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마지막 여름
지안프랑코 칼리가리치 지음, 김현주 옮김 / 잔(도서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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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마지막 여름> 지안프랑코 칼리가리치
˝우리는 더 이상 젊지 않았고, 너무 늦었으며, 모든 것이 잘 안됐다.˝ (240쪽)
이 문장으로 레오의 침묵과 방황과 고독을 모두 설명할 수 있을까. 치열하게 살아가는 도시민의 삶에 환멸을 느끼고 결국 적응하지 못한 채 도시를 떠나가는 그의 마지막 모습이 영화의 엔딩처럼 오버랩된다. 줄거리보다 분위기가 다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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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4-01-31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위기가 다한 작품이라는거 완전 공감합니다 은하수님! 결말까지 아주....ㅋㅋㅋㅋㅋ 제 100자평 보고 왔는데 저도 딱 그렇게 썼네요. 표지도 분위기랑 잘어울리죠?!

은하수 2024-01-31 14:57   좋아요 0 | URL
표지도 잘 어울리고 분위기, 문체 일체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죠~~^^ 초반은 지루한데 중반 이후 모터 단듯 읽혔어요. ˝도시를 떠나가는˝이 살짝 오해를 불러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아닌가봐요 ㅎㅎ
은오님은 아시니까... 뭐 ㅎ
 
파도가 지나간 후
상드린 콜레트 지음, 이세진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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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몰입감, 긴박함, 속도감을 동반한 소설.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나 기상이변의 소재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절름발이, 애꾸눈, 난쟁이라는 불운을 타고난 어린아이들이보여주는 불굴의 의지와 용기, 그리고 사랑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감동을 선사해 결국 폭풍 눈물로 끝맺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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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꿈 쏜살 문고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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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꿈>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는 읽으려고 몇 번을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극찬하며 사랑한 작가라고 했지만 관심이 없었는데 민음사 쏜살문고 시리즈로 나온 단편집 <겨울 꿈>은 이러한 여러번의 실패를 보상해 주었다. 결과적으로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어느 날 <위대한 개츠비>도 읽어낼 수 있을 거 같으니 말이다.


5편의 단편과 ‘작가를 꿈꾸는 딸에게 보내는 편지‘, 그리고 ‘헤밍웨이에게 보내는 편지‘ 두 편까지 합쳐 민음사 쏜살문고 시리즈로 출판되었다.
할리우드 인물들의 권태와 일상을 다룬 ‘광란의 일요일‘, 역시 권태로운 미국 중산층 부부의 비극적인 결혼 생활을 다룬 ‘컷글라스 그릇‘ 등이 좋았다.

특히 분량은 단편이 분명한데, 마치 한 권의 장편을 읽은 듯한 착각을 불러오는 ‘오월제‘는 영화로 만들어져도 극적요소가 다분한 작품으로 탄생할 수 있을거 같다. 다양한 인물들의 묘사와 스토리 전개가 돋보였고 무엇보다 짧은 시간 동안 벌어지스는 여러 인물들의 얽히고 설킴을 보면서 피츠제럴드가 단편에서 뛰어난 작가임을 인정하게 되었다. 최고 최고!


표제작인 ‘겨울 꿈‘은 그의 대표작 <위대한 개츠비>의 주제의식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낸 작품임을 느낄 수 있었다. 다 읽진 못했으나 읽다보면 <위대한 개츠비>에서 보여주었던 주제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부富에 의해 잔혹하게 나뉘는 계층 문제, 성공과 사랑에 얽힌 참담한 환멸을 정교한 구성과 서정적인 문장으로 완벽하게 담아낸 걸작 단편이다(책 소개 발췌)˝
이 단편에서 주인공인 덱스터가 이뤄낸 성공, 그리고 이미 지나가버린 먼 과거의 사랑에 대한 환멸의 감정을 너무도 아름다운 ˝서정적인 문장˝으로 표현해내고 있는데 정말 문장이 다 너무 아름다워서 머릿 속에 그림이 그려지는 기분, 그리고 그가 느끼는 감정을 나도 그대로 느끼고 너무 잘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 거. 피츠제럴드는 정말 너무.. 너무 ... 대단한 작가잖아 하고 그만 인정해 버리고 말았다는 것. 잊지 못할 거 같다.

덱스터는 이제 더 잃어버릴 것이 없기 때문에 마침내 상처받을 일도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마치 주디 존스와 결혼해서 그녀가 시들어 가는 모습을 직접 바라보기라도 하는 듯이, 그 이상의 다른 무언가를 잃어버렸음을 잘 알았다. (248)

