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 아파트 돈 안 되는 아파트 - 부동산 애널리스트가 알려주는
채상욱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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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뉴스테이 시대, 사야할 집 팔아야 할 집>의 저자 채상욱 위원님의 신간입니다. 업무하시면서 1년에 한 권씩 책을 내시다니 존경스럽네요.

제가 지금 직장에서 일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지식서비스에 대해서 비용을 지불하기 유난히 인색해하는 한국사회의 문화가 단기간에 바뀌지 않을 것 같다는 예상때문이었습니다.

만오천 원도 안되는 수업료로 현업 전문가의 꼭 필요한 내용을 정리한 간결한 컨설팅을 들을 수 있는 유익한 경험을 다른 분들도 많이 누리시도록 내용에 대한 정리나 인용은 생략하겠습니다.(시의성이 중요한 정보들이다보니)

저는 채위원님께서 제3장에서 분류한 기준 중 2-2그룹 아파트 소유자인데, 혼자서 장미빛 전망을 해보기도 했지만, 분석하신 내용이 객관적이고 타당해서 바로 수긍하게 되더군요.

아쉽게도 직장때문에 작년에 세종시 아파트도 분양받다보니 저는 앞으로 10년은 두 아파트 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갚느라 전혀 투자여력이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투자할 실탄이 충분해서 채위원님의 조언을 활용할 수 있는 눈밝은 독자분들이 부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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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생활의 발견
와타나베 쇼이치 지음, 김욱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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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본인 작가의 이런 책은 일요일 밤에 그냥 잠들기는 아쉽고, 묵직한 책을 새로 펴기엔 부담이 될 때 읽기 좋네요.

1967년도에 나온 책인데 저자 와타나베 쇼이치는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인인 필립 길버트 해머튼의 <지적생활>을 읽고 동시대의 현대인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체험을 담아 썼다고 합니다.

책을 좋아하긴 했지만 그동안 애서가는 아니었는데 요새 슬슬 서재를 갖고 싶어지네요. 그래서인지 개인 서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들이 가장 와닿았습니다. (2년 후 준공될 분양받은 아파트에 전세 안돌리고 바로 입주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큰 일입니다. ㅠ.ㅠ)

독서가들이 강조하는 조언들은 다들 비슷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좋은 책을 반복해서 읽는 것이나, 영감을 핑계대지 말고 일단 무조건 쓰라, 고독 속에서 작업해야 한다 등.

나만의 고전이 없다면 다양한 분야의 책을 아무리 많이 읽는다고 해도 진정한 독서가라고 할 수 없다는 일침이 특히 아프게 다가오더군요. 아이를 위한 공부방보다 부모의 서재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는 저자의 지적에도 동의하고요.

저자가 알려준 지적 생활의 전범이 될만한 선대 인물들 중에서 데이빗 흄과 월터 스콧이 인상깊었습니다. 저자는 흄의 삶을 통해서 지적생활을 위해 경제적 독립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서술하고 있습니다. 스코틀랜드에 가게 되면 아보츠포드에 있는 월터 스콧의 서재를 구경해보고 싶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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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지금까지 나는 유치원생부터 대학원생까지 수많은 학생들을 가르쳐왔다. 배움에 임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누군가를 속이지 않겠다는 원칙이 도덕적인 인성뿐만 아니라 학습능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깨닫게 되었고, 인생의 중요한 철칙으로 여기게 되었다.

45쪽

어떤 책이 읽고 싶어졌을 때 그 책이 곁에 없어 읽을 수 없다면 그것은 귀한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그 책을 구해서 읽으려고 했을 때는 이미 책에 대한 감흥이 사라져버리고 난 후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61쪽

필요한 참고문헌을 직접 갖고 있는 경우와 그것을 도서관이나 학교에서 빌려야 하는 경우 소요되는 시간의 차이는 엄청나게 크다.

