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는 왜 페미니스트가 되었을까? - 더 자유롭고 행복한 페미니즘을 위하여
이리아 마라뇬 지음, 김유경 옮김 / 북멘토(도서출판)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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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해.”, “올라가지 마.”, “옷 입어.” 식의 과보호는 여아가 어른이 되어도 습관처럼 남성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이런 고정관념은 남아가 여아의 묶은 머리를 잡아당기거나 치마를 들추는 장난을 치고서 “널 좋아해서 그랬어.”라고 말할 때부터 시작된다. 순간 공격을 당하거나 존중받지 못해도 그것이 사랑의 표현이 될 수 있다고 여기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남아는 여아를 좋아하지 않아도 그렇게 괴롭힌다. 이런 상황에서 여아에게는 그 행동을 허용하거나 용서하지 말라고 가르치고, 남아에게는 어떤 형태로든 그런 행동을 하지 말라고 단호하게 가르쳐야 한다. P.202


초등학교에 다닐 때 이런 남자애들이 반에서 절반 가까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치마를 들치며 '아스깨기'를 외치던 능글맞은 녀석들은 언제나 승자였고, 순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수치심에 떨던 우리들은 늘 약자였다. 심지어 똥집을 하거나 고학년 때는 몽아리진 가슴을 꼭 찌르고 낄낄대며 줄행랑을 치는 진짜 무식한 놈들도 꽤나 많이 있었지만, 화를 내거나 울어봐야 그 짖궂은 괴롭힘을 멈추게 할 방도는 없었다. 

그 당시 나를 몹시 못살게 굴던 녀석이 있었는데 둘 다 키가 작다 보니 자주 짝이 되곤 해서 학교생활이 무척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오빠에게 말해서 그 애를 혼내 주기까지 했지만, 그 녀석의 괴롭힘은 심해지면 심해졌지 졸업을 할 때까지 결코 끝나지 않았다. 이제와서 고백하건대 그 녀석은 정말 싫었지만, 공부 잘하고 인기 많은 남자아이들에게 이런 관심?도 못 받게 되면 어쩌나? 라는 고민을 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저 몹쓸 녀석이 스무살 무렵 반창회 때 마다 술 쳐드시고 그때 너를 좋아해서 그런거라고 미안하다 사과를 하는데 속으론 정말 짜증났었다는...그리고는 결혼 적령기?에 갑자기 프로포즈를 해서 "야! 너 미친거 아냐! 너는 내 스타일이 절대로 아냐!"라고 말해서 아주 통쾌하게 복수?를 했답니다 하하하)

그때는 그 누구도 그 행동을 허용하거나 용서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준 어른이 없었고 어떤 형태로든 그런 행동을 하지 말라고 단호하게 가르치는 선생님도 없었다. 세상이 엄청나게 바뀌었다고들 하지만 성희롱, 성폭력은 물론 연인끼리의 데이트 폭력 등 아직도 여전히 만연해 있는 남성에 의한 성범죄가 줄어들지 않은 걸 보면 남아들에게 하는 교육은 조선 시대에 머물러 있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드는 건 나만의 기우일까?

"널 사랑해서 그런 거야!" 라는 달콤한 말에 속아 폭력을 당하거나 존중받지 못해도 그것이 사랑의 표현이 될 수 있다고 여기게 되는 여성들이 하루빨리 현실을 자각하고 더는 고통받지 않기를 바란다.


*출판사 소개 글을 보고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올라서 주저리주저리 쓴 글이다. 이 책은 꼭 구매해서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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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을 넘은 아이 - 2019년 제25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일공일삼 51
김정민 지음, 이영환 그림 / 비룡소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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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남자와 여자로 나누고, 어느 동네에 사는 지로, 또 나이별로, 온가자 조건으로 편을 나누어 구분 짓습니다. 그러고는 우리 편이 아니면 배척하고 차별하며 싸우기도 합니다. 말은 거칠어지고 혐오를 담은 새로운 말들이 만들어집니다. 신분과 성별로 구분 짓고 차별하던 옛날과 지금의 상황이 제 눈에는 다르게 보이지 않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편을 가르지 않기를, 차별받지 않기를, 고통받지 않기를 바라며 글을 썼습니다. 아기를 살리기 위해 성별, 신분, 나이를 떠나 마음을 합쳤던 푸실이와 효진, 선비처럼 모든 사람들이 세상의 고통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 모아 함께 나아가길 바랍니다.
모든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주인공 푸실은 온갖 차별을 받아야만 했던 가장 비천한 신분을 지닌 집안의 맏딸이다. 유일한 아들인 남동생 귀손이의 목숨을 살린 값을 치르기 위해 어머니가 젖먹이 여동생을 나두고 부잣집에 젖어미로 가게 되면서 아버지도 나 몰라라 하는 이름도 없는 갓난아기의 목숨을 지키려는 푸실의 가슴 절절한 사투가 시작된다. 두 녀석을 내리 2년 동안 젖을 먹여 키워 그런지 책을 읽는 내내 아기가 젖을 빠는 모습이 아른아른했다.

