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8일 남장체험 - 남자로 지낸 여성 저널리스트의 기록
노라 빈센트 지음, 공경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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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주 재미있게 읽었던 로이 바우마이스터의 <소모되는 남자>에서 여러 번 언급되었던 <Self-made Man>이 무려 10년 전에 번역되서 나왔다는 걸 명묵님 덕분에 알았습니다. 중고서점에서 상태 좋은 걸 저렴하게 득템해와서 3월 8일 '여성의 날'에 다 읽었습니다.

원제의 느낌을 살려 번역하기가 어려워서 <548일 남장체험>이라고 제목을 붙인 것 같습니다. 번역판 표지의 부제 그대로 노라 빈센트라는 LA타임스 칼럼니스트가 남자로 생활해본 기록이죠.

서두부터 제대로 남자역할을 하기 위해 근력을 키우고, 발성법을 지도받으며, 수염에 가짜 페니스까지 붙인 철두철미한 노력이 흥미를 불러일으켰습니다.

남성들의 성욕을 탐구하기 위해 선택한 참여관찰 방법들도 기발했고요. (책 읽으실 분들의 재미를 남겨두기 위해 구체적으로 알려드리지 않겠습니다. ㅎㅎ) 대다수의 남자들이 마음에 드는 여자에게 호감을 표현하면서 상대방의 의구심을 없애는데 얼마나 힘든 과정을 겪는지 공감하는 부분에선 빵 터졌어요.

노라 빈센트는 548일간의 경험을 통해 천형(天刑)과 같은 성욕과 문화가 강요하는 남성다움이라는 형틀에 눌리는 괴로움을 이해하게 된 과정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비판하는 입장에서는 노라가 느꼈던 그 ‘괴로움’이 어쩌면 성정체성장애(gender identify disorder) 케이스처럼 자신의 성정체성에 맞지 않은 생활을 계속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발생한 스트레스를 남성들의 고통으로 오해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전 이 책을 읽고 나니 일베에서 김치녀나 삼일한 운운하는 남자들의 심리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더군요. 좋아하는 이성으로부터 거절당한 경험에 소금을 뿌리는 역할을 하는 고통스러운 성욕. 매일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는 프로메테우스가 고통에 못 이겨 발광을 하며 욕설을 하는 상황이 떠올랐거든요.

<남자의 종말>과 <소모되는 남자>와 함께 읽으면 좋습니다. 이제 리바케 솔닛의 <맨스플레인>만 읽고 젠더 문제를 다룬 책들은 좀 쉬어야 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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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쪽

우리는 흔히 남자가 여자를 대상화함으로써 성적인 권력을 휘두른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관찰한 남자들은 자신들의 근본적인 욕망 때문에 오히려 고통스러워했다.

156쪽

남성들에게는 여성이 큰 힘을 발휘한다. 남자를 흥분시킬 뿐 아니라 가치, 자기존중감, 의미를 부여한다. 경험을 통해 나는 극단적인 남자들이 여자에게 왜 폭력을 휘두를까라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그들이 가진 것은 폭력뿐이고, 그들이 권력을 휘두르는 여성들보다 나은 게 폭력뿐이라서 그러는 것은 아닐까. 폭력을 두둔하는 것은 아니다. 그럴 뜻은 전혀 없다. 하지만 남자로서 이런 마음과 가능성을 알게 되었다. 나야 그러지 않았지만, 버림받은 남자의 마음 속에서는 거부당한 것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왜곡된다는 것을 알았다.

320쪽

문화는 남자가 완전한 인간이 되도록 허용하지 않는다. 배운 대로 남자다운 태도를 취해야 한다. 세상이 기대하는 모습이 되어야 한다. 이 검열에서는 나약한 남자로 인식되는 것이 최악의 평가이다.

322쪽

나는 그 밑바닥도 보았다. 수치스런 성욕이 사람을 얼마나 저속하고 집요하게 만드는지, 끝없는 여자 생각이 얼마나 사람을 비인간적으로 만드는지 보았다. (중략) 남성성을 발휘하라는 기대를 받을 때 성욕은 더 저급해진다. 그 기대는 욕설과 허세로 욕구와 불안을 덮으라고 선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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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의 경제학 - 극빈국 10억 인구의 위기
폴 콜리어, 류현 / 살림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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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콜리어 옥스퍼드대 아프리카 경제연구센터 소장님의 책입니다번역된 책이 여러 권이던데 전 이 <빈곤의 경제학(원제:The Bottom Billion)>이 처음입니다.

