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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
유인경 외 지음 / 등대출판사(고희권) / 2001년 6월
평점 :
절판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를 읽다보면 '정말 우리들이 많은 것을 잃었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천에서 멱을 감던 친구들도 우리는 잃었고, 잡풀로 반찬과 밥을 만들어주던 옆집 숙이의 웃는 모습도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언제부터일까요? 우리들이 예전에는 가지고 있었던 정이나 여유로움들을 잃어버리기 시작한 것이...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는 많은 미덕이 돋보입니다. 각 글마다 나오는 단어설명은 기억하지 못했던 것을 기억하게 만들 정도로 정성을 쏟은 느낌이 듭니다. 예를 들자면 '프로그램-0시의 다이얼은 트윈폴리오 멤버였던 가수 윤형주가 디스크자키를 하다 뒤에 그건 너 등을 부른 가수 이장희로 바뀌었다'라는 설명처럼 단어의 설명과 함께 그때의 상황까지를 설명해주는 친절을 베풀고 있습니다.
이 책의 또 하나의 미덕은 자료준비의 철저함이예요. 70~80년대 우리가 살았던 시대의 여러 삶의 자료들이 '어떻게 이런 자료들을 모았을까?'하는 의문까지 들 정도로 방대하네요. 다방과 디제이, 반공 포스터, 미장원, 이발소 풍경, 보따리 장수 등 당시의 삶의 모습들을 아주 세세하게 독자들 앞에 펼쳐놓고 있습니다. 이 정도의 자료는 기억만으로는 안되고 여러 참고자료가 필요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에 나오는 자료사진은 글과 함께 어울려서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또 하나의 미덕입니다. 다행히도 경향신문사의 사진 자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겠지만... 당시의 사진들이 촌스럽기보다는 너무나 정감어리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네요. 자료 사진이 없는 것은 쓱쓱그린 것 같은 그림이 사용됐는데, 자료 사진이 없을 정도이면 얼마나 삶의 구석구석을 이 책이 다뤘는지 알만합니다.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는 솔직하고 군더더기가 없어요. 과거의 삶에서 소중했던 것들을 현재에 복원하자 혹은 반성하자는 투의 글이 없다는 것이 이 책을 읽으면서 감동을 받게 합니다. 어정쩡한 교훈투의 글이라면 이 책은 중간에 덮혔을 것이지만,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는 마지막까지 독자의 몫을 남겨뒀습니다. 느낀 후 판단은 독자의 몫이겠죠.
하지만 정말 잃어버린 소중한 것들이 많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쉽기만 합니다. 우리의 삶 속에서 여유와 정같은 좋은 것들은 다시 찾고 싶은데 현재에 가능할까요? 가능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