98쪽

나는 시간 절약을 위해서라도 가능하면 도서관 등에서 책을 빌려 읽지 않고 사는 편이다. 빌린 책은 돌려주어야 하기 때문에 요점 내용을 노트에 적는 등 부득이하게 쓸데없는 작업을 해야 한다. 차라리 그 책을 사버리는 편이 결과적으로 시간을 절약하는 셈이다.

187쪽

테뉴어(tenure)는 본래 영국의 법률용어였는데, '윗사람으로부터 토지 등의 재산을 안정적으로 빌릴 수 있는 영구임대권리'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222쪽

흄이 외국생활을 하면서 보고 느낀 국제 정세에 대한 정치적, 경제적 의견은 친구인 애덤 스미스에세 큰 자극이 되었다. 애덤 스미스는 흄의 영향을 받아 글래스고 대학의 교수직을 버리고 귀족의 개인교수가 되어 파리로 갔고, 돌아온 후에도 대학에 복귀하지 않고 시골로 들어가 학문에만 힘썼다. 그렇게 해서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애덤 스미스의 불후의 명저 <국부론>이 탄생하게 되었던 것이다.

226쪽

"경제적 독립을 이룰 수 없다면 정신적 자유와 지성의 독립이 필요한 지적 생활을 유지할 수 없다." - 데이빗 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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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나 사이 - 흑인 아버지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타네하시 코츠 지음, 오숙은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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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보게된 이유는 산타크로체님의 폭력과 범죄에 관한 연재 포스팅을 보고 마이클 브라운 사건에 대한 대배심의 불기소 평결 사건등 Black lives matter 운동이 왜 일어나게 되었는지에관심이 생겨서 였습니다. 저자가 범죄로 악명높은 볼티모어시 출신이라는 점에도 호기심이 들었고요.
(http://santa_croce.blog.me/220346266257)

읽으면서 저자 타네하시 코츠가 결단력없고 소심하면서 쓸데 없이 사변적이라는 점, 그리고 주변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유복한 환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뭔가를 깨닫는 게 꼭 한 발짝씩 늦는다는 점에서 속터지더군요. 하워드 대학교재학 시절 역사학과 교수가 던진 질문들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못하고 선전선동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면서 한심해서 정말 --; 제 예전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맘이 불편했습니다.

아내의 직장때문에 뉴욕으로 이사하지 않았더라면 저자가 스스로 볼티모어시를 떠날 수 있었을까요? 여권을 만들어 외국을 여행해볼 수 있었을까요? 넓은 세상을 경험하지 못했더라면 계속 자기가 만든 반인종주의의 좁은 틀로만 세상을 바라봤을 것 같더군요. (역시 결혼을 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아마도 프린스 존스의 죽음에 대한 사색부분이 없었더라면 이 책의 가치는 절반 이하로 줄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다 읽고난 후에도 이 책이 과연 전미도서상을 수상할 정도인가 의문이 드네요. 2015년이라는 출간 시점의 특수성이 수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많이 투덜거렸네요. 미국 흑인의 삶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제 고향이 전라도다 보니 일주일에 두어 번씩은 페이스북 타임라인에서도 거리낌없이 전라도를 비하하는 글들을 보게 됩니다. 그런 글에 페친이 동조하는 걸 보면서 나도 저들이 말하는 부류에 해당하는지 자기 검열하는 처지라 자연스럽게 공감하는 부분들도 있었습니다.

특히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의 멘토였던 하버드 대학의 흑인 교수가 자기 집 문이 잠겨 뒷문으로 들어가려다가 이웃의 무단 침입 신고를 받고 출동한 크롤리 경사(백인)에게 체포된 사건에 대해 굳이 감정적으로 코멘트했던 이유를 이제야 알겠더군요. ㅎㅎ

자신의 시행착오들까지 자세히 알려주면서 미국에서 흑인으로 살아가면서 지는 핸디캡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식이 갖추길 바라는 삶의 방향성에 대해 애정을 담아 전달해 주는 나쁘지 않는 책이긴 합니다. 말콤 엑스에 대한 주석서 같은 느낌이라 말콤 엑스의 글을 찾아 읽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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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쪽

