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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적인 결말이어서 참 좋다.
유튜브 뮤직으로 영화 캐롤 ost 들으며 마지막까지
읽었는데 영화를 보지 않았지만 책 내용과 매치가 잘 되면서 어떤 부분인지 다 알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 책을 떠올릴 때면 영화의 장면들이 앞으로 계속 떠오르게 되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작품이 주는 메시지도 또 두 여배우의 모습도 깊게
각인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아차차...
그런데 책은 교정을 어찌 한건지...
윽...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너무 많아서 좀 실망... 이 정도면 전공과 상관없이 눈에 거슬릴듯 하다.



테레즈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카페는 텅 비었다. "우리를 따라온다고요? 우리랑 같이 있다는 거예요?"
"지금 탐정이 솔트레이크시티에서 호텔마다 뒤지고 다닐 거야. 이 일이 되게 더러워, 자기야 미안해. 정말 정말 미안해." 캐롤은 의자에 몸을 기댄 채 불안히 앉아 있었다. "차라리 널 기차에 태워서 먼저 집으로 보내는 게 나을 것 같아..
"좋아요. 만약 그게 최선이라면요."


*불안불안한 행복의 시간들이다.ㅠㅠ
미행을 붙이다니... - P326

"담배 좀 피울까." 캐롤은 한 개비를 꺼내 불을 대신 붙여 테레즈에게 건네주었다. "네가 알아챈 거 저 남자가 모르지?"
"몰라요."
"그럼 끝까지 숨기자." 캐롤은 테레즈를 보며 웃었다. 그리고 자기 담배에 불을 붙인 다음 탐정이 있는 반대쪽을 바라보았다. "그냥 편안히 있어." 캐롤은 목소리를 바꾸지 않고말했다.
말은 쉬웠다. 다음에 탐정을 보면 단박에 알아챌 수 있으리라 착각하기는 쉬웠다. 얼굴에 폭탄을 맞은 기분이 드는데 애써봐야 무슨 소용이 있으랴. - P343

탐정이 차에서 내렸다. "지금 뭐하자는 겁니까?" 바람이불자 목소리가 높아졌다.
"어때?" 캐롤이 간격을 조금 더 좁혔다. "갖고 있는 거다 내놓으시지, 딕터폰 테이프든 뭐든."
하늘색 눈동자 위로 그려진 탐정의 눈썹이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펜더에 몸을 기댄 채 얄팍하고 큰 입술로 이죽거렸다. 테레즈를 쳐다보다가 다시 캐롤을 쳐다보았다. "전부 다 보냈는데, 수중엔 메모 몇 개밖에 없소. 언제 어디를갔었는지 적은 것뿐인데."
"좋아, 그럼 그거라도 내놔."
"그럼 지금 그걸 사겠다는 소린가?"
"난 그런 말한 적 없어. 그냥 내놓으라고 했지. 팔고 싶은 건 당신이잖아?"
"난 당신이 돈으로 살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아니오."
- P359

 캐롤이 떠올랐다. 이제 1,600킬로미터 멀리 있는 그녀.
오늘 밤은 혼자 자야 한다. 테레즈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밖으로 나갔다. 편의점이 보였다. 어느 날 아침 캐롤이 휴지와 치약을 샀던 곳이다. 그리고 저 코너에서 캐롤이 고개를들고 도로표지판을 읽었다. ‘5번가와 네브래스카가.‘ 테레즈는 편의점에서 담배 한 갑을 사서 호텔로 돌아와 의자에 앉았다. 캐롤이 떠난 후 처음으로 담배를 입에 물고 맛을 느꼈
다. 그간 잊고 지낸 혼자라는 상태를 음미했다. 그저 몸만 떨어져 있을 뿐, 혼자라는 기분이 전혀 들지 않았다. - P378