이제 꿈은 사라졌다. 그에게서 무언가가 없어져 버렸다 그는 공포 비슷한 감정을 느끼며 두 손바닥을 두 눈에 가져다 대고 셰리아일랜드를 찰싹찰싹 때리던 물결, 달빛에 비친 베란다, 그녀가 골프장에서 입었던 깅엄 골프복, 그녀의 목덜미에 나 있던 부드러운 황금빛 솜털을 떠올리고자 애썼다. 그리고 키스할 때 촉촉이 느껴지던 그녀의 입술이며, 우수憂愁에 젖어 있던 서글픈 두 눈이며, 아침이면 느낄 수 있었던 새로 짠 리넨 같은 그녀의 신선함까지 말이다. 아, 그런 것들은 이제 더 이상 이 세상에 남아 있지 않구나! 그것들은 과거에 머물러 있을 뿐 이제 더는 존재하지 않았다. (248)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눈물이 그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러나 지금 그것은 자신을 위해 흘리는 눈물이었다. 그는 눈과 입, 달달 떨리는 손에 대해서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는 이미 멀리 떠나왔으며 두 번 다시 돌아갈 수 없었던 것이다. 문들은 굳게 닫혔고, 해 역시 저물었으며, 모든 시간을 견뎌 내는 강철의 잿빛 말고는 이제 아름다움이란 없었다. 심지어 그가 인내할 수 있었던 슬픔조차 그의 겨울 꿈이 활짝 날개를 펼치던 환상의 나라, 청춘의 나라, 풍요로운 삶의 나라 뒤쪽으로 멀리 사라져 버렸다. (248)

˝오래전에,˝ 그는 말했다. ˝오래전에 내게는 무엇인가가 있었지만 이제는 사라지고 없어. 이제 그건 영영 사라져 버렸어. 아예 없어져 버렸다는 말이지. 그런데 나는 울 수가 없고, 그것에 마음을 기울일 수조차 없어. 이제 그것은 결코 돌아오지 않을 테지.˝ (249)


내가 좋아하는 이 문장들을 이렇게 옮겨적으니 웬지 그 느낌이 반감되는거 같아 아쉽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아름다운 문장들은 여기에 이렇게 홀로 있어서는 안된다고 느끼게 된다. 역시 작품 속에 위치해 있을 때 그 기능을 다하는 거 아닐까 생각한다. 작품 전체 속에 놓여 있을 때 가장 아름다운건 뭐 말로 하나마나겠지. 피츠제럴드의 문장들도 마찬가지. 덱스터의 감정을 오롯이 느끼기 위해서, 그리고 이 문장들의 진가를 알기 위해서라도 직접 작품으로 읽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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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안부
백수린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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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을 가진 소설. 응원하게 만드는 서사의 힘을 가진 소설, 백수린의 장편은 그러한 힘을 지녔다. 이야기가 계속되어도 좋겠다는, 그리고 고통과 슬픔을 이겨내고 살아내려 애쓰는 인물들의 용기와 사랑의 힘과 따뜻한 화해의 인사를 전하는 삶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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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색 루비콘 - 2023 제17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김혜진 외 지음 / 강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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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색 루비콘> 2023 제17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읽고...

여행 가는, 그리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읽는 단편의 재미라니... 높이도 모를, 구름 속 비행기 안에서 환하게 비쳐드는 햇빛의 밝음을 조명삼아 빠른 속도로 읽었나갔다. 하지만 6편 단편의 스토리는 쓸쓸하고 힘겨운 사람들, 자신의 상처와 고통을 감추기 위해 더 큰 고통 속에 침잠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수상작인 김혜진의 ‘푸른색 루비콘‘에는 아내의 죽음 이후 홀로 남은 주인공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아내가 살아있을 때는 관계에 어려움을 겪을 필요가 없었다. 아내가 먼저 그를 소개하였고, 그가 만나는 사람 대부분이 그를 알만큼 아는 사람들이었다. 아내가 떠나고 사람들과의 관계는 서서히 끊어지고 어떠한 갈등이 있어 그런건 아니지만 아내의 부재를 실감하는 순간들에서 새삼스레 충격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자신은 이만하면 잘 살아왔다고, 그럭저럭 만족할만 하다고 생각했지만 갑작스레 맞닥뜨리게 된 한 남자의 후줄근함과 생활의 누추함에 위로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 남자를 대하면서 그가 은연중에 전해오는 책망어린 시선에서, 그리고 누추한 그 남자의 거처에서 그는 한 줄기 따뜻한 햇살과 같은 잠시간의 평화를 맛본다. 그것은 아내가 떠난 후 스스로 처음 맺는 관계에서 이루어 낸 것이라서 나에게 작은 감동을 주었다.

최은영의 ‘이모에게‘는 얼마 전 단편집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에서 읽었던 단편이라 반가웠다.
전통적인 여성상에서는 벗어난, 고단하고 이해받기 힘든 삶을 살았지만 자존감을 잃지 않았던 이모의 삶을 조명하면서, 우리가 좀 더 유대하고 돌아보기를
그리고 자신의 상처도 보듬어 안고 돌보기를 말한다.
그것이 결국 치유의 첫 단계임을 보여준다.

‘대만여행‘ 폴더를 열 때마다 이 단편집이 생각날지 모른다. 구름 속을 나는 비행기 안에서 기쁜 마음으로 읽었던 이 책을 ... 한줄기 위로와 평화를 주었던 이 작품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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