그 패거리 ,자신들의 공포를 분노로 뒤바꿔 버린 그 젊은 청년들이야말로 가장 큰 위험이었다. 그 패거리는 자기 동네 골목골목을 떠들썩하게 껄렁거리며 활보했어. 그렇게 떠들썩하게 껄렁거려야만 든든한 감정이나 힘을 조금이라도 더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야. 그 힘을 느끼기 위해, 자기 몸뚱이의 힘안에서 흥청대기 위해 그들은 남의 턱을 부서뜨리고, 얼굴을 짓밟고, 총을 쏘아 죽이곤 했지. 그리고 그들의 난폭한 흥청거림, 경악할 만한 행동은 그들의 이름을 널리 알려주었어. 명성이 만들어지고 잔혹 행위가 회자되는 거야.

60쪽

당신이 흑인이라면,당신은 감옥에서 태어난 거나 마찬가지입니다.(말콤 X)

113쪽

넌 흑인 소년이고,그러니 다른 소년들이 알 수 없는 방식으로 네 몸에 대해 책임져야 해. 실제로 너는 다른 검은 몸뚱이들이 저지른 최악의 행동들에 대해서, 어떻게든 항상 너에게로 돌려질 그런 행동들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하지. 그리고 힘을 가진 사람들의 몸뚱이에 대해서도 너는 책임을 져야 해. - 곤봉으로 너를 박살 내는 경찰은 너의 은밀한 동작을 보고 금세 구실을 찾아낼 거야. 그리고 이건 단지 너에게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야. 네 주변의 여자들은 네가 결코 알지 못할 방식으로 자신의 몸에 책임을 져야 하거든.

136쪽

Manhanttan이라는 지명은 <언덕이 많은 섬>이라는 뜻을 가진 델라웨어족의 말인 Manna-hata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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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일본인, 일본의 힘 - 선우정기자의 일본 리포트
선우정 지음 / 루비박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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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새 일본을 잘 못가니 일본에 대한 책이라도 읽고 싶더군요. 고 선우휘 주필의 아드님인 선우정 기자님이 도쿄 특파원 시절에 보고 경험한 일본에 대한 소회를 모은 책이었습니다. 존 다우어 교수의 <패배를 껴안고> 다음 처음 읽은 현대 일본에 대한 책이었습니다. 

이미 십년 전의 일본에 대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제가 잘 모르는 시기의 일본에 대한 관찰기라 도움이 되더군요.

존 다우어 교수가 주문했던 개인주의의 확립을 통한 근본적인 근대화와 정상국가화에 대해서 일본이 2006년 당시에도 나름 노력을 했지만 결국 '개인주의의 확립'에 대한 문제의식은 여전히 부족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공무원이 쥐고 있던 규제의 민간이양은 고이즈미 총리 이래로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우리나라는 반일 민족주의때문에 바로 옆에 있는 훌륭한 교보재인 일본의 사례를 냉철하게 연구하려는 시각이 부족한 것 같아 아쉽습니다. 결국 일본의 성공동력과 시행착오를 배우지 않으면 손해보는 건 우리 아닌가요?

미라이공업과 창업자 야마다 아키오씨에 대한 인터뷰와 취재내용들도 직원들의 충성도 확보로 고민하는 중소기업 경영자들에게 참고가 될 것 같네요. 다만,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자 하는 강박과 자기 일에 대한 일본 수준의 책임의식이 없이 그대로 따라할 수는 없겠죠.

예를 들어 아래에 책 159페이지에서 인용한 아이디어 제안 제도를 월간 상한건수 제한 없이 한국에 도입하면 제대로 운영이 될까요?

내용 중 일본이 도시개발정책을 관주도에서 민간주도로 - 즉 정부가 규제권한을 상당부분 포기하고나서 주요 대도시가 어떻게 변했는지가 제겐 가장 유용했습니다.