캐롤은 잠시 테이블 옆에 서서 테레즈를 보다가
자리에 앉았다. "만나줘서 고마워."
"그런 말 말아요."
웨이터가 왔다. 캐롤은 차를 시켰다. 테레즈도 아무 생각 없이 같은 걸로 시켰다.
"나 밉지, 테레즈?" 캐롤이 물었다.
"아뇨." 캐롤의 향수 향이 희미하게 느껴졌다. 익숙했던단내였는데 지금은 이상하게도 낯설었다. 전에 느끼던 그런감정이 일지 않아서였다. 테레즈는 성냥갑 뚜껑을 만지작거리다가 도로 내려놓았다. "어떻게 당신을 미워할 수 있겠어요. 캐롤?"
"날 미워하는 줄 알았어. 한동안 날 미워한 건 사실이잖아." 캐롤은 사실이라고 못박아 말했다.
"미워한다고요? 당신을요? 아니에요." 별로 미워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과 다름없을지 모른다. 캐롤이 두 눈으로 테레즈의 표정을 읽고 있기 때문이다. - P436

"아주 좋아 보여" 캐롤이 말했다. "갑자기 등장했는데,
그 이유가 내게서 벗어나려고 그런 거야?"
"아뇨." 테레즈는 바로 반박했다. 좋아하지도 않은 차를시켜놓고 내려다보며 인상을 썼다. 캐롤이 
‘등장‘이라고 말하는 소리를 들으니 새로 태어난 기분도 들고 부끄럽기도 했다.
맞다. 캐롤이 떠난 후 테레즈는 새로 태어났다. 도서관에 걸린 초상화를 보는 순간 새로 태어났다. 그때 터진 울음은 신생아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 세상으로 끌려 나오며 우는 것과 동일했다. 테레즈는 캐롤을 바라보았다. "수폴스 도서관에 그림이 걸려 있었어요." 테레즈는 말했다. 그리고 감정을 섞지 않고 남 얘기 하듯 사연을 털어놓았다.
- P437

테레즈는 심장이 쿵쾅거렸다. 백화점에서 캐롤의 전화를 처음 받던 날 같았다. 테레즈의 의지와 다르게 몸이 반응했다. 그럴 수 있다면 행복하고 뿌듯할 것 같았다. 캐롤이 용기를 내 이렇게 일을 벌인 게 자랑스러웠다. 그리고 이런 말을 한 것도 흐뭇했다. 캐롤이 앞으로도 이렇게 용기를 내리라는 사실도 기뻤다. 대범했던 캐롤의 모습이 떠올랐다. 시골 도로에서 탐정과 맞서던 용기. 테레즈는 침을 삼키면서 요동치는 심박 소리까지 같이 삼키려고 애를 썼다. 캐롤은 아예 테레즈와 눈도 마주치지 않고 재떨이에 담배 끝을 비비고있었다. 캐롤과 같이 산다니. 그건 그동안 불가능한 일인 동시에 테레즈가 이 세상에서 가장 바라던 바였다. 캐롤과 같이 살고 일상을 공유하는 일. 여름과 겨울을 보내고 같이 산책하고 책을 읽고 여행하기. 캐롤을 원망하던 나날들이 스쳐 지나갔다. 캐롤이 이런 얘기를 꺼내면 테레즈는 거절하는 상상을 했었다. - P442

테레즈는 입구에 서서 안에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피아노 연주가 흐르고 있었다. 조명이 밝지 않아서 처음에는 캐롤이 잘 보이지 않았다. 
어둑어둑한 그림자가 진저쪽에 캐롤이 벽을 등지고 앉아 있었다. 캐롤은 테레즈를 보지 못했다. 반대편에 앉은 남자가 보였다. 누구인지 테레즈는 알지 못했다. 캐롤이 천천히 손을 들어 머리 한쪽을 쓸어내리더니 반대편도 한 번 더 쓸어내렸다. 테레즈는 미소를 지었다. 저게 바로 캐롤 특유의 동작이다. 저 모습이 바로 테레즈가 사랑했던, 그리고 앞으로도 사랑할 모습이다. 이제는 좀 달라질 것이다. 테레즈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젠 캐롤을 온전히 다시 만날 것이다. 그럼에도 캐롤은 그 누구도 아닌 여전히 캐롤이며, 앞으로도 캐롤일 것이다. - P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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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12-27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캐롤 영화로 보았었는데요.
정말 강렬하여 기억에 많이 남네요^^
 

제주도에 갈 미술관이 최소 두 곳은 될 것 같다. 이중섭 미술관과 김창열 미술관이다.
이중섭 미술관은 아이들 어릴 때 가본 곳이라 다시 가도 좋을 것이고, 김창열 미술관은 2016년에 지어졌는데 외관만도 너무 멋져서 꼭 가보고 싶어졌다. 정우철 도슨트의 책을 페이퍼로 남겨놓았으니 도움이 되겠지?



