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브리의 천재들 - 전 세계 1억 명의 마니아를 탄생시킨 스튜디오 지브리의 성공 비결
스즈키 도시오 지음, 이선희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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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리의 팬이자 지브리 작품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알고 싶은 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프로듀서이자 대표이사인 스즈키의 시선에서 바라본 지브리의 두 천재와 각종 시행착오들. 하나의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과 손이 필요한지 알 수 있게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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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안녕 - 박준 시 그림책
박준 지음, 김한나 그림 / 난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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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안녕이란 말 속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처음 만났을 때의 안녕, 헤어질 때의 안녕. 만남과 헤어짐, 그 사이에서 우리는 안녕하는 마음을 가진다.

_누군가를 좋아할 때, 누군가에게 말 걸고 싶을 때, 누군가를 위로하고 싶을 때, 그와 함께 밥 먹고 싶을 때, 이야기하고 싶을 때 우리는 그에게 '안녕'하고 말한다. 안녕, 이라는 말 속엔 상대를 향한 나의 관심과 애정이 묻어 있다.

_안녕, 안녕. 보내고 싶지 않을 것을 보내야 하는 순간이 있다. 아직 준비되지 않은 마음을 고이 접어 멀리멀리 흘려보내야 할 때가 있다. 내게 안녕을 말하는 그를 두고 나는 덩그러니 남겨져야 한다. '그리고 그리고 또 그리는' 그리움. 안녕이라는 말이 그리움을 두고 간다. 그렇기에 안녕과 그리움은 함께 있다.

_알라디너 티비에서 박준 시인은 '한 번도 보지 못한 것을 그리워하는 사람의 마음'과 '아는 것을 그리워 하는 마음'을 이야기했다. 전자엔 시인의 아버지 이야기가, 후자엔 시인이 어릴 적 함께 했던 강아지 단비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펭귄을 닮은 해오라기라는 철새와 제 밥을 뺏어 먹고 잠자는 저를 쪼아도 물지 않았던 강아지 단비. 시인은 안녕을 말하며 '관계에서 오는 죽음'이라 말했다.

_그림책은 아이들의 것이기에 쉽게 지나쳤던 순간이 많다. 글자보다 그림이 많고 어려운 말보다 쉬운 말이 많은 그림책. 하지만 그 속에 든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것이기에, 어른의 마음속엔 어린 소녀와 소녀가 여전히 자라기에 그림책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읽어야 한다.

_안녕, 안녕. 더 잘 해주지 못하고 먼저 보낸 아이들을 떠올리며 외친다. 안녕, 안녕. 곁에 남은 아이들을 쓰다듬으며 반갑게 하루를 맞이한다. 안녕이 남기고 간 그리움을 곱씹으며, 집사는 또 눈물을 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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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의 영화 언어
이상용 지음 / 난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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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감독이 보내온 영화라는 편지(p.46)

_대학교 2학년 여름방학에 영화를 찍었다. 8분가량의 단편 영화였고 지역 단편영화제에서 상영을 했었다. 약 두 달을 함께한 영화가 스크린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을 때, 부끄러움과 민망함이 나를 가득 채웠다. 그때 감독을 맡았던 친구는 여전히 영화를 찍고 있다. 책을 읽다 그 친구에게 이 책을 선물해주고 싶었는데, 누군가 찍어온 작품을 아주 깊게 분석한 책을 읽으면 친구의 영화가 더 깊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_이 책은 봉준호의 영화를 단순히 소개하거나 그의 영화적 기법을 소개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저자는 봉준호의 연출 방식과 촬영 기법, 또 자주 등장하는 배우와 인물들의 특징, 봉준호 영화의 궁극적인 목표와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까지 아주 세부적으로 설명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이데올로기의 문제가 나오기도 하고 헤테로토피아, 한나 아렌트가 주장한 악의 평범성과 같은 문제가 등장한다.

_가장 먼저 나온 개념은 ‘대타자’이다. 대타자는 ‘법, 윤리, 신처럼 어디서나 함께 있는 타자’다(p.43).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봉준호는 이러한 대타자를 관객으로 둔다. 그렇기에 <기생충>에서 기우의 편지는 아버지에게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보고 있는 관객에게 전해진다. 이러한 전달은 곧 환상으로 이어지는데, 그것은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 마음을 교환했다는 환상이다. 그렇기에 관객은 비판의 영역까지 나아갈 수 있게 된다.

_봉준호의 영화는 ‘이데올로기’를 추격한다. 그렇기에 ‘추격의 대상이 사라진 자리에 남는 것은 현실이거나 현실이 담긴 심연이다.(p.62)’ 일관 되게 비극적인 정서와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p.77) 봉준호는 그렇기에 이질적이고 중첩된 장소인 헤테로토피아의 공간을 빌려온다. <괴물> 속 한강이 그렇고 슈퍼 돼지 옥자가 뛰어다니는 강남 지하철역이 그렇다. 불안을 야기하는 곳, 혹은 “어제와 오늘”이 구별되지 않는 곳(p.155) 말이다.

_봉준호의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분석하며 저자는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을 가져온다. 저자는 ‘그들이 벌인 행위에 비해 인간 자체는 평범하다는 사실(p.93)’과 그것들을 둘러싸는 수많은 무지와 오인에 집중(p.94)한다. 결국 봉준호는 이러한 인물들을 통해 진정한 괴물, 즉 ‘말해도 듣지 않고, 보아도 보지 못하는 인간의 맹목성(p.95)’을 지적한다.