직접 봤던 롯본기 힐스,미드타운, 도쿄 미나토구 도요스의 맨션들과 쇼핑몰 라라포트등의 풍경을 보면 국토교통성이 아닌 미쓰이, 미쓰비시, 모리 등이 이룩해낸 부동산 개발 실적을 볼 수 있죠. 하다못해 민영화된 철도회사들이 개발한 나고야,후쿠오카,교토 등지의 민자역사만 해도 이름뿐인 역세권 개발법만 있는 우리나라와는 스케일이 다르니.

이런 내용을 보면 다음 도쿄 하계 올림픽을 통해 일본이 세계에 선보일 도쿄와 일본의 새로운 역동성을 선우휘 기자는 이미 10년 전에 알아봤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전에 트럼프 황상의 <거래의 기술>을 읽으면서 티파니 빌딩의 공중권(Air right) 거래부분을 보고 우리나라에서 인정하지 않는 물권 개념이라 재미있어 했는데 일본도 2000년 '공중권'을 물권으로 인정하여 대도시 중심부의 고층 건물을 장려하는 정책을 폈다니. 우리나라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일본의 교통에 대한 몇 가지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도 새롭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1917년 나카지마 비행기회사가 설립된 이래로 미쓰비시 중공업의 제로센등 세계적으로도 우수한 비행기 제조기술을 보유했던 일본이 나카지마비행기를 12개 사로, 미쓰비시중공업을 3개 사로 분사하고 '항공기금지령'까지 내려 항공기 제조와 연구를 금지하기까지 했었다네요.왜 시장성도 없는 YS-11과 MRJ 제트기에 높은 비용을 투자했는지 몰랐는데 정상국가화의 상징격이니 그럴법한 이유가 있더군요.

도시 주민들의 높은 대중교통분담률의 원인도 하나 더 알았습니다. 엄격한 차고지 증명제(+대도시의 높은 주차장 임대료)와 편리한 전철망,비싸고 엄격한 자동차 정기검사비용 정도만 알았는데 출퇴근 직원에 대한 교통비보조가 대중교통이용에 대한 강력한 인센티브가 되더군요. 그래도 책에서 예시한 시즈오카현 공무원이 자택에서 현청까지 신칸센으로 출퇴근하면서 월 30만엔을 교통비보조로 받게 해주는 건 좀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월급에 육박하는 교통비보조라니...

그리고 매번 일몰 때마다 문제가 되는 교특법 특별회계의 원류가 일본이었다는 사실, 이미 건설비용을 회수한 유료도로도 계속 이용료를 징수하는 유료도로법상의 근거가 1972년 다나카가 만든 요금풀제에서 나왔다는 사실도 재미있더군요. 

도로족들이 지탱해온 다나카주의와 국토균형성장론 vs 후쿠다 다케오(+후계자 고이즈미 준이치로)의 도쿄일극집중전략의 오랜 대결에 대해 간결하게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교특회계를 비롯해 19개의 특별회계와 57개의 기금이 있는 나라. 엄격한 수도권 산업입지총량 규제와 대학신설 금지제도와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열망이 대립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많더군요.

-----------

45쪽

일본의 가난엔 한국과 다른 아주 큰 특징이 있다. 초라하지만, 결코 더럽지 않다는 것이다. 일본의 가난은 왜 더럽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도쿄 '시타마치'골목길을 몇 차례 돌아보고 이유를 쉽게 알았다. 가난한 사람들이 가난한 동네를 부지런히 청소하기 때문이다.

84쪽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한국 유통업체는 여전히 대기업 생산자를 제압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한국에서 본격적인 '가격파괴'가 일어나지 않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159쪽

미라이공업은 늘 사원들에게 작은 아이디어를 쪽지로 모집한다.어떤 내용이라도 일단 500엔. 제품에 적용되면 최고 3만엔까지 준다.연간 9000건이 모인다.
"사원 아이디어를 일단 500엔에 사는 것이지. 원칙이 있어. 아이디어 내용을 보지 않고 일단 내면 500엔부터 지급하지. 그것도 현금으로."
-이유는?
"내용을 보면 열 받거든. 열 받으면 돈에 손이 가지 않을 테니까 눈을 질끈 감고 일단 주는 것이지.

