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이네 - 반쪽이 부부의 작은 세상 반쪽이 시리즈 3
변재란 글 최정현 그림 / 한겨레출판 / 2000년 2월
평점 :
절판


<반쪽이네>가 나온지 몇년이 지난 지금도 이 책은 매우 유효한 가정교육과 가족간의 관계에 대한 지침서 역할을 한다. 세 가족이 한 집에서 티격태격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다른 가정에서도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또한 결혼과 육아 문제는 한 가정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이고 타인들과의 관계 맺기이기 때문이다. <반쪽이네>는 이런 관점에서 일반 가정에서 겪어야 하는 문제들을 재미있게 표현한 책이다.

'하예린''변재란''반쪽이' 이 세식구는 서로 다른 성격들이 어우러져서 부러운 가정을 이루고 있다. 특히 변재란과 반쪽이의 경라도 부부라는 미묘하고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부부라는 것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음식문화, 경상도 남자, 가사노동 등 부부가 겪는 에피소드는 부부간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해야 하는지 좋은 단서를 제공한다. 몇 십년동안 따로 살다가 부부라는 관계를 맺고 한 집안에서 산다는 것은 그리 만만하지 않을 것이다. 반쪽이네 부부는 이런 부부간의 트러블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들만의 해결책으로 독자들은 부부 문제를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알 수 있도록 해줬다.

그리고 하예린에 대한 이들의 교육관 또한 자녀교육에 대한 좋은 지침서 역할을 하고 있다. 변재란의 자녀 교육관이 엄하다면 반쪽이의 교육관은 또 다른 면모를 지니고 있어 시너지를 일으키고 있는 것 같다. 열린 교육을 지향하는 반쪽이만의 생각은 요즘 자녀교육에서는 통하기 매우 힘든 면이 있다. 변재란씨의 도움이 없다면 아무래도 하예린의 자유로움은 빛을 잃기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반쪽이네>는 반쪽이네 한 가정을 통해서 한국의 대부분의 가정에서 겪어야 하는 문제점들을 알 수 있다. 해결의 방법은 각기 다르겠지만, 반쪽이네에서 했던 방법들을 써봐도 큰 무리가 없을 만큼 대중적이고 흔히 겪는 일상사이다. 이 책의 매력은 역시 한 가정의 일상사를 읽기 편하다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
유인경 외 지음 / 등대출판사(고희권) / 2001년 6월
평점 :
절판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를 읽다보면 '정말 우리들이 많은 것을 잃었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천에서 멱을 감던 친구들도 우리는 잃었고, 잡풀로 반찬과 밥을 만들어주던 옆집 숙이의 웃는 모습도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언제부터일까요? 우리들이 예전에는 가지고 있었던 정이나 여유로움들을 잃어버리기 시작한 것이...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는 많은 미덕이 돋보입니다. 각 글마다 나오는 단어설명은 기억하지 못했던 것을 기억하게 만들 정도로 정성을 쏟은 느낌이 듭니다. 예를 들자면 '프로그램-0시의 다이얼은 트윈폴리오 멤버였던 가수 윤형주가 디스크자키를 하다 뒤에 그건 너 등을 부른 가수 이장희로 바뀌었다'라는 설명처럼 단어의 설명과 함께 그때의 상황까지를 설명해주는 친절을 베풀고 있습니다.

이 책의 또 하나의 미덕은 자료준비의 철저함이예요. 70~80년대 우리가 살았던 시대의 여러 삶의 자료들이 '어떻게 이런 자료들을 모았을까?'하는 의문까지 들 정도로 방대하네요. 다방과 디제이, 반공 포스터, 미장원, 이발소 풍경, 보따리 장수 등 당시의 삶의 모습들을 아주 세세하게 독자들 앞에 펼쳐놓고 있습니다. 이 정도의 자료는 기억만으로는 안되고 여러 참고자료가 필요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에 나오는 자료사진은 글과 함께 어울려서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또 하나의 미덕입니다. 다행히도 경향신문사의 사진 자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겠지만... 당시의 사진들이 촌스럽기보다는 너무나 정감어리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네요. 자료 사진이 없는 것은 쓱쓱그린 것 같은 그림이 사용됐는데, 자료 사진이 없을 정도이면 얼마나 삶의 구석구석을 이 책이 다뤘는지 알만합니다.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는 솔직하고 군더더기가 없어요. 과거의 삶에서 소중했던 것들을 현재에 복원하자 혹은 반성하자는 투의 글이 없다는 것이 이 책을 읽으면서 감동을 받게 합니다. 어정쩡한 교훈투의 글이라면 이 책은 중간에 덮혔을 것이지만,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는 마지막까지 독자의 몫을 남겨뒀습니다. 느낀 후 판단은 독자의 몫이겠죠.

