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란 무엇인가 - 우리가 지금 공부해야 하는 이유 아우름 51
한근태 지음 / 샘터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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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쓴 책인 <공부란 무엇인가>는 저자가 살아오며 느낀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나열한 책이다. 스스로를 '개천에서 난 용'이라고 부르는 저자는 자신에게 있어 공부란 어떤 것이었는지를 설명하며 공부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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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노력주의'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가진 이를 본 적 있다. 노력주의는 그의 노력을 인정하면서도 노력할 수 없는 환경에 처한 이들을 배척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자존감을 언급하는 장에서 저자는 댓글에 상처 받은 연예인의 죽음을 언급한다. 그는 그 죽음의 원인을 낮은 자존감에서 찾았고, 나는 그 점이 싫었다. 빠른 발전 속에서 한국은 많은 것을 놓쳤고 여전히 잃고 있는 중이라 생각한다. 그 속에서 법은 제 역할을 못했고 때론 모든 것을 개인의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누군가의 죽음의 원인에 그 사람 탓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걸 단지 '낮은 자존감'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그가 말하는 공부는 보다 더 넓은 공부라기보단 한국 사회에서의 공부에 한정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건 노력주의로 연결되고, 노력하기 힘든 상황에 처한 이들을 배척하는 결과를 낳는다. "네가 노력 안 해서 그런 거잖아." 라는 말을 낳곤 하니까.

물론 저자의 말처럼 공부는 중요하고 우리는 평생 공부해야 한다. 나 역시 대학에 들어와 문학을 공부하며 깊은 흥미를 느꼈고 공부하는 재미를 알았기 때문이다. 다만 아쉬운 게 있다면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공부의 다양한 얼굴을 알려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학교 공부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때론 내게 맞는 무언가를 찾는 것이 더 소중하다는 걸, 수학 문제 하나 틀렸다고 슬퍼하기 보단 내가 좋아하는 걸 찾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생의 어느 시점에서 자신을 돌아봤을 때, 스스로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노력한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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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피싱
나오미 크리처 지음, 신해경 옮김 / 허블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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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 소녀들의 뜨거운 동행에 함께 하고 싶은 사람,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잠시 잊는 사람들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 ◡̈

시간은 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으며 세계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 우리는 지금 이곳에 머무른다고 생각하지만 마음과 생각은 과거와 미래 혹은 새로운 세상에 가 있기도 하다.

온라인상의 세상은 현실에 존재하면서도 현실의 것과는 다른 성질을 가진다. 그렇기에 한 사람의 자아는 현실과 온라인상의 것으로 나뉘고 그것들은 또 한 번, 여러 번 쪼개진다. 무수한 쪼개짐 속에서 '나'는 진정한 나를 발견하고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마음은 또 한 번 자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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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미 크리처의 <캣피싱>은 AI에 관한 상상력이 묻어난 소설이자 인간과 AI가 가지는 윤리 문제, 십대 소녀들의 연대와 우정, 사랑을 그려내는 소설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온라인 세상보다 지금 여기에 집중하라고 하지만 현실에서 진정한 '나'를 보여주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온라인상에서 자아를 꾸며 드러내는 행위'인 캣피싱. 그건 과연 나쁜 일이기만 할까?

p.106 자신을 드러내고 나면 힘이 생기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진짜' 자신을 알아봐 주면 기분이 나아져. 그런 일은 진정한 우정과 관계의 열쇠가 되기도 해. 다들 캣넷에서 진정한 친구를 사귀는데, 그러려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 줄 수 있어야 하거든.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자신의 나약함을 받아들여야 하지.

p.116 채셔캣은 자기를 디지털 비서라고 하지 않았다. 채셔캣은 자신이 의식과 목적을 가진 디지털 인격이라고 주장했다.

p.367 결국 인간 대부분에게 윤리적 행위란, 다른 사람에게 애착을 느끼고 그들을 향한 보살핌과 관심에서 우러나오는 행동을 하는 거야. 나는 그렇게 할 수 있는 AI를 만들려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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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의 공존은 가깝지만 먼 미래이고 동시에 이미 시작된 지금이기도 하다. 작가는 AI에게 인격을 부여했고 인격을 가진 AI는 자신이 AI라는 것을 알며, 사건을 앞에 두고 스스로 판단을 내린다. 자신이 생각했을 때 옳다고 생각되는 방향으로 말이다.

로봇 혹은 AI에 대한 토론을 나눌 때면 윤리적 문제가 늘 등장한다. 누군가는 인간과 너무 닮은 로봇을 보고 불쾌한 감정(언캐니밸리)을 느끼기도 하고, 누군가는 로봇으로부터 지배 당하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나 역시 가끔은 로봇과의 우정을 떠올리곤 하는데, 나는 이것이 사람들이 로봇을 단지 로봇으로 보지 않고 이미 하나의 인격체로 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마치 열심히 기른 식물이 잎을 틔우거나 열매를 맺을 때 느끼는 감정처럼 혹은 다 죽어가던 고양이가 다시 씩씩하게 걸을 때처럼 말이다.

