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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출판 - 작은 출판사를 꾸리면서 거지 되지 않는 법 ㅣ 날마다 시리즈
박지혜 지음 / 싱긋 / 2021년 11월
평점 :
☑️ 1인 출판을 꿈꾸는 사람, 편집자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 사람,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사람들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 ◡̈
학교를 다니며 출판편집 수업을 들은 적 있다. 두 해에 걸쳐 들은 수업에서 얻은 것은 '사람'의 중요성과 책에 대한 진심 어린 마음이었다. 편집자이자 시인이며 모 출판사의 대표인 선생님은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편집자의 역할, 자신이 기획하고자 하는 책의 방향성을 강조하셨다. 선생님은 무엇보다 책 만드는 일이 '사람이 하는 일'임을 잊지 말라고 하셨는데, 말 속에 책을 향한 사랑과 열정이 늘 묻어 있었다. 세 시간이 넘는 수업임에도 지루한 것은 없었고, 편집자에 대한 궁금증과 그것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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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출판>은 '싱긋'의 '날마다 시리즈' 중 한 권으로 출판, 그 중에서 '작은 출판사 운영'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대형 출판사에서 십 년 넘게 일한 저자는 책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도덕한 시스템에 반기를 들며 퇴사한 후, 출판사 '멀리깊이'의 대표가 된다(1인 출판사). 초기 자본금 1억에서 시작해 4종 10권의 책을 내기까지의 과정과 노력이 이 책 안에 모두 들어있다.
p.10 한 권의 책에는 한 개의 정교한 세계가 있다. 차례라는 지도를 통해 우리는 그 세계가 지닌 전체로서의 체계성을 확인할 수 있고, 문장을 따라가며 그 세계의 온갖 사물과 풍경, 정취를 경험할 수 있다. 종이라는 한계야말로 책이 지닌 가장 역동적인 가능성이다.
p.86 이 허무 끝에 도달한 목표가 저자에게도 의미 있는 책이 되게끔 해보자는 것이었다. 독자들이 흥미를 느낄만한 저자를 물색해, 그를 잘 연구하고 관찰해서 그의 인생 현재 지점에 꼭 필요한 책을 기획하는 것이다.
p.96 하지만 돈은 최선의 결과를 내는 동력까지는 되지 못한다. 언제나 '진짜'는 '진심'에서 구현된다. 돈은 교환의 수단이지, 가치 자체는 될 수 없기 때문이다.
p.147 책의 초반에 밝힌 대로, 내가 창업을 결심했던 가장 큰 동기 중 하나는 '내가 책을 만든다고 하면,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구나'를 깨달았던 일이다. (중략) 최악의 상황에서도 내가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기만 하다면, 언제든 기화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는 곳이 출판업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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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지 않고 사지 않는 시대에 어떤 책을 만들어야 할까. 나조차도 책을 읽기 전 sns를 먼저 둘러보는데, 편집자의 입장에서, 출판사 대표의 입장에서 이러한 모습은 어떻게 보일까. 저자는 결국 '좋은 책'을 기획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잘 팔리는 책이 아닌 독자가 찾는 책, 독자가 필요로 하고 그 자체로 이유가 있는 책 말이다. 아무리 마케팅에 많은 돈을 쓰고 영향력 있는 저자를 섭외하더라도 책이 좋지 않으면 그것들은 모두 쓸모가 없어진다. 그렇기에 저자는 기획에서부터 탄탄히, 찬찬히 할 것을 강조한다.
'날마다 출판'이라는 제목처럼 저자는 14년째 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그 중 10여 년은 대형 출판사에서, 2020년부터는 '멀리깊이'의 대표로서. 한 가지 일을 오래 한다는 것, 비슷한 듯 다른 일을 이어나간다는 것, 지치지 않고 스스로에게 의미 있는 일을 하고 그러한 일을 찾아낸다는 것. 이러한 점을 저자로부터 닮고 싶었다.
책과 가까이 지내며 꿈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소설가에서 독립 출판인을 지나 편집자까지 말이다(삼십 대 후반 쯤엔 독립서점을 운영하고 싶다). 그 사이에 '1인 출판사'를 꿈꾼 적도 있지만 그리 오래 가진 못했다. 이 책을 읽으며 오랜만에 출판사를 운영하는 것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다. 또한 편집자가 가져야 할 태도나 주의해야 할 점, 편집자로서의 고충 등도 알 수 있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