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은 우리 가족만의 공식적 '딸램 생일 주간'이었다. 결혼 전 엄마가 끓여주는 마지막 미역국을 먹으러 온다는 딸램과 쉴 틈 없이 뭔가를 하며 내리 3 일을 놀았다. 오전 수영 다녀오면 좀 지치기도 하고 매일 다니니 힘든 날은 잠시 낮잠도 자고 주말엔 아예 쉬는데 딸램이 오니 잠시도 쉴 틈이 없다. 어딘가를 자꾸 나가자는 딸램 장단에 맞추자니 좋으면서도 넘 힘들었다. 결혼식이채 1년도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그냥 집에서 밥만 해먹고 있는 것도 아쉬웠다. 지난 화요일에 결혼식 날짜를 받고 결혼식장을 예약했으니 아마도 하반기부턴 바빠서 엄마랑 놀 시간이 없을지도 몰라 하면서 함께 할 수 있을 때 하자 싶어 무리를 하게 되었다. 책도 읽는 둥 마는 둥 읽던 책들도 진척이 없고 집중해서 읽고 싶은 책들도 진득하니 읽어낼 재간이 없다. 

그런데 주말에 읽었던 몇 문장들로 인하여 의문을 가지고 있던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어 속이 다 시원했다. 궁금하면서도 그 의미를 알지 못해 아리송 고개만 갸웃하고 넘어갔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한데 그게 해결이 된 거다.~~~


















소설 《동백꽃》 속 노란 동백꽃의 비밀...에 대하여


교과서에도 실려 있던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에 관한 이야기이다. 서울 청량리역에서 시작해 강원도 춘천까지 이어지는 철도 경춘선을 타고 가다 보면 강촌역과 남춘천역 사이에 김유정역이 있다. 예전에는 신남역이었는데 김유정의 고향이 바로 근처에 있어서 역 이름도 '김유정역'으로 바뀌었다 한다. 

강원도가 고향인 김유정의 소설에는 강원도 방언이 많이 들어 있다. 소설 제목인 《동백꽃》도 마찬가지이다. 동백꽃은 우리나라 남쪽 해안가에서 주로 자란다. 추운 강원도 지방에서는 볼 수가 없는 꽃인데 어째서 소설의 제목이 동백꽃이 된 것인지 의아하다. 동백꽃을 소설의 제목으로 삼은 이유가 무엇일까? 강원도 방언으로 동백은 '생강나무'를 뜻한다. 김유정이 말한 '동백꽃'은 '생강나무꽃'을 말한다. 소설을 읽으며 의아하게 생각했던 몇 문장을 일단 적어보자.



   산기슭에 널려 있는 굵은 바윗돌 틈에 노란 동백꽃이 소보록하니 깔리었다.


   그리고 뭣에 떠다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P136. 작가의 발췌 참조함)

                                                                                                                                                                                                                                                                                                                                                                                                                        

내가 의아했던 것은 '노란 동백꽃'이라는 것과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라는 구절이었는데 붉은 동백꽃을 익히 알고 있는 내 머리에 노란 동백은 너무도 생소했고 이 작품을 읽었던 30년도 더 지난 20대 초반이었을 때는 아직 컴퓨터도 없을 때이니 이 궁금증을 해소할 생각도 못하고 머릿 속으로만 간직하고 있었던 거다. 그러면서 남쪽 지방을 여행하면서 동백꽃을 만나면 정말 알싸한 향이 나는가 싶어 붉은 동백꽃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아 보기도 했다. '알싸한' 향이라니... 그런 향이 날 리가 만무하지... 

그러고는 정말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궁금증이 해소가 되어 너무 시원했고, 그제서야 '노란 동백꽃'으로 검색을 했더니 너무도 쉽게 '생강나무꽃'이 '노란 동백꽃'이라는 설명과 함께 줄줄이 나오는 걸 찾을 수 있었다. 《동백꽃》을 다시 읽을 기회가 오지는 않을 텐데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지 뭔가~~~ 




강원도에서는 왜 생강나무꽃을 동백꽃이라고 불렀던 것일까? 이유는 두 식물의 용도가 공통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동백나무 씨앗에서 기름을 짜고 그 기름은 식용으로도 쓸 수 있지만 부녀자들이 머리에 바르는 기름으로도 사용하였는데 강원도에서는 동백기름 대신 생강나무 열매로 기름을 짜고 사용을 했기에 후대로 가면서 이름까지도 동백으로 부르게 된 것이라고 한다. 

