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으로 떠오르기 세리프
캐슬린 제이미 지음, 고정아 옮김 / 빛소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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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슬린 제이미는 스코틀랜드를 대표하는 시인이자 에세이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스코틀랜드의 풍경과 문화에 뿌리를 두면서도 여행, 여성문제, 고고학과 시각예술 등을 아우르는 작품을 쓰고 있다. 2021년 스코틀랜드 마카르Makar(스코틀랜드 정부가 지정한 국가 시인)로 임명되었다. 자연과 풍경을 그린 에세이집을 활발하게 집필하고 있는데, 『발견들Findings』,시선들Sightlines』, 『표면으로 떠오르기』가 폭넓은 찬사를 받았다. 

이 중 "빛소굴 세계산문선" 세리프Sefif로 『시선들』과  『표면으로 떠오르기Surfacing』가 간행되어 있고, 

이 두 권을 모두 읽은 셈이 되었다. '세리프' 시리즈로 출간되기 전엔 이 작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지만 먼저 

출간되었던 『시선들』을 읽고 나서 이 세리프 시리즈를 한 권, 한 권 다 읽어보고 싶단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아직 3권의 책만이 출간되었지만 말이다. 





먼저 읽었던 『시선들Sightlines』을 읽으면서도 그랬고,  『표면으로 떠오르기Surfacing』를 읽으면서도 실감하게 되었는데 작가 존 버거의 말처럼 "독자의 세계를 한층 넓혀주"는 글이란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든다. 『시선들Sightlines』에서는 병원의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세포의 아름다움, 빙산이 흩뿌려진 바다 위를 환히 비추는 북극광, 스코틀랜드 섬 위에 뜬 위성, 보존 작업 중인 고래 턱뼈의 구멍으로부터 뻗어 나간 사색의 경험, 요란하고 심각한 소동이 일어나는 절벽의 가넷 서식지, 박쥐를 따라 나섰다가 발견한 동굴- 속 신석기 시대 벽화 중앙에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가는 새-인간 벽화 -을 찾아 나선 여행, 절벽들 사이를 휘돌아 다니는 바닷 속 범고래. 이 모든 여정들이 정확하고 섬세한 묘사로 아주 작은 세상으로부터 저 멀리 떨어진 더 넓은 세상 끝, 깊은 심해로까지  우리를 이끈다. 





이번 작품에서도 캐슬린 제이미 작가는 스코틀랜드의 대자연의 풍경을 다채롭게 보여준다. 

봄날의 웨스트하일랜드 순록 동굴 탐험에 나선 탐험가들은 동굴 깊은 곳에서 표면으로 떠오른 곰의 뼈를 발견했다. 탄소 연대 측정을 통해 그 뼈가 자그마치 4만 5천 년 전의 것임이 밝혀졌다(「순록 동굴」). 

북행 기차를 타고 가는 여행 길, 바다와 숲이 만나는 앵거스의 시골에서 앉은 쪽 창문으로는 소나무 숲이 보이고 그 위쪽으로 배가 바다 위를 유유히 떠가는 상像이 맺혀 있는 모습을 유심히 보면서 윌리엄 스코스비라는 포경선 선장의 놀라운 경험을 들려준다. "7월의 어느 화창한 날, 바람이 가볍고 대기의 굴절률이 높을 때 스코스비와 선원들은 놀라운 광경을 맞닥뜨렸다. 하늘에 배 두 척이 뒤집힌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는 그 배들을 알았고, 그것들이 눈으로는 볼 수 없는 15킬로미터 너머의 거리에 있다는 것도 알았다. 그로부터 2주일 뒤에 그 현상이 다시 나타났다. 북극 여름 저녁의 투명한 하늘에 배 한 척이 나타났다. 뒤집혀 있었지만 그 모양이 너무도 선명해서 돛 하나하나가 뚜렷이 보였다. 그는 그 배에 아버지의 배 이름을 따서 '페임 호號'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 배는 당시에 수평선 너머에 있었다는 사실이 나중에 밝혀졌다. 수평선 너머를 볼 수 있다니 놀랍지 않은가.(162~163쪽)" 하고 "하늘에 뜬 배" 일화를 들려준다. 짧은 글이지만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유리에 비친 모습」).

신석기 시대의 유적지가 발견된 북구 하일랜드의 오크니 제도에서 신석기 유적을 발굴하는 과정과 경험을 토대로 써내려간 「링크스 오브 놀틀랜드I,II,III」도 다시 한 번 삶의 의미를 돌아보게 만들고 외연이 확장되는 듯한 경험을 하게 만든다. 





하지만 무엇보다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에세이는 이 책에서 다소 긴 분량을 차지하는 두 편인데 모두 스코틀랜드 바깥을 배경으로 한다. 하나는 젊은 시절 방황할 때 찾아갔던 티베트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마주한 경험과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을 추억하는 여행기이고(「바람의 말馬」), 다른 하나는 알래스카에서 고고학 발굴에 참여하여 에스키모인 조상들의 유물 발굴을 도왔던 경험을 쓴 이야기(「퀴나하크에서」)이다. 


