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 도서관 규장각에서 조선의 보물 찾기/열네 살이 어때서?>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왕실 도서관 규장각에서 조선의 보물찾기 - 조선 시대의 놀라운 기록 문화 책과함께어린이 찾기 시리즈
신병주.이혜숙 지음 / 책과함께어린이 / 201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 전통문화, 문화재, 역사에 관심은 많으나 그 관심만큼 많이 알고 있지 않으니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때문에 이런 책이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규장각에서 찾은 조선의 보물이라니 이번 기회에 좀 더 자세히, 
그리고 정확히 알게 될 것이라는 기대만큼 책 안에는 놀라운 사실들이 있었다.

손님이 와도 일어나지 마라
규장각은 숙종 때 처음 만들어졌지만 그때는 역대 왕들이 쓴 글이나 글씨를
모아두는 용도로 사용됐는데, 정조가 왕위를 계승한 후 왕권 강화를 위해
규장각을 다시 지어 인재들을 모은 후 왕들의 글이나 책들을 정리하고 
연구하는 곳으로 사용했다 한다. 이때 규장각에서 일하는 관리들에게
분명히 밝혀 둔 것이 있는데 그것이 매우 흥미롭다.
“손님이 와도 일어나지 말, 일할 때는 공적인 일이 아니면 마루로 내려가지 마라,
규장각에서 공부하는 학자가 아니면 아무리 높은 관리라 하더라도 규장각에
올라갈 수 없다, 일할 때는 옷을 제대로 차려입고 해라.” -page.10
학자들이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 역력하게 드러나는 부분이다.

이렇게 조선의 입지를 굳건하게 해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법한 규장각은
정조가 죽은 후 예전처럼 자료를 보관하는 정도로 빛을 잃었다니 안타깝다.
조선 후기 일본이 규장각을 없애버렸는데, 일본이 물러간 후 다시 빛을 보며
현재 규장각이 규장각한국학연구원으로 재탄생했다니 무척 다행한 일이다.
이곳에 26만 가지나 되는 옛 책, 문서, 지도, 정부 기록물들이 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하다. 규장각한국학연구원 홈페이지에는 약 30만여 점이라고 돼 있는데 
그동안 자료가 늘어난 걸까? :) 하여튼 규장각을 들어보기만 했지 
단 한 번도 직접 발걸음을 해보지 못했다는 것은 부끄러운 사실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언제 한 번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을 해보며 우선
어떤 보물들이 보관되어 있는지 책으로 만나보자.

조선 시대의 놀라운 기록문화
기록문화가 매우 발달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당시의 역사가
세밀하게 자료로 남겨져 있다는 것이 정말 놀라웠다.
왕이 쓴 글씨나 그림은 물론이고 왕실의 행사가 그림에 세세하게
표현되었다는 것도 흥미롭다. 재밌는 건 원로가 된 각료들을 위해 나라에서
잔치를 베풀었는데 김유신 장군이 나이가 들어 벼슬에서 물러났을 때 
의자와 지팡이를 선물로 받은 것도 그림에 나타났다는 것이다.
나라를 위해 애쓴 각료들을 극진히 대접하던 조선왕실의 마음이 잘 드러났다.

몇 가지 주목을 끄는 자료가 있었는데 하나는 청계천이 조선시대에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물을 다스리기 위해 태종 때 팠던 청계천이 
제 구실을 하지 못하자 영조 때 청계천 공사를 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나랏일을 위해 백성들에게 일을 시킬 때엔 품삯을 지불하지 않는 것이
관례인데 영조는 일한 백성들에게 일일이 품삯을 지불했다는 것도 놀랍다.
내가 백성이었어도 정말 신나서 더 열심히 일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일자리를 만들어 백성도 돕고 청계천도 살렸으니 영조는 센스 있는 왕!
공사 책임자인 홍봉한에게 청계천이 몇 년이나 버티겠는가라고 물었을 때
100년은 갈 거라고 했다는데 지금도 서울에서 청계천이 흐르고 있으니
공사는 대성공이다. 

