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ing's Singers - Swimming Over London
킹스 싱어즈 (King's Singers) 노래 / 시샵코리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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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기악을 좀 더 좋아한다만 사람의 목소리가 가장 아름다운 악기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하는 한 사람이다. 그래서 천상의 목소리라고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세상에는 많은 아카펠라 그룹이 있을 테고 그래서 아카펠라 음악을 심심치 않게
우리는 듣고 있다. 아카펠라 a cappella. 이는 이탈리아어로써 반주 없는 합창을
의미하는데 중세시대 교회에서 대부분 반주 없이 합창을 한 데서 유래한 말이다. 

악기 연주를 배경삼아 부르는 노래도 참 듣기 좋지만 사람의 목소리만으로
완벽한 화음을 만들어 낸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풍성한 몸매에 횡격막을 이용해 “우어어어~~”하며 화려한 비브라토를
만들어내는 성악가의 노래보다는 맑고 고요하며 깨끗한 소리를 참 좋아한다. 

여기 마치 크리스털처럼 투영한 음색을 소유한 이들이 있다.
물론 출중한 실력을 갖춘 이들이 많겠지만 여기, 엄지손가락을 높이 들어
추천하고픈 그룹, BBC뮤직매거진이 < 금사와 같은 목소리 >라고
극찬한 킹스 싱어즈이다. 올 해 창단 42주년을 맞은 이 그룹은 세계인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영국의 6인조 그룹이다. 한국에서도 2번에 걸쳐 내한공연을 했다. 

멋진 수트를 갖춰 입고, 신사다운 무대매너를 선보이지만 유머러스한
퍼포먼스로 청중들이 배꼽을 잡으며 쓰러지게 할 줄도 아니
탤런트 기질이 참으로 다분하다. 재킷에 담긴 멤버 한 사람 한 사람의
표정을 보니 개구쟁이다운 면모가 엿보인다. 그 미소들이 어찌나 천진한지. 

96년도에는 국내가요 중 하나인 < 마법의 성 >을 불렀는데 직접 들어보니
정확한 발음과 음색이 그 노래의 가치를 더 빛내주는 듯 했다. 

지난 1968년에 결성된 그룹인데 지금은 그 창단멤버가 한 명도 남아있지 않다고
하니 킹스 싱어즈의 앞선 음반들도 모두 들어봐야겠다. 지금의 멤버들과는
혹시 얼마나 다를지 궁금하기도 하고. 

총 14곡이 수록된 이 음반의 타이틀곡은 Swimming over London.
제목부터 위트가 넘쳐 보인다. 현실에서 제목처럼 해보면 좀 힘들겠다는
엉뚱한 생각도 슬쩍 해보고. 실제로 이 곡을 들으면 정말 감미롭다. 

각기 다른 수제 초콜릿이 들어 있는 상자처럼 14개 곡이 모두 색다른 느낌이어서
좋지만 특히 마음에 드는 곡은 타이틀인 Swimming over London과 더불어
I'm yours, Angel, By the time, Home이다.
지금도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곡이 하나 있는데 바로 < Recipe For Love >이다.
제목마저 사랑스러운 이 곡은 통통 튀는 것 같은 멜로디가 뇌리에 콕 박혀버렸다! 

어떤 이들은 다소 지루하다고도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런 클래식하고
중후하면서도 세련미를 갖춘 것 같아서 참으로 마음에 든다.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비단 나만의 생각은 아니지 않나 싶다. 

천 개의 느낌을 가진 음악
이 노래 수상하다.
보통 듣는 사람에 따라 하나의 음악이 여러 느낌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것에는
대부분 공감을 할 것이다. 그런데 이건 뭐랄까. 각도에 따라 다른 빛깔을 볼 수 있는
영롱한 보석 같다고 할까? 며칠 전 음악을 들을 땐 분명 내가 가지고 있는
음반 중 크리스마스 아카펠라 캐럴처럼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를 느끼게 해줬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는 이슬이 촉촉한 숲 속의 오솔길을 걷는 느낌을 들게 해주더니,
지금은 지중해 바닷가 어딘가의 해먹에 누워 저물어가는 노을을 바라보며
상큼한 칵테일 한 잔을 즐기는 것 같은 그런 느낌?  

