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을 할짝이던 남자는 잠시 멍해졌다.
아주 중요한 말을 들은 것 같아 몸이 반응했지만 머리가 미처 따라잡지 못했다.
"아저씨!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꼬마의 목소리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설마 내가 잘못 들었겠지.
남자는 확인하듯 다시 한번 되물었다. "뭐, 뭐라고?"
꼬마는 샐쭉 웃으며 녹아 가는 스틱 아이스크림을 핥았다.
가만히 있어도 불쾌감이 치솟는 장마철. 먹구름 사이로 비치던 태양이 저물고 운동장에는 서서히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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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제의 정치경제학: 제도화된 수렁들>
4. 유산상속/5. 결혼과 이혼

가장 궁금했던 글이었는데 이 글이 무려 1977년, 무려 47 년 전에 쓰여진 글이라는데서 궁금증이 대폭 반감되었다.

농민의 재산 상속을 연구하기 시작하고 몇 년이  지나서야 다음의 명백한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바로 재산 상속이 보다 넓은 틀의 한 요소일 뿐이요, 그 틀은 대물림이라는 점이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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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 생각한대로... 아침에 꿀 두 숟가락 병에서 따라 먹고 책을 읽어 나간다.

아주 오래 전에 구입해두었던 밤꿀인데 아카시아꿀보단 덜 달고 색은 황금색이 아니라 밤색쪽으로 더 진하다. 밤꿀 특유의 풍미가 있다. 그래서 호불호가 갈린다. 아이들은 별로라는데 난 그래서 좋다.



오늘은 "7. 꿀의 진미를 맛보다" 읽고 있는데 꿀을 곁들인 맛있는 요리법이 잔뜩 등장한다.

하지만 요리의 맛을 글로 읽고 있으니 그 맛을 알 수 있을 리 없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음식도 아니라서...

'오펜바흐ㅡ쉬르ㅡ르 마인의 작은 빵, 페페르누스', '아테나이오스에 따른 스타이티타스ㅡ유행에 절대 뒤지지 않는 얇은 크레프, 치즈와 꿀을 입힌 일종의 브릭', '익명의 안달루시아인에 따른 꿀 무아카드(13세기)ㅡ이것은 알려진 누가의 최초 요리법 가운데 하나다', 그리고 '바젤의 레케를리ㅡ부드럽고 풍미를 자랑하는 빵 데피스는 전통적으로 대림절 기간에 준비한다'와 같은 음식, 빵, 과자류와 생소한 식재료들... 내가 제일 자신 없고 관심없는 제과제빵이라 더 어렵게만 느껴진다. 이런 요리법을 읽고 아하~~! 하면서 이렇게 만들면 되겠군 하고 금방 자신만의 레시피로 적용할 수 있는 사람들 정말 있을까? 지난번 알랭 드 보통의 <사유식탁> 읽을 때도 느낀 거지만(거기에도 내가 결코 알지 못할 이탈리아 각종 요리들이 수없이 나왔다ㅠ.ㅠ) 못할 거라는 거 알고 사실 별 관심 없는데도 책을 읽다 보니 부럽긴 하더라는...ㅠ.ㅠ 



못하면 어때서.

눈으로는 책을 읽으면서 난 우리 집 냉장고와 냉동고에 있는 식재료와 음식들을 생각하며 꿀과 어울릴 음식이 뭐가 있을까 쉬지 않고 머리를 굴린다^^

냉동고에서 베이글 한 개 꺼내 놓고 역시 작년 바질 수확해서 만들어 얼려 두었던 바질 페스토와 크림치즈도 꺼내놓았는데...

이게 꿀과 어울리는 조합인가??? 아님 양배추, 사과 채 썰고 거기에 레몬 하나 짜넣고 올리브유 두르고 꿀을 넣으면 되려나???

지난 주 '텐트 밖은 유럽 - 남프랑스'편에 보니까 캠핑 고수 라미란 여사님이 이렇게 만들던데 나도 함 해 먹어 보자꾸나.

오늘 점심은 '바질 페스토와 크림 치즈 바른 베이글'에 '올리브유, 레몬에 꿀을 곁들인 양배추 사과 샐러드' 먹음 되겠다. 

스윗오렌지와 브라운슈가 가미된 '스타벅스 블랙퍼스트 플렌드 홀빈'으로 커피 내려서... 

한마디로 샐러드, 베이글, 커피 되시겠다!



아침부터 택배가 몰아친다. 캬~~~ 얼른 나가서 택배를 뜯어야 한다!