티베트 여행을 소재로 했던 「바람의 말馬」은 중국 당국의 지배력 강화로 인하여 티베트와 긴장 상태에 놓인 불안한 티베트의 정치 상황이 배경으로 깔린다. 당시 중국 북경에서 대학생들의 대규모 시위로 인하여  5천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내용이 본문에 나오는 것으로 보아 북경 '천안문 사태'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베이징에서의 불안한 정치 상황은 중국의 지배를 받고 있는 티베트에도 여파를 미쳐 여행객으로 갔던 작가를 비롯한 외국인들에게까지 불안을 야기하고 급기야는 예정했던 여행을 마치지 못하고 떠나야만 하는 상황에 이른다. 파키스탄 북동부에서 육중한 구형 버스를 타고 카라코람 고속도로를 달려 길기트에 이르고 거기서 다시 버스로 파키탄과 중국의 국경에 있다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경이라는 '쿤자람 고개'를 넘는 힘겨운 여정을 거쳐 마침내 경이롭고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 높은 고도, 거친 설산,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 놀랍도록 차가운 공기에 대한 감각이 강렬하고, 물이 흐르는 험준하고 아름다운 어느 계곡과 황량한 산비탈에 흩어져 보석처럼 반짝이던 집들이 생각나는 티베트의 중심 도시 '카슈가르'에 닿은 일을 읽을 때 흔히 티베트 여행이라고 하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정경이 글 속에 살아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이 단편의 제목과 관련한 것인데, 호텔에 방을 잡고 바라본, 호텔 담 너머로 보이는 마을에서 바람에 '오색 경번'이 펄럭이는 모습이다. 언덕 위 티베트의 마을을 가장 아름답고도 이국적으로 만드는 풍경이 바로 '오색 경번'이 펄럭이는 모습이 아닐런지...


   "벽돌 담 너머 펼쳐진 땅 몇 미터 아래에는 쪼그라든 강이 있었다. ... 그 강은 황하의 지류였는데, 마을이 언덕 지대에 자리해서 해발 고도가 2,700미터 가량 되었기 때문에 봄에는 눈 녹은 물이 흘렀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는 

6월 초라 눈이 없고 언덕은 푸르렀다. 마을 위쪽에서는 양과 야크 무리가 풀을 뜯었다. 아침이면 창밖으로 안개가 걷히면서 가장 가까운 봉우리에 있는 돌무덤과 그 곁에서 바람에 나부끼는 오색 경번들이 보였다. 경번. 이걸 보려고 참 먼 길을 왔구나, 하고 생각했던 게 기억난다. 장대에 매단 그 천 조각들을.(28쪽)"


이 에세이의 제목을 뜻하는 '바람의 말'도 이 경번에서 유래한다. 경번經幡prayer flags은 티베트 불교에서 쓰는 깃발로서 모두 다섯 가지 색깔이 있다. 가로로 거는 것을 '룽다'라고 하고 세로로 거는 것을 '타르초'라고 하는데, 이 중 룽다, 즉 가로로 거는 깃발을 '바람의 말馬'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가로와 세로로 거는 깃발에 각기 다른 이름이 있는데 그 중 가로로 거는 깃발을 '바람의 말'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이 붙었다, 달리는 말을 연상케 하는 깃발의 모습을 상상하지 않을 수 없다. 




'퀴나하크'의 위치를 설명하는 글로부터 시작하는 「퀴나하크에서」.... 이 아름다운 에세이는 작가가 위도 60 도선의 지도를 한 바퀴 돌아 알래스카 주, 베링 해에 이르고 거기에서 알래스카의 마지막 150킬로미터 지역에서 쿠스코큄-유콘 삼각주를 지나 퀴나하크 마을에 이르는 길을 설명한다. 이마저도 아름답다. 퀴나하크 마을. 그 마을은 북위 60 도 선 바로 아래에 위치한다. 지도를 보면 도로는 없고 녹색 물길과 얼음 녹은 웅덩이들만 보인단다. 여름엔 그렇고... 겨울엔 물론 강이 얼고 눈이 높이 쌓인다. 그렇기 때문에 고고학 발굴은 짧은 여름 동안만 가능하다. 


마을엔 주민이 7백 여명 정도, 대부분 유피크Yupik 족이고 이들의 강인 카네크토크 강은 유명한 연어 회귀천이다. 이 단편을 읽다 보면 기후 위기라는 말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얼음이 녹아서 에스키모인들이었던 유피크 족은 원래 살던 곳에서 계속 남쪽의 땅으로 거주지를 이전하고 있는 중이다. 사진으로 보면 해변은 직선으로 1.5미터가량 뻗은 검은 모래밭이다. 바다를 마주하고 툰드라가 겨우 2~3미터 높이로 솟아있다. 해수면의 빠른 상승으로 툰드라가 빠르게 부식되고 있고 매일매일 새로운 흙덩이와 초목이 모래밭으로 떨어져 내려와 바다에 휩쓸린다. 그리고 영구 동토층이 녹아서 땅 자체가 버티지를 못하고 점점 바다에 굴복하려고 한다. 결정적으로 이 툰드라 벽을 바다가 할퀴어서 묻혀 있던 유피크 족의 선조들의 마을이 표면으로 드러났다. 퀴나하크 주민들은 전부터 이 지점에 오면 흙에서 갖가지 용품이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유피크 물건"