푸실은 우연히 [여군자전]이라는 책을 주워 효진 아가씨를 통해 글을 깨우치며 '어찌 살 것입니까?'라는 책 속의 문장과 만나 힘을 얻게 된다. 현실은 매우 처참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힘차게 나아가는 푸실을 따라가며 왠지 모를 기시감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는데, 아마도 그건 까마득한 조선 시대나 지금이나, 그러니까 내가 딸로서, 여자로서의 살아온 삶의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느낌 때문이었을까? 학창 시절 친구들에게 '후남'이라고 불리곤 했으므로.

혹자는 '에이,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라고 몹시 어이없어할지도 모르겠지만, 세상은 모두에게 공평하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아픈 진실이다. 여전히 하루가 멀다 하고 데이트 폭력이나 가정 폭력으로 생명의 위협을 받는 여성들이 뉴스에 심심찮게 나오고 있으며 소수자이거나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가정에서나 사회에서 크고 작은 차별을 당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무수히 존재한다. 그런데도 '세상이 원래 그런 거지...'라며 타성에 젖은 우리에게 푸실이 씩씩하고 단호하게 말을 던진다.

"문이 막히면 담을 넘으면 되지 않습니까?"

아아! 나는 이 문장에서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동화책이 나를 울리다니! 아무래도 지금 그 어떤 담을 넘어야 할 시기이기 때문이라서였을까? 내가 넘어야 할 가장 힘든 담은 세상이 아니라 어쩌면 나 자신일 지도 모르겠다.
여성이 아니어도 그 누구든 닫힌 문 앞에서 절망을 느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 보시라. 어느새 눈물을 훔치며 담을 넘고 있는 자신을 발견 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니.물론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음)이라고 외치는 아이들이 읽으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다.

세상의 고통에 귀를 기울이고 모든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다정하고 따스한 작가의 말에 마음을 포개는 날이다. 

#담을넘은아이 #김정민글 #이영환그림 
#제5회황금도깨비수상작 #비룡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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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소년 나답게 청소년 소설
선안나 지음 / 답게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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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에 꼭 필요한 책이 아닐까 싶어요. 구매해서 읽었는데...소재와 주제는 묵직하고 무거웠지만, 내용은 흥미진진 아주 재밌었어요. 많은 분들이 함께 읽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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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소년 나답게 청소년 소설
선안나 지음 / 답게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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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슐린 분비 이상으로 당뇨병이 생기고, 교감신경이나 다른 체액 적 요인으로 고혈합이 생기지 않습니까? 그것처럼 도파민 같은 뇌의 신경 물질 분비 이상으로 조현병 증세가 나타나는 겁니다. 즉,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누구라도 걸릴 수 있는 병이라는 거죠.'
-<본문> 중에서

​문학이 현실의 복사는 아니지만, 그 사회를 반영하는 것도 사실이다. 조현병에 대한 편견과 혐오가 여전한 우리 사회에서, 재하는 앞으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답은 여전히 모르지만 일단 이야기를 꺼내놓는 게 작가의 몫이 아닐까 싶어 이 책을 썼다.
「작가의 말」중

이 소설은 화자가 둘이다. 조현병 걸린 형을 둔 인하와 꽤 어른스럽고 씩씩한 은수수가 다소 불편하고 묵직한 소재를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다양한 에피소드를 풀어놓으며 흥미진진하게 전개되어 간다.