무덥고 지치는 이 여름날, 킹스 싱어즈는 내게 파라다이스를 선물해 주었다.
한여름 밤에 꾸는 천 개의 꿈. 그것이다.
내일은 어떤 꿈을 꾸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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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 FM Golden Pops [3CD]
다니엘 분 (Daniel Boone) 외 노래 / ㈜서울미디어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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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 케이스에 클래식한 분위기의 마이크, 그리고 라디오가 눈을 끈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고 70~80년대를 아우르던 그 팝 뮤직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나처럼 30대 중반을 지나는 사람에겐
이런 음악들이 특히나 반갑다. 단지 옛날 노래여서가 아니라
어떤 음악을 들을 때에는 특정한 추억들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7080 FM Golden Pops는 총 3개의 음반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음악들은 라디오 FM의 각 방송 프로그램에 소개된 음악을 수록한 것이다. 

첫 번째 음반의 타이틀은 < Good Morning FM >이고,
아침과 어울리는 경쾌하고 상큼한 팝을 엄선했다고 한다.
그 안에는 너무나도 유명한 My way나 영화 주제곡으로도 잘 알려진
Raindrops Keep Falling On My Head 등이 실려 있다.
My way를 들을 때는 아직 인생의 황혼기를 맞은 건 아니지만
내 인생길을 되돌아보게 되고, Raindrops~를 들을 때는 통통 튀는 빗방울 사이를
자전거로 달리는 영화 주인공들의 표정들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두 번째 음반의 타이틀은 < 2시의 FM 데이트 >.
점심시간을 지나 나른한 2시경 음악을 들으며 추억을 회상할 수 있다면
그것도 큰 행복이 아닐까. 이 음반에는 Beautiful Sunday와
사뭇 여인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영화 프리티 우먼의 주제가인
Pretty Woman, 그리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팝 뮤직 중 하나인
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d Oak Tree가 있다.
Tie A Yellow Ribbon~을 들으면 내 마음을 서운하게 했던 모든 것들에 대해
용서를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고 할까. 이미 용서하고 기다리던 남편이
혹시라도 보지 못할까봐 기차가 지나가던 길가의 나무에 온통 노란 리본을
달았다는 어떤 이야기도 생각나고 말이다. 

세 번째 음반의 타이틀은 < 별이 빛나는 밤엔 FM과 함께 >이다.
검푸른 반구에 보석보다 아름다운 별이 빛나고 옛 노래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축복이다. 단발머리 여학생시절 라디오 소리를 살짝 줄여 놓고
몰래 음악을 들으며 꾸었던 꿈은 지금까지도 잊지 못할 추억이리라.
이 음반에는 그 꿈에 날개를 달아주었던 If You Love Me, Rain,
In Dreams, Mr. Lonely 등의 노래가 실려 있다. 

세 개의 음반을 들으면서 가장 내 마음을 애잔하게 만들었던 것은 바로
< Words - F.R David >이다. 초등학교 1학년 때였나, 2학년 때였나.
여름방학 때마다 시골 외갓집에 내려갔는데 삼촌의 방에서 라디오 하나를
발견했더랬다. 삼촌이 무척이나 아끼던 라디오여서 삼촌이 계실 때는
감히 들어볼 생각도 못했는데 삼촌이 집을 비우신 어느 날,
나는 삼촌 방으로 몰래 들어가 라디오를 살며시 켜봤다.
팝송이라는 것을 처음 들어본 내가 그 때 만난 것이 바로 Words였던 것이다.
물론 그 땐 내용도 모르고 그저 멜로디만을 들었을 뿐이지만
그 때 상당히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지금도 이 음악을 들을 때면 집 근처로 달리던 기차와 외갓집의 기와,
그 곳의 하늘, 바람, 한가로움 그런 것들이 생생하게 새록새록 떠오른다. 

지금은, 다시는 갈 수 없는 그 곳. 추억 속에 묻혀 버린 그 곳.
아무도 기다리는 사람도 없는 그 곳을 나는 이 음악으로 추억한다.
그리고 잊지 않기 위해 추억의 볼륨을 높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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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발견 - 사라져가는 모든 사물에 대한 미소
장현웅.장희엽 글.사진 / 나무수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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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잘것없이 작거나 적은, 사소함.
세계가 놀라서 뒤집어지는 발견이 아니라 그야말로 소소하고 작은 일상에서의 발견.
그러나 결코 작지 않은 의미, 어쩌면 인생에 있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그것들에서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게 될 수도 있음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을까? 

남들이 그리 주목하지 않는 것에 관심을 가지는 편이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껍질로부터 경이로움마저 느끼게 되는 나무를 쓰다듬어 보기도 하고
길을 지나면서 구석에서 피어난 꽃에게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어렸을 땐 어려서 저렇겠거니 했지만 성인이 되어서도 그러고 있는 나를 보면
사람들이 하는 말이 있었다. “너 참 연구대상이다.” 