그리고 아직도 신기하고 놀라운 조선시대의 첫 세계지도가 있다.
현대에 비하면 기동력이 떨어져도 한참 떨어지는 그 시대에 대체
전국지도는 물론 세계지도까지 어떻게 만들어 냈는지 정말 궁금하다.
그 시대에 나라 밖으로 나가서 여행하며 기록을 했다는 것도.
단순히 지리를 알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지도를 통해 나라를 지키는 군사용
지도까지 만들었으니 옛날이라고 절대 무시하지 못할 일이다.
아니 더 대단하다. 시대의 한계를 극복했으니.

마지막으로 박수치며 즐겁게 봤던 부분이 있는데 세상에!
조선시대에도 외국어 교재가 있었다는 것이다. 와하하하.
<노걸대 老乞大> 상대를 높여 부르는 노(우리말로 치면 ‘씨’ 영어로는 미스터), 
걸대는 몽골 사람이 중국 사람을 가리키는 말. 한마디로 미스터 중국인정도 된단다.
상, 하 두 권인 노걸대 책속에는 요즘 배우는 외국어 교재처럼 예문이 실려 있다.
노걸대는 여행하면서 쓰는 중국어인 반면 비슷한 박통사(박씨 성을 가진 
통역사)라는 책은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말이라고 한다.
또 일본어책도 있으니 조선시대가 외국과의 교류를 중요시 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다.

나라가 어려움을 겪으며 빼앗겼던 우리의 소중한 자료들이 반환된다는 
소식들이 들려오고 있다. 반가운 일이지만 반환이 아닌 인도 혹은 
대여를 해준다며 반환을 거부하는 프랑스 등은 각성해야 할 것이다.
입장을 바꿔 자신들의 문화재를 누군가 강제로 가져가 돌려주지 않는다면
자신들도 반환을 위해 애쓸 것이 아닌가. 
속히 우리의 소중한 보물들이 우리의 품으로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이고
그를 위해선 우리가 더욱 우리의 것을 잘 알고 아껴야한다.
나부터 우리의 문화재에 대해 더 많은 걸 알아보고 공부해야겠다. 

얇은 책 한 권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걸 배우고 느꼈는지 모른다.
그리고 꼭 직접 눈으로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말이다.
올 겨울엔 아이들과 규장각으로 나들이를 가볼까.
빛나는 조선시대의 기록문화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뜻 깊은 계절이 되겠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왕실 도서관 규장각에서 조선의 보물 찾기/열네 살이 어때서?>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열네 살이 어때서? - 노경실 작가의 최초의 성장소설
노경실 지음 / 홍익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열네 살. 참 듣기만 해도 설레는 나이다.

노경실 작가의 첫 성장소설이라고 해서 매우 관심이 많았던 책이다.
열네 살이라는 나이를 먹으며 그 나이 때 으레 겪는 경험이 
노경실 작가만의 특유의 문체로 고스란히 담겼다.

책 속의 주인공, 열네 살의 연주. 
연주는 우리의 부모님 세대가, 내가,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이 지나쳐야 하는
그 시기를 겪는 중이다. 이 시대 청소년다운 모습으로 말이다.

부모님의 이혼을 자신의 어깨에 짊어져야 한 친구 민지 또한
그건 부모님들의 문제이며 자신과는 상관없다는 듯 일관된 태도이다.
안 되는 것은 빨리 포기할 줄 아는 모습에 연주는 도의 경지에 이른 것 같기도,
아니면 너무 포기가 빠르고 부정적인 것 같기도 한 친구의 모습에 아리송하다. 
또 꿈도 없어 보이는 지극히 평범한 엄마, 자기가 짝사랑하는 줄조차도 
그 감정이 혼동되다가 나중에서야 마음에 둔 것을 인정하게 되는 선배 지섭. 
그 모든 것이 연주에겐 흥미롭기도 버겁기도 하다. 
과연 질풍노도의 시기라는 표현이 딱 맞는 듯.

어렸을 때 부모님이 이혼하신 후 학교로 가끔 찾아오시는 엄마가
분식집에 얼마씩 두고 가면 그 것으로 떡볶이를 먹는다던 친구가 생각났다.
항상 외로워 보이고 말수가 적었던 그 친구는 친구를 사귀는 것도 힘들어 해서
나를 분식집에 몇 번 데리고 가주었는데 그냥 내가 편해서라나.
그 친구, 지금은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까. 
부모님의 이혼을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으면 책 속의 민지처럼 쾌활했을까?