그들의 조상이 바깥 세계와 접촉하기 전, 유럽인들이 오기 전, 기독교 선교사들이 강을 타고 올라오기 전에 쓰던 장신구와 기구와 물건들... 이 누날라크 마을 현장은 겨우 5백 년 되었지만, 유피크인이 수렵채집으로 자급자족하던 시절, 아무 문제 없이 살아가던 시절을 담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서구인들의 침탈로 명맥이 끊긴 그들의 문화, 그들의 전통을 잇고자 마을 회의를 거쳐 이 누날라크 마을을 발굴하기로 결정한다. 고고학자들과 고고학에 관심있는 대학생들, 그리고 마을의 젊은이들이 매해 발굴에 참여하게 되었고 발굴이 진행될수록 점점 많은 젊은이들이 그들의 문화를 알아가고 전통을 잇고자 애쓰게 되었다. 그해의 발굴이 끝날 시점에 전시회와 발표회 등을 하면서 주민들은 점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과정들에 참여하는 퀴나하크 마을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도 아름답지만 풍경과 계절에 따른 유피크의 생활도 자연을 닮아있다. 베리를 따서 잼을 만들고 베리 따기가 끝나면 연어 낚시 철인데 겨울이 오기 전에 손질하고 말리고 얼리고 훈연해 두었다가 내내 먹는다. 연어 철 다음에는 말코손바닥 사슴 철이 오고 그 다음에는 

송어 철... 그러고 나면 겨울. 겨울이 오면 눈과 얼음이 풍성하기를 기다렸다가 언 강을 타고 툰드라 지대로 가서 늑대에 쫓겨 내려오는 순록을 잡는다. 뇌조를 잡기도 하고... 뇌조 수프는 물범 기름을 뿌려 먹어야 한다는데... 봄이면 얼음 낚시로 바다코끼리와 물범을 잡을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 현대인, 도시인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생활 모습이지만 이들의 사계절은 정말 빽빽하게 할 일이 많다. 유피크 족 사람들은 기꺼이 순응하고 

만족하며 살아간다. "자신들의 땅과 아주 현실적이고 합리적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아주 영적이다.... 그런 그들에게 선교사를 보내고 그 땅을 정복하고 유피크인의 문화를 잃게 만든 외부 세계는 이제 그들에게 방송국 촬영팀을 보내고 카메라를 들이대며 "자연친화적 삶"이라고 포장한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작가가 아마추어 고고학자로서 동굴탐험을 하고 퀴나하크와 북구하일랜드의 오크니 제도에서 발굴에 참여한 경험은 이 책 전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 땅은 신화의 시대가 아닌, 실제적인 삶을 살았던 생명이 살아 숨쉬는 땅이었고, 이들의 삶과 그 실제성을 발굴을 통하여 체험함으로써 "지나간 삶과 현재의 삶, 앞으로의 삶을 다층적으로 투시해 보여"주고 있는데,  이 책의 제목이자 각각의 에세이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표면으로 떠오르기'라는 이미지와 표현을 통해서 더욱 생생해진다. 발굴된 유물들이 마침내 '표면으로 떠올라'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저자가 티베트 여행 중 개에게 물렸던 사소한 기억이 20년도 더 지나 저자의 꿈 때문에 기억이 표면으로 떠올랐고, 저자의 할아버지가 광산 매몰 사고 후, '지상으로 올라온' 경우도 그러하다. 공기를 타고... 예민한 감각으로 공기의 결을 가늠하며 상승 기류를 타고 하늘을 날아오르는 수리의 묘사에서도 그러하다.


   "이 "떠오르기"들은 하나같이 생명력으로 이어진다. 잊혀졌다고 생각한 것들이 살아 돌아와서 파괴된 공동체를 복원해주고(「퀴나하크에서」), 생명을 되살려주며(「지상으로 올라오기」), 때로는 병마를 이기는 기묘한 계시가 된다(「티베트의 개」)(268쪽, 옮긴이의 말 중에서)




