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한자어 1단계 (8급.7급 포함) 교과서 한자어 (아이한자) 1
권용선 지음 / 홍익교육(아이한자)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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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르릉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어머님. ○○○반 담임이에요.” (유치원 담임선생님이시다.)

중략

“그런데 어머님. 여쭤볼 것이 있는데요. ★★이가 혹시 집에서 한자교육을 받고 있나요?”

“아니요. 집에서 학습지도 시키지 않는데요. 왜요 선생님?”

“★★이가 한자를 척척 알고 다른 친구들보다 답을 월등하게 잘해서요.

친구들이 모두 ★★이에게 한자를 물어보곤 해요.

그래서 한자교육을 집에서 받나 궁금했어요.”

 

내 자식 잘났다고 자랑하려는 게 아니다. 엄마인 내가 좀 무심했다 싶은 게다.

요즘 들어 부쩍 아이가 한글 영어에 이어 한자에 관심을 갖기에 그런가보다 했는데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어떻게 한자를 습득해 가는지 들여다봤어야 한 것 아닌가 해서다.

또래 아이들보다 좀 더 한자를 많이 알고 있고 또 개중에는 보고 따라 쓰지 않고

외워 쓰는 것도 꽤나 있는데 사실 획순이 정확하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다.

내 자신이 아이를 과소평가 한 탓도 있을 터이다.

많이 아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하나를 알더라도 글자의 의미라던가 획순을

정확히 아는 것이 더 중요한데 지금은 아직 어리니까 하는 생각으로 그냥

방치(?)해 둔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우리말은 대부분이 한자로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한자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해서 한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배워야 하는 것이다.

그럼 어디서부터 어떻게 가르칠까?

진득하게 앉아서 아이에게 한자를 가르쳐주고 싶지만 그래도 지침서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던 중 교과서 한자어가 눈에 띄었다.

솔깃했던 건 8급, 7급 시험을 대비할 수 있대서가 아니라 교과서에 실린 한자가

수록되어 있다는 점이다. 예비 초등생을 둔 엄마이니 이런 게 눈에 막 들어온다.

 

책의 크기는 아이들이 보고 글자를 쉽게 쓸 수 있도록 크게 제작되었다.

책을 펴보면 8급 50자를 포함한 한자와 7급 100자를 포함한 한자가 수록되었다.

그리고 글자마다 어떤 모양에서 비롯되어 글자가 탄생되었는지 일러스트와 함께

실려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구성되었다. 또 획순이 큼직해서 7살 난 아이도

어렵지 않게 획순을 익힐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다.

 

또 한자 밑에는 작은 글자로 중국어로는 어떤 발음이 되는지 적혀있어

중국어에 관심이 많은 요즘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각 글자는 해당 글자를 포함한 단어 및 문장으로 응용되어 있다.

 

 

 

 

 

 

집에 마련해 놓은 책방(서재라고 하기엔 조금 쑥스러운 수준이다.)에서

엄마의 옥편을 꺼내들고 와서 “엄마 저 이거 주시면 안 돼요? 네? 네?”하며

간절한 눈빛을 날려주시는 아이가 이 책을 매우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곧잘 따라 쓰는 아이를 살짝 시험해 보고 싶어서

종이에 보지 않고 쓸 수 있냐고 물었더니 연필을 꾹꾹 눌러가며 쓴다.

記 자를 쓴 것인데 살짝 아쉽게 조금 간격을 떨어뜨려서 썼다.

이렇게 떨어뜨려 쓰면 두 개의 글자가 되어 전혀 다른 의미가 된다고 알려줬더니

신나게 “네!” 한다. 한 번에 다 쓰면 남는 것이 없을까봐 자제시키고

내일 또 쓰라고 했다. 내일이 소풍만큼 기다려지나 보다.

 

 

 

 

 

크게 독특할 것은 없지만 꼼꼼하게 실릴 내용이 다 실려 있어 만족한 책이다.

한글을 이해한 후의 아이, 한자를 받아들일만한 정도의 나이가 된 아이들부터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책이라는 판단에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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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열단상 - 잉여라 쓰고 '나'라고 읽는 인생들에게
문단열 지음 / 살림Biz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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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열단상. 제목이 독특하다.

보고 혹시 문단열씨가 쓴 책이 아닌가 싶었는데 맞다.

영어 프로그램 잉글리쉬 카페로 친숙하게 느껴지는 분이 에세이를 썼다니,

그것도 최고의 자리에서 승승장구하던 그 분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며 느꼈던

인생의 참맛을 담담하게 썼다고 하니 꼭 읽어보고 싶었다.