열네 살. 그 가녀린 어깨에 짊어져야 하는 짐은 우리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고 무거운 것 같다. 개인마다 그 짐이 다르겠지만.
나도 6학년을 지나 중1, 열네 살 때 감당해야 했던 짐이 참으로 컸다.
열세 살이나 열네 살이나 한 끝 차이인데 어린이와 청소년이라는 타이틀로
나뉘며, 아이와 어른 중간의 어정쩡한 위치에서 그 정체성마저 흔들릴 것이다.
그것을 지혜롭게 극복해 나가는 것이 각자의 몫이겠다.

책을 읽으면서 재미있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때론 요즘 아이들은 
대부분 이러나 싶은 게 참 우리 때랑은 많이 다르다는 걸 느꼈다. 

꿈도 많고, 그만큼 좌절도 겪으며, 환경에 영향도 받는 모습.
그렇게 조금씩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며 나 열네 살 때는 뭐 했나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연주의 엄마를 향한 말과 생각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마흔 중반의 엄마는 꿈도 없어 보이고 지금 자신의 나이 때 엄마는
별 게 없었을 것 같으며, 앞으로도 별 거 없을 거라는.
그리고 그 장면에 나의 엄마도 겹쳤다.

나도 그랬었나? 엄마한테. 어렸을 때 뭐 했냐고 물었던 기억이 나는 것도 같다.
환갑이라는 나이를 지난 나의 엄마. 결혼 후 참 고생스런 삶을 살아왔는데
어렸을 땐 꿈이 뭐였을까? 엄마한테 꿈도 없었을 것 같다는 말은 한 적이 없다.
분명 있었을 테니까. 하지만 혹독한 삶은 엄마에게 그 꿈을 이룰 기회조차
허락하지 않았고, 나는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라고 다짐을 했었다.
그런데, 그런데 지금 나는 엄마처럼만 살아도 성공하겠단 생각이 든다.
물론 엄마가 아주 성공한 인생을 살아오신 건 아니지만 자식을 위해
참고 살아온 인내의 세월을 나도 감내할 수 있는지 싶은 게다.
존경스러웠다. 엄마의 고단한 삶을 보며 일찍 철이 들어버린 나는
성장통을 겪는 책 속의 아이들처럼 똑같은 걸 겪진 못 했다.
그 때 당시는 그것이 사치였으니까.

그래서 그런가. 그 성장통을 서른을 훌쩍 넘겨버린 지금 겪는 것 같다.
꿈도 많고, 하고 싶은 건 또 왜 그렇게 많은 건지. 감정은 사춘기 소녀 같고.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연주가 엄마에게 연주 나이 때의 
꿈을 묻는 장면이다. 나도 나의 엄마에게 묻고 싶다. 
어렸을 때 듣는 것과 지금 나이에 듣는 것은 또 다를 게다.
엄마에게도 열네 살 때의 꿈을 찾아줘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열네 살. 참 괜찮은 나이다. 그 때로 돌아간다면 정말 재미있을 텐데.
생각만 해도 피식 웃음이 난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연주와 함께 성장한 느낌이다.
마음이 열네 살 마냥 통통 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깔깔마녀는 수학마법사 깔깔마녀 시리즈
서지원 지음, 길문섭 그림 / 부표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깔깔마녀는 수학마법사?
수학을 잘 하게 되는 마법이라도 들은 걸까, 왠지 궁금하다.
학창시절 수학 때문에 고생 해 본 경험이 조금씩은 있었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에게는 수학이 결코 어렵고 힘든 과목만은 아니란 걸 
알려주고 싶은 것이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다. 뭔가 비법을 알게 될 것 같은 느낌?

책 속의 주인공 깔깔공주 은지는 수에 정말 약한 소녀이다.
가게를 하시는 부모님 대신 손님들이 구입한 물건을 계산한 후 거스름돈을
엉뚱하게 내주는 바람에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 때문에 늘 엄마에게 혼이 나고 주눅이 든 깔깔공주.