이 책의 담백한 문장들에 담긴 깨끗하고 빛나는 아름다운 이미지들을 읽다 보니 나도 모르게 작가를 따라 여행을 다녀온 듯, 그리고 거기에 깃든 인류 생명체의 깊고 오랜 역사를 표면으로 끌어올려 잠시 들여다보고 돌아본 느낌이 너무 좋아서 이 책을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웨스트하일랜드의 웨스트레이 스톤에 새겨진 나선형 무늬처럼 모든 것이 다시 출발한 곳으로 돌아오는 것, 그것이 처음과 다른 것일지라도 깨달음의 시간들로 인해 우리는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캐슬린 제이미는 여행을 떠나고 다시 돌아오는 시간들을 반복하는지도 모르겠다. 우리에게 이처럼 멋진 에세이를 남기려고.... 나도 한번은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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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을 사냥하는 여자들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이나경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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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공룡(어룡)화석을 발견한 의지의 어린 소녀 메리 애닝, 그리고 메리의 진가를 알아보고 아낌없이 지원한 또 다른 여인 엘리자베스 필풋. 두 여인의 협력과 경쟁의 서사가 교차하며 그려진다. 경쟁하고 반목하지만 결국 서로에게로 다시 돌아오는 두 여인의 도전의 스토리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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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처녀들
뮤리얼 스파크 지음, 김재욱 옮김 / 앨피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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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은 폭격으로 건물들이 처참하게 부서졌고, 그 가운데 비스듬히 버티고 있는 건물에 ‘5월의 테크클럽‘ 아가씨들의 재기발랄한 일상에 의문을 가지게 되지만 그조차도 시대의 부조리를 향해 날리는 ˝비웃음˝임을.. 그리고 이 일상을 뒤흔드는 불발탄의 위력은 위태한 일상조차 처참하게 날려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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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퍼가기 시대 - 미국의 미혼모, 신생아 입양, 강요된 선택 서구 미혼모 잔혹사 1
캐런 윌슨-부터바우 지음, 권희정 옮김 / 안토니아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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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퍼가기 시대'라는 이 생경하고도 이상한 용어는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 아일랜드 등의 세계 유수의 국가에서 자행된, 비공개 영아 입양이 대규모로 시행되던 시기를 말한다. 대체로 제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이후부터 1973 년까지의 기간이며 이 책을 저술한 미국의 작가 캐런 윌슨-부터바우도 어린 나이에 아기를 낳았고 아기를 빼앗긴 어머니이다. 책의 표지에 인쇄된 사진을 참조하시라. 아기를 안고 사진을 찍는 어머니라면 결코 저런 표정일 수가 없다. 아기를 낳고 잠시 안아본 게 다인데 바로 아기를 빼앗기고 원하지 않는 입양을 강요 당했다. 미국에서 150만 명 이상의 미혼모가 강제 입양으로 아기를 빼앗긴 것으로 추정된다. 


이 시대는 미국에서 낙태가 합법화된 그 유명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난 해를 즈음하여 공식적으로 끝난 것으로 여겨진다. "역사상 이토록 많은 미혼모가 갓 낳은 아이를 입양 보낸 전례는 없다(38쪽)"라고 말할 정도로 많은 미혼의 엄마들이 단지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기를 빼앗겼다. 대부분의 엄마들의 나이는 만 16 ~ 18세였다. 그들은 피임약을 구할 길이 없어 배란기에 맺은 성관계가 임신으로 이어졌고 임신 사실을 알아도 밝힐 수가 없었다. 심지어 어떤 엄마는 남자와 성 관계를 어떻게 하는지도 몰랐고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었다. 아기를 낳을 때조차 어떠한 안내도 받지 못했다. 통증을 경감시켜주는 어떠한 처방도 받지 못했다. 미혼의 여성의 성행위는 금기였기에(그런데 왜 미혼의 남성에게는 금기가 아닌 것이죠?) 임신을 한 여성들은 "문제 있는 여자애들"이란 시각으로 보았다. 정말 할 말이 너무 많지만 친절하게도 캐런 윌슨-부터바우 이 작가는 처음 시작하는 1장부터 마지막 26장의 내용을 스스로 요약을 해 놓았다. 읽다 보면 전혀 생소한 내용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접한 영미 문학에서, 영화에서, 그리고 특히 기억에 남는 작품은 작년 하반기, 아일랜드의 작가 클레어 키건의 <푸른 들판을 걷다>를 읽다 알게 된 '막달레나 세탁소'라는 음침하고 끔찍했던 그곳도 바로 미혼모 수용시설이지 않았던가. 아무튼 거두절미하고 이 시기 미혼 임신을 한 여성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쳤다.





  '문제의 여자애'는 아이 아빠에게 임신 사실을 말하지만, 그는 곧 타지에 있는 대학에 가기 위해 마을을 떠나거나 다른 여자와 결혼한다. 아니면, 임신한 여자친구와의 결혼을 회피하기 위해 군에 입대하고 베트남으로 떠난다. 아이 아빠로부터 거절 당한 후 미혼의 임산부는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한다. 이 반갑지 않은 소식에 충격을 받은 부모는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후 "전문가"에게 도움을 구한다. 그러면 의사나 목회자들과 같은 사람들은 딸을 미혼모 시설에 보내고 아기를 낳으면 입양 보내라고 조언한다.


