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 - 숲과 평원과 사막을 걸으며 고통에서 치유로 향해 간 55년의 여정
배리 로페즈 지음, 이승민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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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책들이 있다. 읽고 나면 쓰고 싶은 말들과 생각이 가득해서 얼른 뭐라도 남겨야지 하는 책들. 그런 책들은 읽을 때부터 리뷰를 꼭 남기고 싶다는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하지만 사실 너무 많은 말들이 들어차게 만드는 책들은 그래서 더더욱 리뷰를 쓰기 어렵다. 쓰기 전까지 내 속에서 어떤 말들을 써야 할까 어떻게 써야 할까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들고, 그런 말들이 다행히 정리가 되면 쓰는 건 순식간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조차도 시간이 지나면서 처음의 간절했던 마음은 정리가 안돼 흐지부지 되기도 하고 결국 쓰지 못하고 마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오히려 생각의 갈래가 너무 많아서 방해를 받게 되는? 그런 책들. 지나고 생각해봐도 안타깝지만 그땐 이미 글을 쓸 동력을 잃은 셈이 되어 다시 그때의 진심을 끌어오기란 쉽지 않다. 배리 로페즈의 이 책 <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를 읽으면서도 많은 생각이 끊임없이 떠올랐고 특히 이 책의 제목과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가장 중요한 '하늘 한 조각'에 실린 내용은 책을 다 읽을 때까지도 뇌리에서 떠나지 않아 계속 책을 읽어나가기 힘들었다. 이 부분을 읽고 나서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기 힘이 들어 잠시 쉬기도 했지만 중간에 그만 둘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결코 잊으려야 잊을 수 없고 절대 잊혀지지 않는 트라우마, 혹은 상처와 고통에 대해서..... 결혼 전에 다녔던 회사는 집에서 가까운 지금도 그 곳에 그대로 있는 기*자동차 소하리 공장이었다. 그곳 공장 업무부(총무부)에서 근무를 했었는데 - 자동차를 조립하는 생산 라인이 있으니 회사의 특성 상 여직원은 극히 드물고 - 수천 명의 남자 직원들이 득시글한 곳이었다. 당연히 남자 직원들의 푸시가 많을 수 밖에. 정말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다.^^ 젊고 날씬하고 키도 큰데 얼굴도 그럭저럭... 주말엔 자주 데이트를 하러 나갔다. 1980년대 말이었으니까 엄만 그런 나를 못마땅해 하시고. 그런데 원래도 우리 엄마와는 사이가 안 좋았는데 "엄마의 결정적인 말 한마디" 때문에 이후에 내가 겪은 트라우마라고 해야 할지... 엄마가 딸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건가 싶을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할 만큼. 난 솔직히 엄마의 그 말을 죽을 때까지도 엄마에게만 퍼붓거나 싸우지 않는 한, 다른 사람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고 더더구나 작가처럼 글로 도저히 남길 수 없다고 지금도 생각한다. 엄마니까 할 수 있다는 말, 엄마니까 해야 된다는 말. 그런 말은 개나 줘버려. 그래서 엄마의 그 말 한마디 때문에 오히려 더 엇나가기도 하고 더 많이 싸우고 다투게 되었는데 아마 엄마는 그 말이 나에게 얼마나 충격이었고 심한 상처를 냈는지 꿈에도 생각지 못할 거다. 원래 가해자는 잊고 잘 사는 법이니까. 그 말 때문에 이후의 내 삶에서의 어느 한 부분에서는 지극히 소극적인 사람이 되고 말았으니까 그 말 한마디로 인한 트라우마와 떨어진 자존감은 결코 회복이 될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잊고 지내다가도 문득문득 그 말이 떠오를 때면 나도 모르게 울화가 치밀면서 엄마를 용서하지 않겠다고도 생각했다. 그 마음은 30년도 더 지난 지금이라고 해서 바뀌지 않았다.그 말이 나는 너무너무너무 너무 싫었다. 고작 말 한마디였음에도 그 위력이 누군가의 인생을 송두리째 쥐고 흔들기도 한다는 걸 나는 절실히 깨달은 셈이다. 