어떻게 하면 수학을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어느 날 엄마에게 
연습장을 사겠다며 돈을 받아들고 그만 스티커 북을 사고 만다.
연습장 살 돈이 부족한 찰나 낡은 공책 하나가 깔깔공주 앞에 떨어지고
남은 잔돈으로 그 공책을 사게 되는데 글쎄 공책이 말을 하는 게 아닌가!
무슨 조화일까?

마녀나라에서 마녀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던 낡은 마법공책이 
수학을 잘 하고 싶어 하는 깔깔공주의 앞에 나타났던 것.
이렇게 마법공책의 특별강의가 시작된다.
숫자라고 하면 일단 주눅부터 들고 마는 깔깔공주에게 마법책은
수학은 쉽고 재미있는 것이라고 용기를 북돋아준다.

곱셈, 나눗셈, 분수를 재미있게 습득할 수 있는 일러스트와 예제가
어른이 된 내가 봐도 흥미롭다. 수학에 자신이 없고 약한 학생들이 보면
즐거운 어린이소설이나 동화책을 보는 것처럼 부담 없는 내용으로 다가간다.

예를 들어 곱셈인 경우 사탕이 한 상자에 12개씩 들어있는데 상자가 40라면
사탕은 모두 몇 개인지를 맞추는 문제와, 나눗셈인 경우 가정몫을 세운 후
곱하고 빼면 문제를 쉽게 풀 수 있다는 것과, 조각난 피자를 가지고
분수를 이해하는 등의 내용이기에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왜 숫자로 하면 머리에 쥐가 나는 것 같고 어렵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이나 장난감을 이용하면 전혀 수학이라는 압박감을 못 느낀 채
즐겁게 문제를 풀 수 있다는 걸 적절히 이용한 책이다.
곱셈, 나눗셈, 분수에 약한 친구들이 읽으면 깔깔공주처럼 수학마법사가 되지 않을까?

옛날에 사촌동생에게 수학을 이처럼 가르쳐 준 적이 있다는 기억이 났다.
어린 동생이 초등학교 시절 곱셈 나눗셈을 조금 어려워하기에 좋아하는 사탕이나
귤 등을 가지고 이해를 시켰더랬다. 그 때 이 책이 있었더라면 좀 더 수월하게
수학을 가르쳐줄 수 있었을 텐데. :)

수학이라면 도리질을 하던 깔깔공주가 수학마법사인 깔깔마녀로 거듭나기까지의 여정.
수학은 책 속에서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 곳곳에서 이용되는 친숙한 것이란 걸
이 책은 말해주고 있다. 골치아파하고 멀리할 과목이 아니라는 것이다.
깔깔공주를 수학마법사로 만들어준 후 깔깔공주가 처음 그랬던 것처럼
수학 때문에 고생하는 새로운 친구를 찾아 떠나는 마법공책.
세상 어디엔가 아직도 마법공책은 그렇게 돌아다니고 있지 않을까?
아니면 이 책이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을 한 그 마법공책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책을 읽다 보니 오타가 발견됐다.
150페이지 분수 문제의 답이 2⅓인데 1⅖(←2/5)라고 표기된 것과
153페이지 ‘쳐다보더니’가 ‘쳐다버더니’로 표기된 것이다.
출판사에 전화를 하니 진심으로 고마워하며 다음 인쇄에는 반드시 수정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너무나도 겸허한 태도에 오히려 더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주위 수학을 어려워하는 어린 친구들에게 꼭 추천해주고픈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바라기 노리코의 한글로의 여행
이바라기 노리코 지음, 박선영 옮김 / 뜨인돌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왜 하필 한국어야?
저자인 이바라기 노리코가 한국어를 배운다고 했을 때 사람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라고 한다. 왜 하필 한국어냐고.
질문을 받은 때 저자가 딱히 할 수 있는 대답은 없었다고.
한두 가지가 아닌 복합적인 동기에서였기 때문이기에 요즘에는 이렇게 답한단다.
“이웃나라 말이잖아요.” 그런데 답을 들은 대다수가 아리송한 표정을 짓는다니
그들에겐 아직도 우리가 참으로 먼 나라이기만 한가보다.

