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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션 - 고단한 삶을 자유롭게 하는
조신영 지음 / 비전과리더십 / 2008년 7월
평점 :
이 책을 통해 나를 중심으로 한 내 주변의 세계와 나 자신과의 역동적 관계를 다시 한 번 이해하게 되었고, 그 관계에 있어서 올바른 나의 선택은 무엇인지에 대해 사유해볼 수 있었다. 또한 인간의 진정한 자유는 무엇인지. 단지 타인으로부터 억압받고, 간섭받지 않는 소극적 자유 freedom에 그치는 것이 아닌 선택의 자유를 포함하는 더 폭넓은 의미의 liberty임을 인지하게 되었다.
주인공 ‘한 바로’ 라는 사람이 등장한다. 책에는 제시되지 않았지만, 만약 한자로 표기한다면, 사나울 한悍, 원통할 한恨 이 정도도 표기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는 자신을 소개하는 데 있어 이름처럼 화가 나는 상황에 맞닥뜨리면 바로 폭발하듯 화를 내는 성격을 지녔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컨설턴트 회사를 다니며 직장인들을 상대로 강연을 하는 직업을 갖고 있다. 올바른 직장생활이 무엇이지, 올바른 마인드컨트롤의 방법 등을 강연하고 있다. 자기 자신도 이런 상반된 모습에 냉소적인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이런 직장마저도 바로에게 불안한 요소로 변해버린다.
바로에게는 한없이 따뜻하고, 이해심 많고, 정 많은 부인, 선영이 있다. 이렇게 선영이를 수식하는 이유는 책 전반에 나오는 병든 바로의 어머니를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나 끊임없이 화를 내는 바로에게 대하는 태도 모두를 종합해 얻어진 것들이다. 마치 아서밀러 희극 ‘세일즈맨의 죽음’ 에서의 린다와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바로에게는 병든 어머니가 있다. 바로는 어머니 치료비와 그동안 벌었던 자신의 소득 그리고 그 이상의 사채들과 바꿔야만 했다. 그래서 바로의 현재 상황은 사채 빚에 시달리고, 돈이 없어 전기세, 수도세를 내지 못하는 처참한 상황 그 자체이다. 이 상황에서 바로의 불같은 태도는 어느 정도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내 곧 누구에게나 한번쯤은 그러하듯 삶의 방향 전환을 꿈꿀 수 있는 기회가 우연을 모습을 가장해 찾아온다. 바로의 할아버지 유산 상속에 관한 편지를 받게 된 것이다. 바로는 유산 상속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알기 위해 변호사 사무실을 찾았고, 그 곳에서 바로의 배다른 동생, 유산 상속의 경쟁자 ‘한 위로’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할아버지의 유산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할아버지가 낸 문제의 정답을 찾아낸 자가 유산을 상속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할아버지는 자신의 재산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자에게 상속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여긴 것이다. 즉, 단지 하나의 쇠막대가 주어졌을 때 누군가는 망치를 만들어 낼 것이고, 어느 누군가는 머리핀을 만들어 낼 것이고, 또 어느 누군가는 스프링을 만들어 내 몇 백배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온전히 주어진 조건의 차이가 아닌, 그것을 활용하는 사람의 차이에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할아버지가 준 문제는 이러했다.
R________ + A______ = _________y
the secret of mental cushion
과연 빈칸을 채우는 정답은 무엇일까? 이 문제는 바로와 그 가족의 인생을 바꾸는 하나의 시발점이 된다.
바로와 선영은 유산만이 자신들의 힘든 상황을 탈출하기 위한 마지막 돌파구라고 여기고 최선을 다한다. 직장에서 받은 퇴직금을 거의 쓰다시피 하며 할아버지가 살았던 흔적이 있는 미국을 왔다 갔다하며 정답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한번은 바로가 미국을 가기 위해 비행기를 탔을 때, 비행기는 폭우가 내리는 와중에도 이륙을 했다. 이륙하자마자 폭우와 심한 바람에 비행기는 이리 저리 흔들렸고, 창문으로는 시커먼 바깥 풍경만이 보였다. 하지만 이내 곧 비행기가 점점 상승해 하늘로 올라가자 아래와는 아주 다른 상황이 펼쳐졌다. 푸른 창공 속 하얀 구름바다 속을 헤엄쳐 나는 듯한 묘한 상황을 경험한 것이다. 이는 바로에게 정답에 근접한 힌트를 얻게 만들었다. 그리고 할아버지 회사에서 개발된 R스펀지 또한 큰 힌트가 되어주었다. 과연 정답은 무엇일까?