표지에 실린 사진. 언뜻 보면 개구쟁이 같아 보이지만 로빈 윌리암스를 닮은 인자한 눈빛과

표정이 요즘 들어 지친 내 마음에게 손을 흔들며 ‘이리 와서 내가 느낀 인생 이야기 한 번 들어보렴.’하는 것만 같았다.

인생풍파 속에서 진정한 자아를 찾았다는 듯한 눈빛이다.

 

그래서 기대가 됐다.

지금까지 살아온 나날들이 순탄치 않았고 지금도 여러 가지 일들이 끊임없이 생긴다.

그런데 서른을 훌쩍 넘어 이제 불혹이라는 나이에 가까워지면서 생긴 변화가 있다면

내 입에서 감사가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늘 아쉬움이 많은 인생이었기에 자연스럽게

“나도 이랬으면 좋겠다, 우리 집도 이랬으면 좋겠다.”라는 불평이 종종 나오곤 했는데

지금은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도 하루를 허락해 주심에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나온다.

날씨가 맑으면 화창함에 감사하고, 비가 오면 식물들이 목마르지 않겠기에 감사하고,

바람이 불면 시원해서, 추우면 공기가 깨끗해진 느낌이 좋고 군고구마를 먹을 수 있기에

감사한 마음이 생긴다. 물론 100% 완벽한 건 아니고 때때로 에이! 라는 소리가 나올 때도

있긴 하지만 마음이 부쩍 성장했다는 걸 깨닫는다.

 

이런 현상을 문단열 작가는 어른이 되었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숫자에 미치고, 남보다 나를 먼저 생각하며, 잉여라 쓰고 나라고 읽는 우리네 인생들에게

쓴 소리를 쓰지 않게 잔잔한 감동으로 풀어내면서.

책을 읽어 내려가며 그래, 맞아 하며 많은 공감을 했는데 그 중 하나만 소개하겠다.

 

아이 그리고 어른

 

사랑받기 골몰하면 아이

사랑 주기 안달하면 어른

 

보여주기 생각하면 아이

보아주기 기뻐하면 어른

 

올라가기 열성이면 아이

떠밀려서 올라서면 어른

 

이것저것 섭섭하면 아이

모든 것에 감사하면 어른.

 

너무 당연하게 잘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하실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다.

묻고 싶은 것은 그 질문을 하시는 분들 자신이 진정한 어른이 맞느냐는 것이다.

물론 나도 이 나이 되도록 아이인 채로 살아왔음을 고백한다.

그래서 많이 깨졌다. 깨지고 갈리고 날카로운 모서리가 닳아지면서

이제는 누군가를 받쳐줄 수 있는 어른이 조금씩 되어가고 있다.

나보다 남을 더 먼저 생각하고 내 얘기하기보다 들어주기 좋아하고,

잘난 체 하기보다 남을 더 세워주며, 섭섭한 마음은 접어두고 감사가 먼저 나오니

이제야 나도 어른이 되었나보다 싶은 게다. 아직 부족한 면이 많겠지만.

 

승승장구하며 잘 나가고 있는 상태에서 쓴 책이 아니라 인생의 바닥까지 떨어졌었기에

그만큼 더 깊이 인생이라는 이름을 이해하지 않았나 싶다.

정말 처절했을 텐데 담백함마저 느껴지는 글두렁 사이를 걷다보니

깔끔한 녹차 한 잔 마신 기분이랄까? 인생선배에게 조언을 듣는 기분이랄까?

 

나도 문단열 작가 못지않게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보냈기에 더욱 공감이 됐다.

집에 여러 가지 에세이와 자기계발서가 있지만 근래 들어 성경 다음으로

가장 위로가 된 책이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난 오늘 조금 더 큰 어른이 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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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옹과 환경 이야기 진선아이 레옹 시리즈
아니 그루비 지음, 김성희 옮김 / 진선아이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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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사각형의 빨간 표지.

외눈박이 레옹의 손끝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푸른 빛깔 지구가 눈부시다.


레옹은 ‘원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별’에서 온 꼬마요정.

사람들이 환경을 오염시키고 에너지를 낭비해서 지구가 끙끙 앓게 되자

지구의 어린이들을 만나러 찾아왔단다. 아주 쉽고 작은 행동 30가지만 지켜도

지구가 다시 푸른빛을 되찾을 수 있다는 사실이 아주 매력적이지 않은가?


커다랗고 귀여운 눈을 또록또록 굴리며 레옹은 말한다.

