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피싱
나오미 크리처 지음, 신해경 옮김 / 허블 / 2021년 12월
평점 :
절판


☑️ AI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 소녀들의 뜨거운 동행에 함께 하고 싶은 사람,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잠시 잊는 사람들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 ◡̈

시간은 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으며 세계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 우리는 지금 이곳에 머무른다고 생각하지만 마음과 생각은 과거와 미래 혹은 새로운 세상에 가 있기도 하다.

온라인상의 세상은 현실에 존재하면서도 현실의 것과는 다른 성질을 가진다. 그렇기에 한 사람의 자아는 현실과 온라인상의 것으로 나뉘고 그것들은 또 한 번, 여러 번 쪼개진다. 무수한 쪼개짐 속에서 '나'는 진정한 나를 발견하고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마음은 또 한 번 자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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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미 크리처의 <캣피싱>은 AI에 관한 상상력이 묻어난 소설이자 인간과 AI가 가지는 윤리 문제, 십대 소녀들의 연대와 우정, 사랑을 그려내는 소설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온라인 세상보다 지금 여기에 집중하라고 하지만 현실에서 진정한 '나'를 보여주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온라인상에서 자아를 꾸며 드러내는 행위'인 캣피싱. 그건 과연 나쁜 일이기만 할까?

p.106 자신을 드러내고 나면 힘이 생기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진짜' 자신을 알아봐 주면 기분이 나아져. 그런 일은 진정한 우정과 관계의 열쇠가 되기도 해. 다들 캣넷에서 진정한 친구를 사귀는데, 그러려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 줄 수 있어야 하거든.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자신의 나약함을 받아들여야 하지.

p.116 채셔캣은 자기를 디지털 비서라고 하지 않았다. 채셔캣은 자신이 의식과 목적을 가진 디지털 인격이라고 주장했다.

p.367 결국 인간 대부분에게 윤리적 행위란, 다른 사람에게 애착을 느끼고 그들을 향한 보살핌과 관심에서 우러나오는 행동을 하는 거야. 나는 그렇게 할 수 있는 AI를 만들려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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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의 공존은 가깝지만 먼 미래이고 동시에 이미 시작된 지금이기도 하다. 작가는 AI에게 인격을 부여했고 인격을 가진 AI는 자신이 AI라는 것을 알며, 사건을 앞에 두고 스스로 판단을 내린다. 자신이 생각했을 때 옳다고 생각되는 방향으로 말이다.

로봇 혹은 AI에 대한 토론을 나눌 때면 윤리적 문제가 늘 등장한다. 누군가는 인간과 너무 닮은 로봇을 보고 불쾌한 감정(언캐니밸리)을 느끼기도 하고, 누군가는 로봇으로부터 지배 당하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나 역시 가끔은 로봇과의 우정을 떠올리곤 하는데, 나는 이것이 사람들이 로봇을 단지 로봇으로 보지 않고 이미 하나의 인격체로 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마치 열심히 기른 식물이 잎을 틔우거나 열매를 맺을 때 느끼는 감정처럼 혹은 다 죽어가던 고양이가 다시 씩씩하게 걸을 때처럼 말이다.

개발된 기술로 인해 나쁜 마음을 먹는 사람도 있고 쫓고 쫓기는 사람도 있지만, 각자가 가진 그늘을 터놓고 연대하는 소녀들이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결국 인간은 스스로를 알아주는 누군가를 만날 때, 또 그런 사람을 알아볼 때 비로소 내가 되는 게 아닐까 싶다. 동시에 좋아하는 것을 잊지 않는 마음을 안고 가는 것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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