제주도립 김창열 미술관


꼭 봐야 할 작품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깨닫게 됩니다. 대부분의 작품명이 ‘회귀‘라는 것을요. 제가 방문했을 때의 전시 제목도 ‘회귀의 품, 제주‘였으니까요. ‘회귀‘는 작가가 태어나고자란 토양과 풍토로 돌아간다는 뜻입니다. 작가의 작품에는 비슷한 모티프가 반복됩니다. 보시다시피, 물방울과 천자문이죠.
금방 사라질 물방울과 사라질 모든 것을 기록하고 기억하는 글자의 공존. 그 작품 중에서도 이 작품은 특히 위엄 있었습니다. 천자문은 할아버지에게 한자를 배웠던 향수와, 그 위로 있는 사실적인 물방울들의 얼룩이 참 영롱합니다.

*관련작품
회귀, 1997
회귀, 1987

*김창열 미술관의 제 2 전시관에 대한 설명인듯.
제 1전시관은 물방울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미술관의 온라인 전시관으로 확인해 보았다. - P72

전쟁이 끝난 후 1957년에 박서보, 하인두,
정창섭 등과 함께 현대미술가협회를 결성하고 한국의 급진적인 앵포르멜, 즉
내면의 강렬한 감정을 표현하는 추상미술이자 구체적 형상을 강렬히 재현하려는 미술운동을 이끌었으며 한국 추상미술에 앞장섰던 화가로 평가받습니다.
당시 그의 작품에는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물방울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대신 캔버스에 물감의 흔적을 그대로 살려 상처의 깊이를 표현하는 추상이 주된 기법으로 쓰입니다. 그는 전쟁의 참상 속에서 총을 맞은 사람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목도했습니다. 이 시기 대표작으로 <제사>,
<상흔> 등이 있는데요, 정확한 형태를 알아보기는 쉽지 않지만 그 아픔만큼은 어떤 작품들보다 격하게 느껴집니다.
그 충격으로 당시 그림에는 총을 맞아 구멍이 뚫린 형상,총 맞은 육체를 연상시키는
 <상흔>이란 제목으로 또 사람이 찢긴 듯한 이미지는 <제사>와 같은 작품으로 시각화되기도 했습니다.

*관련작품
제사, 1964
판자집, 1959 - P79

뜻밖에도 그의 제주에 대한 남다른 애정은 이 시기에 시작되었습니다. 전쟁으로 인해 1952년에서 1953년까지 1년6개월간 제주에서 피난 생활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죠. 육로로는 닿을 수 없고 비행기나 배를 타야만 갈 수 있는 곳,
제주 제주는 그곳을 가는 여로부터 이미 타지의 감각을 불러 일깨우죠. 김창열 화백에게 전쟁의 참상이 고스란히 남은 반도를 떠나 도착한 제주가 좋았던 건, 어쩌면 당연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인생 전체로 보아 1년 6개월이 결코 긴 기간이라고는 하기 어렵겠지만, 그 기간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 시기에 쌓은 행복의 밀도일 것입니다. - P84

물방울은 고단하던 유학 시기에 얻은 뜻밖의 수확이었습니다. 그는 1970년대 초파리 근교의 마구간을 빌려 작업을 이어갔죠. 마구간을 빌려 작업했다는 대목에서도 알 수있듯, 당시 그는 무척이나 가난했었습니다. 재료비도 아껴야 하던 시절이라 캔버스를 재활용해야 했는데요. 사용한캔버스를 지우고 다시 그릴 수 있도록 캔버스 뒷면에 물을뿌려두었습니다. 물감이 쉽게 떨어질 수 있게 말이죠.
그러던 어느 날 아침 햇빛에 캔버스에 뿌려뒀던 물방울이반짝이는 모습을 발견하고, 그 아름다움에 매료됩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김창열 화백의 물방울은 마구간에서 탄생한 셈이죠. - P85

