어서 걱정하고 있습니다. 별일 없어야 할텐데요.

프레이야 2011-03-12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쁜 소식이군요. 쉰살의 두분 얼굴이 참 좋아보입니다.
뒤로 당기지않고 서로를 향해 앞으로, 거꾸로된 줄다리기를 하며
살겠다는 말을 한 시인, 참 미더워 보이네요.

반딧불이 2011-03-12 22:11   좋아요 0 | URL
미더워 보인다는 말, 참오랜만에 듣는 반가운 말씀이네요. 잘 사실것 같죠?
프레이야님께서 기뻐해주시니 틀림없이 행복하게 사실거에요.

노이에자이트 2011-03-12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함민복 씨가 저렇게 생겼군요...아담하고 귀엽게 생기셨네요.

반딧불이 2011-03-12 22:11   좋아요 0 | URL
웃는모습도 아이처럼 맑고 귀엽더군요.

릴케 현상 2011-03-12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선천성 그리움>을 덧붙여야 좀 더 흐뭇할 것 같네요. 축하합니다^^*

사람 그리워 당신을 품에 안았더니

당신의 심장은 나의 오른쪽 가슴에서 뛰고

끝내 심장을 포갤 수 없는

우리 선천성 그리움이여

하늘과 땅 사이를

날아오르는 새떼여

내리치는 번개여.....

반딧불이 2011-03-13 00:15   좋아요 0 | URL
앗, 여기까지는 미처 생각을 못했네요. 고맙습니다. 우리끼리 뒤늦게 마구 축하하는 분위긴데요. 평안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