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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나, 마들렌
박서련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7월
평점 :
#나나마들렌 #박서련 #한겨레출판
💟 추천 독자
가식 없는 솔직한 화법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
‘나’를 드러내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
단편소설을 좋아하는 사람
💟 한 줄 후기
다름의 경계를 지우고 ‘나’를 향해 나아가는 화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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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련 소설가의 『나, 나, 마들렌』은 좀비 아포칼립스, 트렌스젠더의 임신, 상실과 애도 등이 담긴 소설집이다. 마치 화자의 삶을 살아본 것 같은 그의 화법은 독자를 더욱 끌어당기고, 독자를 화자 가까이에 세워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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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7 야, 난 죽음에도 속도가 있다고 생각해.
문득 떠오른 그 말은 남편이 내게 한 것이었다.
늙고 병들어서 천천히 죽는 사람들이 있고 한 방에 탕 죽는 사람들이 있잖아.
남편은 손가락을 총구 삼아 내게 겨누면서 말했다.
넌 빨리 죽고 싶냐, 천천히 죽고 싶냐?
남편의 물음에 나는 전혀 상관없는 대답을 했다.
나한테 야, 라고 안 하면 안돼?
/ <오직 운전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p.87 네가 사랑하는 젤로는 너를 사랑해서 어른이 되어버렸어. / <젤로의 변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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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때로 어떤 기준을 두고 그것의 안과 밖, 경계를 나누지만, 어느 쪽에 서서 반대쪽을 바라보는지에 따라 경계의 바깥과 안은 서로 교차된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다양한 지면을 통해 발표한 박서련의 소설을 묶은 이 책은 모두 다른 이야기임에도 ‘나를, 마음을 숨기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나를 굳이 숨기지 않는 태도는 현실을 조금 벗어난 이야기와 작가가 가진 솔직한 화법을 통해 드러난다. 때로 화자는 차갑게 행동함으로써 제 마음을 숨기기도 하지만, 그 속에는 자기 자신을 이해하려는 뜨거운 마음이 존재한다.
작가는 여러 이야기를 통해 동성을 사랑하는 마음, 트렌스젠더의 임신 고민과 같은 경계 밖의 것(하지만 이것은 동시에 경계의 안이 되고, 이는 곧 경계의 무의미함으로 나아간다)을 이야기 한다. 담담하고도 대담한 화자들은 그것으로 ‘다름’을 지우고, 자기 자신이라는 고유함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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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가진 솔직함과 대담함, 다양하게 뻗어 나가는 상상력이 돋보이는 책. 박서련의 소설을 읽을 때면 화자를 떠올리게 되고 그가 내 곁에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누군가를 그것을 지워내려 하지만 결코 지워지지 않는 존재. 그래서 오래 남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