이랬던 내가 요즘에는 육아와 결혼 생활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너무 바쁘고
조금은 지쳐, 주위에 있는 것들에 눈길조차 줄 틈이 없어졌다.
아니면 눈이 부옇게 되고 마음에 군살이 박혀 버렸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데 어느 날, 빛바랜 공간에서 사물이 말을 걸어왔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열두 색 사인펜. “나 기억하니?”
유난히 깔끔한 성격을 가진 아버지는 스프링 노트에 관심 있는 것을 신문에서 오려
스크랩 하신 후 사인펜으로 그 테두리를 센스 있게 장식하셨다.
처음 구입할 당시 꽂혀 있던 순서 그대로 사인펜은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는데
그 꼼꼼함이 왜 그리도 서글프게 느껴지던지.
또 젊은 날 어린 나와 엄마를 두고 중동에 일을 하러 가셨는데
그 때부터 갖고 계셨던 낡은 선글라스. 20년을 훌쩍 넘긴 그 안경은
신기하게도 별 흠집도 없이 오랜 세월 아버지의 콧잔등에서 뽐을 냈다.
그리고 코트 하나가 시선을 붙잡고 놓아주질 않았다. 사촌언니가 결혼할 때
마땅한 외투가 없었던 아버지를 모시고 가서 코트 하나를 사드렸는데
큰딸이 사준 거라며 어찌나 으스대시며 자랑하시던지. 아주 고급도 아니었던
그 코트는 아버지가 갖고 있던 모든 물건 중에서 가장 새것처럼 보였다.
“우리 큰딸이 사준 거야.” 친했던 분들께 자랑하시면서 혹시라도 때가 탈까,
흠이라도 생길까 구입한 지 10년이 다 되어가는 세월이 흘렀음에도
마치 방금 라벨을 뗀 것 같은 그 코트를 붙잡고 난 결국 왈칵 눈물을 쏟았다.
아버지, 그냥 막 입으시지. 닳고 닳도록 입고 입으시지. 그러시지 그랬어요. 

그 빛바랜 공간을 박차고 나왔다. 이면지를 반듯하게 오려 서랍 가득 쌓아둔 메모지며,
함부로 구겨 버리지 않고 가지런히 구석에 모아둔 꽁초까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불효자의 가슴 속 깊이 아리게 만드는 사무침에 견딜 수가 없었다.
참 별것도 아닌데. 정말 사소한 것들인데.
당분간 내게 말을 걸어오는 이것들을 보기 힘들 것 같다.
훗날 이 사소함이 조금은 덜 아프게 느껴질 때,
슬픔 어린 눈빛으로나마 다시 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 때는 내가 먼저 말을 걸어야지. 

두 저자가 카메라에 담은 사소한 일상의 발견, 감성을 자극하는 그림과 글을 통해
때론 무료하게 느껴지고 때론 무의미했던 것들이 내게 얼마나 큰 존재였는가를
새삼 깨닫는 시간이었다. 사소함은 기억의 고리로 이어져 의미 있는 삶이 된다.
책 뒤편에는 저자들이 담은 일상의 사진과 더불어 독자가 각자의 추억을 상기하도록
메모공간을 마련해 주었다. 사진에 담긴 것들을 보며 난 어떤 추억을 갖고 있는지
차근차근 기억의 징검다리를 건너 올라가 본다. 그리고 쓸쓸한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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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의 엄마가 알았더라면 - 우리 시대 부모 14인이 젊은 날의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
안정숙 외 지음 / 글담출판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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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두 아이의 엄마다. 여느 엄마들처럼 육아에 관심이 많고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더 잘 키울 수 있을까,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고민하는 평범한 엄마다.
때문에 육아와 교육에 관한 책들을 많이 읽는 편인데 그런 나의 시선을 붙잡는
책 한 권이 있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의 엄마가 알았더라면.
하버드생 금나나의 어머니, 역도선수 장미란의 어머니 등 14인의 부모가 쓴
책이라는 빨간 띠지를 보니 나도 모르게 손이 갔다. 꼭 읽어야만 한다는 의무감(?)과 함께.
아니, 성공적으로 자식을 키워낸 부모들의 노하우를 배우고 싶었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고 고백한다. 

