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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만드는 사람 - 개정보급판
마윤제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8월
평점 :
바람을 만드는 사람 – 마윤제
너무나도 장엄하고, 남자답고, 아름답기까지 한 소설. 내가 한국인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소설을 읽는 중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거 한국 사람이 쓴 소설이 맞아?’ 왜냐하면, 소설의 배경도 아르헨티나의 팜파스 고원을 생각나게 하고, 안데스산맥을 떠오르게 하였으며, 찬란한 대서양과 태평양까지 느껴지게 하였는데, 너무나도 사실적이고 생생해서 마치, 내가 그곳에 가 있는 듯한 느낌을 자아내었기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이 소설은 가우치 즉, 아르헨티나 목동으로서 살며, 대자연의 살아 숨 쉬는 영혼을 찾아서, 생을 마감한 한 사람의 이야기이다. 우리는 그의 이야기와 삶을 통해서, 격동하는 시대를 경험한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특히, 서민들의 아픔과 애환을 맛볼 수 있고, 돈 크라이 포미 아르헨티나라는 노래를 생각나게 하는 에바 페론의 죽음과 관련된 얘기도 잠깐 들어볼 수 있다. 그 시대를 살았던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삶은 참담하였고, 꿈과 목표가 없는 삶이었다. 한때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자나라였는데, 그 시절에 지하철이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정치적 한계와 인간 제도의 부패는 늘 사람들을 괴롭혀 왔고, 결국 인간의 삶의 궁극적 목적이 무엇인가 하는 메시지를 주인공을 통해서 작가는 그려내고 있다. 때로는 장엄하게 그리고 섬세하게 말이다.
웨나를 찾아 떠도는 삶이란? 바람의 신 웨나를 찾아서 떠도는 삶은 고되고 힘든 여정이었다. 시시포스의 삶처럼 바위를 언덕으로 굴려 올려야 하는 운명이다. 그는 죽음의 눈앞에서 자신의 웨나를 만났다. 모든 것을 날려버릴 강한 바람과 더불어 말이다. 그것이 살인 표범이었든, 탈출한 탈옥수였든 상관없다. 웨나를 찾았다. 바람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기에 말이다.
당신은 삶을 규정할 수 있는가? 인생의 목적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사람들은 정치에서 또는 종교에서 해답을 찾고자 하였다. 그러나, 그것이 인간에게 가져온 결과는 너무나도 해롭고, 허무한 것이었다. 어쩌면 그 대답을 웨나는 알지 않을까? 외로운 가우치가 늙어서까지 찾아서 헤맨 그 웨나는 알고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