<감금>

   2차 세계대전 이전 모자 위탁 가정forest home은 엄마들이 아기를 기를 수 있도록 돕던 곳이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난 후 모자 위탁가정은 유급 위탁 가정wage home으로 전환되는 역사적 변화를 거쳤다. 유급 위탁 가정에 머물던 미혼 임산부는 출산 예정일이 다가오면 미혼모 시설로 옮겨졌고, 거기서 별다른 대안없이 입양을 선택했다. 이러한 변화는 미혼모 시설을 제도화하는데 앞장서고 입양 산업화를 위해 시설을 활용한 입양 조사 복지사들에 의해 촉진되었다. 유급 위탁 가정과 미혼모 시설은 입양 기관과 관련 변호사들의 협력을 얻으며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하고 있던 미혼모를 포획하는 그물을 완성했다. 그물은 미혼모들을 꼼짝할 수 없이 가두었고 사람들은 그 안에 있는 아기라는 사냥감을 얻었다(Kunzel 1993: 169).


   미혼모 시설에 입소하기 위해서는 "혼외관계" 임신이어야 했는데 이때 "혼외 관계"란 무조건 "잘못된 행동"을 의미했다(Vincent 1962: 10). 어린 나이에 임신하게 되면 대부분 부모의 손에 이끌려 입양 기관에 오고, 입양 기관에 오면 복지사의 안내로 유급 위탁 가정(결혼한 부부의 가정)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임신 7개월이 될 때까지 숨어지내며 임금을 받고 집안일과 육아(자신의 아이는 돌보지 못하는데 육아를 한다? 어불성설이죠?)를 돕는다. 유급 위탁 가정은 미혼모 시설로 옮겨갈 때까지 머무는 단기적인 해결책이었다. 유급이라 했지만, 임금은 거의 지급되지 않았다. 열심히 일한 대가는 숙박비와 식비로 이미 빚을 질 만큼 충분히 받았고, 망신당하지 않도록 숨을 장소를 제공했으니 감사하라는 식이었다. 이 관행은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및 뉴질랜드를 포함한 서방 국가에 널리 퍼졌다. 흔히 가사 도우미 같은 일을 했는데 이것은 당시 사회 정책이었다(Child Welfare League of America 1978: 28)


   유급 위탁 가정의 안주인은 미혼모에게 어머니 같은 멘토 역할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저 부끄러운 짓을 한 어린 임산부가 산달이 다가와 미혼모 시설로 옮겨갈 자격이 될 때까지 숨겨 준 대가로 몇 달 동안 무료(또는 저렴한 임금을 받는) 입주 가정부를 들이는 정도로 생각하는 "정숙한", 즉 기혼 여성이었다(Pinson 1964: 21-22). 이러한 유급 위탁 가정은 미혼모 시설 및 입양 기관과 연계되어 있었다. 미혼모 시설에는 보육 시설이 없었다. 과거 복음주의 기독교에 기초해 미혼모들을 돕던 여성  종사자들과 달리 미혼모 시설은 엄마가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도움을 주지 않았다. 아이와 자립하여 살 수 있도록 돈과 음식, 옷 등을 친절하게 나누어주는 복지사들은 없었다. '아기 퍼가기 시대'에는 미혼모와 아기의 애착에는 관심이 없었다. 오로지 아기를 가지려는 자의식에 가득 찬 결혼한 부부(불임이거나 또는 다른 이유가 있는)에게 필요한 것, 그들이 원하고 요구하는 것, 그것을 충족시켜 줄 미혼모가 낳은 신생아에게만 모든 관심이 집중되었다. 특히 입양이 아동 복지의 한 분야로서 인정받고, 그 분야에서 일하는 입양 종사자들이 '미혼모 전문가'로 존중받도록 하고, 새로운 학문으로 등장한 사회 복지 분야에서 자신들의 전문성을 키워나가는 데만 관심이 있었다. 그리고 엄마와 아기를 분리하여 결국 엄마들이 입양으로 아이를 상실하게 하는 전략을 통해 자신들의 경력을 쌓아 나갔다(Kunzel 1993: 169). 


   물론 모든 미혼모들이 시설로 보내진 것은 아니다. 어떤 미혼모는 자기 집에서 격리된 생활을 했다. 가령 지하, 다락방에서 숨어 지내거나 먼 친척 집에 보내진 후 아기를 낳고 혼자 집으로 돌아왔다. 드문 경우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서 혼자 지내기도 했다. 이들의 거주 형태는 달랐지만 '아기 퍼가기 시대'의 모든 백인 미혼모는 사회복지사와의 만남으로 귀결되었다. 그리고 아기를 포기하라는 세뇌를 피할 수 없었고 그 결과 입양 시스템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Marshall & McDonald 2001:4: Carp 1998: 116).


   미혼모 시설에 입소한 후 오리엔테이션 기간이 끝나면 일주일에 2시간 외출을 나갈 수 있다. 하지만 보호자가 따라붙었으며 장부에 외출과 귀가 시간을 적어야 한다. 그 밖에 기상 시간, 식사시간, 취침 시간 등을 반드시 지켜야 했다. 매일 밤에는 취침 점검이 있다. 식단표에 있는 음식 외에는 먹을 수 없고, 사전 허락 없이 방문객은 찾아올 수 없다. 전화는 걸 수도 받을 수도 없다. 간호사 소견이 없는 한, 낮 동안 방에 들어가 있으면 안된다. 시설 '입소자'인데 청소나 허드렛일도 해야 한다. 출입문에는 자물쇠도 달려 있다. 담장 너머 저편에 있는 친구들의 얼굴을 담장 안에서 볼 뿐이다.