새는 물이 없도록 수도꼭지를 꼭 잠그기, 세탁건조기 대신 빨래줄 이용하기,

쓰레기는 반드시 쓰레기통에 버리고 분리수거와 재활용하기,

승용차 함께 타기, 멸종 위기 생물 보호하기, 충전식 전지 사용하기,

비닐봉지 대신 장바구니 이용하기, 과소비하지 않기 등등

어떤 방법인지 들여다보면 사실 어른들은 물론 요즘 아이들도 잘 알고 있는 얘기다.

그런데 굳이 이런 책이 나온 이유는? 알고는 있는데 안 지키기 때문이다!


가끔 공공화장실을 이용할 때 보면 손에 비누칠을 하고 있는 동안 물을 세게

계속 틀어놓는 것을 꽤 보게 된다. 간식을 먹고 포장지를 아무렇지도 않게

길바닥에 던지는 어린 학생도 보았고, 환한 대낮에 전등을 켜는 집도 보았다.


그러면 나는? 어려서부터 도덕심 하나는 최고였던(?)터라 길바닥에 쓰레기 한 번

버린 적 없이 살았고, 검소하신 조부모님 덕에 항상 사용하지 않는 전등은 끄고

살았으며, 의미 없이 틀어진 수도꼭지는 잠가야 직성이 풀린다.

잘났다는 게 아니라 너무 당연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두 아이가 아직 어리지만 항상 에너지 절약에 대해 강조한다.

반드시 양치 컵을 사용하게 하고, 들어가서 놀 것이 아니면 항상 전등을 끄게 한다.

혹시 한 아이가 전등을 켜놓으면 다른 아이가 들어가 끄면서

“엄마가 불 켜면 안 된대. 엄마! 불 켜놓으면 에너지 낭비 되죠?”하고 묻는다.

사실 이제 네 살, 여섯 살 된 아이들이라 에너지 낭비라는 말의 뜻을 모를 게다.

그래도 여전히 강조하고 있다. 우리가 에너지 낭비하고 물도 함부로 사용하며,

너무 많은 것을 사고 버리면 지구가 아프다고 말이다.

지금은 이해 못 해도 아이들의 심중에 있는 환경 사랑의 씨앗이 훗날 열매를 맺으리라 믿는다.


레옹의 환경을 지키는 30가지 방법, 레옹과 환경 이야기는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이 함께 읽어도 좋겠다. 내 아이들에게도 읽어줘야겠다.


책을 읽다보니 다 좋은데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두 곳이다.

하나는 17페이지 ‘산에서는 불을 피우지 않아요.’ 편이다.

등장인물은 레옹과 산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한 사람. 화가 난 레옹이

담배를 빼앗아 그 사람의 입에 담배를 거꾸로 물려주어 귀에서 연기가 나는 장면.

아이들과 함께 보는 책인데 내용이 좀 과격하지 않나? 물론 그렇게 해주고 싶은 거야

나도 똑같은 심정이긴 하지만 이건 많은 이들이 보는 책이니까.


그리고 또 하나는 19페이지 ‘쓰지 않는 전등은 꺼요.’ 편이다.

전등을 끄려는데 손이 닿지 않는 레옹은 소화기를 사용해 전등에 뿌리고 마침내

방은 어두워진다. 그런데 보자. 전구는 여전히 노란색이다. 전기가 흐르고 있다는 거다.

결국 방을 어둡게 하려는 목적은 달성했지만 근본 원인은 그대로라는 말이다.

소화기를 뿌린다는 나름대로 귀여운 발상을 했다만 쓰지 않는 전등은 끄자는 주장을

뒷받침해 줄만한 다른 아이디어를 구상했으면 더 좋았을 뻔 했다.


하여튼 귀여운 캐릭터와 간결한 메시지로 아이들에게까지 환경 사랑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꼬마 요정 레옹, 지구까지 오느라 수고 많았어!


지구에 사는 여러분! 푸른 빛깔 지구, 우리 손으로 만들어볼까요?

일상의 아주 작은 것부터 실천에 옮기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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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맛집 - 쇼핑보다 즐거운 미식 여행 여행인 시리즈 8
김동운 지음 / 시공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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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홍콩?

한 때 영국령이었다가 중국으로 반환된 나라, 습하고 더운 나라,

멋진 영화배우가 많은 나라, 중국으로 반환되면서 그 영화배우들이 미국국적으로

귀화하기도 한 나라, 쇼핑의 천국인 나라.

사실 홍콩에 대해 큰 관심도 없었거니와 위의 사실 몇 가지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홍콩에 대해 급 관심을 가지게 된 사건(?)이 있었는데

바로 남편이 지난 해 홍콩국제요리대회에 출전하면서부터다.