 

아프리카 경제학에 대해서는 폴 케네디가 <21세기 준비>에서 1962년 당시 1인당 GNP가 62달러 수준으로 비슷했던 가나와 한국을 비교한 것처럼 성공한 국가들을 돋보이게 하는 외모몰아주기 병풍 정도로만 접해봤습니다우석훈씨의 책에서 잠재성 높은 미답의 분야고자신이 정말 하고 싶었지만 현실적인 연구여건상 택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던 정도만 기억에 있었죠.

 

폴 콜리어 교수는 책날개의 설명처럼 약 50여 개의 실패한 국가들에 거주하는 밑바닥 10억 인구가 직면하고 있는 빈곤 문제의 현실과 원인그리고 기존 선진국 원조시스템이 실패한 이유를 다루고제프리 삭스가 <빈곤의 종말>에서 다룬 접근법과 다른 자신의 접근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국가들을 따라잡기는커녕 뒤처지고 와해되어가는 실패한 국가의 원인을 분쟁의 덫’, ‘천연자원의 덫’, ‘나쁜 이웃을 둔 내륙국의 덫’, ‘작은 나라의 나쁜 통치의 덫으로 분석한 부분이 인상깊어 꼼꼼히 읽었습니다조 스터드웰이 <아시아의 힘>에서 성공사례로 제시한 한국과 대만의 사례와 대조하며 읽으면 도움이 됩니다.

 

교양서인 이 책에는 단 하나의 그래프나 표도 등장하지 않지만 폴 콜리어 교수의 연구는 철저히 정량적인 분석을 하고 있고자신의 모형에 들어간 가정과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오차들에 대해서 충분히 서술하고 있는 점도 인상 깊더군요.

 

좌파와 우파의 원조에 대한 관념을 넘어 폴 콜리어 교수가 말한 개발 원조의 개념도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성공적인 원조로 마셜플랜과 대만과 한국에 대한 원조이스라엘 원조를 꼽아봤을 때 유럽은 이미 근대화에 성공한 경험이 있었던 지역이고이스라엘도 구미 이민자들이 건국한 국가였기 때문에 1945년 이후 독립한 개발도상국 중에 성공한 원조인 대만과 한국에 대한 원조 사례가 개발 원조의 모범이라고 할 수 있더군요.

 

다자간투자협정(MAI)를 묘사하며 개도국을 착취하는 악의 사슬처럼 묘사하며 반대했던 선진국의 NGO들에 대한 통렬한 비판도 감탄한 부분이었고요당시 저도 NGO쪽 주장이 맞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나네요입학하자마자 <티셔츠경제학>을 읽었어야 했는데.

 

영국의 <크리스천에이드>가 엉터리 논문까지 동원해가며 세계화 반대를 외치며 밑바닥 10억을 구제할 자유무역에 빗장을 걸고자 했던 사례에서는 뭐라 할 말이 없더군요.

 

폴 콜리어 교수는 밑바닥 10억을 구제할 다양한 수단을 제시하고 있으면서도 아마 앞으로 20년 후에도 그들이 성장의 대열에 동참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리더가 사라진 세계에서 분야별 국제기구의 역량에 한계가 있으니까요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밑바닥 10억의 현상황이 타개되길 바라는 의지를 담은 조언들에 감동했습니다. (비록 다 이해는 못했지만요.)

 

이 책을 읽으니 낭만적인 세계화 반대자들과 제3세계의 부패한 정치인 카르텔들이 손을 잡고 밑바닥 10억을 낭떠러지도 밀어내는 보호무역주의에 대해 도저히 찬성할 수가 없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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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우리가 주의 깊게 고찰해야 하는 것은 밑바닥 국가들의 경제 성장 실패이며그것을 극복하는 것이 개발의 핵심 과제가 되어야 한다. (중략일반적으로 한 국가의 경제 성장은 일반 국민들에게까지 이득을 가져다 준다.

 

108

 

독재 체제가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국가들은 거의 단일 민족으로 이루어진 국가들뿐이다.

 

202

 

좌파는 원조를 과거 식민주의에 대한 일종의 역사적 보상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중략이런 시각에서 밑바닥 국가들은 그저 희생자들일 뿐이다. (중략반대로 우파는 원조를 밑바닥 국가들이 선진국들을 향해 손을 벌리는 일종의 구걸행위 정도로 간주하는 것 같다. (중략이런 두 가지 입장 사이에는 개발 원조라고 하는 원조를 조금 더 건설적인 입장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중략개발 원조는 밑바닥 국가들이 조금 더 빨리 경제 성장을 달성할 수 있도록 돕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248

 

밑바닥 국가들에게 있어 1차 상품 위주에서 벗어난 수출 다변화는 중국과 인도의 부상에 따라 더욱 어려워졌다반면자본 도피는 글로벌 금융 통합으로 인해 더욱 수월해졌다해외 이주는 밑바닥 국가들 내부에서 빈부 격차가 계속 벌어짐에 따라 더욱 매력적인 것이 되었고특히 밑바닥 국가들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이 모여 사는 디아스포라들이 서구에 형성되면서 더욱 쉬워졌다.