하지만 정말 잃어버린 소중한 것들이 많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쉽기만 합니다. 우리의 삶 속에서 여유와 정같은 좋은 것들은 다시 찾고 싶은데 현재에 가능할까요? 가능했으면 좋겠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등병의 편지 - 이 땅의 젊은이들이 전선에서 보내온 그리움이 묻어나는 이야기
강수민 외 지음 / 샘터사 / 2001년 8월
평점 :
절판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과거의 아픔과 고통을 잊지못하고 현재까지 유지한다면 어떨까. 상상만 해도 머리 아픈 고통일 것이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2년여동안 자신의 흔적과 생각을 조국이라는 곳에 맡겨야만 하는 '군대'라는 곳은 지나고 나면 재미와 추억이 많은 곳일 것이다. 그렇지만, 군대라는 조직체가 한번 경험해봐야 사람이 되거나 인간이 되는 그런 조직은 아니라는 것은 확신할 수 있다.

상하관계, 주종관계, 서열 등 군대에서 배우는 것은 이런 상명하복 정신이 가장 크다. 이것이 사회라는 조직이 돌아가는 방식과 같다보니까 사회에 잘 적응하는 이유다. 그러다보니 많은 이들이 군대를 갔다오면 사람이 된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2년여기간은 인생에 있어서 뻥뚤려버린 시기와 같다. 개성은 무시되며 집단화가 강조되고, 개인의 가치관은 필요없이 군대가 요구하는 생각만 해야 하는 강압성이 유일한 가치관이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자아의 발전이며, 인생의 풍요로움은 생각할 수도 없는 것이다.
<이등병의 편지>를 들은 이유는 군대에서 겪는 에피소드와 웃지 못할 사건을 기대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국방일보나 모두 시인이 된다는 군인들의 편지에서나 볼 수 있는 모든 것이 핑크빛인 군대생활이 너무 강조되어 있다.

군대를 갔다온 이들에게는 책과 현실의 군대 차이에 당혹감을 느낄 것이다. 그만큼 이 책은 오로지 군대에 관련된 훌륭한 생각들이 강조되고 반복된다. 차라리 <이등병의 편지>가 군인의 현실을 조금이라도 내비쳤으면 이렇게 화는 나지 않을 것이다. 얻을 것이라고는 아련하게 추억을 회상하게 하는 몇몇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이미지 뿐이다. 군대갔다온 이들이 읽으면 화만 나는 책이 될 것이다. 왜 군대에 관련된 이야기는 모두 이래야만 하나. 지금도 이등병들은 왜 군대에 들어왔는지 모르겠다는 푸념만을 늘어놓고 있는데... 병장들은 다시는 부대쪽으로는 오줌도 안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추억으로 가는 간이역
중앙일보레저팀 / 랜덤하우스코리아 / 1997년 7월
평점 :
절판


얼마전 전북 남원의 서도면이라는 곳에 문학기행을 갔었다. 그곳에서 만난 작은 간이역 '서도역'은 너무나 고즈넉하고 여유가 있어보였다. 화물기차가 많이 다닌다는 서도역에서도 여객기차는 정차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무도 타지 않을 것 같은 간이역에서도 사람의 냄새가 난다는 뜻일 것이다. 모든 간이역은 나름대로의 의미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화물역이 되었건, 하루에 한번씩 여객기차역이 되었건간에. 또 간이역이 주는 느낌은 소박하고 작은 역사로 어느 시골 변방에 붙어 있어야 제격일 것이다.

이런 선입견(?)을 배반하는 간이역은 더이상 간이역이 아닐 것이다. 정동진역이 대표적으로 더이상 간이역으로 부를 수 없을만큼 사람과 상점이 늘어서 있는 곳으로 바뀌었다. 여행지가 되어버리고 만 정동진역을 지금 간이역으로 부르기에는 많은 무리가 있다. 시골변방이라는 위치는 그대로이건만 그곳에서 받을 수 있는 느낌은 여느 간이역과는 달리 소란스럽고 번잡스럽기 때문이다.