책의 제목처럼 '위험한 소년'은 위태롭게 다가왔다. 조현병은 어릴 때 개나리꽃을 흔들며 학교 앞에 나타났던 개나리 총각처럼 좀 모자란 사람들의 이미지가 아니라, 매우 공격적이고 무서운 정신병자라는 이미지가 각인 되어있기 때문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인하와 은수수 보다는 올바르고 반듯해 보이지만 몰래 동구를 괴롭히며 교묘하게 갈등을 일으키는 '홍이든'이라는 아이가 마음에 걸렸다. 많은 것을 가졌으나 매우 비열하고 몹시 나쁜 어른을 축소해 놓은 캐릭터라서였을까? 조현병 환자보다 더 위험하고 나쁜 인간들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빛나는 조연이었지만, 아이라서 마음은 아팠다. 

매우 용감하고 다정하신 작가는 조현병 환자 공동체 '화안한 집'을 만들어 정신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분명 그들이 세상에서 없어져야 할 존재가 아니라 어떡하든 사람들과 연대하며 더불어 살아가야 할 존재들이라고 거듭 말하고 있다. 작가의 상상 속에서 만들어 낸 대안이 현실이 되는 날을 조심스레 희망해 본다. 하늘 아래 그 누구도 없어져야 하고 배제되어야 할 사람은 없기에. 

<위험한 소년>과의 특별한 만남은 우리가 알게 모르게 가지게 된 편견과 혐오로 인해 그 누군가와 그 누군가의 가족들이 얼마나 힘들고 아플지를 돌아보게 하는 결코 위험하지 않은 귀한 시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참 좋겠다. 부모가 먼저 읽고 자녀에게 건네 준다면 세상의 온도가 조금은 더 따스해지지 않을까?


#위험한소년 #선안나청소년소설 #도서출판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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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 - 소설은 어떻게 쓰여지는가
정유정.지승호 지음 / 은행나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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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7년의 밤>으로 이야기꾼으로 유명한 정유정을 만났다. 난 이이를 왜 이제야 만난 걸까? 고민할 새도 없이 책을 몹시 애정하는 그대가 읽고 건네준 <진이,지니>를 뻑뻑한 눈으로 밤을 새워 읽고 눈물을 흩뿌리며 이사 올 때마다 뒤죽박죽 진열되어 있던 책장에서 또 하나의 정유정을 허겁지겁 찾았다.

그녀의 이름을 널리 알리게 해 주었던 작품을 오랜 시간 처박아 놓은 것에 못내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나는 <내 심장을 향해 쏴라> 꺼내 들고 눈을 비벼가며 읽고 있었는데 누군가 벨을 누르는 소리에 나가보니 택배 기사님은 바람처럼 사라지고 이틀 전 '진이, 지니' 덕에 충동적으로 주문했던 <정유정,이야기를 이야기하다>가 선물처럼 내 품에 안겼다.

작가에겐 미안하지만, 주머니 사정상 중고로 주문했는데 다정한 셀러가 새 책 같은 말끔한 정유정과 함께 인스턴트 커피 세 봉지와 볼펜과 사인펜을 한 자루씩을 넣어 보냈다. 지금 내가 커피를 내릴 마음조차 없다는 것을 알지는 못했을 텐데...그저 얼굴도 모르는 그이가 고마워서 물을 끓이고 커피를 타서 마시며 느리게 느리게 정유정을 탐닉하고 있다. 

그녀의 등단을 향한 고단한 여정을 바라보며 '그럼 그렇지, 착한 남편의 외조가 있었구나...'라며 아주 인간적인 시샘도 났지만, 그녀가 타고난 이야기 꾼이었다기 보다는 피나는 노력이 있기에 지금이 있구나, 라는 생각에 더 무게가 실렸다. 나는 아직 멀었구나, 라는 자책보다는 몹시 지친 지금의 내게 위로가 된다고 우기며 그녀가 글 속에서 언급한 <스토리텔링 애니멀>을 중고로 날름 주문했다. 날이 좀 저물면 <이야기의 기원>도 득템하러 알라딘까지 좀머씨처럼 걷고 또 걸어가야겠다. 

#7년의밤 #내심장을쏴라 #진이,진이 #정유정,이야기를이야기하다 #은행나무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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