그런데.... 작가 배리 로페즈는 불과 7살의 나이에 4 년 간이나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 정황 상 어머니도 분명히 알고 있었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어머니가 몰랐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은 도저히 들지 않는다. 배리 로페즈는 동생에게만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그 일을 참아냈지만 동생도 성추행을 당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된다. 어머니의 재혼으로 캘리포니아에서 뉴욕으로 이주를 한 후 비로소 새 아버지에게 그 일에 대해 말하고 어떤 해결을 맡겼지만, 새아버지는 그런 배리의 절망을 헤아려보려 하지도 않았고 시간을 끌면서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고, "그 일은 그만 잊어야 한다" 라고 말했다. 30 년 간 배리는 그 길을 택했다. "침묵". 어머니에게는 말하지 못했고 새 아버지에게 말했지만 가장 믿었던 사람들에게서 무시 당하고 배신 당한 것이다. 배리는 말한다. 피해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사람들이 믿어주기를 바란다"는 것, 그리고 "존엄의 감각을 다시 일으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과 "자기 존중의 회복이 돈보다 중요"하고 "복수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하지만 침묵을 택했다고 해서 그 일을 정말 잊을 수 있었을까. 끝까지 침묵할 수 있었을까. 그 사람의 인생은 대체 어디로 흘러가게 될까 가늠할 수조차 없는 절망 속에서 그 고통의 시간을 배리 로페즈! 그 사람은 어떻게 참아낼 수 있었던 것일까. 나는 도저히 상상할 수조차 없다. 어떤 말로도 표현을 할 수가 없다. 믿음을 저버린 어른들을 용서할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사건을 수사하던 형사 중 한 명이 성폭행 당한 다른 소년 세 명을 찾아냈는데 "괜찮은 아이가 없었다"고 했고, 배리가 그 곳을 떠날 수 있었던 것은 운이 좋았던 거라는 말을 들었다는 것을 새 아버지가 말해 주었다. 그런데도.... 그냥 넘어갔다고???!!!!  그럼에도 배리는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을 다니면서 석사를 하고 박사에도 도전했으며, 환경 운동가, 작가로서의 길도 열어가면서 자신의 삶을 잘 꾸려가려고 피나는 노력을 했을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을 테니까. 잊으려고 해도 속에서 치받아 올라왔을 테니까... 그럼 아마 참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 시간이 길어질수록 얼마나 힘이 들었을지 짐작할 수 있어서 읽는 내내 힘들었다. 




<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라는 제목과 푸른 숲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표지로는 상상이 되지 않는 내용이 책의 앞 부분에, 특히 '하늘 한 조각'이라는 내용에 집약적으로 나타냄으로써 책을 읽는 내내 긴장감을 유지하게 만든다. 마냥 아름다울 것으로만 예상되는 제목과 표지, '하늘 한 조각'에서 연상되는 건 그저 자연의 아름다움을 예찬하는 내용일 것이라는 상상만이 가능했다. '하늘 한 조각'이 책의 뒷 부분에 배치가 되었다면 이 책에 대한 인상은 많이 달랐을 것이다. 그 의도를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마침내, 1989년부터 스스로 자신의 과거를 추적하기 시작했을 때 나도 마음 속으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배리는 그때 자신의 심경을 이렇게 고백한다.  

 "나는 스스로 살 속에 포탄 파편이 박힌 채 돌아다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 파편을 꺼내고 싶었다. 수 년 간 구석에 밀쳐뒀던 의심들과 이미지들이 곪아 터지기 시작했다. 날마다 내 안의 무참한 결핍과 대치하느라 끊임없이 뱃멀미가 나는 것 같았다. 나는 내 안에 황폐한 텅 빈 갱도가 뚫렸다고 상상했다 그것은 배우자의 애정으로도 친구들의 우정으로도 직업의 성공으로도 없앨 수 없었다. 하지만 과감한 한걸음, 과거와의 정면 승부를 시도한다면 이런 사고의 틀에 균열을 내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나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방법이라면 자신을 극적으로 치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109쪽)."