사실 솔직히 말하면 홍콩이라는 나라 자체에 관심을 가졌다기보다는

그 나라 음식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는 게 맞다.

 

남편에게 홍콩 가면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와 했는데 대회 일정도 있고

자신이 속한 프로그램이 아닌 때에도 대회장에서 다른 이들이 만든 요리를

보고 하느라 정작 본인은 맛집 다운 맛집 한 번 못 가보고

대회 일정이 끝난 밤 시간에 호텔로 돌아오면 석식 시간이 끝나

호텔 앞에서 국수 한 그릇, 딤섬 한 접시 먹은 게 전부였다고 한다. 이런.

참 중국식 샤브샤브도 먹었는데 그건 절대 입에 안 맞아 담 기회에는

안 먹겠다고 했다. 음! 그럼 나도 먹지 말아야지.

 

난 먹는 걸 좋아한다.

단, 많이 먹는 것이 아니라 맛있다는 것을 조금씩 맛보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궁금했다. 홍콩의 맛이.

그런 이유로 홍콩 맛집이라는 책이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책에는 각 지역에서 유명한 맛집은 물론 여행가이드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는

숨은 맛집까지 소개돼 있다. 요금 추가나 합석 등을 해야 할 수도 있다는

주의사항까지 상세하게 기록돼 있어서 찾아갔을 때 당황하는 일도 없을 것 같다.

어떤 집에 가면 대략 실패하지 않고 무난하게 먹을 수 있다는 것,

어떤 음식은 모험(?)심을 가지고 먹어야 한다는 것 등 함께 수록된 사진을 보면서

이건 홍콩 가면 꼭 먹어 보자거나 이건 절대 먹지 말아야지 하는 걸 구분해 본다.

 

소개된 곳 중에서 가보고 싶은 곳을 하나만 꼽아보자면 원딤섬. One Dim Sum.

미슐랭 별 하나에 빛나는 딤섬의 명가란다. 원래 딤섬을 좋아하는데

별까지 받았다고 하니 꼭 가서 맛봐야겠다. 테이블 사이가 좁아서 옆 사람과

거의 붙어서 식사해야 할지도 모르는 위험(?)이 있긴 하다지만.

한 번쯤은 감수해보기로 했다.

절대 먹지 말아야지 한 것은 삭힌 두부. 원래 두부 킬러라고 할 정도로

두부를 좋아하지만 그 삭힌 두부는 정말 못 먹겠다.

세상에 얼마나 먹을거리가 많은데 굳이 삭힌 두부까지 먹고 싶지는 않다.

한국에서 삭힌 홍어도 안 먹는데. 크크

 

거리며 간혹 육류나 가금류를 냉장고가 아닌 스티로폼 박스에 넣은 채 상온에서

판매하는 등 비위생적인 면이 있다고 해서 살짝 염려는 되지만

홍콩 맛집을 보고 나니 홍콩에 꼭 한 번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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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일의 엘불리 - 미슐랭★★★, 전 세계 셰프들의 꿈의 레스토랑
리사 아벤드 지음, 서지희 옮김 / 시공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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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슐랭 ★★★, 세계 최고 레스토랑 타이틀을 5번 거머쥔 엘불리, 그리고 페란 아드리아.

이 책을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침내 손에 들게 되었을 때 묘한 희열을 느꼈다.

 

180일의 엘불리. 언뜻 무슨 의미일까 싶을 게다.

이것은 180일, 단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레스토랑 엘불리를 운영하고

나머지 6개월 동안은 요리의 연구를 위해 영업하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어찌 보면 정말 도도하고 오만해 보이기까지 하다.

사실 6개월이라는 시간은 짧지 않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꽤 많은 고객을 잃을 수도 있는 가능성이 있기에 무모한 결단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정말 많은 고객들은 기꺼이 그 기간을 기다린다.

그것도 오픈하기를 절실하게 바라는 마음으로.

 

페란 전, 페란 후

최고의 요리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프랑스 요리를 떠올린다.

그에 비해 스페인 요리는? 그다지 사람들에게 있어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지만

엘불리를 조리법의 혁명지로 탈바꿈하고, 괄시받던 스페인 요리를 세계 최고로 끌어올려

요리의 역사가 페란 전, 페란 후로 나뉜다는 평가까지 받은 장본인,

엘불리의 오너 셰프, 페란 아드리아.

분자 요리의 전도사로 일컬어지는 페란은 역사상 가장 창조적인 요리사로 손꼽힌다고 한다.