개발된 기술로 인해 나쁜 마음을 먹는 사람도 있고 쫓고 쫓기는 사람도 있지만, 각자가 가진 그늘을 터놓고 연대하는 소녀들이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결국 인간은 스스로를 알아주는 누군가를 만날 때, 또 그런 사람을 알아볼 때 비로소 내가 되는 게 아닐까 싶다. 동시에 좋아하는 것을 잊지 않는 마음을 안고 가는 것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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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사람은 살지 - 교유서가 소설
김종광 지음 / 교유서가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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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대로의 시골'을 경험하고 싶은 사람, 다양한 삶의 모습을 체험하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

모든 것들은 각자의 세계를 가지고 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물건이든 무엇이든. 각각의 고유한 세계를 지닌 우리는 이따금 충돌하기도 하고 함께 어우러지기도 하며 또 다른 세계를 만들어낸다. 세계는 삶의 작동 방식이자 시스템이며, 무언가의 유지 수단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인간의 세계는 좀 더 복잡하다. 나의 세계를 유지하면 타인의 것도 존중해야 하며 때론 손에 쥔 것을 양보해야 할 때도 있다. 또한 이 세계는 한 인간이 처한 시대나 국가,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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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 소설가의 <산 사람은 살지>는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70대 노모가 주인공인 소설이다. 노모의 일기와 과거, 현재를 오가며 전개되는 소설은 '소설'보다는 인물의 '삶'에 더 가깝다. 그 속에서 독자는 노모가 되어보고 그가 바라보는 세계와 그의 기분을 느낄 수 있다.

p.332 당신 큰누님마저 돌아가셨답니다. 수원 큰애네 부부가 마스크 쓰고 문상 다녀왔어요. 작은애랑 사위는 여기 장지로 오실 때 간대요. 저는, 안 갈래요. (중략) 기분은 또 남편 무덤의 풀을 뽑아댔다. 풀들도 살아보겠다고 저리 악착을 떠는데 산 사람이 못 살겠나. 살 것이다. 힘껏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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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어머니의 일기를 바탕으로 한 이 소설은 그 자체로 시골 풍경을 담고 있으며, 홀로 남은 노모의 처지와 마음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남편을 보낸 뒤 혼자 남은 노모는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몸은 나날이 늙어가고 자식들은 그런 노모를 걱정한다. 하지만 노모를 향한 자식들의 걱정은 자식은 향한 노모의 걱정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노모는 그렇게, 자신의 일기를 뒤적이며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간다.

노모의 세계는 나의 세계와 다르다. 그렇기에 때론 답답한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도시에 사는 내가, 노모보다 몇 십 년은 늦게 태어난 내가 노모의 세계를 알기 위해선 먼저 그의 삶을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책은 그것을 가능하게 하고 소설은 그러한 과정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최근 읽은 책 중 가장 '한국적인'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건 좋은 것이기도 하고 씁쓸한 것이기도 하며, 어쩔 수 없는 마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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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길어 올리기 - 그 설핏한 기억들을 위하여
이경재 지음 / 샘터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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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비슷한 하루를 보내지만 돌아보면 선명한 순간들이 있다. 대개 그러한 순간들은 행복했고 아팠고 기쁘고 슬펐으며, 일상의 소소한 날들 중 어느 날이다. 가끔 일상이 무료할 때, 지나간 시간들을 돌아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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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의 <시간 길어올리기>는 '설핏한 기억들'이 담긴 책이다. 지나갔지만 선명하고 그렇기에 글로 쓸 수 있는 순간들. 소소하면서도 특별하고 멀지만 가까운 시간들을 담고 있다.

p.71 "명작이란 다시 못 할 것 같은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어리숙하게 보이기 위해서 어리숙한 것이 아니라, 익을 대로 익어서 펼쳐진 천진난만한 경지."

p.105 "풍수무전미, '완전한 땅은 없다.' 사람이건 땅이곤 결함이 없는 것은 없다. 그것을 고치고자 함이 도선 풍수의 근본이다. 그래서 도선 풍수는 우리 민족 고유의 '고침의 지리학', '치유의 지리학'이 되는 셈"이라고 선생은 마무리했다.

p.123 종교의 벽은 높기만 한데 어느 순간, 어떤 공간에서는 없어진 것처럼 보일 때도 많다. 하긴 모두 연약하기 짝이 없고 늘 막막하고 벽에 부딪히게 마련인 사람들을 구원한다는 목적은 같으니까. 벽이 대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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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글에선 연륜이 느껴졌다. 어찌보면 옛 사람의 시선이고 어른의 시선 같은 글들이기도 했다. 가끔 나의 정성하 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마음에 남는 문장들도 있었다.