"외상성 성적 학대(연쇄 성폭력을 일컫는 심리학 용어)"를 당하던 기간 동안 유일하게 내게 가장 깊은 안도감이 찾아온 때는 내 주변의 근원적인 자연의 힘을 마주하는 순간들이었다. 모하비사막에서 서쪽 샌퍼낸도밸리로 불어오는 뜨거운 샌타애나 국지풍, 주마와 말리부 서쪽 해안에 밀려드는 태평양 태풍의 큰 파도, 로스앤젤레스강으로 흘러가는 캐벌레로 크리크가 범람해 동네가 침수되던 겨울철 홍수, ... ... 인적 드문 샌타모니카 산자락 어디쯤에 혼자 앉아 코요테나 브러시토끼가 나타나길 기다릴 때, 나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기운이 솟았다.(108쪽) 

그 고통의 시간들 속에서 위로가 되기도 하고 치유가 되었던 일은 세상의 끝까지 뛰어들어 가는 모험을 하고 사람들과 교류하고 동물들을 관찰하는 것이었나 보다. 숲과 평원을 걷는 일, 끝이 보이지 않는 오세아니아와 아프리카의 사막엘 가고 알래스카의 유콘강 상류로, 남극의 세인트로렌스섬으로, 베링해 북쪽으로 답사를 떠나 그곳의 동물들의 생태를 연구하는 캠프활동에 열심히 참여하였다. 울버린과 흰올빼미, 붉은여우와 카리부, 툰드라 회색곰과 늑대, 흰매를 비롯한 야생동물과의 조우, 알래스카 선주민들과 함께 바다 코끼리를 사냥하러 떠나고 남극의 사우스조지아섬의 노르웨이 포경기지, 그리트비켄 공동묘지에 묻힌 어니스트 헨리 섀클턴의 묘지를 둘러보고 샴페인을 홀짝이며 기념 사진을 찍기도 했다. 

언급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은 이 모든 장소들, 캠프활동과 연구활동에 참여한 이력들은 이 책 곳곳에 넘쳐 난다. 누구나 원한다고 경험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특권의 한복판에 머무른 나날이었다. 이러한 활동의 결과물을  작품으로 써내고 다른 작가들과의 협업을 통하여 환경 운동가로서도 활발하게 활동하였고, 그가 스스로 실천해 온 인간과 동물, 지구에 대한 사랑의 정신을 담담하게 펼쳐 보여준다. 해양 산성화, 기업의 부정행위, 정부의 부패, 끝없는 전쟁을 비판하고 그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든 살아내려면 어떤 것이 유의미한 삶인지 새로운 상상력을 발휘해야 할 시기임을, 근거 없는 희망에 꾸역꾸역 목매지 않기를, "황홀과 박애에 대해 더 깊은 대화를 시작해야 하고, 다른 인간을 사랑하는 더 큰 포용력을 탐색해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실로 경이롭기까지 하다. 단순히 자신의 고통을 치유하고자 지구 끝까지 달려간 것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어쩌면 인간이 기대하는 좋은 인생이란 전적으로 자신이 바라본 방향에 달려 있는지도 모른다(56쪽)"고 말하는 그, "레시다 서부 어디쯤 비포장도로의 포플러 나무와 유칼립투스 나무 아래에서 여러 번 상상했던 내 인생의 비전에는, 당연하게도, 카우보이 영화에서 배운 대로 불행한 사람을 구하고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낭만적인 생각이 주입되어 있었다(55쪽)"고. 그러나 인생은 언제나 한편으로만 흐르는 것이 아니므로 도망치고 싶은 적도 있었다고. 성인기의 절망에 혼자서나 남들 앞에서 흐느끼기도 했지만 또 때로는 신성의 영역이라 느낄 만큼 지극히 평온하고 고양되는 일의 기쁨을 마주하기도 하는 등의 극단적인 감정들을 인간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고도 말한다. 

이러한 작가의 의식을 엿볼 수 있었던 글이 '마음가짐: 문턱'에서 제대로 드러난다. 그동안 작가가 참여한 수많은 탐사 프로그램들을 복기하면서 왜 작가는 이렇게 세상의 끝으로 가지 못해 안달인 걸까, 고통을 몰아내기 위해 그런 것만은 아닐텐데 대체 어떤 마음으로 그 많은 두려움을 극복하고 나아갈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에 대한 답이라고 할지 모르겠다.