왜냐하면 모두 다 식물들이기 때문에~~~. 플록스, 금낭화, 사피니아, 백당나무, 인동덩굴... 등등

오늘은 해가 들락날락하고 있어서 식물 심기 좋은 날이다. 

바야흐로 나에게 봄은 식물 심기 좋은 계절이다.



아참.. 우리 집 마당에도 벌들이 윙윙 날아다니는 것 같더니...

오늘 아침 발견! 앵두나무에 파랗고 조그만 앵두가 주렁주렁 달렸다~~~~^^

꿀벌은 우리 집 작은 마당에서도 아주 소중한 존재다.







아리스토세네스에 따르면, 피타고라스 학파들은 빠을 꿀과 함께 먹었고, 점심으로 이 음식을 항상 먹은 자들은 병도 없었다고 덧붙인다. 리코스는 또 크리노스ㅡ사르데냐와 이웃해 있다ㅡ의 주민들은 아주 장수했는데, 왜냐하면 늘 꿀을 먹었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꿀이 흘러넘칠 만큼 풍부했다.(180쪽)

꿀이 그 자체로 최상을 보여준 건 요리, 특히 제과류에서였다. 마르티알리스는 "알뜰한 벌이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것은 오로지 맛있는 과자를 위해서다"라고 썼다. 설탕은 서구에서 중세 이전에는 알려지지 않았다. 고대 사회에서는 꿀을 첨가하는 것이 요리를 달게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곡물 빵의 선조 격이라 할 꿀 과자는 제과의 가장 초기 단계였고, 거기에서부터 오늘날의 제과가 탄생한 것이다.
(1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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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전통 의학의 한 요소
기독교 국가인 에티오피아에서는 오늘날 신학 수업을 받은 학자들에 의해 의학이 수행된다.
사회적으로 큰 상업적ㆍ상징적인 가치를 갖는 꿀은 치료제로서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 그 준비와 제조 기술은 비밀에 부쳐진다.

꿀의 효능이 이리 많으니 거의 만병통치약 수준이다.
집에 잔뜩 있는 꿀... 내일 아침부터 먹어봐야겠다.






꿀을 약용으로 쓰는 것은 오랜 전통이었다. 17세기 말 곤다르에서 발견된 한의학 논문에는 이미 이런 게 기록되어 있었다.

모든 약 중 최고는(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꿀이다. 그 성질은 뜨겁고 건조하다. 의사는 이렇게 말한다. "꿀을 선홍초와 함께 먹으면 죽음을 제외한 모든 병에 다 좋다. 게다가, 한 달에 사흘 이것을 핥아먹거나 매일 아침 세 숟가락씩 먹으면, 갑작스러운 죽음을 피할 수 있다. (게다가) 담즙에 좋아 갑작스러운 화나 짜증을 사라지게 한다. 몸 내부의 해로운 습기를 제거하고, 상처를 가라앉혀주기도 한다. 상처로 생긴 살의 염증 부분을 없애주고 거기서 좋은 새 살이 나오게도 한다. 위도 부드럽게 해준다. 모든 냉병을 사라지게 한다. 이것을 끓인 다음 거품을 걷어내면,다시 뜨겁고 습해진다. 이것을 물에 섞어 먹으면 열이 가라앉는다. 
(인간의) 자연 속성에도 알맞다. 하체 복부의 과다한 피를 사라지게 하고, 담즙 기능과 관련되는 긴장과 조바심도 사라지게한다." - P164

인류에게 꿀은 기원의 음식이다. 초기 황금기에 인간은 야생꿀을 먹으며 살았다. 여기서 황금기란, 인류가 사냥도 농업도 할 필요 없이 영양과 즙이 풍부한 과일을 따기 위해 손만 뻗으면 되었다는 지상의 파라다이스 시절이다. "(...) 벌거벗은 들판은 물결치는 이삭 아래 금빛으로 서서히 물들고, 야생 가시덤불에는 진홍빛 포도송이들이 매달려 있고, 단단한 떡갈나무에서는 꿀이슬이 방울방울  떨어졌다." - P228

동물성과 식물성 간의 이 모호함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감지된다. 그래서 꿀을 사육하는 양봉은 특별히 농업에 포함된다. 야생 벌통과 인간이 만든 벌통을 구분하기 위해 ‘양봉‘ 또는 ‘사육domestication‘이라는 말을 쓸 뿐이다. 그런데 이게 정말 사육인가?
벌의 사육은 암소나 개, 양의 사육과는 다르다. 그래서 ‘사육‘ 대신 ‘재배 culture‘라는 말을 쓰고, 식물을 재배하듯 벌을 재배한다. 또는 양봉을 한다고 말한다.  - P228

