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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나무 1 - 그림 문자로 풀어내는 사람의 오묘한 비밀 ㅣ 한자나무 1
랴오원하오 지음, 김락준 옮김 / 교유서가 / 2021년 9월
평점 :
누군가로부터 한자를 배운 건 중학생 때였다. 열다섯, 수요일마다 한자 수업이 있었다. 점심 시간 직후 있었던 수업에서 우리는 늘 시험을 쳤다. 선생님은 그날 배운 것을 다음 주까지 외워오라 하셨고, 나는 월요일 저녁부터 수요일 오전까지 지난 주에 배운 한자를 열심히 적어가며 외웠다. 선생님은 한자를 소개할 때 그 한자가 만들어진 과정을 설명해주시거나 반대되는 말을 가르쳐 주셨는데, 무언가를 연상하며 외우면 기억에 더 잘 남았다. 덕분에 나는 시험에서 늘 좋은 점수를 얻었고 그때 배운 한자 중 몇몇은 지금까지도 기억하고 있다(물론 잊은 게 더 많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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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나무>는 한자가 만들어진 과정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책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저자는 한자를 하나의 나무에 빗대어 설명하는데, 많은 한자에 공통으로 쓰이는, 가장 뿌리가 되는 것을 중심에 두고 그것들로부터 가지를 뻗어 나간다. 사람 인이 만들어진 과정과 그것으로부터 파생되는 한자들처럼 말이다. 보다 쉬운 설명과 한자를 연상시키는 그림, 갑골문, 금문, 전서도 함께 나와 있기에 한자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 혹은 한자가 막막한 사람, 한자를 몇 년 째 공부함에도 잘 외워지지 않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p.115 누운 사람은 어떻게 표현했을까? 많은 길짐승들은 잘 때 습관적으로 옆으로 누워서 자고, 깊은 잠에 빠지면 시체와 같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옆으로 누운 사람으로 시체나 누워서 쉬는 사람을 표현했다.
p.225 매울 신(辛)은 원래 죄인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나중에 참기 힘든 매운맛이라는 뜻이 생겼는데, 그도 그럴 것이 이 맛이 딱 죄인이 형벌을 받는 맛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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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형문자인 한자를 계속해서 파고 들면 하나의 그림이 나오고 사람이 나온다. 한 사람이 태어나 죽기까지의 과정이 보이고 그가 살았던 곳의 환경과 주변의 동식물이 보인다. 사람에서 시작해 사람으로 덧대어지는 글자, 그 속에 담긴 소통하고자 하는 마음. 자신이 속한 땅에서 글자를 얻기도 하고 자고 있는 동물에게서 발견하기도 하며 만들어진 한자들. 그렇기에 저자의 한자 연구는 단순한 언어 탐색 및 구분 혹은 구별에 그치지 않는다. 문자를 탐구한다는 것은 나를 포함한 무수한 타인을, 과거의 사람들을, 하나의 문명을, 세계를 탐구한다는 것이므로.
표지를 펼치면 커다랗게 자리한 한자 나무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수록된 '일러두기', 한자를 연상시키는 그림들. 펼치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 표지가 인상적이고 마음에 들었다. 난다의 '걸어본다' 시리즈가 생각나기도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