김유정의 《동백꽃》을 영어로 번역하면서 동백나무를 뜻하는 《Camelia》라고 단순히 제목을 붙였다가 구설수에 오른 적도 있었다. 문학작품을 이해하는데 있어 작가가 나고 자란 지역과 방언, 배경이 얼마나 다양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동백꽃>



<생강나무꽃>

                                                                                                                                                                                                                                                                                                                                                                                                                        

생강나무꽃 보면서 혹 산수유 꽃인가 싶어 검색해보니 분명 다른 꽃이다. 3둴 ~ 4월 초에 꽃이 핀다고 하니 등산이라도 하게 되면 산에 가서 유심히 살펴봐야겠다. 생강나무와 산수유 두 나무의 꽃이 필 시기이다. 알싸한 향기를 풍기는 노란 빛깔 생강나무꽃을 올 봄에 볼 수 있다면 좋겠다. 꽃이 얼마나 흐드러지게 피어야 꽃 속에 폭 안길 수가 있을까... 그래도 가장 궁금한 건 '알싸~~~한', 그러면서도 달콤한 향이다!







올리비아 랭의 『정원의 기쁨과 슬픔』을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해서 받아왔다. 올리비아 랭의 작품으로 버지니아 울프의 발자취를 따라 써내려간 『강으로』를 읽고 나서 두 번째 읽는 작품이다. 정원을 가꾸는 일이라면 언제라도 오케이~~~ 작가와 남편이 영국 서퍽 주에 위치한 주택을 구입하였는데 담으로 둘러싸인 정원이었고 온갖 덩굴식물이 엉켜서 벽돌을 뒤덮었다. 벽은 장미로 뒤덮여있었고 그 집의 주인은 영국 정원의 설계자로 이름이 높은 사람이었는데 전체 면적이 1/3에이커도 안되었지만 산울타리를 이용해서 영리하게 구획을 지어놓았기 때문에 훨씬 크게 느껴졌다.  


팬데믹 시기에 주인의 죽음 이후 황폐해진 정원이 딸린 주택을 구입하고 정원의 설계도와 나무들의 위치를 그린 그림을 참조하며 정원을 가꿔 나가는 과정이 너무도 이해되면서 기대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팬데믹 시기에 정원을 가꾸고 꽃과 나무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것에도 격하게 공감이 되어 웃음이 났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                                                                                                                                                     

하지만 또 다른 에세이에서는 영국의 대규모 정원이 우리가 보기에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느껴지도록 만들기 위해서 대규모 개발 공사가 이루어졌으며 작은 마을들이 강제 이주를 당하기도 하였고- 물론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었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으며 - 심지어 학교나 병원 등도 강제적으로 이전을 당해야만 했다는 역사, 그리고 그 속에서 동물들은 자신들의 거처를 잃었고 마음대로 이동하는 것도 힘들어졌다는 것을 알고 나니, 내가 그 동안 내 마음 속에서 언젠가 이룰 로망으로 삼고 있었던 '영국 정원 기행의 꿈'이라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임을 알게 되었다.    






젠더, 역사, 정치... 이 세 단어가 만났으니 쉽게 읽힐 리가 없다.

'1장 여성의 역사'에 머물고 있다. "여성을 역사적 주체로 구성하는 문제에서 가장 먼저 등장한 접근법 가운데 하나는 여성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몇몇 페미니스트들이 별칭으로 쓰던) "허스토리"her-story를 사용하는 것이었다. "히스토리"라는 단어에 대한 이 말장난이 시사하듯이, 허스토리의 초정은 간과되었던(따라서 가치절하되었던) 경험에 가치를 부여하고 역사를 만들어온 과정에서 여성의 행위성을 주장하는 데 있다. 남성들도 단지 하나의 행위 집단에 지나지 않으며, 여성과 남성의 경험이 유사했건 상이했건 여성들도 명백히 역사가들의 고려 대상이 되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P48) 

                                 ... ... ... ......