빈 배경에 끊임없이 물방울이 변주되다가, 80년대 중후반이 되자 천자문이 배경으로 등장합니다. 이제 황혼기에 접어든 화가에게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오른 것일까요. 작품을 보며 배경의 빼곡한 천자문에는 무슨 뜻이 담겼을지 호기심이 일었습니다. 아마 전시를 보는 많은 분이 저와 비슷한 의문을 가지실 것도 같습니다.
작품 속의 천자문은 어떤 특별한 뜻을 가졌다기보다, 무작위로 쓴 기호에 가깝다고 합니다. - P87

미술관의 설계는 홍재승 건축가가 담당했습니다. 당시 "미술관이 신전 혹은 무덤같으면 좋겠다"라는 그의 요청에따라 건물 전체에 나뭇결 문양의 검회색 콘크리트를 사용했습니다.
간담회 당시 지팡이를 짚은 김창열 화백은 "이렇게 미술관을 갖게 되다니 고맙다"라며 여러 번 목이 메었다고 합니다. 그는 살아생전 자신의 이름을 딴 미술관을 눈으로확인한 몇 안 되는 작가이기도 했습니다.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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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젊은 날을 사로잡은 문장들을 중심으로 작가가 들려주는 젊은시절의 나날들을 읽고 있자니, 그와 가까워진듯 친근하게 다가오는데...
그런데 문장 하나하나가 왜 이리 사무치는지...
나이가 더 들어 읽어서 더 좋은가보다.
나는 작가의 글을 읽으며 내가 지금에서야 알게 된 감정들을 어떻게 작가는 그 젊은 나이에 다 알고 있었던 것일까 싶어서 마음이 아려온다.
그래서 이 작가는 나에게 끝없이 작품으로 말을 걸수 있는 거겠지.

암튼 나와 코드가 잘 맞는다니까......!^^

할 일이 많지 않았으므로 나는 하루종일 뒹굴뒹굴 책이나 읽으면서 보내는 일이 많았다. 손에 잡히는 대로 책을 읽었다. 책을읽다보면 하루가 저물었다. 아무리 책을 천천히 읽어도 언제나시간이 남았다. 그렇게 느릿느릿 책을 읽었는데도, 그렇게 많은책을 읽었는데도 창 밖을 보면 아직 해가 저물지 않았으니 그게너무나 신기했다. 그 당시에도 신기했고 지금도 신기하기만 하다. 흐르지 않는다면 세월이 흐르지 않아도 좋다는 생각으로하루종일 시간을 두고 책을 읽기만 했었다.
- P80


 ‘君不見‘  이라는 그 세 마디는 결국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사실이 보이지 않느냐는 말이었다. 아이처럼 두 주먹 불끈 쥐고끝까지 인정하고 싶지 않은 얘기였지만, 결국 인정하지 않을 수없었다.
‘君不見‘  세 마디로 시작한 장진주는 ‘만고수‘ 세 마디로 끝난다. 한꺼번에 3백 잔의 술을 마시고 이백이 잊고자 한 ‘만고의 시름‘은 누구도 하늘이 낸 자신의 재주를 알아주지 않는다는점이었다. ‘君不見 ‘君不見‘  아무리 소리쳐도 그 사실은 변하지않는다. 한꺼번에 3백 잔을 들이켤 재주가 없어 동해안까지 가야만 했지만, 그곳에서 내가 결국 깨달을 수밖에 없었던 일은 바로그 일이 아닐까 한다. - P85

그 며칠 뒤,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도 못했는데 사촌형에게서전화가 걸려왔다. 조카가 죽었다는 얘기였다.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나보다 훨씬더 건강했던 아이였는데…… 육군병원 뒤쪽영안실 마당으로는 비스듬한 아침 햇살이 군데군데 꽂혀 있었다.
더없이 적막한 곳이었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 둘이서만 빈소를지키던 사촌형 부부는 내가 들어가자 나를 부둥켜안고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그때는 그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일제히 들리는 매미소리보다 훨씬 더 큰 울음소리였다. - P89