_누군가의 작품을 보고 깊게 탐독하는 일. 그 덕에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얕게나마 그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띠지에도 나와 있고 글에도 나와 있는 것처럼, 저자의 집요한 추격이 읽는 이를 흥미롭게 만든다. 현재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때 과거의 기억이나 경험을 떠올리곤 하는데, 문득 히치콕의 방식과 봉준호의 방식을 비교하는 대목에서 ‘기본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모든 것의 기본 혹은 시작. 물론 처음 시도한 그것이 마냥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현재의 일이나 문제가 잘 풀리지 않을 때, 혹은 그 방법을 알 수 없을 때, 걸음을 멈춰 뒤를 돌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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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빙하 같지만 그래서 좋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 - 소설가가 책상에서 하는 일
한은형 지음 / 이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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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빙하 같지만 그래서 좋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 (이봄, 한은형)

_소개가 인상적이었던 책. '시대의 그림자 속에 가린 여성들의 열망을 비추는 모임' 이 문장을 보는 순간, 그곳에 속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_소설가이자 이 책의 저자인 한은형은, 스물 네 권의 소설 속 여자 주인공들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 시선에 때론 동경이, 때론 공감이, 때론 연민이, 무엇보다 깊은 애정이 담겨 있다. 지금의 여성이자 인간 한은형이 보는 그때의 여성들. 그 속엔 그들만의 굳은 심지와 시대적 한계가 공존한다.

_<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속 베르테르는 사랑 때문에 죽은 거의 유일한 남자이다(p.30). 그가 사랑한 여자는 로테지만 베르테르와 달리 굉장히 흐린 캐릭터이다. 저자도 지적했듯 로테는 선명하지 않고 남은 건 베르테르의 광적인 사랑뿐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다 못해 고통과 죽음에 이르게 한 존재. 사랑은 짙으나 그것으로 인해 로테는 주변부를 맴돌기만 한다.

_<마담 보바리> 속 보바리 부인은 불을 보면 달려드는 나방처럼 사랑을 향해 온 몸을 던진다. 하지만 그 사랑은 '격 있는' 것이고 '디테일이 필요'하다. 그녀는 사랑을 지키기 위해 고리대금업자에게 손을 벌리기도 한다. 그녀에게 사랑은 무엇이었을까. 이 책을 읽는 내내 아쉬웠던 건, 내가 여기 소개된 책들을 모두 읽지 못했다는 것이다. 스물 네 권 중 내가 읽은 책은 몇 권 되지 않았고 그랬기에 저자의 소개만으로 그 인물을 상상하고 이해해야 하는 것이 아쉬웠다. 물론 그 덕에 읽고 싶은 책이 생기기도 했지만 좀 더 부지런하지 않았던 내게 아쉬움이 들었다.

_책을 읽으며 나는 저자에게 관심이 생겼다. 소설 속 여성 인물들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는 사람. 싫어하는 게 많은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좋아하는 것이 많다는 사람. 자신이 싫어하는 것들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만들어낸 그늘이라 말하는 사람. 그녀는 누구일까.

_고리타분하고 결혼만이 신분상승의 가장 빠른 길이었던 시대에 꿋꿋하게 자신만의 길을 걸은 여성들이 있다. 소설 속 여성들이 그랬고 우리가 모르는 많은 여성들이 그랬다. 어린 여성도 나이 많은 여성도, 모두 제 삶의 무엇을 지니고 있다. 저자는 그 무엇을 조용하지만 활발하게 탐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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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음성같이 옛 애인의 음성같이 - 김승희가 들려주는 우리들의 세계문학
김승희 지음 / 난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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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난다의 2021년 첫 책이자 내게도 처음인 책. 1992년에 쓰인 책을 복간한, 한 권의 책을 통해 52권의 책을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이다.

_세계문학은 지금까지도 많이 읽힌다. 나 역시 최근 들어 세계문학에 관심이 생겼다. 현재에 도래하는 문제를 과거엔 어떻게 풀어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어서. 지금의 문제가 비단 지금의 것만은 아닐테니 말이다. 수록된 52권의 세계문학 중 내가 읽은 건 열 권 남짓. 읽으면서 반가웠던 작품도 있었고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 작품도 있었다.

_사실 어찌 보면 모든 문학은 이런 유토피아성 때문에 현실과 타협하지 못하고 표류성을 숙명으로 삼아 떠도는 인간 군상의 도망 심리와 현상을 제재로 삼고 있는지도 모른다(p.146). (마크 트웨인 / 허클베리 핀의 모험)

_결국 현대인의 마음속에는 '달력에 나와 있지 않은 어느 날, 지도에 나와 있지 않은 어딘가에서, 문득 눈을 뜬 듯한 느낌, 이 충족을 원하는 탈주 욕망'이 아무도 못 말릴 정도로 강하게 있다는 사실을 이 작품은 보여준다(p.185). (아베코보 / 불타버린 지도)

_문학과 비문학적인 것의 차이를 나누기에 한 가지 기준점만이 존재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인간 본질 및 존재 이유에 대한 탐구야 말로 빠질 수 없는 무엇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유토피아, 그것은 어디에 있나. 꿈을 이루기 위해선 꿈을 상실해야 한다. 보다 더 나은, 지금보다 나은. 하지만 그것은 무엇이며 어디에 있나. 인간은 견딜 수 없어 한다(무엇을?). 그렇기에 도망치려 한다(어디로?). 물음에 대한 답을 모르기에 그것을 찾기 위해 떠난다. 표류성. 인간은 떠돈다. 정착지는 없다. 삶이 흐르는 한 멈춤이라는 게 있을리 없다.

_스포일러와 지침서의 경계에서, 내겐 지침에 더 가까웠던. 세계문학이라는 거대한 망망대해 앞에 멍하니 서 있는 내게 방향을 가르쳐주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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