<추억으로 가는 간이역>은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간이역의 기대처럼 소박하고 조용한 곳을 알려주는 기행에세이다. 모든 간이역이 가지고 있을 장소의 의미와 시간의 변화를 꼼꼼하고 세심하게 알려주고 있다. 덤으로 간이역 주변에 문화유적지와 들러볼만한 곳까지 한눈에 알수 있다. 간이역에서 만난 사람들의 인심과 간이역을 지키는 사람들의 순박함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간이역만이 가지고 있는 느낌들을 우리는 이 책 하나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이 놓치고 있는 것은 간이역을 이용하거나 간이역을 지키고 있는 이들의 목소리와 몸짓이 별로 드러나있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그곳을 취재한 기자들의 목소리와 몸짓이 더 드러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책 표지에 '중앙일보 총력취재'라는 낯뜨거운 멘트도 책에 대한 기쁨을 반감시키고 있는지 편집인들은 아는지 모르겠다.

전국의 간이역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는 것으로 이 책을 만난 것의 행복을 찾는다. 이 속에 나타난 번잡스러운 먹거리와 여행지 그리고 기자들의 목소리만 없었다면 훨씬 소담스러운 책이 되었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독 - 새움 에크리티시즘 1
이명원 지음 / 새움 / 2001년 7월
평점 :
품절


이 시대에 비평가로 아니 젊은 비평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이 시대에 후배가 선배를 비판한다는 것은 그것도 학연과, 지연으로 얽혀져있는 거미줄같은 평론계에서 말이다. 그것은 자신의 밥통과 기득권을 포기하는 것과 같을 것이다. 이런 기대(?)는 어김없이 맞아떨어지는 평론계에서 이명원의 존재는 고맙기까지 하다.

김원식 교수의 표절 의혹을 이야기해 이명원은 젊은 비평가에서 선배를 무시한 패륜아 취급을 받기도 했다. 그만큼 우리 평론계 아니 교수와 제자 관계는 군대의 상하관계보다 더한 주종관계가 있다. 이런 룰 아닌 룰을 깬 젊은 이명원은 자신이 몸담고 있던 학교와 동료 그리고 교수로부터도 배척을 당했다.

하지만 이명원은 말한다. '다른 세계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라는 말로 그 사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다. 젊은 비평가 이명원은 독자 아니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다가왔던 것이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테두리를 벗어나자 그에게는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그 세계를 맛보기 위해서 치뤄야 했던 큰 고통도 있었지만...<해독>은 그동안 <불타는 혀>로 인한 여러가지 사건들 이후 이명원이 자신의 사적인 이야기를 털어놓은 재미있는 수필집이면서 평론집이다.

'소금을 찾아서'는 김윤식 교수 표절 의혹 이후 변화한 자신의 삶을 담담하고 나즈막하게 이야기한다. 하지만 자신이 주장하고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변함없는 강직함을 보여준다. 이문구씨의 동인문학상 수상, 황석영씨의 동인문학상 거부, 제자와 교수의 상하종속 관계, 출판계의 게으른 비평문화 등 젊은 비평가인 이명원은 거침없이 옳고 그름을 이야기한다. 독자는 이명원의 글 속에서 상쾌함과 통쾌함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록 간명하고 솔직하게 상황을 판단할 수 있다.

'길 위에서 낯선'은 젊은 비평가가 평론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점들을 진실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김현이라는 신화에 대해서 이명원 자신은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댄다. 신화가 되어버리고 박제화 되어버린 김현의 평론에 대해서 독자는 이명원의 글을 통해서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방부처리된 사랑의 기록'부분에서는 이명원의 본래 직업(?)인 평론의 날카로움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그에게는 어떠한 권위와 신화를 거부하는 평론가의 자질을 보여준다. 신경숙과 나희덕 등에 대한 여류작가에 대한 솔직한 비평은 독자와의 소통을 중시하는 이명원의 생각을 잘 나타내준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한 평론계에 이명원의 솔직한 대중적 비평은 빛을 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젊은 비평가가 독설만이 아닌 부드러움을 이야기하는 '독기서린, 부드러운 해독'은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함축해놓고 있다. '우리의 문학인들이 미학적 예능집단으로 자신을 특수화하기보다는, 지식인으로서의 책임감을 에민하게 자각했으면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라는 이명원 자신의 약속은 이 책을 집어든 독자를 배신하지 않는다. 젊기 때문에 비판하는 것이 아닌 지식인이기 때문에 비판해야 한다는 그의 생각말이다.

지식인으로 이 시대를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것은 학연과 지연 그리고 자신의 기득권마저도 포기하고, 사회에 대한 발언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이명원은 이야기한다. 나즈막하게 하지만 진실되고 강단있게... <해독>은 젊은 비평가가 어떻게 새로운 세계를 볼 수 있게되었고, 이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를 솔직하게 말하고 있는 책이다. 아주 보기 힘든 솔직함으로 무장된 <해독>을 감히 권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