(당사자는 분자요리라는 말을 싫어한다고 했다니 좀 아이러니하지만)

 

에세이라고 하기엔 전문용어가 많이 나오고 음식을 혹은 주방의 세계에 지극한 관심을

가진 이가 아니라면 이 책을 읽을수록 다소 지루해질 수도 있겠다.

난 전문적으로 요리를 만드는 사람도 아니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을 좋아하긴 해도

맛집 탐방 블로그를 운영하거나 혹은 음식 칼럼니스트는 더더욱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꼭 읽고 싶다는 열망(?)을 가진 이유는?

내 남편이 셰프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요즘 페란 아드리아의 분자요리에 매우 흥미를

느끼고 자신의 요리에 접목시켜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려고 연구를 거듭하는 셰프 말이다.

 

남편을 만나고 세상에 이런 요리도 있었구나 싶은 걸 많이 알았고, 남편이 공부하며

연구하고 실험해보는 모습을 오랫동안 옆에서 지켜보면서 요리라는 것은 놀랍고

신비한 영역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곤 한다.

고객이라는 입장에서만 있을 때에는 그저 음식이 적정한 시간 안에 예쁜 모양새를

갖추고 맛있게 요리되어 내 앞에 놓여 지기만을 바랐을 뿐이었다.

 

이런 내가 주방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대학 졸업 후 한국에서 내놓으라 하는

모 1급 호텔의 조리팀 사무실에서 근무하면서부터다. 물론 나는 조리사가 아니라

행정직을 담당하는 직원이었지만 사무실 특성상 오더가 떨어지면 각 주방마다

돌아다니며 셰프들에게 오더를 넘겨주는 역할도 했기에(지금은 전산으로 다 처리하겠지만)

호텔 주방을 아주 밀접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셈이었다.

 

책의 표지에는 조리사들이 테이블에 거의 엎드리다시피 하며 소스를 올리는 모습이 보인다.

언뜻 보면 요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신중하게 실험을 하는 듯, 혹은 심혈을 기울여

예술작품을 만드는 작가들 같기도 하다. 하긴, 요리는 모든 요소들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실험의 맛있고 멋있는 결과이기도 하고, 전시도 가능한 예술작품이기도 하다.

 

요리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모방하지 않는 것이죠.

매해마다 엘불리에는 이 맛있는 예술작품을 위해 무보수로 제발 실습생으로 써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이들이 몇천 명씩 줄을 선다고 한다. 그것도 요리학교를 막 졸업한

학생들이 아니라 세계에서 내놓라 하는 레스토랑에서 근무한 이들이 말이다.

단순한 레시피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페란 아드리아의 밑에서 그의 요리세계와 더불어

그의 정신까지 배우고 싶은 열망을 가진 그들은 간혹 중간에 낙오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그들이 원하던 것을 얻었으리라. 모방하지 않는 것, 창의력이 넘치는 실험.

바로 그것이다. 남편도 늘 요리를 연구를 하지만 남의 레시피 북을 기웃거리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도 페란 아드리아와 코드가 맞았다고 생각한다.

남편에게 슬쩍 물었다. 만약 기회가 된다면 엘불리에서 근무하고픈 생각이 있느냐고.

망설임 없이 답한다.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음식과 관련된 드라마를 가끔 보면 정갈하게 세팅된 주방에서 “예, 셰프!”를 외치는

이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분주한 움직임. 하지만 그것들이 주방의 모든 것을

대변해 주지는 않는다. 말 그대로 드라마이고 연출된 부분이 많으니까.

실제로 더 치밀한 조직을 갖추고 있으며(마치 군대 같기도 하다), 훨씬 더 심장을

죄어오는 듯 압박감을 느낄 수도 있는 곳이 바로 주방이다.

180일의 엘불리에는 그런 주방이, 그리고 그들의 심리가 잘 표현되어 있다.

 

일전에 레스토랑 매니저로 근무한 적도 있었는데 아마도 주방과 밀접한 위치에서

근무를 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책을 읽는 내내 엘불리 주방에 서 있는

느낌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든 시간이었다. 마치 눈 앞에서 보는 것처럼.

이제 남편의 책꽂이에 꽂아둬야겠다.

 

사족: 왜 엘불리에 불독 얼굴이 있을까 궁금했는데 책을 읽는 중간 못 미쳐

그 이유를 알았다. 미니 골프장을 운영하며 운영난을 해소하기 위해

레스토랑을 처음 만든 사람들이 키우던 불독의 프랑스어 속어가 불리였고,

처음에는 불리 바로 불리다가 이후에 엘불리로 바뀌었다고.

엘불리가 그런 의미였구나.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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