한글이 있어 행복한 일본인 작가, 이바라기 노리코
「내가 가장 예뻤을 때」라는 시로 평단과 대중을 사로잡으며 그 입지를 굳건히 한
여류시인 이바라기. 약학부를 졸업한 그녀가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이라는 
연극을 보고 문학의 길을 걸었다는 것도 참 이색적이다. 
아마도 저자에게 있어 문학은 그녀 자신의 운명이지 않았을까? 
그녀가 한국어, 한글에 관심의 싹이 튼 것은 참으로 오래전 일이라고 한다.
아마도 열다섯 쯤? 본격적으로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것은 그 후 한참의 시간이 흐른
1974년. NHK 국제국 아나운서이자 재일 한국인 김유홍 선생이 가르치는 
야학에서라고 한다. 대학원 교육도 아니고 야학에서 조선어 강좌를 가르치는 이에게
「내 인생 최고의 스승」이라는 타이틀을 걸었다면 저자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내게도 이런 스승이 있었다면 외국어 하나쯤은
정말 잘하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해봤다.)
김유홍 선생을 만나 한글을 배운 이후로도 10여년의 시간동안 한글을 공부했다면
얼마나 깊이 한글을 사랑하고, 그로 인해 저자가 행복해했을 그 심정이
책을 읽는 내내 느껴졌다. 감동할 지경으로.

우리말을 배워줘서 고마워요
공부를 시작한 지 1년 반이 지나서인가 한국에 방문했을 때 마주친 
한국인 아주머니가 저자가 한국어를 배운다는 걸 알고 그녀에게 한 말이다.
그 아주머니의 마음에 공감 한 표를 던진다. 나 또한 한국어를 잘 하는
외국인들을 보면 마냥 기특(?)하고 흐뭇해서 고맙다고 말하고픈 심정이니까.

뜨개질처럼 재미있고 따뜻한 말, 한글
저자와 함께 한글을 배우던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한글을 마치 편물(뜨개질)기호 같은 문자야.”
코 늘림, 코 줄임, 교차뜨기 등 뜨개질처럼 한글도 모음에 막대기가 하나인가
둘인가, 왼쪽을 보는가, 오른쪽을 보는가에 따라 전혀 뜻이 달라지기도 하니
그럴 만도 하겠다. 갑자기 가요의 노래가사 한 구절이 떠오른다.
「남이라는 글자에 점하나를 지우고 님이 되어 만난 사람도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도로 남이 되는 장난 같은 인생사」
참 센스 있는 표현이다. 그리고 한국의 우리, 정이라는 말은 독특한 의미라고 했다.
물론 외국에도 our가 있고, 정은 한자로 情이지만 그 뉘앙스는 외국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표현이라고 하니 한국, 한글만의 정서가 담겨서이지 않을까.

우리가 더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여겨야 할 말, 한글
한국 사람들은 외국어에 참 열정적으로 시간과 노력, 자금을 들여 투자한다.
특히 영어를. 그 다음으로는 중국어, 일본어가 주 대세를 이룬다.
나 또한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제2외국어로 일본어를 배웠다.
아무도 묻지 않았다. 왜 하필 일본어냐고.
아니 요즘 일본어를 배우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처럼 받아들이고
일본어 학원은 북새통을 이루며, 일본어 교재는 불티난 듯 팔린다.
씁쓸하다. 어디 일본어뿐이랴. 아침마다 배달되는 신문 사이에는
각종 어학원 전단지가 가득 끼워져 있다. 성인은 물론 유아에 해당하는
아이들을 상대로 한 학원까지. 한글은 등한시 된 지 오래다.
얼마 전 버스에 함께 탄 학생들의 입에선 욕지거리와 함께 외계어, 신조어가
난무해 당최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한글을 제대로 하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요즘 어린 학생들 사이에선
일본인 작가마저도 사랑한 우리의 언어가 그렇게 짓밟히고 있다.

