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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물론 - 인터뷰와 지도제작
릭 돌피언.이리스 반 데어 튠 지음, 박준영 옮김 / 교유서가 / 2021년 10월
평점 :
<신유물론>은 '신유물론' 철학에 관한 책으로, 인터뷰와 지도 제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터뷰에서 두 저자는 로지 브라이도티와 마누엘 데란다, 카렌 바라드, 퀭탱 메이야수를 만난다. 저자는 네 사람을 인터뷰하며, 그들 철학에 영향을 준 철학, 페미니즘과 신유물론의 관계, 각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들을 찬찬히 짚는다. 그 후 인터뷰와 네 사람의 철학을 토대로 지도제작, 즉 신유물론의 지도를 구상한다.
p.13 새로운 '형이상학(new metaphysics)'은 바로 이러한 오래된 그리고 새로운 독해와 재독해 사이의 공명에서 스스로를 드러낼 것이다. 새로운 형이상학은 지금 여기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단순히 우리에게 미래의 이미지를 투사하는 것도 아니다. (중략) 따라서 새로운 형이상학은 사유에 어떤 것을 부가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횡단해나가며, 이에 따라 전체적으로 사유를 재기술하며, 취급되지 않은 것을 하나도 남기지 않으면서, 그것의 새로운 지향점에 따라 모든 가능한 이념을 재정비하는 것이다.
p.94 우리가 이로써 이해하는 것은 시간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 즉 그것은 보편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보다 시간은 다양한 물질적 실행들을 통해 포현되고 재확인됩니다. (중략) 중요한 것은 얽힘, 즉 간-행성입니다. '과거'는 결코 단순히 시작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고, '미래'는 펼쳐질 어떤 것도 아니지요.
p.154 물질은 스스로가 변형적인 힘이며, 그 진행 중인 변화 와중에 어떤 재현성도 뿌리를 내리지 않는다.
p.182 차이를 파악하는 것은 오직 "차이가 차이화하는 것으로 드러날" 때 수행될 수 있다. 즉 서로 차이를 형성한다고 선언되는 각각의 현상으로 사유가 시작되지 않고, 차이 자체를 그려나감으로써 시작된다.
p.198 이리가라이에게 페미니즘은 개인적, 사회적, 그리고 상징적 차원에서 만연한 성적 차이화의 횡단뿐 아니라 성들이 창조되는 관계들을 재구조화하기 위한 바람으로도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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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 시간은 계속해서 흐르고 과거와 미래 역시 움직이는 걸 멈추지 않는다. 세계는 존재함으로써 스스로가 거기 있음을 드러내고 세계에 둘러싸인 나는 눈을 감았다 뜨는 순간, 소음 속 고요를 느끼는 순간, 손끝에 차가움이 닿는 순간 세계를 느낀다. 내가 세계 속에 있고 우리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존재임을 말이다. 그 속에서 나는 어릴 적 언니와의 숨바꼭질에서 느꼈던 공포와 낯섦, 기시감을 느낀다. 도망치지 않고, 달리지 않으며, 눈을 깜빡인 채로.
신유물론은 횡단한다. '나'를 몸과 정신으로 나누지 않고 그것들을 함께 보며 다른 철학들을 부정하지 않는다. 본문에서도 나와있듯 신유물론은 "그래, 그리고" 하며 그것을 인정하며 넘어간다. 횡단하고 횡단하며 자신보다 더 빠르게 그것들을 가로지른다. 그러면서 그들은 "성차" 아닌 "성적 차이화"에 집중하고 다시 한 번 그것들을 뛰어넘는다.
철학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기에 책을 완전히 다 이해하지는 못 했으나 신유물론이라는 철학이 있다는 것과 그것을 꾸준히 탐구해온 철학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기뻤다. 오랜만에 읽은 어렵고 무거운 책. 하지만 마음만은 적당히 가볍게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