217쪽

도쿄역 일대가 동서남북 사방에서 솟아난 고층빌딩에 포위된 것은 일본 정부가 2000년 '공중권'이란 생소한 개념을 수용하여 고층 건물을 장려하는 정책(특례용적률 적용규역 제도)을 폈기 때문이다. 

'공중권'이란 어떤 건물이 사용하지 않는 용적률(대지 면적에 대한 건물 연면적의 비율)을 남에게 팔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마루노우치 지역의 규정 용적률은 1300%. 2007년 4월 문을 연 '신마루비루'는 도쿄 역이 사용하지 앟는 용적률 500%를 사들여 자신의 용적률을 1800%까지 확대했다. 도쿄 역은 다시 용적률을 팔아 마련한 자금을, 일본 최대의 역세권 쇼핑몰인 '도쿄 스테이션 시티'를 건설하는 데 투입했다.

239쪽

21세기 일본에서 실시된 정부 개편의 본질은 부처를 줄여 단지 장관자리를 줄였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관료의 전횡을 견제하기 위해 민간인이 참여하는 강력한 법적 권력기구를 창설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도 이명박 정부의 '국가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처럼 기존 관료 조직과 별도로 민간의 의사를 반영하는 위원회가 있으나 법적인 권한이 없기에 정권 초기가 지나면 언제나 관료들의 견제로 인해 유명무실해지는 과정을 반복해 왔다.

이런 측면에서 2001년 정부 개편으로 단행된 대장성 해체와 경제재정자문회의 창설이야말로 일본의 개혁 방향을 보여주는 핵심 중의 핵심이 아닐까 한다.요새 일본을 잘 못가니 일본에 대한 책이라도 읽고 싶더군요. 고 선우휘 주필의 아드님인 선우정 기자님이 도쿄 특파원 시절에 보고 경험한 일본에 대한 소회를 모은 책이었습니다. 존 다우어 교수의 <패배를 껴안고> 다음 처음 읽은 현대 일본에 대한 책이었습니다. 


이미 십년 전의 일본에 대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제가 잘 모르는 시기의 일본에 대한 관찰기라 도움이 되더군요.

존 다우어 교수가 주문했던 개인주의의 확립을 통한 근본적인 근대화와 정상국가화에 대해서 일본이 2006년 당시에도 나름 노력을 했지만 결국 '개인주의의 확립'에 대한 문제의식은 여전히 부족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공무원이 쥐고 있던 규제의 민간이양은 고이즈미 총리 이래로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우리나라는 반일 민족주의때문에 바로 옆에 있는 훌륭한 교보재인 일본의 사례를 냉철하게 연구하려는 시각이 부족한 것 같아 아쉽습니다. 결국 일본의 성공동력과 시행착오를 배우지 않으면 손해보는 건 우리 아닌가요?

미라이공업과 창업자 야마다 아키오씨에 대한 인터뷰와 취재내용들도 직원들의 충성도 확보로 고민하는 중소기업 경영자들에게 참고가 될 것 같네요. 다만,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자 하는 강박과 자기 일에 대한 일본 수준의 책임의식이 없이 그대로 따라할 수는 없겠죠.

예를 들어 아래에 책 159페이지에서 인용한 아이디어 제안 제도를 월간 상한건수 제한 없이 한국에 도입하면 제대로 운영이 될까요?

내용 중 일본이 도시개발정책을 관주도에서 민간주도로 - 즉 정부가 규제권한을 상당부분 포기하고나서 주요 대도시가 어떻게 변했는지가 제겐 가장 유용했습니다.

직접 봤던 롯본기 힐스,미드타운, 도쿄 미나토구 도요스의 맨션들과 쇼핑몰 라라포트등의 풍경을 보면 국토교통성이 아닌 미쓰이, 미쓰비시, 모리 등이 이룩해낸 부동산 개발 실적을 볼 수 있죠. 하다못해 민영화된 철도회사들이 개발한 나고야,후쿠오카,교토 등지의 민자역사만 해도 이름뿐인 역세권 개발법만 있는 우리나라와는 스케일이 다르니.