코이라는 물고기 기억나지? 작은 어항에서는 5cm, 수족관이나 연못에서는 25cm,
강물에 방류하면 무려 120cm까지 자란다는 물고기.
제 스스로 어항과 연못을 박차고 강물로 나간 거야. 그 길에 좌절이 없다는 게
말이 되니? 지켜보자.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p.24)
이런 물고기가 있었구나. 글을 읽으니 우리의 아이들은 코이가 아닐까 싶다.
부모가 가둬 두면 5cm 자라고, 넓은 세계에서 스스로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믿고 기다려주면 100cm가 훨씬 넘게 자랄 수 있는 자유로운 존재 말이다.
내 아이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 부모라는 이름으로, 보호한다는 명목 하에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영혼을 속박하고 있었던 게 아닌지 두렵다.
때때로 보이는 아이들의 슬픈 표정이 마음에 아리게 박혀 온다. 

좋은 부모라는 건 완벽한 부모는 아닐 거야. (p.80)
어렸을 때 넉넉하지 못했던 가정환경 탓에 친구들 다니는 유치원도,
피아노 태권도 학원 등에 단 한 번도 다닌 적이 없었다. 매일 오던
한 장짜리 시험지를 열심히 풀었고, 유일하던 동화책 전집을 친구 삼았으며,
맞벌이 하던 부모님을 대신해 어린 나이서부터 동생들을 돌봐야했다.
그 땐 착한 딸이 되고 싶었다. 그래도 그런 어려움과 궁핍함을 내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았기에, 태교한다며 음악을 듣기도 하고 책도 많이 읽었다.
나름대로 노력을 했는데 희한하게 어찌 갈수록 부모 노릇에 자신이 없어지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그 이유를 깨달았다. 완벽하지 않은 내가 완벽한 부모 노릇을
하려고 했으니 당연히 힘든 거다. 욕심을 내려놓자. 완벽한 부모가 아닌
좋은 부모가 되는데 더 관심을 기울이자. 그럼 어떤 게 좋은 부모일까?
답이야 정말 많겠지만, 내 아이와 함께 고민하고 함께 성장하며 성숙해 가는 것.
자식이 행복의 길을 찾는데 지켜봐 주는 것, 도움을 청할 때 기꺼이
그 길을 함께 걸어주는 것. 이 정도면 좋은 부모이지 않을까.
또한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도 믿어주기(p.105), 이것은 엄마인 나만이 할 수 있다.
내 아이의 엄마라는 역할은 세상에서 나에게만 주어진 것이니까.
더 중요한 사실은 그 역할을 잘 할 사람도, 잘 못할 사람도 바로 나라는 것. (p.40) 

바쁘고 안 바쁘고를 떠나서 엄마한테 뚜렷한 주관이 없으면,
애들 교육은 죽도 밥도 안 된다. (p.255)
어떤 부모가 자식이 잘 안 되기를 바랄까. 나 또한 엄마이니 내 아이들이 이 책 속의
아이들처럼 성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꼭 좋은 대학을 목표로 하거나 좋은 직장에
다니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물론 그러면야 좋겠지만. 하하)
불과 얼마 전까지 입버릇처럼 말했던 것이 있었는데, 다른 건 다 괜찮지만
직업군인이나 전문운동선수, 연예인은 안 시킬 거야. 대체 무슨 권리로?
아이들이 아직 3살 5살이니 좀 이를 수는 있는데 아이들이 갈 길에서 내 마음대로
이 길은 안 된다고 벌써 싹을 자르고 있었다. 내 자신에게 실망!
좋은 부모가 된다면서 자질 하나를 잃은 셈이다. 앞서 말했듯이 욕심을 내려 놔야지.
믿는 거다. 아이의 꿈에 대해서. 선택에 대해서.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그 믿음이 깨진다 해도 “거 봐. 엄마가 말했지?”라거나 원망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좌절한 아이의 어깨를 펴고 무릎을 세워줄 수 있는 것도 부모, 나이지 않을까. 

유치원에서 오는 아이를 마중하느라 아파트 입구에 서 있다 보면 학원 차에서 내려
바로 다음 학원차를 타는 아이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늦은 밤에도
학원차가 아파트 단지를 돈다. 안타깝다.
난 아이들에게 사교육을 강요할 생각이 없다. 그렇다고 홈스쿨링 책을 쓴 엄마들처럼
훌륭한 자질을 갖춘 것도 아니기에 사실 좀 두렵기는 하다. 혹시 내 아이들만
뒤처지는 게 아닐까 해서이다. 그렇지만 나 자신을, 내 아이를 믿어 보기로 했다.
내 신념을 밀 수 있는 자신이 조금 생겨서인데, 이유는 진심이 담긴
편지꾸러미(이 책)를 읽었기 때문이다. 