   담장 안에서, 감옥에 갇힌 것과 다름없는 생활을 하는 미혼모는 세상과 가족과 친구들과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아이 아빠와 완전히 단절된 상태에 있다. 아이 아빠는 이미 그녀를 버리고 떠났겠지만. 설사 떠나지 않았다 하더라도 시설에 있는 임신한 여자친구를 만날 수 없었다. 아이 아빠와 전화 통화도, 면회도, 편지도 어떤 형태의 연락도 허용되지 않았다. 남자 친구가 연락하고 싶어 한들, 여자친구가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고, 전화나 편지로 연락할 방법도 알아낼 길이 없었다. 어느 날 그녀는 그냥 없어져 버린 것이다. (254~258쪽) 




미혼모는 "사고를 개조"한다는 의미의 세뇌를 당하고 아기 포기와 입양을 하겠다고 결정을 강요 당했다. 아이를 입양 보내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면서 매일매일 밤이고 낮이고 똑같은 메세지가 끊임없이 반복된다.선택의 여지는 주어지지 않았다. 여기에 깊이 관여한 사람이 입양 복지사들, 입양 종사자들 - 입양 기관 종사자들, 변호사, 판사, 입법에 관련한 일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입양 종사자들이다 - 인데 이들의 임무는 미국 시민을 돕는 것이다. 미혼모가 양육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하고, 아기를 포기하지 않도록 도와야 하며, 양육 수당과 부모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또한 직업 훈련을 받고 고용과 주거지원을 도와야 한다. 입양 종사자들은 또 미혼모의 임신. 진통, 분만에 관여한 일에서도 도움을 제공하여야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모든 과정에서 그들은 직무를 유기하였고 최후의 선택으로 남겨져야 할 입양만을 최선의 선택으로 강요하였다. 왜 그랬을까? 입양을 담당했던 사회복지사들은 어린 미혼모들 위에 군림하면서 권능을 행사하고 돈을 챙겼다. 물론 변호사, 판사, 입양 기관도 입양 부부들에게서 막대한 돈을 챙겼다. '아기 퍼가기 시대'가 끝난 2000년 입양 산업은 연간 총 15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관련된 어떤 사람이든 입양 산업은 돈이 된다고 생각한다. 역시 '아기 퍼가기 시대' 엄마와 아기의 분리는 막대한 수익을 창출했고, 오늘날은 더 그러하다. 하지만 이러한 돈의 권력 관계에서 친모와 아기는 철저히 배제된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이익이란 말인가.


미혼모들에게는 '죄', '신경증', '일탈적 행위'를 했다는 프레임을 씌워놓고 '치료'를 강요하면서 감금했다. 또 아기를 키우려는 미혼모들은 판사 앞에서 꾸중을 듣고 죄인처럼 서서 입양 서류에 서명할 때까지 정신병동에 집어 넣겠다는 둥, 소년원에 가둬 두겠다는 둥의 협박을 들어야 했다. 단지 자신의 아이를 키우겠다고 말했을 뿐인데 말이다. 뿐만 아니라 엄마는 아기를 뺏겼다는, 아기는 버려졌다는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일반인들보다 훨씬 높은 빈도로 외상 후 스트레스로 고통받는 사람들은 일상에서 정서적 무감각, 수면 장애, 우울증, 불안, 과민성, 분노 및 극심한 죄책감에 시달린다. "하루에도 몇 번 씩 감금되는 생생한 플레시백을 경험한다", "다시 내 인생이 어느 순간 갑자기 비참하게 중단될까 봐 두려워 장래에 대한 계획도 세우지 못한다", "밤은 최악이었다. 나를 파멸시킬 듯 위협적으로 몰아치는 회오리바람 한가운데 있는 거 같은 고통을 느꼈다", "몸 속에 쇠파이프가 있는 것처럼 그 안으로 통증을 밀어 넣고, 뚜껑을 덮고, 다시 나오지 못하도록 단단히 용접해 버리는 상상을 했던 기억이 난다", "....일상적인 일도, 아이를 돌보는 일도, 직장에 가는 일도 전혀 할 수 없는 절대 무능 상태에 빠졌다", "그리고... 매 순간 죽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하며 몇 주를 보냈다" .... ...