이런 내용을 보면 다음 도쿄 하계 올림픽을 통해 일본이 세계에 선보일 도쿄와 일본의 새로운 역동성을 선우휘 기자는 이미 10년 전에 알아봤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전에 트럼프 황상의 <거래의 기술>을 읽으면서 티파니 빌딩의 공중권(Air right) 거래부분을 보고 우리나라에서 인정하지 않는 물권 개념이라 재미있어 했는데 일본도 2000년 '공중권'을 물권으로 인정하여 대도시 중심부의 고층 건물을 장려하는 정책을 폈다니. 우리나라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일본의 교통에 대한 몇 가지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도 새롭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1917년 나카지마 비행기회사가 설립된 이래로 미쓰비시 중공업의 제로센등 세계적으로도 우수한 비행기 제조기술을 보유했던 일본이 나카지마비행기를 12개 사로, 미쓰비시중공업을 3개 사로 분사하고 '항공기금지령'까지 내려 항공기 제조와 연구를 금지하기까지 했었다네요.왜 시장성도 없는 YS-11과 MRJ 제트기에 높은 비용을 투자했는지 몰랐는데 정상국가화의 상징격이니 그럴법한 이유가 있더군요.

도시 주민들의 높은 대중교통분담률의 원인도 하나 더 알았습니다. 엄격한 차고지 증명제(+대도시의 높은 주차장 임대료)와 편리한 전철망,비싸고 엄격한 자동차 정기검사비용 정도만 알았는데 출퇴근 직원에 대한 교통비보조가 대중교통이용에 대한 강력한 인센티브가 되더군요. 그래도 책에서 예시한 시즈오카현 공무원이 자택에서 현청까지 신칸센으로 출퇴근하면서 월 30만엔을 교통비보조로 받게 해주는 건 좀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월급에 육박하는 교통비보조라니...

그리고 매번 일몰 때마다 문제가 되는 교특법 특별회계의 원류가 일본이었다는 사실, 이미 건설비용을 회수한 유료도로도 계속 이용료를 징수하는 유료도로법상의 근거가 1972년 다나카가 만든 요금풀제에서 나왔다는 사실도 재미있더군요. 

도로족들이 지탱해온 다나카주의와 국토균형성장론 vs 후쿠다 다케오(+후계자 고이즈미 준이치로)의 도쿄일극집중전략의 오랜 대결에 대해 간결하게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교특회계를 비롯해 19개의 특별회계와 57개의 기금이 있는 나라. 엄격한 수도권 산업입지총량 규제와 대학신설 금지제도와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열망이 대립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많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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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쪽

일본의 가난엔 한국과 다른 아주 큰 특징이 있다. 초라하지만, 결코 더럽지 않다는 것이다. 일본의 가난은 왜 더럽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도쿄 '시타마치'골목길을 몇 차례 돌아보고 이유를 쉽게 알았다. 가난한 사람들이 가난한 동네를 부지런히 청소하기 때문이다.

84쪽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한국 유통업체는 여전히 대기업 생산자를 제압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한국에서 본격적인 '가격파괴'가 일어나지 않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159쪽

미라이공업은 늘 사원들에게 작은 아이디어를 쪽지로 모집한다.어떤 내용이라도 일단 500엔. 제품에 적용되면 최고 3만엔까지 준다.연간 9000건이 모인다.
"사원 아이디어를 일단 500엔에 사는 것이지. 원칙이 있어. 아이디어 내용을 보지 않고 일단 내면 500엔부터 지급하지. 그것도 현금으로."
-이유는?
"내용을 보면 열 받거든. 열 받으면 돈에 손이 가지 않을 테니까 눈을 질끈 감고 일단 주는 것이지.