대부분 자식농사에 성공했다는 내용의 책들을 보면 역경을 이겨내고
이렇게 되었다고 하는 성공담인 경우가 많다. 부모가 썼든, 자녀가 성장해서
직접 썼든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은 시선의 위치가 독특하다.
지난 날 갈림길에서 고민하고 선택한 길에서의 역경을 어떻게 이겨내고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서, 고민에 때론 눈물로
밤도 지새워야했던 옛날 선택의 기로에 선 자기 자신에게 편지를 보내는 형식이다.
더불어 그 때 자신이 걸어야 했던 길과 비슷한 갈림길에 선 후배 부모들에게
보내는 편지일 것이다. 바로 나 같은. 

마음속에서 사랑이라는 종이를 한 장 꺼낸다.
신념이라는 펜을 들어 한 자 한 자 꼭꼭 눌러가며 과거에 대한 회상,
현재에 대한 대책, 미래에 대한 나의 꿈을 적어본다.
그리고 믿음이라는 우표를 붙여서 나에게 보낸다.
난, 내 아이들에게 좋은 부모가 되겠다. 정말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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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ssano Sportiello Trio - Chopin in Jazz
쇼팽 (Frederic Chopin) 작곡, 로사노 스포티에로 트리오 (Rossano Sp / 강앤뮤직 (Kang & Music)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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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을 잘 아는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클래식을 잘 모르는 사람도
쇼팽이라는 음악가를 잘 알 것이다. 정말 혹시라도 모르는 이름이다 해도
가장 대표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야상곡’의 선율을 들으면
“아! 이 음악.”하고 탄성이 나올 테니까. 

나 역시 어렸을 때 쇼팽의 음악을 듣고 낭만적인 감정에 빠졌더랬다.
물론 지금도 좋아하는 만큼 잘 알지는 못하지만 들으면 행복한 음악,
그런 것 있잖은가? 피아노 학원에 다니는 친구를 따라가 친구가 쇼팽을
연주할 때면 반은 정신을 놓고 뚱똥거리는 소리를 듣고 오곤 했다. 

폴란드가 낳은 시대의 낭만주의 음악가 쇼팽. 그가 재즈를 만났다!
재즈와 클래식이라니 참 흥미롭지 않은가? 얼핏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장르는 의외로 사람의 마음을 확 끌어당겨 그 곳에 깊이 빠지게 하는
매력이 있다. 재즈클래식, 바로 그것이다.
내가 재즈클래식을 처음 알게 된 것은 클로드 볼링의 플루트를 위한 곡이었다.
음악이 좋았기에 용돈을 모아서 산 플루트를 배우던 당시,
선배가 가지고 있던 음반을 듣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는 쇼팽이다. 우연히 들른 한 재즈 바에서 쇼팽을 마주친 느낌.
멋진 수트를 갖춰 입고 사뿐사뿐한 걸음으로 나와 우아한 손길로
연주를 할 것 같은 그 쇼팽이 로사노 스포티에로 트리오와 만나
듣는 이로 하여금 어깨로, 손끝으로, 발끝으로 박자를 맞추게끔 한다.
열정적이지만 우아하고 감성이 풍부한 낭만주의자 쇼팽은 어느 새
로사노 스포티에로에 의해 현대적이고 위트 있으며 세련된 신사로 변모해 있었다.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빗방울 전주곡에서는 통통 튀는 선율에서
위트와 유머러스함마저 느끼게 된다. 나도 모르게 지어지는 미소. 

쇼팽 인 재즈가 너무나 자연스럽고 듣는 나로 하여금 심취할 수 있게 된 것은
로사노의 쇼팽관 덕분도 있지 않을까. 이탈리아 음악 학교 시절부터 쇼팽의 작품에
관심을 가지고 왔으며 멜로디가 아름다워 지금까지도 연주를 많이 한다는데
그냥 연주자가 한 작곡가의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로사노가 쇼팽과 하나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전에도 쇼팽이 좋았지만 쇼팽 인 재즈로 인해 쇼팽이 더욱 좋아졌다.
감성이 더욱 풍부해지는 느낌.
사랑하는 이와 함께 들으면 사랑이 더욱 솟아날 것 같은 그런 느낌.  

난 오늘도 재즈 바로 쇼팽을 만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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