목축업에서 동물은 ‘길들여진다‘. 다시 말해, 야생 
상태의 동물과는 다르다. 인간은 그 번식을 통제했고 다른 종을 만들어냈다. 울타리 안에 있지만, 다른 동물이다.
일부 잡종 교배가 일어나긴 하지만, 양봉에서 이 동물은 야생 상태 그대로 있다. 인간은 개나 말, 소의 품종에게 하듯 벌을 완전히 지배하지는 않았다. 이른바 ‘재배‘는 벌들에게 최적의 생존 조건을 보장해주었다. 인간 거주지 근처에 있고, 
"따가면서"(잘라가면서) 수확하는 방식은 식물 재배와 똑같다. 그래서 벌은 그 고유의 속성을 간직한다. - P229

만일 벌이 원하면, 인간들에게서 멀리 떨어져 살 수도 있다. 하지만 젖소는 그렇게 할 수 없다. 더욱이 벌은매해 완전히 다 빼앗기지 않는다. 오히려 벌들이 새 벌통을 만들기 위해 분봉을 하므로, 대손해를 보는 것은 양봉가들이다.
벌은 양봉가가 만들어준 문명 공간에서 살지만 
약간의 야생의 삶을 사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벌이 매혹의 대상이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벌은 재배와 자연이라는 두 세계의 중간에 위치한다.
‘양봉‘이라는 명명 속에 동물과 식물 사이의 모호함이 있지만, 도리어 이런 점이 동물과 식물 사이의 차이가 눈에 띄지 않았던 신화적 황금시대로 돌아가고 싶게 만드는 것이다. - P230

꿀 수확은 종교의식, 기도, 헌주, 터부 등의 틀 아래 도처에 있었다. 이 수확의 결과물은 소중한 것, 즉 먹이고, 보살피고, 보존하는 제품으로 다뤄졌다. 꿀의 가치는 단순히 단맛의 가치를 초원한다. 비록 기원은 이 단맛에서 시작되었지만-부고니아를 치르는 고대 신앙에서는 정화에서 유래되었지만 퇴화 및 쇠퇴를극복하는 차원으로 승화된다. 단순히 꿀이 쇠퇴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라, 음식을 보존하고, 육신을 지킨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달갑지 않은 발효를 미리 조심하게 하는가 하면, 살아 있는 생명체의 건강과 그 에너지를 보존한다. 꿀물을 만들기 위해 발효를하면서 영양이 풍부한 음료를 만들고, 아울러 잠재적 치료 효과와 더 나아가 어떤 불멸성까지 제공하고자 한 것이다. 꿀은 하늘에서 내려온 신화적 음식이며, 인간의 선을 위한 음식으로 생각되었다. 이것이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꿀이 지켜온 명성이다. - P237

9.아름다운 신화를 기억하며
자연과 문화에 부여된 가치를 뒤집어보려는 발상은 좋다. 그렇지만 그 밑바닥에 있는 우리 생각은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꿀은 우리 조상들을 놀라게 한 것만큼이나 우리를 놀라게 한다. 그것은 시대와 문명을 초월해 모든 인간에게서 발견되는 상수이다. - P249

꿀은 ‘기능성 식품‘으로서 오늘날 대문자 N으로 쓰는 자연Nature의 한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 꿀은 과거에 신들이 인간들에게 베푼 혜택의 신호였듯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인간들에게 이로운 것을 준다. 그런 만큼, 우리는 이제 위험에 처해 있는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 천연의 음식인 꿀, 그것을 만드는 벌이 우리가몰두해야 할 주제인 것이다. 

마침내, 우리의 이 감미로운 곤충은 환경보호의 
표준이 되었다.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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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4-04-22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물받은 꿀을 통 안 먹다가 호밀빵에 곁들여봤는데 괜찮습니다 ㅎㅎ

은하수 2024-04-22 20:11   좋아요 1 | URL
호밀빵이 담백고소하니 꿀과도 잘 어울리겠어요. 저도 빵 먹을 때 곁들여 보겠습니다^^
 
먼 곳에서
에르난 디아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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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던 것이 무색하게 곧 집중해서 읽게 되었다. 호칸 쇠데르스트룀! 아메리카의 이방인으로 그 땅을 떠돌면서 무엇도 소유하지 않은 채 살아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이방인으로서의 삶을 선택한 그의 앞날을 생각하니 가슴이 죄어온다. 부디 잘 도착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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