이 책의 '2장 「젠더: 역사 분석의 유용한 범주」'는 1986년 출간 직후부터 파장을 일으켰고, 지금도 여성학 연구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고 있는 논문 중 하나이다. 여성학계뿐만 아니라 역사학계에서도 스콧의 이 글은 사회사에서 문화사로의 전환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책꽂이에 오래 남는 논문이 아니라 긴 생명력을 갖는 이 이론을 읽고 싶다. 하지만 "이 책은 쉽게 읽히는 편은 아니다. 지식 체계와 권력의 관계를 파헤치며 얽힌 의미를 풀어내는 스콧의 작업은 기존에 통용되는 '이해'의 방식에 끊임없이 개입해 들어온다. 깊이 파고들어 세심히 읽어 내는 과정에서 다양한 통찰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은 우리를 해결 불가능한 모순과 모호함, 불안정성과 불안으로 이끌 것이며, 그 통찰 자체가 변화의 가능성과 그 시작을 보여줄 것이라고 스콧은 말한다(P376)


옮긴이의 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읽은 문장을 읽고 또 읽어도 알 듯 하다가 시간이 지나 다시 읽으면 또 모르는 문장인 듯 했다. 그래도 한 번 읽을 때, 두 번 읽을 때 이해도는 확실히 처음보다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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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5-03-14 10: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그러네요
동백꽃은 너무 오래전에 읽어서 그부분은 기억을 못했는데,,,, 그러고 보니 동백꽃은 남쪽에서 피는 상록활엽이고,,, 강원도 이 지역은...
저 생강나무 꽃 좋아하는데,,,, ㅎㅎ
그러네요
이 책 담아두어야겠어요!

은하수 2025-03-14 10:25   좋아요 1 | URL
생강나무를 아시는군요. 전 산수유만 알아서 봄에 피는 노란꽃나무는 다 산수유인줄 알았어요. 앞으로 유심히 보고 구분해봐야겠어요^^
전 노란도 이상했지만 그 알싸한 이란 단어가 넘 이상했거든요. 그게 내내 남아 있었는데 참으로 시원하지 뭐예요~~~

hnine 2025-03-16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금 이 책 읽고 있어요.
생강나무꽃과 산수유꽃, 정말 비슷한데 산수유 꽃은 꽃자루라고 해야 하나, 그것이 생강나무꽃보다 좀 더 길어요.
생강나무 꽃은 가지에 딱 달라붙어 피어있고, 꼭 귀 청소하는 솜방망이 처럼 생겼지요.

은하수 2025-03-16 20:13   좋아요 0 | URL
아하.. 그렇군요~~
점점 생강나무꽃 꼭 보고 싶네요.
구분이 잘 될거 같아요
감사합니다 ~~

책읽는나무 2025-03-21 17: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소설 제목이 생강나무꽃이었군요? 저도 처음 알았습니다.당연하게 동백꽃으로 알고 있었어요. 암튼 따님과 보내시는 1년여의 시간이 금방 가겠습니다. 새식구 맞이하시게 되신 점 축하드립니다.^^

은하수 2025-03-21 18:06   좋아요 1 | URL
네.. 감사합니다^^
연애하느라 엄마랑 놀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저 제목이 강원도 방언이었단 것도 놀라웠어요. 깊이 아는것이 중요함을 또 배웠습니다.
 

<은하철도의 밤>

*오후 수업
"그러면 여러분은 사람들이 강이라고 하거나 젖이 흘러내린 흔적이라고 말하는 이 희뿌연 게, 사실은 무엇인지 알고 있나요?"
선생님은 칠판에 매달아 놓은, 검은 물감으로 채색된 , 커다란 별자리 그림 중에서 아래로 흘러내린 희뿌연 은하 띠 같은 곳을 가리켰습니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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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매일 사용하는 단어가 품은 수천 년 이야기

