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 도나 J. 해러웨이
일단 읽기 시작만 했는데 첫 페이지부터 도통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계속 읽어봐야겠다.
읽다보니 알거 같은 문장들이 나오긴 한다.^^

1장.
동물사회학과 정체(體)의 자연경제:지배의 정치생리학
나는 아주 중요한 일을 해 보고 싶다.
과거로 돌아가 과거가 올바로 진행되게 하는 것 같은 일을.
- 마지 피어시(Marge Piercy), [[시간의 경계에 선 여자(Woman onthe Edge of Time)]]

정치화된 신체 겸 정치제도, 즉 정체(政體, body politic)의 개념은새롭지 않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정교한 유기체적 이미지를 풍부하게 만들어서 인간 사회를 묘사했다. 이들은 시민과 도시, 세계(cosmos)가 동일한 원리에 따라 작동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체를 유기체로, 곧 본질적으로 살아 있고 커다란 우주적 유기체의 일부로 지각하는 것이 고대 그리스 사유의 핵심이었다 [콜링우드(Collingwood), 1945].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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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좋아하는 대추를 사 가자며 나는 앞서가는엄마를 불러 세웠다. 우리 할머니보다 열 살은 족히 많아 보이는 할머니가 대로변 인도에 자리를 깔고 앉아 대추와 깐 마늘, 쪽파 등을 팔고 있었다. 대추가 담긴 검은 비닐봉지를 흔들며 병원으로 향하는 길에 엄마는 대춧값이 너무 아깝다고 말했다.
"대추를 돈 주고 사 먹는다는 게 나는 여전히 적응이 안 되네. 집에 넘쳐 나는 게 대추였는데." - P11

"야, 너 진짜 효심 하나는 인정. 완전 찐사랑이다. 찐!"
나는 엄지를 치켜세웠다.
"할머니가 좋아하시겠지?"
"당연하지. 할머니는 원래 그냥 너 쳐다만 봐도 좋아해. 어제도 못 봤냐, 너 병실에 들어서자마자 얼굴 환해지시는 거. 할머니 이 대추 드시면 자리 털고 일어나실지도 몰라. 이게 보통 대추냐, 네 정성 때문에라도 할머니 오래 사시겠다."
"그건 아닌데."
영석의 얼굴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어? 뭐가?"
"대추나무에 그래서 올라간 건 아닌데."
"무슨 소리야?"
"할머니가 마지막으로 대추를 기분 좋게, 맛있게 드시고, 그리고・・・・・・ 빨리 죽었으면 좋겠어. 올가을이 지나기전에 꼭."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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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경관 속을 걸을 때 어떻게 선주민이 외부인보다 일반적으로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는지에 대해서 많은 이들이 전언하고 있다. 선주민이 사는 곳 바깥에서 온 외부인이 속한 문화에서는 더 이상 장소와의 신체적 친밀감에 높은 가치를 두지 않으며, 이런 감수성을 "원시적" 자질로 치부하고 "선진" 문화에서•온 사람은 이미 거기에서 탈피했다는 생각에 안도한다. 이렇게오만한 태도가 결국 장소와의 신체적 친밀감이 제공하는 엄청난 무형의 가치를 묵살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이제 안다. - P197

그래서 친밀감의 욕구를 무시하는 사람을 보면 무례함을 무릅쓰고서라도 말해주게 된다. 인간이 고독을 벗어던지기란 불가능하다고 아울러 자연을 경시하는 문화에 속한 사람은 삶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을 쉬이 떨쳐낼 수 없으리라는 말도. - P197

근대 문명의 특징인 실존적 고독과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는것은 얼마쯤은 장소와의 관계에 치유적 차원이 있다는 믿음을내버린 탓도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자연 세계에는 인식 가능하며 그렇기에 관찰자를 포용하는 패턴들이 항상 존재한다. 끝없이 복잡한 이 패턴들을 부단히 새롭게 느끼는 감각은 세상에 혼자라거나 삶이 덧없다는 느낌을 약화시킨다. 
결국 장소를 깊이알고자 하는 노력은 어딘가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은 인간의 소속 욕구를 표현하는 일이다. - P197

젊을 때는 여행하며 거쳐가는 장소에 대해 동행인이 뭔가 굉장히 통찰력 있는 말을 하면 더러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이 감정은 똑같은 깊이의 지식을 소유하고 싶은 욕망이라기보다 그이처럼 특정 장소에 분명하게 소속되고 싶다는 욕망, 내가 서 있는 장소의 중요한 일부가 되고 싶다는 욕망에 가까웠다. - P198

