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추억으로 가는 간이역
중앙일보레저팀 / 랜덤하우스코리아 / 1997년 7월
평점 :
절판
얼마전 전북 남원의 서도면이라는 곳에 문학기행을 갔었다. 그곳에서 만난 작은 간이역 '서도역'은 너무나 고즈넉하고 여유가 있어보였다. 화물기차가 많이 다닌다는 서도역에서도 여객기차는 정차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무도 타지 않을 것 같은 간이역에서도 사람의 냄새가 난다는 뜻일 것이다. 모든 간이역은 나름대로의 의미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화물역이 되었건, 하루에 한번씩 여객기차역이 되었건간에. 또 간이역이 주는 느낌은 소박하고 작은 역사로 어느 시골 변방에 붙어 있어야 제격일 것이다.
이런 선입견(?)을 배반하는 간이역은 더이상 간이역이 아닐 것이다. 정동진역이 대표적으로 더이상 간이역으로 부를 수 없을만큼 사람과 상점이 늘어서 있는 곳으로 바뀌었다. 여행지가 되어버리고 만 정동진역을 지금 간이역으로 부르기에는 많은 무리가 있다. 시골변방이라는 위치는 그대로이건만 그곳에서 받을 수 있는 느낌은 여느 간이역과는 달리 소란스럽고 번잡스럽기 때문이다.
<추억으로 가는 간이역>은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간이역의 기대처럼 소박하고 조용한 곳을 알려주는 기행에세이다. 모든 간이역이 가지고 있을 장소의 의미와 시간의 변화를 꼼꼼하고 세심하게 알려주고 있다. 덤으로 간이역 주변에 문화유적지와 들러볼만한 곳까지 한눈에 알수 있다. 간이역에서 만난 사람들의 인심과 간이역을 지키는 사람들의 순박함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간이역만이 가지고 있는 느낌들을 우리는 이 책 하나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이 놓치고 있는 것은 간이역을 이용하거나 간이역을 지키고 있는 이들의 목소리와 몸짓이 별로 드러나있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그곳을 취재한 기자들의 목소리와 몸짓이 더 드러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책 표지에 '중앙일보 총력취재'라는 낯뜨거운 멘트도 책에 대한 기쁨을 반감시키고 있는지 편집인들은 아는지 모르겠다.
전국의 간이역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는 것으로 이 책을 만난 것의 행복을 찾는다. 이 속에 나타난 번잡스러운 먹거리와 여행지 그리고 기자들의 목소리만 없었다면 훨씬 소담스러운 책이 되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