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 - 불완전한 과학에 대한 한 외과의사의 노트
아툴 가완디 지음, 김미화 옮김, 박재영 감수 / 동녘사이언스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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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원제는 <불확실성>이다. 


뭔가 내부고발자의 수기같은 느낌을 주는 번역판 제목과 달리 이 책은 환자로서 병원을 찾게 되는 대중들에게 의사를 기르는 시스템과 병원의 실제업무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미국의 의료라고 하면 <식코>식으로 의료시스템의 실패에 관한 이야기를 피상적으로 접하게 되는데 이런 책을 읽어보지 않고서 남의 나라 의료시스템에 대해 함부로 말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의사가 완벽한 존재도 아니고, 다양한 이들과의 협업으로 이루어지는 치료과정에서 불거지는 어려움, 기술발전으로 인한 치료법의 개선사례 등이 흥미롭다. 협업으로 따지면 항공회사, 타인의 삶을 좌우할 결정을 결국은 홀로 내려야 한다는 점에서 변호사업계에도 고스란히 통용될 것처럼 보이는 내용들도 많더라.


이 책을 읽고서 읽기 전보다 현대의학을 보다 신뢰하게 되었다. 조금 고루해보이지만 엄격한 위계와 도제식 지식전수를 강조하는 보수적 교육에 대한 시각 변화도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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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쪽

레지던트가 혼자 집도를 한다면 그 대상은 환자들 중에서 가장 힘없는 이들일 경우가 많다.

이는 의사 수련에서 참 난감한 진상이다. 법원 판결은 말할 것도 없고 전통윤리나 공공도덕의 측면에서도 최상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환자의 권리는 의사의 수련이라는 목적보다 분명 상위에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실습대상이 되는 것은 싫어하면서 숙련된 의사을 원한다. 하지만 만일 미래를 위해 누군가를 훈련시키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모두의 몫이다. 결국 학습은 소독방포 아래서, 마취 하에서, 때로는 암묵적으로 비밀리에 이루어진다. 이 딜레마는 비단 수련 중인 레지던트나 전임의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학습과정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오래 지속된다.


82쪽

의사들이 자신의 실수에 대해, 비록 환자들에게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의사들끼리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는 곳이 한 군데 있다. <Morbidity and Mortality Conference> 또는 간단히 "M&M컨퍼런스"라고 하는 것으로 미국의 거의 모든 수련병원에서 대개 매주 한 번씩 열린다. 이 제도가 존속될 수 있는 것은 빈번한 이의제기에도 불구하고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 증거개시(legal discovery)요구로부터 회의록을 보호하는 법이 아직 유효하기 때문이다. 외부인 방청을 금하고 비공개로 진행되는 이 회의에서 그들은 자신의 책임 아래 발생한 과실과 불의의 사고 및 사망 사례를 검토 비평하고, 책임소재를 가리고, 다음을 위해 개선책을 모색한다.


89쪽

과실을 범하는 것은 매도되어야 마땅한 일은 아니지만 다소간의 수치심은 따른다. 사실 M&M 정신은 역설적으로 보일 수 있다.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매우 미국적인 사고방식을 강력히 지지하지만, M&M 컨퍼런스의 존재 자체, 그것이 매주 스케쥴표에 빠지지 않고 들어간다는 사실 자체는 과실이 의학의 불가피한 일부분임을 인정하는 증거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96쪽

항공업계에서는 조종사의 경험이 매우 중요한데 경험을 쌓을 기회가 불충분하다는 것에 대한 대책으로 심각한 기기고장이나 기능불량을 직접 경험해볼 기회가 거의 없는 조종사들에게 매년 의무적으로 위기상황 시뮬레이션훈련을 받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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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블랙 스완 - 0.1%의 가능성이 모든 것을 바꾼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 차익종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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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책이라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수많은 투자분석가 중 한 명의 책이거니 하고 읽을 생각을 안했던 책.


팔로잉하는 페친을 통해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에 대해 알게 되어 샀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내가 세계를 보는 시각 중 상당부분을 배제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이런 책은 얼마만인지.


소소한 지식을 깨닫는 여느 책들의 즐거움이 동전 줍기와 같다면, 이 책처럼 내가 무엇을 못봤는지 알게 해주는 책은 눈을 하나 더 뜨게 해준 것처럼 압도적인 충족감을 준다.


이 책을 통해서 뭘 알게 되었다고 적다보면 너무 길어질 것 같은 책. <블랙 스완>에서 언급된 다른 책들과 저자의 다른 책들을 좀 더 읽어보고 내 생각을 정리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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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혼신의 힘 - 일본을 뒤흔든 16인의 풍운아
최석영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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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oon Lee님의 깨알 목록을 통해서 알게된 괜찮은 책. 오늘 점심으로 먹은 동네식당 포스팅까지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는 옆 나라 일본이지만 동시대를 기준으로 한 술술 읽히는 인물 열전은 귀하다. 역시 딴지스 출신의 필력. 제목보다는 '일본을 뒤흔든 16인의 풍운아'란 부제가 더 어울린다. 

최영의, 김일, 이시와라 간지, 안도 다다오, 세지마 류조와 같이 귀동냥해본 인물들도 있지만 태반이 내가 알고 있던 것들과 달라서 읽으면서 지루할 틈이 없었다. '한창우'씨에 대해서 알게된 것도 소득이고. 

'철의 삼각형'의 시스템을 고발한 이시이 고키와 < 불모지대>로 유명한 세지마 류조. 대비되는 이 두 일본인 모두 내 전·현직장과 관계가 있는 인물들이다.

유쾌하고 인상깊었던 카이타니 시노부의 야구&도박만화 원아웃 에 나오는 갈라이언스 구단주의 실제모델이 미디어의 제왕 와타나베 쓰네오였다는 사실, 그와 대비되는 인물인 오치아이 히로미쓰와 한화 김성근 감독의 닮은 꼴 비교 등 깨알같은 재미가 많다. 

75권쯤 보다가 지쳐서 결국은 손을 놔버린(108권까지 출간, 30년째 연재중) 가리야 데쓰의 맛의달인에서 지로의 아버지로 나오는 미식가 겸 요정주인 우미하라의 실제 모델 기타오지 로산진에 대해 알게된 것도 수확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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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국제항공법 - 개정판
김종복 지음 / 한국학술정보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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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재라서 할 수 없이 산 책.

 

저자는 대한항공 법무실장 출신의 항공대 항공법 비전임교수로서 대한항공과 관련된 무수한 사건사고들을 현업에서 체험한 산증인.

 

다만 책은 깊이가 얕고, 오탈자도 많아서 본인이 직접 쓴 책으로 보기는 무리가 있다. 게다가 요즘 시대에서 어디서나 쉽게 찾을 수 있는 법조문을 포함해서 책 두께를 굳이 늘릴 필요가 있나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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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사과
기무라 아키노리, 이시카와 다쿠지 지음, 이영미 옮김, NHK '프로페셔널-프로의 방식' / 김영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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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라 아키노리라는 아오모리현의 사과농부가 <자연농업>의 감화를 받아 과수원에 농약을 끊은지 10년여만에 열매를 맺은 이야기...

 

수 미터가 아닌 이십미터 깊이로 뿌리를 내린 사과나무밭을 일군 기무라의 불굴의 의지와 집념 그리고 그 끝에서 보여준 인간과 자연에 대한 오래된 깨달음에 감동했다. 일본에서 어떻게 그런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는지 충분히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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