우리가 잊고자 애쓰는 일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저도 아직 잊지 못하면서, 이렇게 오랫동안 기억 속에 쌓아두면서 왜 그때는 그렇게 가혹하게 소리쳐야만 했을까? 그러고 보면 결국 이시바시 히데노가 남긴 많은 하이쿠 중, 이 시가 대표작으로 꼽히는 것도 가혹한 일이다. 여섯 살짜리 무남독녀 그 딸아이에게는 그후로도 오랫동안 이 시가 쓰라렸을 텐데. - P91

귀를 울릴 듯 매미소리가 들리다가 일제히 울음을 그치는 그 순간, 앞으로 찾아올 그 모든 슬픔의 시간이 단단하게 압축된, 빈
공간이 찾아온다. 겪은 사람이라면 절대로 잊지못하는 순간이다. 누구도 원망하지 말고 잊으라고 소리쳤지만, 정작 나만은 아직도 그 절대적인 공허와 그 절대적인 충만의 순간을잊지 못하겠다. 시간은 흘러가고 슬픔은 오랫동안 지속된다.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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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꽃 빌라의 탐식가들
장아결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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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꽃 빌라의 탐식가들> 장아결 지음


탐식이란 ...?
내가 자주 사용하는 낱말은 아니다. 아니 사용해본적도 없는 말이다. 미식가라는 말은 주위에서 자주 듣기도 하고 대화 중에 가끔 사용하긴 하지만 탐식이란...? 긍정적인 낱말은 아니지 하는 정도.

아무튼 약간의 검색을 해본 결과,
‘탐식이란 음식에 대한 과도한 관심과 지나친 몰두를 뜻한다. 중세 기독교에서는 탐식을 일곱 가지 대죄 가운데 두 번째 죄악으로 꼽았고, 조선시대에서도 탐식은 부모로부터 받은 몸을 망가뜨려 불효를 하게 된다거나 집안 살림을 거덜내고 사회를 병들게 하는 것으로 경계의 대상이 되었다. ...‘ 등등
흠. 온통 부정적인 말들 뿐이네
그렇다고 이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이 ‘탐식‘이란 낱말의 뜻에 부합하느냐 하면 그건 절대 아닌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은 나의 관점에서 본다면 모두 너무나 인간적이고 사랑스러운, 그리고 안아주고 싶은 예쁜 탐식가들(?)이었다.

안개꽃 빌라라는 셰어 하우스에서 벌어지는 미스테리를 다룬 이 작품~~
부담없이 읽기 너무 좋다.
장수생이라 불리는 26세 경찰 공시생 육소미, 먹방 유튜버이면서 떡볶이 가게를 찾아다니며 이름대로 보라색 물건을 좋아하는 보라, 지구에 이로운 방향을 생각하다 비거니즘을 실천해가고 있는 한결, 그리고 예기치못한 일신상의 이유로 그것을 따라 하게된 바이올린 전공의 신입생 나나, 승무원 시험을 준비중이지만 낙방의 고배를 계속해서 마시고 있는 유정 등이 등장하는데 사건이 이어지고 해결돼 가는 과정에서 서로 간에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게 되는 스토리 라인이 잔잔하면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경험을 하게 만든다.

재작년 새로운 것에 도전하느라 잠시 집을 떠나 셰어하우스 생활을 했던 딸램이 생각나서 더 친근하게 느낀 작품이기도 하다. 사실 우리 딸이 있었던 셰어하우스에선 이런 마음 따뜻한 스토리는 전혀 없었단거!
이거슨~~~ 소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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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가고 있어 스텔라 오디세이 트릴로지
김보영 지음 / 새파란상상(파란미디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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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가고 있어> 김보영 지음


작품을 휘리릭 읽고나서 글을 쓰려고하니... 어찌나 기가 막히고 가슴이 답답한지... 작품 속에 펼쳐지는 아픈 순간들보다 더 더 기가 막힌 상황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어서 마냥 가슴이 답답하기만 하고 하루종일 얹힌거마냥 한숨과 ... 눈물만 나온다.

