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사 - 창의적인 수용과 융합의 2천년사
소병국 지음 / 책과함께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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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동남아시아 역사에 대한 갈증을 느꼈던 독자에게는 청량제 같은 책이다. 이 책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2000년 동안 동남아 사람들이 살아온 자취를 한권의 책에 녹여낸 역작이다. 30년이 넘는 세월을 오로지 동남아시아 역사에만 천착해 온 필자의 혜안과 깊이를 책을 읽는 내내 실감하였다.

동남아시아는 오늘날 약 7억명의 인구가 살아가는 지리적으로 거대한 유라시아 대륙 동남쪽의 인도양과 태평양이 만나는 지역에 자리잡아 동서 세계를 해로로 연결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왔다. 전통시대에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대륙문화와 인도를 중심으로 한 해양문화의 충돌 혹은 교류 속에서 힌두교, 불교, 유교, 이슬람문화를 대대적으로 수용하고, 근대시대에는 서구열강들의 식민지화 과정에서 기독교문명에 노출되면서도 동남아 사람들이 자신들의 고유문화를 지켜 내려온 것은 동남아 사람들의 '창의적 융합(creative synthesis)' 즉, 수용하되 스러지지 않고 융합하되 녹아내리지 않는다는 관점에서 2000년 역사를 관통한 필자의 통찰력이 무릎을 치게 한다. 또한 자연환경적인 요인들이 동남아의 정치, 사회구조의 형성과 발전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았다. 물은 '탁월한 유동성'(매우 활발한 이동과 교류)을, 산악과 밀림은 '깊은 고립성'(매우 제한적인 이동과 교류)을 부여하는 극단적인 성격을 조화롭게 아우를 수 있도록 전통적인 국가체제가 다른 문화권의 피라미드체제과 달리 만달라체제구조를 갖게 되었다는 분석도 흥미롭다. 오늘날 수백여 종으로 분류되는 동남아시아의 다양한 인종들과 종교의 전시장처럼 보이는 이 지역에서 다른 지역보다 종교적 갈등이나 인종차별이 없는 것도 이러한 문화적, 환경적 요인에 기인한 것임을 이해할 수 있었다.

사실 그동안 동남아 지역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비교적 가깝고 저렴한 관광지나 경제적으로 낙후된 지역으로만 인식돼 왔다. 그러나 이번 정부들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신남방정책'으로 새삼 동남아의 경제적 중요성까지 부각되고 있다. 취업이 힘든 우리 젊은이들에게는 경제신흥국으로 떠오르는 동남아는 새로운 기회의 장을 열어줄것으로 기대한다. 이지역 진출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이 책을 독파하여 동남아 역사에 대한 배경지식을 갖춘다면 성공의 길라잡이로서 안성맞춤인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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