"특히 미국식 민주주의 같은 제도하에서 작가는 '자격'이라는 개념, 피부색이나 교육, 젠더, 인정, 소위 재능, 재산을 기준으로 우리 중 누구는 더 많이 누려 마땅하다는 전재가 존재함을 폭로할 소명이 있다"고 말한다. 극지나 바닷 속, 사막과 숲 탐사를 앞두고 두려움에 직면할 때 , 두려움이 나를 삼킬 것이라는 걸 알지만 이럴 때 발동하는 건 용기가 아니라 아마 일에 대한 '헌신'일 것이라고도 말한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고 생각했다. 두려움의 문제가 아니라 헌신하기를 원하느냐 아니냐의 문제라고 생각했다고. 이런 상황에서의 헌신은 실제로 자아보다 더 큰 무언가를 향해 있다고 믿으며 친구들을 향한 사랑과 나를 향한 친구들의 사랑을 믿으며 더 정밀하게 기록하고 남겨야 한다는 '작가적 사명감'이 꿈틀댈 때,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내면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앞으로 한 발 내디딜 수 있었다고. 매일은 아니어도 한 번은 할 수 있었다고. 그 한 번이 도망치고 싶은 그것보다 더 큰 것을 지금부터 보게 될 테니까. 

이 아름다운 책에서 내 마음 속에 저장해 두고 싶은 문장을 꼽으라고 한다면, "마음가짐을 제대로 세우고 행동하는 것은 공포를 수용하지 않는 것과는 다르다. 이것은 사랑을 길러나가는 법에 관한 이야기다(341쪽)." 를 말하고 싶어진다. 




우리가 사랑에 실패한 시대에 살고 있다는 증거는 우리 주위 어디에나 있다. 무지한 자만이 곤충과 철새가 이 세계를 떠나더라도 우리는 도구를 사용할 수 있으니 살아남을 것이라고 주장할 지 모른다. 지금 이 시간에도 무시무시한 불길이 팔레스타인을 태우고 시민들이 거리로 쫓겨나 포탄에 맞아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 '의로운 자에게 천국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개발의 논리로 숲의 나무들을 쓰러뜨리고, 빙하가 녹아 잘 곳을 잃은 북극곰의 유빙 위 침대를 보면서, 우리가 사랑에 실패한 세대라는 사실을 각성한 작가가 우리에게 말하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것을 알고 사랑하는 것, 타인에게도 똑같이 촉구하는 것(255쪽, '공포시대의 사랑'에 수록)"이었다. '사랑'이라는 말을 쉽게 내뱉기도 어려운 사대를 살아내고 있는 우리 시대라서 -더구나 누군가 엄마를 사랑하느냐고 묻는다면 그 즉시 '예스'라 말하지 못하고 잠시 생각을 할 나이기에 -"냉철하게 바라본 우리 연약한 행성", "지구라는 대상을 향해, 그리고 우리 자신을 포함한 지구의 모든 생명체를 향해 어색해하지 않고, 열렬하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일이?" 가능할까? "이 불타는 세계를 두려움 없이 부둥켜안을 수 있"느냐고  묻는다.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다.

돕는 삶을 사는 것이 자신의 진정한 염원이라고 말했다는 작가, 그리고 오리건 서부 매켄지 강가 큰 나무가 둘러싸인 집에서 45 년을 거주한 배리 로페즈의 마지막이 사랑에 둘러싸여 평온했음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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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04-03 17: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리뷰 좀만 더 빨리 올리시지… ㅠㅠ
은하수 님의 트라우마도 극복되시길 기원합니다.

은하수 2024-04-03 17:58   좋아요 0 | URL
앗... 왜요????
전 이 책 리뷰도 넘 힘들었는걸요 ㅠㅠ
지금이 최선이라구요^^
트라우마는 이제 극복이 안됩니다~~ 그냥 묻고 사는 거죠. 그래도 지금은 엄마와 그럭저럭 관계를 맺고 있으니까요.

잠자냥 2024-04-03 18:35   좋아요 0 | URL
31일까지 리뷰 대회 응모하는 거였어요!!!!

