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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 지워진 이름들 ㅣ 사이드미러
김준녕 지음 / 텍스티(TXTY) / 2025년 9월
평점 :
😍😍텍스티 서평단에 선정되어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제 : 지워진 이름들>
김준녕 님의 <제 : 지워진 이름들>은 단순한 오컬트 호러 소설이 아니에요.
‘이름’이라는 정체성의 핵심을 붙잡고, 그것이 지워졌을 때 인간이 어떻게 흔들리는지를 집요하게 묻죠.
이름은 단순한 호칭이 아니라 존재를 증명하는 언어인데 그것이 사라질 때 우리는 어떤 관계 속에서, 어떤 사회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이 소설은 다문화 혐오 문제를 중심에 놓고 있어요.
낯선 이방인을 ‘우리’ 바깥으로 몰아내려는 사회적 시선, 타인을 구분 짓는 경계선이 작품 전반에 스산하게 깔려 있죠.
‘우리’와 ‘너희’라는 구분은 결국 이름을 지우고 존재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드러나요.
이런 현실적 갈등이 오컬트적 상징과 결합하면서, 단순한 사회 비판을 넘어선 강렬한 문제의식을 전달해요.
소설 속에서는 꿈과 환영, 초자연적 사건들이 빈번히 등장해요.
두 인물의 경계가 흐려지고, ‘네가 되는 꿈’을 꾸는 장면은 단순한 공포를 넘어 정체성의 흔들림을 보여주죠.
이름이 지워진다는 것은 단지 존재의 소멸이 아니라, ‘나와 너’를 가르는 경계가 붕괴되는 과정이기도 해요.
결말은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아요.
오히려 질문을 던지죠.
우리는 ‘우리’라는 말에 누구를 포함하고, 누구를 배제하는가?
이름 없는 존재는 정말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혐오의 경계선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저는 이 소설이 드러낸 사회의 민낯이 낯설지 않게 느껴졌어요.
이름이 지워지는 존재들, 경계 밖으로 내몰린 사람들은 오늘도 현실 어딘가에 살아가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어요.
‘이름을 부른다는 건 곧 존재를 인정한다는 것이다.’
<제 : 지워진 이름들>은 당연한 진실을, 공포와 상징으로 강렬하게 새겨 넣는 소설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