점심을 먹고 수영 같이 다니는 친구와 동넷길을 걸었다. 난 몰랐는데 우리 동네에도 걸을 수 있는 산책로와 자전거도로가 이천까지 연결이 되어 있다는게 아닌가. 난 작년까지도 기숙학원이 있는 큰 도로까지만 갔다 집으로 돌아오곤 했는데 내가 수영다니느라 걷기를 쉬고 있는 동안 끊어져 있던 산책로를 깨끗하고 안전하게 정비를 했다는 것이다. 그럼 가만 있을 수 없지! 그러잖아도 오늘 날씨가 너무 좋아 몸이 근질근질 좀 나가서 걷고 싶었는데 잘 됐다 싶어 중간에서 만나 한참 걸어갔다가 이천과 용인 경계도로에서 다시 돌아왔다. 집까지 다시 오니 1만 5천보나 걸었더라는~~~

오랜만에 많이 걸었더니 다리가 무겁다 ...
좀 일찍 자려고 양치질 하며 이 책을 펼쳤는데
이 무슨 우연의 일치란 말이냐...
엊그제의 상추때도 삼겹살데이에 상추쌈 맛있게 먹고 ‘상추‘에 대한 글을 읽었는데 오늘은 양치질이란 단어의 유래에 대해 설명하는 글이지 뭔가~~~!

양치질이란 단어가 간직한
중국, 인도, 우리나라 수천 년 이야기

우리가 매일 쓰는 단어와 말 속에는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문화와 풍습과 삶의 방식이 녹아들어 있습니다. 무심코 사용하는 단어가 어디에서 유래되어 왜 이렇게 쓰이고 있는지를 알고 나면 주변 풍경이 달리 보이고 사람사는 세상이 새롭게 느껴지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됩니다. 당연하다 생각하던 것들을 다시금 들여다보고 탐구하며 몰랐던 세계를 알게 되지요.
매일매일 사용하면서도 정작 그 유래를 모르는 단어는 아주 많습니다. 
그 가운데는 양치질이 있습니다. 양치질이라는 단어의 유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도에서 시작해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로 이어지는 문화의 전파와 그 이면에 남아 있는 문화사적 이해가 필요합니다. - P75

사람들이 지금처럼 칫솔을 사용하게 된 지는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치약도 마찬가지고요. 그전에는 입에 소금을 넣고 손가락으로 이를 문지르는 방식으로 이를 닦았습니다. 
칫솔질은 칫솔을 사용하여 이를 닦는 행위를 말하고, 양치질은 칫솔이 없이도 이를 닦고 물로 입안을 가시는 행위 전반을 두고 말하지요.
저는 양치를 설명할 때 이 질문을 던지며 이야기를 시작하고는 합니다.

"양치는 한자어일까요? 순수 우리말일까요?"

이 질문에 대부분 사람들은 한자라고 대답합니다. 한자 중에 치아를 뜻하는 이치(齒)자를 떠올리기 때문이지요. ‘수양하다, 봉양하다‘를 뜻할 때 쓰이는 한자 기를 양(養)자에 이치(齒)자를 쓰면 치아를잘 닦는다는 뜻과도 딱 맞아떨어지고요.
- P76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국어사전을 보면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양치: 이를 닦고 물로 입 안을 가심. 한자를 빌려 
‘養齒‘로 적기도 한다.

일반적인 한자어라면 양치(養齒)라고 제시하고 뜻풀이를 하면 되는데 양치라고만 제시하여 고유어인 듯이 처리되어 있고 "한자를 빌려 ‘養齒‘로 적기도 한다"라고 설명을 달아놓았습니다. 이것은 양치의 어원에 다소 복잡한 문제가 있음을 암시합니다.

양지질은 어쩌다
양치질이 되었을까?

양치라는 말은 양지(楊)라는 말이 변한 것입니다. 양지는 버드나무양(楊)과 가지 지(枝)로 쓰여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버드나무가지를 의미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양치질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요? 다시 사전에서양지를 찾아보겠습니다.