회색곰이 덤불숲에서 블랙베리 열매를 거덜내고 있을 때 그건 단지 곰 한 마리가 덤불숲에서 블랙베리 열매를 거덜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장면은 한 세계로 통하는 진입점이다. 
우리 대다수는 다른 곳에 가려고 그 세계로부터 등을 돌리면서, 덤불숲에서 블랙베리 열매를 거덜내고 있는 회색곰에 대해 그저 생각만 하는 편이 낫다고 믿어버릴 테지만. - P198

이 순간은 "초대"다. 
누구든 지나가는 사람에게 아무런 편견 없이 참여하라고 곰이 내미는 초대장이다. -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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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카 솔닛의 서문도 그냥 넘기고 읽기 시작했었는데 첫 장부터 조짐이 보이더니
‘하늘 한 조각‘을 읽을 때는 복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꾹 누르며 읽어나가야 했다. 세 개의 낱말이 가리키는건 아름다움만을 뜻하는건 아니었다. 시간이 한참 지나 내가 쓴 이 문장을 읽는다 해도 결코 잊히지 않을 듯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한 동안 그 이상을 읽어가기 힘들었다.

오늘부터 다시 뒤를 읽기 시작한다.
이웃님의 리뷰를 읽고 나서 뒤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숲과 평원과 사막을 걸으며 고통에서 치유로 향해 간 55년의 여정‘이라는 소제목이 뜻하는 바가 분명 있으리라!


육천 가지 가르침
어릴 때 나는 세상을 보고 싶었다. 그 바람은 조금씩 이루어졌다. 내가 세 살이던 1948년, 어머니와 나는 뉴욕시 북쪽에 인접한 매머러넥의 집을 떠나 다른 삶이 기다리는 로스앤젤레스외곽 샌퍼낸도밸리로 날아갔다. 나는 그랜드캐니언에서 성장기 여름을 보냈고 태평양에서 헤엄을 쳤다. 시간이 흘러 어머니의 재혼으로 우리는 다시 맨해튼 머레이힐로 이주했다. 거기는 또 다른 캐니언이었다. 열일곱 살 때는 버스로 유럽을 횡단했다.
멕시코에도 갔다. 나미비아에 있는 사막과 남극에서 20킬로미터 떨어진 극지 고원에서 야영도 했다. 방콕과 벨렝, 나이로비와 퍼스에 가봤고 그 목적지 너머의 땅으로도 길을 떠났다. - P121

한때는 다양성이 생명의 특징이라고 생각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안다. 다양성은 생명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다양성을 말소하는 것은 탄소를 제거해놓고 생명이 지속되기를 기대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멸종 위기에 놓인 언어, 생물 종, 문화를 얼핏 지나치기만 해도 그토록 불안해지고 그토록 슬픔이 차오르는 건 그런 까닭일 것이다. 우리의 발걸음이 닿는 곳이 어디든 거기서 마주치는 차이가 적어질수록 죽음이 세력을 확장한 것임을 우리 몸의 세포들이 알아차리는 것이다.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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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따라온 의혹들》 신성아 지음
의사 증원에 대해 잠시 든 생각들..

의사 수 증원에 내가 찬성하는 이유, 이 책에도 있다. 백혈병 걸린 어린 딸의 엄마로서 돌봄의 현실에서 건져올린 순도 백퍼센트 경험담이니 믿을 수 있다. 특히 개두술이 필요한 의사는 지금 늘려도 무려 10년 후에나 써먹을 수 있다.

의사들의 말을 들어보면, 증원도 안된다, 열악한 전공의 근무시간도 재조정이 필요하다, 근무 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겠다, 간호사가 의료행위 하는 것도 용납 못하겠다, 의료수가도 비급여항목의
수가 만큼 올려야한다, 협의없는 일방적 증원은 받아들일 수 없다... 이러는데 열악한 환경 개선에 가장 시급한 것이 의사증원 아닌가? 그리고 그 협의를 왜 의사들과 해야하는지 이해할수 없고 권력도 이런 권력이 없다 싶어진다.

의사 공부를 했는데 환자보다는 고객님을 상대하느라 바쁜 성형외과, 피부과는 ‘의사‘라 불리는 원장님들이 넘쳐나는데 정작 필요한 필수 인력은 줄어드는 이 불합리가 의사들 탓만은 아니겠지 생각하다가도 울화가 치민다. 의료보험 외에 2기 실비보험의 보험료는 3년에 한번씩 정말 깜짝깜짝 놀랄 정도로 인상이 된다.
이 어마어마한 비급여 항목의 의료보험료는 결국 누구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인가. 생각해보면 답이 바로 나온다.