217쪽

도쿄역 일대가 동서남북 사방에서 솟아난 고층빌딩에 포위된 것은 일본 정부가 2000년 '공중권'이란 생소한 개념을 수용하여 고층 건물을 장려하는 정책(특례용적률 적용규역 제도)을 폈기 때문이다. 

'공중권'이란 어떤 건물이 사용하지 않는 용적률(대지 면적에 대한 건물 연면적의 비율)을 남에게 팔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마루노우치 지역의 규정 용적률은 1300%. 2007년 4월 문을 연 '신마루비루'는 도쿄 역이 사용하지 앟는 용적률 500%를 사들여 자신의 용적률을 1800%까지 확대했다. 도쿄 역은 다시 용적률을 팔아 마련한 자금을, 일본 최대의 역세권 쇼핑몰인 '도쿄 스테이션 시티'를 건설하는 데 투입했다.

239쪽

21세기 일본에서 실시된 정부 개편의 본질은 부처를 줄여 단지 장관자리를 줄였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관료의 전횡을 견제하기 위해 민간인이 참여하는 강력한 법적 권력기구를 창설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도 이명박 정부의 '국가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처럼 기존 관료 조직과 별도로 민간의 의사를 반영하는 위원회가 있으나 법적인 권한이 없기에 정권 초기가 지나면 언제나 관료들의 견제로 인해 유명무실해지는 과정을 반복해 왔다.

이런 측면에서 2001년 정부 개편으로 단행된 대장성 해체와 경제재정자문회의 창설이야말로 일본의 개혁 방향을 보여주는 핵심 중의 핵심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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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돼지농장으로 출근한다 - 글로벌 금융전문가 이도헌의
이도헌 지음 / 스마트북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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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페친님들을 통해 추천받은 책입니다. 저자 이도헌님께서 ‘왜 잘 다니던 금융기관을 그만두고 돼지농장 대표가 되었는가?’라는 지인들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쓰게 되었다고 하시네요.

네 개의 파트로 나누어져 있는데 유식한 체나 남의 생각 인용 없이 오로지 본인의 경험과 고민을 담은 책이라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잘 읽힙니다. 책에서 사용한 단어들도 쉬운 말이고 중간중간 핵심내용들을 장표로 간결하게 정리한 부분도 좋았습니다. 대중교양서 글쓰기의 모범인 것 같아 본받고 싶네요.

작년에 읽었던 우치자와 준코씨의 <그녀는 왜 돼지 세 마리를 키워서 고기로 먹었나>가 일회적인 가정 내 양돈을 통해 생태주의 축산에 대한 체험수기였죠. 반면, 이 책은 국내에 5천 곳도 안되는 양돈농장의 운영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들과 고민들을 도시에 사는 소비자들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돼지사육에 대한 책을 두 권 읽은 사람이 흔하진 않겠지만 제가 일주일에 돼지고기를 먹는 끼니 수를 생각해보면 소비자로서 관심을 가지고 책 한 권쯤 찾아볼 필요는 있지 않나 싶습니다.

몇 년 전 스페인 자전거여행 때 날마다 한 끼는 하몽을 듬뿍 올린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으면서 나중에 나이들면 하몽만드는 기술 배워서 값싼 국산 돼지 뒷다리살의 부가가치를 올려봐도 좋겠다 싶었는데 이미 누가 하고 있겠죠? ㅎㅎ

홍성군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만해 한용운 선생의 고향, 국내에서 관측된 가장 높은 진도의 지진이 발생한 곳 정도 밖에 없었는데 2016년 6월 기준으로 돼지 54만두를 키우고 있는 국내 최대의 양돈지역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고요. (돼지고기 매니아라면 성지로 경배하셔야)

첫 파트인 <인생 후반전을 열다>에서는 금융 비즈니스의 유목민으로 살았던 저자가 새 출발을 위해 세운 세 가치 원칙과, 사업아이템을 선정할 때 고려해야할 요인들에 대해 공감하고 또 감탄하며 읽었네요. (직접 보시라고 구체적인 내용은 옮기지 않겠습니다.)