주말에 남편 동창 모임이 있어 오랜만에 강원도 나들이 갔다가 일정을 마치고 느지막하게 잠든 새벽.! 갑작스런 전화벨 소리에 놀라 깨어보니 친정엄마 전화였다. 나이드신 엄마에게 큰일이라도 난줄 알고 받으니 손자, 손녀의 이름을 부르시며 애들 어디갔노? 하시는데 딸램은 집에, 아들은 테니스 모임에서 엠티 갔다고 하니 이태원에서 난리가 났다고... 애들 잘 있나 전화 좀 해보라고... 부랴부랴 전화하니 다들 무사하단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자식을 잃은 분들의 마음을 감히 다 알순 없겠지만, 나도 그 나이 또래의 두 아이 엄마라서 미루어 짐작이 안되는 것도 아니기에 더 가슴이 아프고 답답하다.
모든 국민이 지금 다 그런 심정이겠지 생각하며 일부러 더 책을 읽어보려 했다.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와 짝을 이루는 이 작품은 작가후기에서 밝혔듯이 낭독용 소설이라는 취지에 맞게-<당신을 기다리고 있어>는 심지어 프로포즈용으로 작가가 어는 남편분에게 의뢰받은 짧은 소설이다 -짧게, 그리고 아내분 편에서 쓰여진 소설이다.
그러니 두 편의 이야기는 처음부터 해피엔딩일 수 밖에 없는 숙명을(?) 짊어진 채 태어났다고 할수 있다.^^
오늘 라디오에서 들리는 -느리고 슬픈 음악들이 주를 이루었더랬다. -김윤아의 <Going home>을 들으며 읽고 있었는데, 이 소설을 받은 아내분에게 작가가 배경이 될 노래를 부탁했을 때 역시 김윤아의 이 노래를 골랐다는 글을 보고 정말 글의 내용과 딱 어울리는 노래란 생각이 들었다. 오늘의 이 슬픈마음과도 어울리면서 위로받는 느낌에 또 울컥했다.


Going home

집으로 놀아가는 길에
지는 햇살에 마음을 맡기고
나는 너의 일을 떠올리며
수많은 생각에 슬퍼진다
우리는 단지 내일의 일도
지금은 알 수가 없으니까
그저 너의 등을 감싸안으며
다 잘될 거라고 말할 수 밖에

더 해줄 수 있는 일이
있을 것만 같아 초조해져
무거운 너의 어깨와
기나긴 하루하루가 안타까워
내일은 정말 좋은 일이
너에게 생기면 좋겠어
너에겐 자격이 있으니까

이제 짐을 벗고 행복해지길
나는 간절하게 소원해 본다.
이 세상은 너와 나에게도
잔인하고 두려운 곳이니까

언제라도 돌아와
집이 있잖아. 내가 있잖아
내일은 정말 좋은 일이
우리를 기다려 주기를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기를


스텔라 오디세이 트릴로지.... 끝없는 우주를 방황하는 모험 3부작이라 했으니... 이 이야기는 <미래로 가는 사람들>에서 끝을 맺게 된다고 한다. 사실 난 이 두편의 이야기로도 충분하단 생각이지만!

왜 그런 말 있잖아. 우리가 누군가를 기억하는한 그 사람은 죽지 않는다는 말. 누군가를 기억하면 그 사람은 우리와 함께 살아간다는 이야기 말이야.

그러니까 내가 살아 있는 한 당신은 살아 있는거야.
그래서 나는 계속 살고자 해. 당신을 살게 하기위해서,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당신을 살게 하기 위해서.
당신이 세상에 존재했다는 증명이자 흔적이바로 나니까. 내가 당신의 유적이니까.

그때였어.
고개를 돌리는데 저 멀리 이상한 것이 눈에 들어왔어.
모래를 꾹, 꾹 찍어 누른 자국이 점점이 숲까지이어졌어. 툭, 툭 떨어진 물방울에 모래가 뭉쳐있었지.
사람 발자국 같았어.
젖어 있었어.
젖어 있었어.
마치 금방 생겨난 것처럼.
조금 전 누군가 부서진 우주선에서 빠져나와이 해안가로 힘겹게 헤엄쳐 나온 것처럼. 젖은 몸을 간신히 일으켜 느릿느릿 이 모래사장을 걸어나간 것처럼.

나는 일어났어.
젖어 달라붙는 옷을 추스르며 발자국을 따라걷기 시작했어.
그러다 달리기 시작했어.
모래를 박차고 뛰기 시작했어.

기다리고 있어.
내가 여기 있어.


내가 지금 가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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