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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의 한국인은 특별함을 거부한다. 남들보다 희생적이면서 누구보다 조용한 존재가 되려고 한다. 외적에 맞서는 산성 안은 혼자만 주목받아서는 안 되는 공간이다. 원치 않게 영웅으로추대되기라도 할라치면 자신을 뭉툭하게 깎기 위해 노력한다.
나는 한국인의 선조가 한반도에 사로잡힌 탓에 얻은 특질을천박한 숭고함이라 하겠다. 그러므로 한국인은 어떤 인간집단인가? 한국인은 숭고한 속물이다. 숭고한 속물은 평시와 전시, 생존의 지옥과 멸망의 그림자 사이에서 태어난 별종이다. 그러나한반도가 한국인의 모든 것을 설명하지는 않는다. 한반도는 민족성의 얼개가 잡힌 틀이지, 민족성 자체는 아니다. 민족성이 형•성되려면 먼저 하나의 민족이 탄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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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정말 사랑한다면 문자의 형태로 책에 박혀 있는 지식이나 서사뿐만이 아니라, 책에 관련된 모든 것을 사랑할 수밖에없다고 저는 믿습니다. 책에 담긴 이야기, 책에 서린 정신, 책에서 나는냄새, 책을 어루만질 때의 감촉, 책을 파는 공간, 책을 읽는 시간 등이모두 모이고 모여 책에 대한 사랑을 온전히 이루어낸다는 것이지요.
저는 목적지향적인 독서를 하지 않습니다. 바꿔 말하자면, 특정한 무언가를 얻어내기 위해 어떤 책을 선택해서 파고들지는 않습니다. 더 정확히 말한다면, 제게 책읽기는 그저 습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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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곳 해변에 앉아서 그 오래된 미지의 세계를 곰곰 생각하다가, 개츠비가 데이지네 선착장 끝에서 빛나는 초록불빛을 처음 발견했을 때 느꼈을 경이로움을 생각해보았다.
그는 먼 길을 돌고 돌아 이 푸른 잔디밭에 이르렀다. 그의꿈은 이제 너무나 가까이 있어서, 손만 뻗으면 얼마든지 붙잡을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는 미처 알지 못했다. 그 꿈은 이미 그의 등 뒤로 지나갔다는 것을. 그 꿈은 이제 공화국의 어두운 벌판이 밤하늘 아래서 굽이치는 저 도시너머의 광막한 어둠 속 어딘가에 있다는 것을.
개츠비는 그 초록 불빛을 믿었다. 해가 갈수록 우리 앞에서 멀어지고 있는, 환희에 찬 미래의 존재를 믿었던 것이다.
그때는 그것이 우리한테서 달아났다. 하지만 무슨 상관인가, 내일은 우리가 좀 더 빨리 달리고, 좀 더 멀리 팔을 내뻗으면 된다.....… 그러다 보면 맑게 갠 아침이…….
그래서 우리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흐름을 거슬러가는 조각배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떠밀려가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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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생전에 집필한 책에는 화가로서 그의 고민이 얼마나 깊고고독했는지 알려주는 구절이 빼곡히 남아 있다.
"손이 다칠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유리창을 깨서 완전히 해방되는 것이 중요하다. 상처는 아무것도 아니다. 가난도 아무것도 아니다. 금지된 모든 것을 시도하고 기쁜 마음으로 다시 만들어야 한다. 과장하면 어떤가. 새로 배우고 알게 되면 또 배워야 한다. 우스꽝스러운 것을 창조한다고 해도 부끄러울 필요가 없다. 이젤 앞에서화가는 과거의 노예가 되어서도, 현재의 노예가 되어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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