양지(楊枝): 나무로 만든 이쑤시개, 불교도들에게 냇버들가지로 이를깨끗이 하게 한 데서 유래한다. - P77

양지는 단순히 버드나무 가지가 아니라 ‘버드나무 가지로 만든, 이 닦는 데 쓰이는 도구‘를 뜻하는 말이었습니다. 이러한 풍습은 불교문화로부터 유래한 것이지요. 사전에서는 냇버들 가지라고 했는데, 사실 인도에서는 양치를 할 때 버드나무나 냇버들이 아닌 님나무(nimtree)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 P78

더구나 님나무 가지를 사용해 이를 쑤시는 것이 아니라 작은 나무 가지를 씹는 것이라고 하네요. 핀란드 사람들이 자일리톨 성분이있는 자작나무를 사용하여 양치를 하듯이 인도 사람들은 님나무를사용했습니다. 인도의 이러한 문화가 불교를 통해서 중국을 거쳐 한반도까지 전파된 것입니다. 그런데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는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나무가 없는 까닭에 쉽게 구할 수 없었으므로, 같은효과를 낼 수 있는 식물로 대체하다 보니 버드나무를 이용하였지요.
즉, 음식물 찌꺼기를 제거하기 위해 버드나무 가지를 이용하였는데 그 도구를 재료의 명칭인 양지라고 부르게 되었고 그 도구를 사용하는 행위를 양지질이라고 했던 것입니다. 그러다 양지질이라는말이 이를 닦거나 헹구는 행위 전반을 지칭하는 말로 바뀌었고, 시간이 더 많이 지남에 따라 사람들이 양지나 양지질이라는 말이 기원적으로 버드나무 가지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게 되었지요. - P78

우리나라는 한자 문화권이었으므로, 한자어 가운데 ‘이‘를 뜻하는 이치(齒)라는 한자가 있으니 세월이 흘러 양지라는 단어가 사람들 사이에 쓰이면서 ‘지‘와 ‘치‘를 혼동하여 쓰게 되었고, 양지나 양지질이 양치 내지 양치질이라는 말로 바뀌게 됩니다.
단어는 사람들의 삶 속에서 사용됩니다.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단어의 기원이 흐릿해지고 익숙한 문화의 영향을 받아 단어도 자연스럽게 변화합니다. 이는 수백, 수천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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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5-03-08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치질이라는 단어보다 ‘치카치카‘를 더 많이 쓰는 요즘이지만, 양치질 단어에 숨겨진 역사가 있었다니 새삼스럽네요.:)

은하수 2025-03-08 21:34   좋아요 0 | URL
흔히 쓰는 말들의 역사를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가 있어요~~^^
 





3월 3일. 삼겹살 데이는 지났고 우린 그날 저녁 삼겹살을 구워 상추쌈 싸서 볼 미어질 정도로 맛있게 먹었는데 오늘 『단어가 품은 세계 』에서 '상추'라는 단어의 어원을 소개하는 글, 그리고 옛 문헌에 나타난 상추쌈을 맛깔나게 먹는 모습을 담은 시詩를 만나게 되었다. 어찌나 맛있게, 생동감 있게 묘사를 해놓았는지 내가 아는 그 맛이 연상되어서 침이 꼴깍 넘어간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유득공이 상추를 먹는 과정을 묘사한 시詩의 일부를 실어본다.


밥은 입 찢어지지 않을 만큼만 뜨고

상추잎은 손바닥 크기만큼 퍼 놓고

장을 떠서 생선도 곁들여 얹고

푸른 부추에 하얀 파도 곁들이니

솟아오른 한 가운데 구멍은 꽃술을 머금은 듯

겹쳐오므린 모양은 피지 않은 연꽃봉오리인 듯

어쩌다가 터지면 조개가 진주를 뱉어 놓은 듯

다시 싸면(잎이 돌아간) 모습이 소라껍질인 듯

손에 있을 때엔 주름진 주머니더니

입에 들어와선 길고 둥근 베틀의 북일세.



쌈 하나가 정말 눈앞에 동동 떠 있는 듯 그려지는 묘사에서 능히 당시의 생활상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쌈은 일반적으로 서민들의 음식문화가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데 양반님네들도 이렇게 맛있는 쌈 앞에서는 체면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을테니 이렇게 맛깔난 시를 남긴 거 아니겠는가 말이다. "밥은 입 찢어지지 않을 만큼만 뜨고"라지만 푸른 부추 잔뜩 넣고, 하얀 파에 장, 그리고 생선을 같이 싸서 먹는 상추쌈이라니 그것이 좀 특이하긴 하지만 상추쌈 is 뭔들~~~ 저 정도면 찢어질 정도는 아녀도 쌈 크기가 충분히 입안 가득 찰 듯하다. 양반님네라도 역시 참을 수 없이 맛있긴 하지.