두 번째 파트 <돼지농장으로 출근하다>에서는 돼지농장 대표로서 장기적인 농장의 장기적인 경쟁우위 확보를 위한 고민과 시도들을 지켜보면서 왜 기존 양돈인들이 원가절감과 대형화로 치달을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 먹어보지 못했지만 호응이 좋다고 들었던 박찬일 쉐프님이 버크셔K 품종 돼지로 만든 돼지국밥집처럼 식당 종사자와 소비자들이 좋은 재료를 찾아야 농장에서도 이러한 수요를 노리는 경영전략을 짤 수 있겠죠. 시간이 걸리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도 일본과 같은 방향으로 갈 거라 봅니다. 축산농가에서 구제역 방역에 얼마나 노력을 기울이는지도 처음 알게 되었고요.

세 번째 파트 <경계인의 눈으로 본 농촌과 도시의 삶>은 책 제목에서 기대하지 못했던 내용들이었습니다. 저도 어린 시절 면단위 시골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는지라 저와 반대로 전세계 유수의 대도시에서만 살다가 충남 홍성군 결성면으로 옮기신 입장을 들으니 반갑더군요.

1인당 온실가스 배출 세계 3위국의 도시민들이 누리는 편익의 대가가 이상기후로 돌아와 농촌에 입히는 타격에 대한 소회나 농촌생활을 경험한 세대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미디어마저 농촌에 관심을 두지 않아서 생기는 단절에 대한 내용, 대한민국헌법 제121조(경자유전)와 그 구체화법인 농지법에서 ‘농촌·농민과 대한민국 간의 약속과 합의’를 읽어낸 부분들도 인상 깊었습니다.

다만, OECD 최저수준인 식량자급률의 제고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고, 국산 돼지의 항생제 오남용 우려에 대한 항변은 일부 설득력이 있었지만 의구심이 다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축산물 위생관리법’과 ‘식품의약품검사법’에 따라 도축시 무작위로 잔류항생제 검사를 하고 있는 것 같지만 2016년 8월 농림식품부에서 발표한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 (2016-2020)>에서도 우리나라에서 사육하는 가축의 항생제 사용량과 내성률이 기준치 이내이긴 하나 선진국에 비해 높다고 인정하고 있으니까요.

마지막 파트 <지속가능한 상생의 길을 꿈꾸며>에서는 도시인들의 눈에서는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행동들이 농촌사회에서 계속 유지되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는 관찰과 바이오가스 발전소 사업제안 경험담이 인상깊었습니다. 매칭펀드 방식이 장점이 많긴 하지만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는 사업제안을 사실상 봉쇄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도 생각못했던 부분이었고요.

축산분뇨 발전 문제는 전부터 생태학쪽에서도 관심이 많은 것 같던데 아직 성공적인 모델이 없는지 몰랐습니다. 어릴 때 시골 외갓집 근처 백수십 마리를 키우던 돼지농장에서 나던 악취를 떠올려보면 이런 부분에 정부 R&D 투자가 절실히 필요한게 아닌가 싶네요. <똥이 자원이다>와 <똥도 자원이라니까>를 쓰셨던 인류학자 전경수 교수님도 생각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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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쪽

나에게 양돈업은 ‘메모리 반도체 산업’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반도체 산업의 성패는 수율, 웨이퍼 한 장에서 생산하는 반도체의 개수가 좌우한다. 수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첨단의 생산 시설과 현장 생산자의 세심한 노력이 중요하다.

46쪽

업계 분위기를 들어보니 의외로 도시에 나가 있는 자식들이 돌아와서 농장을 승계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았다. 괜찮은 사업이 아니라면 굳이 자식에게 물려주려 하지 않을 것이다.

162쪽

대한민국 농지법에 따르면 농지를 소유한 농부는 농사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농지에서 농사를 짓지 않으면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농지를 강제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릴 수도 있다. 평생 농사짓던 농부가 땅을 잃고 터전을 떠나 다른 생업으로 전환하여 잘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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