의사들이 원하는 의료수가를 올리고, 우리가 원하는 지방에서도 안심하고 필수의료의 혜택을 보게 하려면 결국 ˝지방 소멸과 인구절벽˝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대명제로 다시 환원된다. 우리 현실은 영원히 헤어나오지 못할 뫼비우스의 띠 안에 갇힌거 같아 답답하다.

그렇다 해도 지금 당장에 드는 생각은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가장 위험한 줄다리기를 기꺼이 감행하는 의사들인데 우리는 어떤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봐야하는 가이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또 우리의 목숨을 내맡기게 될테고 유야무야 봉합이 될까 걱정스럽다.

윤석열은 싫지만 이 의료정책만은 제발 관철시키길 염원한다. 뭔들 믿고 기다릴 수 있겠냐만은 속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또 맡겨야 하는 힘 없는 을들의 하소연은 오늘도 끝이 없다. ...!

2022년 국정감사에따르면, 인구 천 명당 활동의사 수가 서울은 3.37명인데비해(OECD 평균은 3.7명) 경북은 1.38명이다. 지역별 의료격차는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백혈병에 걸린 아이들은 열이38도가 넘는 순간, 들쳐 업고 일단 응급실로 달려가야 한다.
진돗개 하나 발령이다. 이럴 때마다 지방에 사는 보호자들은번번이 사설 응급차를 타고 몇 시간씩 애태우며 상경한다.
소아청소년 진료 수가를 파격적으로 200퍼센트, 
300퍼센트 가산하면 자연히 병원이 의사를 
더 많이 고용할 수 있으니 이 불균형이 해결될 
것이라는 발상은 너무 순진하다. 
전체 환자가 늘지 않는데 수가만 올린다고 의사가 늘어날까? 지방의 소아암환자와 보호자도 안심하고 살던 곳에서 치료받을 수 있으려면 지방소멸과 인구절벽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 P166

여러 차례 검증된바, 단순히 수가만 인상하는 것은 약효가없다. 이미 정부는 2009년에 전공의 기피 현상을 해소하고자흉부외과 100퍼센트. 외과 30퍼센트로 수가를 가산했다. 다음해에는 산부인과 분만 수가도 올렸다. 하지만 시행 후 3년, 4년이지나도 전공의 충원율은 고작 10~20퍼센트 오르는 데 그쳤고심지어 산부인과는 더 떨어졌다. 무너지는 출산율과 지방소멸의현실을 타개하지 않고서는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인 것이다. - P166

무엇보다 건강보험 재정은 늘지 않는데 필수의료 수가만 한없이 올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전 국민의 건강보험료인상이 불가피하다. 그 재원으로 공공병원을 늘리고 중증환자를 다룰 필수의료 인력도 확충해야 한다. 
공공재원을 충원하겠다며 건보료를 더 걷어가더니 
정작 공공의료의 서비스 질만 떨어진다면 
누가 기꺼이 세금을 내겠는가. 
지금도 문제가 많은 실비보험만 기승을 부릴 것이다. - P167

의사단체는 전체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필수 분야의 전문의가 부족한 것이므로 의사 수 증원은 대안이 아니라고한결같이 주장해왔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한국에 의사가 그리많은 것도 아니다. 2020년 한국의 의대 졸업자는 10만 명당
7.2명, OECD 평균인 13.2명의 절반 수준이다. 더구나 필수의료영역의 전문의, 그러니까 종합병원에서 소아암 환자들을 치료하거나 개두술을 시행할 수 있는 전문의가 되려면 인턴1년, 레지던트 3~4년, 그 이후의 펠로 과정까지 적어도 10년이더 필요하다. 

지금 의대 정원을 늘리지 않는다면 10년, 20년후에도 환자들만 발을 동동 구를 것이다. 모수를 늘리지 않고도 수가만 인상하면 필수의료 인력을 확충할 수 있다는 주장은그래서 공허하다. 다른 데는 그대로 두고 뱃살만 쏙 빼준다는 다이어트약 광고 같다.  - P167

의사 증원도 안 된다. 간호사가 의사 일을일부 대신하는 것도 안 된다. 전공의 노동시간은 법적으로 더규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려면 수가 인상 외의 합리적인 대안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의사들의 주장처럼 적어도 비급여항목 수준으로 현 수가를 인상해야 한다면 지금껏 처치해왔던
비급여 항목의 가격을 먼저 소상하게 공개하고, 
그 수준이 적정한지에 대한 외부 검토도 피하지 
말라는 것이다. -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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