 

303

 

선거는 누가 집권할지 결정하지만 권력이 어떻게 사용될지 결정하지는 않는다선거 제도의 도입과 견제 및 균형의 원리가 도입되는 시차 때문에 갓 도입된 민주주의는 선거 경쟁을 별다른 역제 수단 없이즉 견제와 균형의 원리 없이 치러야 하는 국면을 필히 거칠 수밖에 없다.

 

336

 

공정 무역 캠페인에 어떤 해악이 숨어 있는 것은 분명 아니다그러나 이와 다른 방식으로 밑바닥 국민들에게 원조를 제공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의 문제는 이 것이 수혜자드을 현재 하고 있는 일예를 들어 커피를 생산하는 일에 그대로 묶어 두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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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나지 않음, 형사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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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외국작가가 쓴 요즘 나오는 추리소설들은 영미권과 일본, 그리고 몇년 전부터 유행한 요 네스뵈 등의 몇몇 북유럽 작가들뿐인줄 알았죠. 예전 페친님을 통해 찬호께이를 소개받아 작년에 <13.67>을 읽고서야 홍콩 추리소설(대만출신이긴 하지만)도 있다는 걸 알았네요.

<13.67>은 추리소설로서의 완성도도 높으면서 반 세기 동안의 홍콩 현대사에 대한 비유가 담겨 있었기 때문에 더 감탄했던 것 같네요. 저는 추리소설을 많이 읽을 편이 아니지만 전형적인 사건과 인물에서 시작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시간구성과 기억이라는 장치를 조작해서 전혀 예상못했던 결말을 이끌어 내는 솜씨에 감탄했었죠.

운좋게 중고로 구한 이 책은 <13.67>이 국내에서 히트를 친 후인 작년에 번역된 작품이지만 <13.67>보다 더 이른 2011년에 출간된 작품이라고 합니다. 작고한 데이빗 보위의 곡에서 따온 원제보다 번역본의 제목이 내용을 이해하기는 쉬운 것 같네요.

찬호께이는 이 작품을 쓸 때 이미 이미 작가로서 원숙한 경지에 올랐더군요. 미세하게 <13.67>이 좀 더 좋다고 생각되지만 역사를 좋아하는 취향탓인 듯 합니다. 이 책에서 전 린젠성이 도주 중에 발생시킨 교통사고에 대한 설정 외에는 허술하다거나 무리해보이는 부분은 없다고 느꼈습니다. 세상엔 천재들이 참 많아요 ㅎㅎ

찬호께이가 one hit wonder가 아니란 사실을 확인해서 기쁘고, 앞으로 그의 다른 작품들도 번역되서 나왔으면 좋겠네요. 추리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자신있게 권해봅니다. 특히 홍콩을 한 번이라도 다녀오신 분이라면 더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듯 싶네요.
(전 작품의 주 배경이 예전에 2주간 머물렀던 홍콩대 주변의 센트럴이라 더 몰입해서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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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 - 물고기 박사 황선도의 열두 달 우리 바다 물고기 이야기
황선도 지음 / 부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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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고등어 연구로 학위를 받으시고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에서 일하고 계시는 황선도 박사님께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먹는 16종의 물고기들에 대해 일년 열두 달 월 별로 소개한 책입니다.

생선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없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글들이라 '입질의 추억'과 같은 블로그처럼 깊이 파고들진 않더군요. 생선 명칭의 어원과 효능에 대해서도 검증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내용들을 설명하고 있어 마이너스였습니다.

그냥 자주 생선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얻는 정도로 무난한 정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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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쪽

명태는 단일 어종으로는 세계에서 어획량이 가장 많은 어류이다. 1980년대 중반 전 세계 어획량이 600만 톤을 넘었다. 그러나 근래에는 400만 톤 수준에 머물러 있다.

93쪽

단단한 뼈를 가진 경골어류는 머리, 엄밀하게 말하면 귀 속에 이석을 가지고 있다. 이석은 칼슘과 단백질이 주성분으로 이루어진 뼈 같은 물체로 몸의 균형을 감지하는 평형기관 구실을 한다. 이 이석을 쪼개거나 갈아서 단면을 보면 나무의 나이테 같은 무늬가 있어 나이를 알아낼 수 있다.