저자는 단순히 호기심에 의해 오랜 시간 한글을 배운 것이 아니다.
한글은 우리 한국이라는 그릇에 담긴 우리 고유의 것이며, 그 얼이 담긴
한글을 그리고 한국을 진심으로 사랑한 것이다. 한국인으로서 책을 읽는 내내
자숙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고마웠다. 개인적으로 한글을 참 좋아하고
나름대로 한글을 제대로 알기 위해 사전까지 찾아가며 열심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저자처럼 열심이었냐고 물으면 머뭇거려진다.
이제 이바라기 노리코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의 언어, 한글을 
더 깊이 그리고 더욱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해야겠다.
나도 이 가을 한글로의 여행을 떠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톡! 쏘는 물고기 어린이 자연 학교 2
장-밥티스트 드 파나피유 지음, 김보경 옮김, 아망딘느 라바르 외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1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려 지구 겉넓이 면적의 71%를 차지하는 바다.
이 바다 속에는 무수한 생명체가 살고 있다. 
바다의 제왕다운 위용을 자랑하는 고래서부터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은 플랑크톤까지 정말 다양한 개체가 모여 있는 곳이 바다다.

저자 장 밥티스트 드 파나피유는 해양생물학 박사이자 생물학 교사이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해양생물을 포함해 육지에 있는 동물에 대한 책을 썼다.
이 책도 그 중 하나.

책 속에는 바다에 살고 있는 물고기와 기타 생물이 나오는데 내용이 독특하다.
멸치 고등어 같은 일반적인 것이 아니라 제목처럼 톡 쏘거나 꽉 깨물거나
콕 찌르는 바다의 동물들인 것이다. 에이! 물고기가 그래봤자 뭐 얼마나 아프겠어?
싶은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과연 그럴까?

꽉 깨무는 물고기 중 우선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있는 바다의 폭군 상어.
지난 10월 22일 미국의 한 바닷가에서 10대 소년이 상어의 공격을 받아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충격적이고 가슴 아픈 사건인데 이제 남의 나라 얘기만이
되지 않는다. 한국의 바다수온이 높아져 상어가 종종 출몰한다니 경계해야 한다.

해양생물 중 개인적으로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해파리이다.
물론 식용 해파리 요리는 무척이나 좋아하지만 대다수는 먹을 수 없는 해파리이다.
게다가 긴 촉수에 잘못 스치기라도 하면 기본적으로 붓고 고열이 나거나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는데, 어떤 종류는 짧은 시간 안에 사망할 수 있을 만큼
치명적인 독을 가지고 있단다. 해파리들은 무리를 지어 떠다니는데
어장을 망쳐놓기도 하고 여름날 바닷가에서 노는 피서객들의 위협이 되기도 하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생물이다. 젤리 피쉬(jellyfish)라는 이름처럼 귀엽게 생기긴
했는데 하는 짓(?)은 절대 귀엽지 않은 위험한 존재다.

꼬리에 있는 독침으로 무장된 노랑가오리, 지저분하고 날카로운 이빨로 공격하는 곰치,
불쾌한 전기 충격을 주는 전기가오리와 더 위험한 위력을 가진 전기뱀장어, 
역겨운 냄새가 나는 보라색 독소 먹물을 뿜는 바다 달팽이 군소,
바다의 흡혈귀 칠성장어 등 책 속에는 어른이 봐도 흥미진진한 생물들이 소개됐다.

듣기만 해도 무시무시한 이 생물들은 보기엔 흥미롭지만 가까이 하기엔
결코 흥미롭지 않은데, 그렇다고 이것들이 무턱대고 공격을 하는 것은 아니다.
보통 생물들이 변색으로 자신을 보호하는 것과는 달리 책 속의 생물들은 
각자의 독특한 무기를 위협을 받을 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뿐이니까.
하지만 곰치처럼 원래 공격적이거나, 흐느적거리며 떠다니다가 스치기만 해도
독침을 사정없이 쏘아대는 해파리는 정말 조심해야한다.
전에 한 다큐멘터리에서 소개된 호주의 어떤 문어는 크기가 골프공 만하지만
그 독이 사람 몇 명을 사망에 이르게 할 만큼 맹독을 가졌다고 하니
이 바다생물들은 정말이지 달콤 살벌한 존재임이 틀림없다.
다큐멘터리나 수족관에서나 만나야 반가울 것 같으니 말이다.

엄마아빠와 아쿠아리움에 두 번 다녀온 아이들이 책을 보고 신났다.
자신들이 본 것이 책에 나왔다며. 다음에 아쿠아리움을 다시 찾게 되면
아이들이 좀 더 초롱초롱한 눈으로 책에서 본 것들을 찾으러 다닐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