은하수 2024-04-03 20:10   좋아요 0 | URL
ㅎㅎ
ㅈㅈㄴ 님을 비롯해 글 잘쓰시는 분이 넘 많은데다가 대회에 응모한다는 생각만으로도 글을 못쓸거 같아요~~
 
사유 식탁 - 양장, 영혼의 허기를 달래는 알랭 드 보통의 132가지 레시피 오렌지디 인생학교
알랭 드 보통.인생학교 지음, 이용재 옮김 / 오렌지디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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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너무 어려운 요리 레시피들... 도구와 재료의 부재로 시도해보지도 못할 레시피들이 나를 슬프게 한다.ㅠㅠ 누군가에겐 ˝영혼의 허기를 달래는˝ 레시피일 수도 있다는 생각엔 공감. 그러나 알랭 드 보통의 글은 이번에도 역시 ... 나를 감동시키지 못한다는 가슴 아픈 사실도 재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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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자 2024-03-29 2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러모로 가슴 아픈 리뷰였네여...

은하수 2024-03-30 01:49   좋아요 1 | URL
ㅎㅎ
전 많이 아쉬웠어요.
이탈리아 요리 좋아하시는 분들껜 좋으실지도요...^^

구름표범 2024-03-30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ㅜㅜ 진짜 아픈 후기네요 레시피에 큰 관심이 없어서 다행일까요..
알랭드보통은 즉시 한식 레시피를 내놓거라

은하수 2024-03-30 21:39   좋아요 0 | URL
ㅎㅎ
정말 해볼수 있는 요리가 손에 꼽을 정도였어요. 대부분 모르는 요리들인데 사진도 거의 없어서 상상조차도 안되더라구요.
거기다 없는 재료는 왜케 많은지요... 아쉬움 가득이었답니다~~^^
 
사랑에 따라온 의혹들 - 로맨스에서 돌보는 마음까지, 찬란하고 구질한 질문과 투쟁에 관하여 앳(at) 시리즈 3
신성아 지음 / 마티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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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연달아 읽게 된 사랑과 돌봄이 주제인 책들. 사랑에 수반되는 복잡 미묘함과 모순된 감정들... 혼자 감당하기 힘든 돌봄에서 파생되는 ˝감정과 사유, 성찰을 있는 그대로˝ 들려주었고, 어쩌면 양립이 불가능할 듯도 한 사랑과 정치, 사랑도 정치적이라는 말이 아프게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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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보는 마음
김유담 지음 / 민음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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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의 문제는 왜 언제나 여자들에게로만 귀결이 될까. 엄마라서 딸이라서 며느리라서 심지어 할머니라서, 큰 엄마라서까지... 어떠한 이름이어도 여자들 뿐이어야 할까. 다른 이름을 생각해봤지만 쉽게 떠오르질 않는다. 부정하면서 나도 그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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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좋아하는 대추를 사 가자며 나는 앞서가는엄마를 불러 세웠다. 우리 할머니보다 열 살은 족히 많아 보이는 할머니가 대로변 인도에 자리를 깔고 앉아 대추와 깐 마늘, 쪽파 등을 팔고 있었다. 대추가 담긴 검은 비닐봉지를 흔들며 병원으로 향하는 길에 엄마는 대춧값이 너무 아깝다고 말했다.
"대추를 돈 주고 사 먹는다는 게 나는 여전히 적응이 안 되네. 집에 넘쳐 나는 게 대추였는데." - P11

"야, 너 진짜 효심 하나는 인정. 완전 찐사랑이다. 찐!"
나는 엄지를 치켜세웠다.
"할머니가 좋아하시겠지?"
"당연하지. 할머니는 원래 그냥 너 쳐다만 봐도 좋아해. 어제도 못 봤냐, 너 병실에 들어서자마자 얼굴 환해지시는 거. 할머니 이 대추 드시면 자리 털고 일어나실지도 몰라. 이게 보통 대추냐, 네 정성 때문에라도 할머니 오래 사시겠다."
"그건 아닌데."
영석의 얼굴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어? 뭐가?"
"대추나무에 그래서 올라간 건 아닌데."
"무슨 소리야?"
"할머니가 마지막으로 대추를 기분 좋게, 맛있게 드시고, 그리고・・・・・・ 빨리 죽었으면 좋겠어. 올가을이 지나기전에 꼭."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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