'시간 길어올리기'는 곧 글이고 글쓰기이며, 삶에 생기를 불어넣는 과정이자 다친 마음을 치유하는 과정이다. 나의 삶이 지루하게 느껴질 때, 타인이 길어올린 시간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하여 나의 시간도 함께 길어올리면 더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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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출판 - 작은 출판사를 꾸리면서 거지 되지 않는 법 날마다 시리즈
박지혜 지음 / 싱긋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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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인 출판을 꿈꾸는 사람, 편집자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 사람,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사람들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 ◡̈

학교를 다니며 출판편집 수업을 들은 적 있다. 두 해에 걸쳐 들은 수업에서 얻은 것은 '사람'의 중요성과 책에 대한 진심 어린 마음이었다. 편집자이자 시인이며 모 출판사의 대표인 선생님은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편집자의 역할, 자신이 기획하고자 하는 책의 방향성을 강조하셨다. 선생님은 무엇보다 책 만드는 일이 '사람이 하는 일'임을 잊지 말라고 하셨는데, 말 속에 책을 향한 사랑과 열정이 늘 묻어 있었다. 세 시간이 넘는 수업임에도 지루한 것은 없었고, 편집자에 대한 궁금증과 그것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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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출판>은 '싱긋'의 '날마다 시리즈' 중 한 권으로 출판, 그 중에서 '작은 출판사 운영'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대형 출판사에서 십 년 넘게 일한 저자는 책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도덕한 시스템에 반기를 들며 퇴사한 후, 출판사 '멀리깊이'의 대표가 된다(1인 출판사). 초기 자본금 1억에서 시작해 4종 10권의 책을 내기까지의 과정과 노력이 이 책 안에 모두 들어있다.

p.10 한 권의 책에는 한 개의 정교한 세계가 있다. 차례라는 지도를 통해 우리는 그 세계가 지닌 전체로서의 체계성을 확인할 수 있고, 문장을 따라가며 그 세계의 온갖 사물과 풍경, 정취를 경험할 수 있다. 종이라는 한계야말로 책이 지닌 가장 역동적인 가능성이다.

p.86 이 허무 끝에 도달한 목표가 저자에게도 의미 있는 책이 되게끔 해보자는 것이었다. 독자들이 흥미를 느낄만한 저자를 물색해, 그를 잘 연구하고 관찰해서 그의 인생 현재 지점에 꼭 필요한 책을 기획하는 것이다.

p.96 하지만 돈은 최선의 결과를 내는 동력까지는 되지 못한다. 언제나 '진짜'는 '진심'에서 구현된다. 돈은 교환의 수단이지, 가치 자체는 될 수 없기 때문이다.

p.147 책의 초반에 밝힌 대로, 내가 창업을 결심했던 가장 큰 동기 중 하나는 '내가 책을 만든다고 하면,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구나'를 깨달았던 일이다. (중략) 최악의 상황에서도 내가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기만 하다면, 언제든 기화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는 곳이 출판업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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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지 않고 사지 않는 시대에 어떤 책을 만들어야 할까. 나조차도 책을 읽기 전 sns를 먼저 둘러보는데, 편집자의 입장에서, 출판사 대표의 입장에서 이러한 모습은 어떻게 보일까. 저자는 결국 '좋은 책'을 기획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잘 팔리는 책이 아닌 독자가 찾는 책, 독자가 필요로 하고 그 자체로 이유가 있는 책 말이다. 아무리 마케팅에 많은 돈을 쓰고 영향력 있는 저자를 섭외하더라도 책이 좋지 않으면 그것들은 모두 쓸모가 없어진다. 그렇기에 저자는 기획에서부터 탄탄히, 찬찬히 할 것을 강조한다.

'날마다 출판'이라는 제목처럼 저자는 14년째 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그 중 10여 년은 대형 출판사에서, 2020년부터는 '멀리깊이'의 대표로서. 한 가지 일을 오래 한다는 것, 비슷한 듯 다른 일을 이어나간다는 것, 지치지 않고 스스로에게 의미 있는 일을 하고 그러한 일을 찾아낸다는 것. 이러한 점을 저자로부터 닮고 싶었다.

책과 가까이 지내며 꿈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소설가에서 독립 출판인을 지나 편집자까지 말이다(삼십 대 후반 쯤엔 독립서점을 운영하고 싶다). 그 사이에 '1인 출판사'를 꿈꾼 적도 있지만 그리 오래 가진 못했다. 이 책을 읽으며 오랜만에 출판사를 운영하는 것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다. 또한 편집자가 가져야 할 태도나 주의해야 할 점, 편집자로서의 고충 등도 알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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