이 작품의 앞에서는 역시 동시대 실학자였던 이덕무가 쓴 『사소절』이란 책 (일종의 매너 교본)에  선비가 일상 생활에서 지켜야 할, 복식이나 식사 등의 사소한 예절에 관해 쓴 글이 등장한다. 거기에 선비의 체면에 맞는 쌈 먹는 방식을 언급한 것이 있어 위의 시詩와 대조되어 소개한다.



상추 ·취 ·김 따위로 쌈을 쌀 적에는 손바닥에 직접 놓고 싸지 말라. 무례한 행동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쌈을 싸는 순서는 반드시 먼저 숟가락으로 밥을 뭉쳐 떠 그릇 위에 가로 놓은 다음 젓가락으로 쌈 두세 잎을 집어다가 뭉쳐 놓은 밥 위에 단정히 덮은 후 비로소 숟가락을 들어다 입에 넣고 곧 장을 찍어서 먹는다. 그리고 입에 넣을 수 없을 정도로 크게 싸서 볼이 불거져 보기 싫게 하지 말라.




볼이 불거질 정도로 크게 싸서 먹어야 상추쌈을 제대로 먹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은 나만의 생각은 아닐 터... 양반님네의 쌈 싸먹기에 대한 글을 읽고 따라해 보려니 뭔가 아쉬움이 몹시 남는다. 쌈이란 모름지기 이렇게 먹어야 제 맛 아닐런지.


"상추잎을 모아 싸서, 상인이 짐을 실어 올리듯 두 손을 모아 쌈을 들어 올려, 숭례문이 활짝 열리듯 입을 떡 벌려 먹는데..."

(유몽인, 어우야담 중에서)




상추는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왔는데 문헌상으로는 고려시대에 이미 상추에 대한 기록이 등장하므로 아마 통일신라시대 쯤에는 전래되었으리라 추정이 된다. 우리나라 문헌에 상추가 처음 등장하는 것은 13세기 초 《향약구급방》이라는 책인데, 이때부터 종종 상추에 대한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원나라 시인 양윤부란 사람이 쓴 시 구절에 '고려 사람들은 상추로 밥을 싸 먹는다'라는 글을 남긴 것을 보면 고려시대 사람들이 이미 상추쌈을 즐겨 먹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유목민이었던 원나라 사람들의 식생활과는 다른 우리 고려인들의 식생활이 특이하게 여겨진 면이 있어 글로 남기지 않았을까!. 고려시대 여몽전쟁 패전 이후 고려 사람들이 인질로 많이 끌려가기도 했고 원나라에 '고려양'이라는 고려 사람들 마을이 있었으니 고향을 떠난 고려 사람들이 자신들의 풍습과 식생활을 그대로 이어가고자 노력을 했을 것이고 상추쌈을 먹는 문화도 자연스럽게 원나라 풍습 속으로 유입되었으리라 추측된다. 




1988년 이전까지 상추의 표준어는 '상치'였다. 오늘날에도 어르신들이 상추를 '상치'라고 부르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지방에 따라 아직 '상치'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지만 표준어라고 해서 변화를 맞지 않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더 많이 쓰는 단어가 힘을 얻게 되면 표준어가 바뀌기도 한다. 

고추, 배추, 부추처럼 채소류에는 '추'로 끝나는 단어들이 많이 있는데 이중 고추를 제외한 나머지 배추, 부추, 상추는 채소를 의미하는 한자 채菜(나물 채)에서 유래했다. 이 글자의 옛날 발음은 아래아(、)가 들어있었는데 이 발음이 지역에 따라 '치'로 되기도 하고 '추'로 되기도 해서 상치와 상추로 발음이 되어 사용되었던 것이다.