121쪽

(넙치) 횟감으로는 너무 큰 것보다 2~3kg 정도인 것이 적당하며, 표면이 매끄럽고 살이 투명하며 흰색이어야 신선하다. 측편형인 넙치는 보기와 달리 총무게에 비해 포로 떠지는 살이 방추형인 우럭보다 더 많아 경제적이다. 회를 치고 남은 뼈는 매운탕보다는 싱건탕으로 먹길 권한다. 이 때 미역을 넣어 보시라. (넙치미역국 정말 굿~!)

176쪽

실제로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전어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다른 영양분은 계절에 따라 별 차이가 없으나 가을이면 유독 지방 성분이 최고 3배 정도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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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투 치는 고양이
이화경 지음 / 뿔(웅진)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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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책 읽을 시간 확보하기가 쉽지 않네요. 지난 한 달 동안 논픽션만 줄창 읽어서 그런지 소설이 끌리더군요. 긴 호흡으로 읽을 여유가 없어서 단편집을 찾았고요. 

이화경선생님의 아홉 편의 단편소설들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작품마다 다양한 연령대의 남녀들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셔서 중간에 같은 작가가 맞나 의아하기도 했습니다. 마치 노련한 무사가 창, 검, 도, 곤, 권으로 십팔반무예를 구사하는 모습을 보는 느낌이었죠. 

단편들을 넘겨가면서 제가 좋아하는 김애란, 천명관, 박민규, 김연수, 최인석씨의 소설들에 대한 기억들이 스쳐가네요. 입담이 좋으시고, 소재에 대해서 공들여 관찰하고 느낌이라 겹쳐보였던 것 같습니다. 

아홉 편 중 특히 <화투 치는 고양이>, <초식>, <不聽 竟欲之 受笞一百而去>, <산딸기며 오디며 개암 열매며,>가 제 취향에 와닿았습니다. <에어 베드>의 마지막 문장도 정말 찡했고요. 

<화투치는 고양이>는 저도 어릴 적 조회 때마다 시키던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도 몰랐고, 받침도 많고 발음이 꼬이기 십상이었던 기억도 나고, 시골에서는 애가 야뇨증이 있거나 소심하거나 하면 두꺼비, 오리피나 닭피 등 별걸 다 먹이고 했던 걸 봤던 지라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다만, 제가 민화투 룰 밖에 몰라서 할아버지 이야기 중에 이해를 못하는 부분들이 아쉽더라구요. 

<초식>은 도축장 도부의 손길을 기다리는 소의 모습과 지극히 무감정인 작업절차들을 작품 속 인물들의 인생경로와 대비하면서 읽게 되더군요. 제 몸도 스무 살 때 다 크고 나서는 먹고 싸고 있을 뿐이네요. 이 말많고 타이핑만 많이 하는 덩치 큰 생물은 해체하면 막말곱창과 무지힘줄, 욕심살만 나오니 해체하는 것도 돈낭비죠. 소돼지는 해체하면 버릴 게 없는데. 도부의 작업 절차에 대한 묘사가 생생한 것도 좋았습니다. 

<불청 경욕지 수태일백이거>는 제목을 한자로 써야 맛이 나네요. 두 시공간의 이야기가 겹쳐있는데 '스무 살'이 상란을 사랑하면서 얻게 된 득의회심에 대한 열변이 자못 설득력이 있었고, 그 일갈에 대한 향좨주의 태형 일백대 요법이 배앓이에 약손처럼 그럴법 하더군요. 태형은 회초리 정도의 도구를 썼다니 곤장처럼 석 대를 맞아도 살점이 찢어지는 것처럼 고통스럽진 않았겠지만 그냥 그렇게 좋다는데 감사합니다 하고 예뻐해주지 뭘 그리 튕겼는지 --;

<산딸기며 오디며 개암 열매며,> 부모들의 그런 사랑놀음을 봤으면 이럴 법 하네요. 병식이의 장례식장에 먼저 갔다가 그녀와 만났더라면 다른 선택을 했을 수도 있었을까 싶더군요. 뜬금없는 이야기지만 시골출신이 아니면 '개암'이 뭔지 모를 수도. 도토리랑 밤을 섞어놓은 모양인데 개암이 바로 '헤이즐넛'이라네요. 헤이즐넛 커피향은 절대 안나더라구요. 혹부리 영감처럼 개암열매를 섣불리 이로 깨물어 까먹으면 치과 신세를 져야할 수 있으니 조심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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