이와 같은 방식이 합법적인가? 이러한 방식이 도덕적이고 윤리적인가? 정말 미혼모들에게 선택할 권리가 있었나? 충분히 숙고해서 내린 결정이라고 말할 수 있나? 이러한 질문은 이미 오래전에 했어야 한다고 작가인 캐런 윌슨-부터바우는 말한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도 '아기 퍼가기 시대'를 살았던 미혼 엄마들은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이것이 지금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입양 당시에 ... 올바른 정보를 받은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듣거나 거짓 정보를 받은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누가 진실의 축복을 받았고 누가 거짓 정보를 받았는지에 어떤 규칙이나 원인은 없어 보입니다. 입양 실천 방향이 바뀌고, 입양 후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입양 과정 중에 거짓 정보를 제공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기만 당한 친부모들은 정신적 외상을 입고 분노(했습니다)... 거짓말을 정당화할 방법은 없습니다. 비공개 입양은 얼마든지 비밀리에 이루어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일을 정당화하려는 시도는 안됩니다. ... 가장 건설적인 길은 정한 뒤에 마무리하는 진실이 무엇인지 밝히고, 과거의 생각은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한 뒤에 마무리하는 것입니다. ... 입양 과정에 거짓 정보가 있었음을 아는 순간 친부모는 아이의 또 다른 부분을 도둑맞는 느낌을 갖습니다. 건설적인 길로 나아간다는 것은 바로 이들을 지지하고 공감하는 것을 의미합니다(Dorner 1997). (2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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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25-02-13 17: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기장사’는 참 오래도록 어떤 뒷힘과 뒷손이 저지른 끔찍한 짓입니다. 우리나라도 ‘홀트’라는 곳이 쉰 해 남짓 이 짓을 했습니다. 외톨이(고아)가 아닌데 무턱대고 길에서 아이들을 붙잡아서 미국·유럽·호주로 팔아치웠는데, 독재정권이 뒤를 봐주지 않았다면 할 수 없던 짓이지요.

여러모로 보면 ‘미혼모’란 이름은 조금더 안 어울리지 싶습니다. 어느 누구도 ‘미혼부’란 이름을 안 쓰거든요. 그저 ‘아기엄마’인 사람을 사랑하는 길을 배운 바도 없고 배우려고 하지 않던 ‘철없는 아기아빠이되 아기아빠 자리에서 달아낸 사내’들은 ‘부끄러움’이 무엇인지 배운 적이 없을 테지요.

멍든 어제를 사랑으로 달래면서, 오늘을 살아가는 순이와 돌이 모두, 아기를 참사랑으로 맞이하는 새길을 차근차근 배우고 가르치는 자리를 부드러이 열 수 있기를 빌 뿐입니다.

은하수 2025-02-13 18:31   좋아요 0 | URL
아.. 정말 잘 짚어주셨어요.
사실 우리 홀트복지회 이야기도 넘 하고싶었는데
그럼 글이 너무 길어지더라구요!
그것에 대해서도 할말이 너무 많죠!
학교 다니던 시절 합정동 홀트아동 복지회 앞에서 버스 타고 다녔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더군요. 아동복지란 말이 무색하게요.
이런 이야기는 번역자의 서문에 또 자세히 나와 있어요.
많은 분들이 읽고 되새기는 기회가 되면 좋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아기엄마에 대한 용어에 대해서는 미국에서도 여러차례 논의가 있었더라구요.
친모‘라는 용어를 쓰자고도 했는데 이 말도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었구요.
용어를 확정하기 참 어려운 문제란 생각이 듭니다.

단발머리 2025-02-13 22: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기 퍼가기 시대‘ 이전에 미혼모들이 ‘엄마가 되는 과정‘을 도와주었던 여성들, 대부분 복음주의를 신봉하는 기독교 여성들이 직업 교육을 받은 전문가들, 입양 전문 사회복지사들에게 ‘쫓겨 나는‘ 과정에 관심이 많이 갔어요. 마녀 사냥과 더불어 산파들이 출산 현장에서 쫓겨나고 남성 의사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던 것이 기억나더라구요.
은하수님이 정리해 주신 내용 보니 제가 지금 읽고 있는 내용과 겹쳐져서 더 쉽게 이해하면서 쭉쭉 읽어갈 수 있을 거 같아요.
완독 축하드립니다! 현재 스코어, 1등이신걸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하수 2025-02-13 23:08   좋아요 1 | URL
심지어 그 복지사란 사람들이 대부분 교육을 받은 미혼의 여성이란 것이 저도 무척 안타까웠어요. ㅠㅠ
사실 이 책도 어느 쪽이든 할말이 너무 많죠. 우리 여성들에게는요.
다른분들께서 많이 읽으시고 다른 리뷰 올려주시면 좋겠어요.
또 다른 관점을 볼수 있을거 같아 기대되네요.
리뷰 기다릴게요^^

다락방 2025-02-17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은하수 님 완독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읽느라 고생하셨고요.
저는 아직 절반도 채 못읽었지만 내내 미혼부가 나오지 않아 화가 납니다. 낳을것인가 말것인가 라는 고민부터 키울것이가 입양보낼 것인가 하는것까지, 교육의 기회도 박탈당하고 복지도 받을 수 없고 낙인 찍히는 그 모든 과정에서 아기 아빠는 쏙 빠져있다는 것이 너무나 화가 납니다. ㅠㅠ