상추를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보면 한자 표기 없이 한글로만 표기되어 있지만 상추의 '상'은 한자 生에서 발음이 변한 것이다. 이 글자 아래에도 아래아(、)가 들어 있었는데 이것이 '상'으로 변화한 것이다. 즉 상추는 '생채生菜'라는 한자어가 변화해서 만들어진 단어이다. 익히지 않고 날로 먹는 채소라는 뜻에서 생채라는 이름이 붙여졌는데 그 발음이 상치, 상추 등으로 바뀌었다. 오늘날 생채는 익히지 않은 나물이라는 의미로만 남아 '무생채'와 같은 식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상추의 원말인 생채가 중국에서 온 말이라면 그 이전에 '상추'를 뭐라고 불렀을까? 생채라는 단어가 차용된 것은 임진왜란 이후인데 그 이전 우리나라 문헌에는 두 가지 단어가 사용되고 있었다. 바로 '부루'와 '와거萵苣'라고 한다. 부루는 지금도 지역에 따라 쓰이고 있다고 하는데 특히 북한에서는 '부루'가 문화어로 인정되어 상추와 같이 쓰이고 있단다.  '와거'라는 단어의 한자어는 '상추 와', '상추 거'이다.  보통 중국에 없던 작물이 외국에서 들어오면 이름을 붙여주기 위해 2음절의 새로운 단어를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두 개의 한자어가 합쳐져 하나의 단어가 되고 이  두 한자어는 각기 별개로 사용되지는 않는다. 이러한 단어 구성의 예가 포도葡萄인데 포도를 뜻하는 두 한자어가 합쳐져 있어 이 식물이 고유의 식물이 아님을 짐작하게 한다. 일반적으로 널리 쓰이지는 않았지만 지금도 《표준국어대사전》에 엄연히 실려 있다니  좀 의아했다. 사람들의 입에서 쓰이지 않는 말인데 아직 남아있다니 말이다.  




이렇게 맛있는 쌈을 선사하는 식탁 위의 보물 상추... 우리 집 텃밭에서도 곧 만날 수 있다.  앞으로 한 달 정도면 모종을 사다 심을 수 있다. 지난 주 꽃시장 가면서 보니까 부지런한 농부들이 이미 밭을 갈아 아주 고르고 예쁜 밭을 만들어 놓았더라는~~~

 우리집도 날이 좀 풀리고 겨우내 얼었던 땅이 녹으면 흙을 뒤집고 밭을 만들어서 모종을 심을 계획이다.  그날이 벌써 기다려진다. 올핸 또 얼마나 맛있는 상추를 맛보게 될지 벌써부터 마음이 들뜬다. 비바람 몰아치는 오늘이 아무리 거세다한들 봄은 어김없이 올테니까... 봄이여 어서 오라~~~~!

아무튼 알면 알수록 단어가 품은 세계가 예사롭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상추라는 단어 하나에 얼마나 많은 의미와 시간이 담겼는지 그 깊이와 넓이에 대하여 생각해 보게 된다.  아울러 우리에게 보편적으로 사랑받는 이 우리 고유의 '쌈' 문화가 앞으로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는 어떻게 기억이 될지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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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03-05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상추로 싸 먹을 때는 볼이 터져라 하는데요.. 다 그러는 거 아닙니까? ㅎㅎ
아 상추에 밥과 생마늘, 쌈장 얹어 밥 싸먹고 싶네요.

은하수 2025-03-05 10:41   좋아요 0 | URL
말해 뭐하겠습니까~~~
밭에서 갓 따온 상추 씻어서 고기 없이 밥만 싸 먹어도 너무 맛나지요!

곧..? 점심 시간이군요
맛점 하세요^^
오늘은 저도 쌈밥이 땡기는데 상추 몇 장 씻어서 쌈 싸먹어야겠어요~~~

다락방 2025-03-06 07:57   좋아요 1 | URL
전 어제 점심에 제육볶음에 상추 먹었어요!! >.<

은하수 2025-03-06 10:48   좋아요 0 | URL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예약했더니 생각보다 빨리 대출해가래서 놀랐잖아^^
얼른 읽고 반납해야 한다.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의 마지막에서 왕으로부터 검을 하사받았고, 왕의 직속 기관인 ‘집사부‘ 대사로 임명되었다.
‘불꽃‘이라 함은 화재사건을 말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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