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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독 - 새움 에크리티시즘 1
이명원 지음 / 새움 / 2001년 7월
평점 :
품절
이 시대에 비평가로 아니 젊은 비평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이 시대에 후배가 선배를 비판한다는 것은 그것도 학연과, 지연으로 얽혀져있는 거미줄같은 평론계에서 말이다. 그것은 자신의 밥통과 기득권을 포기하는 것과 같을 것이다. 이런 기대(?)는 어김없이 맞아떨어지는 평론계에서 이명원의 존재는 고맙기까지 하다.
김원식 교수의 표절 의혹을 이야기해 이명원은 젊은 비평가에서 선배를 무시한 패륜아 취급을 받기도 했다. 그만큼 우리 평론계 아니 교수와 제자 관계는 군대의 상하관계보다 더한 주종관계가 있다. 이런 룰 아닌 룰을 깬 젊은 이명원은 자신이 몸담고 있던 학교와 동료 그리고 교수로부터도 배척을 당했다.
하지만 이명원은 말한다. '다른 세계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라는 말로 그 사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다. 젊은 비평가 이명원은 독자 아니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다가왔던 것이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테두리를 벗어나자 그에게는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그 세계를 맛보기 위해서 치뤄야 했던 큰 고통도 있었지만...<해독>은 그동안 <불타는 혀>로 인한 여러가지 사건들 이후 이명원이 자신의 사적인 이야기를 털어놓은 재미있는 수필집이면서 평론집이다.
'소금을 찾아서'는 김윤식 교수 표절 의혹 이후 변화한 자신의 삶을 담담하고 나즈막하게 이야기한다. 하지만 자신이 주장하고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변함없는 강직함을 보여준다. 이문구씨의 동인문학상 수상, 황석영씨의 동인문학상 거부, 제자와 교수의 상하종속 관계, 출판계의 게으른 비평문화 등 젊은 비평가인 이명원은 거침없이 옳고 그름을 이야기한다. 독자는 이명원의 글 속에서 상쾌함과 통쾌함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록 간명하고 솔직하게 상황을 판단할 수 있다.
'길 위에서 낯선'은 젊은 비평가가 평론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점들을 진실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김현이라는 신화에 대해서 이명원 자신은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댄다. 신화가 되어버리고 박제화 되어버린 김현의 평론에 대해서 독자는 이명원의 글을 통해서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방부처리된 사랑의 기록'부분에서는 이명원의 본래 직업(?)인 평론의 날카로움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그에게는 어떠한 권위와 신화를 거부하는 평론가의 자질을 보여준다. 신경숙과 나희덕 등에 대한 여류작가에 대한 솔직한 비평은 독자와의 소통을 중시하는 이명원의 생각을 잘 나타내준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한 평론계에 이명원의 솔직한 대중적 비평은 빛을 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젊은 비평가가 독설만이 아닌 부드러움을 이야기하는 '독기서린, 부드러운 해독'은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함축해놓고 있다. '우리의 문학인들이 미학적 예능집단으로 자신을 특수화하기보다는, 지식인으로서의 책임감을 에민하게 자각했으면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라는 이명원 자신의 약속은 이 책을 집어든 독자를 배신하지 않는다. 젊기 때문에 비판하는 것이 아닌 지식인이기 때문에 비판해야 한다는 그의 생각말이다.
지식인으로 이 시대를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것은 학연과 지연 그리고 자신의 기득권마저도 포기하고, 사회에 대한 발언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이명원은 이야기한다. 나즈막하게 하지만 진실되고 강단있게... <해독>은 젊은 비평가가 어떻게 새로운 세계를 볼 수 있게되었고, 이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를 솔직하게 말하고 있는 책이다. 아주 보기 힘든 솔직함으로 무장된 <해독>을 감히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