은하수 2025-02-17 21:29   좋아요 0 | URL
그쵸그쵸... 아마도 끝까지 찾을 수 없을 듯합니다ㅠㅠ
영미문학에서도 그러잖아요. 조이스 캐럴 오츠의 《멀베이니 가족》에서도 미혼모 딸 이야기 나오거든요. 학기말? 파티 갔다 성폭행 당하고... 아빠도 고등학생이죠.
근데 이놈들은 유력아빠를 둬서 아무 문제없이 다 빠져나가요. 딸은 임신해서 먼곳으로 보내져서 아기를 낳은 것으로 기억해요. 다들 이런다니까요. 진짜 화나서.. 결코 잊히지 않는 작품속 에피소드입니다.
그래도 책임지는 한사람 정돈 있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아무리해도 그런 작품이 생각이 안나요 ㅠㅠ
제가 모르는 걸 수도 있죠.
혹 다락방님은 아시는 작품 있으신가요?? 제발 하나만 알려주세요!^^
 
아무튼, 보드게임 - 여러분의 목적은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입니다 아무튼 시리즈 64
심완선 지음 / 위고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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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 딸램이 갑작스런 수술을 하게 되어 집에 와서 몸조리도 하고 엄마 밥도 실컷 먹이고 몸이 금방 회복되어 딸램을 집으로 데려다 주러 갔었는데 갑자기 딸램이 보드게임 <커피 러시>를 꺼내오더니 같이 해보자는 것이 아니겠는가!

보드 게임은 아이들이 어릴 때 <부루마블> 말고는 하는 걸 본 적도 없고 해본 적도 없었고 관심도 없었는데 갑자기 웬 보드게임? 하면서 둘이 앉아 일단 게임 설명을 들은 다음에 그냥 해봤는데... 어맛 세상에 넘넘 재밌는 거다. 

연달아 3판 하고 집으로 왔는데 또 하고 싶었다. 하지만 보드게임은 가장 난제가 사람을 모으는 일이다!



한 달 후 집에 오면서 <커피 러시> 들고 온 딸램~~~ 집에서 틈만 나면 하고 그러다 <스플렌더>를 주문했다는~~~

이것도 전략게임이라 은근 너무 재밌다. 근데 둘이 하니까 여러 사람이 하면 어떤 느낌일지 너무 궁금해서 아들과 남편에게 사정사정해서 동참시켜 같이 했더니 또 넘넘 재밌다. 이게 네 사람이 서로 성향이 달라서 게임이 어디로 튈지 정말 알 수가 없었다.

남편은 옛날 잡기에 능한 실력을 살려 일단 게임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주의이고 나름의 특이한 전략을 구사해서 우리를 놀라게 했다. 아들은 그냥 하라니까 하는, 그럼에도 공격적인 성향이고, 딸램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즐기면서도 이왕이면 이기는 게 더 좋다는 거다. 난 그냥 화기애애하게 그리고 최대한 즐겁게 게임을 즐기고 이기면 좋지만 져도 그리 기분 나빠하지 않는 성향이었다. 서로 약간씩 성향이 다르니까 더 재밌었던거 같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다른 잡생각은 하나도 안하고 즐겁게 몰입할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어릴 때부터 게임에 능하고 대학 시절에는 보드게임에 심취하였으며 지금도 작가들이 모이기만 하면 보드게임을 즐기는 보드게임 덕후인 심완선 작가는 "여러분의 목적은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MBTI 성격유형처럼 플레이 유형을 1. 만족감의 출처: 성취형(A)/교류형(F), 2. 경쟁에 대한 반응: 견제형(I)/자립형(S), 3. 경험에의 개방성: 상상형(V)/반복형(C)의 3가지 척도에 따라 총 8가지의 유형으로 분류해 놓았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보드게임도 추천해 놓았다. 



반드시 한 가지 유형에만 해당하는 건 아니라서 나는 동반자(FSC: 교류-자립-반복, "나도 참가할게" 친밀감과 애정 추구)형, 

예술가(FSV: 교류-자립-상상, "저기로 가볼게" 우연과 질문 추구)형, 연구자(ASC: 성취-자립-반복, "이번에는 더 잘해야지" 탐구와 발전 추구)형이었다. 추천 게임은 딕싯, 사그라다, 루미큐브, 아줄, 5분 던전 등등인데 사그라다와 류미큐브는 이미 샀고, 나머지 이 게임들 외에 할 수만 있다면 모두 경험해보고 싶어졌다. 사람을 만날 수만 있다면....ㅠㅠ



요즘은 나에게 보드게임 초보인 나에게 뭐가 좋을 까 매일 검색하고 구경하면서 혹 1인 게임으로 적당한 것은 뭐가 있을까 찾아보고 있다. 그래서 구입한 것이 <사그라다>인데 일단 색깔이 너무 예쁘고 나름의 성취감도 있는데 역시 혼자하니 별로 재미가 없다. 누구랑 같이 하지...??? 누구를 꼬실까 그런 궁리만 하고 있는 '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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