정답을 찾는 과정들을 읽는 동안 파블로프가 행했던 생리학 실험의 조건 반응 S-R 이론이 계속 생각났다. 그것은 인간이 행한 개에 대한 실험과 이론이었지만 이 책에서는 한 인간 주변에서 인간에게 주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모든 자극과 이것에 반응하는 인간의 반응을 말하고 있다. 비행기를 다시 떠올려 보자. 비행기 주변의 폭우와 강풍이라는 자극과 비행기의 반응, 처음에 비행기는 무척 힘들게 반응하였다. 마치 비행기는 주변과 전쟁을 치르는 고달픈 보습이었고, 처참해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비행기는 구름 막을 지나 위로 상승해 오르고, 그 구름막 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평화롭고 차분한 분위기가 비행기를 감싼다. R스펀지 또한 마찬가지도 인간의 몸이 닿는 모든 곳 인간이 딱딱 한 곳에 앉거나 몸을 비벼 고통을 받게 하기보다 R 스펀지를 넣어 인간의 몸이 딱딱한 고통에서 한 차원 올라와 편안함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즉 인간의 사고에도, 마음에도 구름막 같은 R스펀지가 필요한 것이다. 맹자가 그랬듯 하늘은 우리로 하여금 더 큰 사람으로 일어나도록 견딜 수없는 고통과 시련을 주고, 그것을 이겨내도록 한다고 하였다. 따라서 우리에겐 그것의 크고 적음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에게나 그 주변에서 주는 고통과 시련을 겪고 있을 것이다. 그것을 견뎌 더 큰 사람으로 일어나기 위해 우리에겐 R스펀지가 필요하다. 참기 힘든 말과 상황을 내 마음의 스펀지에 묻고, 내 자신을 고통과 분리시키고, 한 차원 높은 곳으로 엘리베이트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럼 그 고통은 마치 남의 고통인양 높은 곳에 위치한 내 마음과 사고가 아래서 그저 내려다보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었을 때 즉각적 반응을 보이며 화를 내거나 부정적인 말을 하게 되는 것이 아닌, 침착하게 대응하고 부정적이기 보다는 긍정적인 말로 대처 할 수 있게 된다. 결국 나를 괴롭히던 내 주변 물질계들은 이런 나를 우러르고, 자석의 힘에 이끌리듯 나를 따르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이 말을 어떻게 느낄지 모르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에는 무척 공감이 가는 내용이었다. 실제 이 책을 읽는 동안에도 나는 나의 스펀지를 많이 사용했었다. 정말 효과적이었다.
바로가 정답을 찾았고, 유산을 상속했는지 궁금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만 언급하겠다. 바로는 결국 인생의 전환을 맞이했다.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고, 선영과도 무척 행복한 부부의 모습으로 변화되었다. 그것이 정답을 찾았기 때문일까? 유산을 상속했기 때문일까? 당연히 유산상속 하나로는 단정 지을 수 없음은 누구나 알 것이다. 또한 정답 찾기와 유산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둘은 분리해 생각 할 수 없음을 이미 다들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바로는 정답만 찾았다. 다시 말해 유산은 상속받지 못했다. 그는 미국 몇몇 지역에 적용되는 summer time제도를 생각하지 못했고, 유산 상속 시간에 맞춰 한국행 비행기를 타지 못했다. 하지만 분명 예전과 달라진 삶을 살게 되었다, 바로는 물질적 유산이 아닌 정신적 유산을 고스란히 상속받은 것이다. 자신의 R스펀지를 사용한 사고와 언어로 주변 세계를 변화시켰다. 그리고 그의 주변 물질계는 이내 곧 바로를 따랐다. 결국 유산을 받은 것 보다 더욱 행복한 삶을 살게 된 것이다. 할아버지의 온유한 사고와 언어가 고결한 그로 대변되었듯 바로 또한 그렇게 된 것이다.
책에는 마음의 쿠션을 인지하고, 그 능력을 계발시키는 방안 5가지가 제시된다. 열거해 설명해보자면,
1. 고결함에 이르는 의식을 계발해야 한다. 날마다 스스로를 살피고 스펀지를 훈련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한다. 그것이 어떤 형태이든 개개인 마다 차이가 있을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기도의 시간을 그 의식으로 삼았다.
2. 풍부한 독서와 묵상으로 영혼을 살찌우라고 한다. 묵상 meditation을 몸을 치유하는 약 medicine과 다르지 않다. 즉 묵상은 정신을 치유하는 약이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독서 후의 책 안의 고결한 언어들이 우리의 영혼을 지배할 수 있도록 체화시키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좋사의 서평란은 좋은 도움이 될 수 있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3. 날마다 겸손의 우물을 깊게 파라고 말하고 있다. 이는 영혼의 고된 노동이다. 하지만 드넓은 강과 바다가 온갖 높은 산줄기를 타고 흘러내리는 시냇물의 왕이 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자신들을 낮추기 때문임을 되새겨 보면 능히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4. 호흡을 느낄 때마다 마음에 존재하는 쿠션을 생각하라고 한다. 쿠션의 존재를 잊지 않는 자. 그것을 계속 발달시키실 수 있고, 결국은 인간의 자유의지를 그야 말로 자유롭게 할 수 있을 것이다.
5. 부정적인 말을 입 밖에 내지 않기로 결심하라고 한다. 마음 쿠션의 품질은 그 사람의 언어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은 후 내 안의 지독한 정신적 게으름을 스스로 평가하고 반성할 수 있었다. 나에게 고통과 시련을 주는 모든 주변세계에 대해 딱딱한 방어막만을 입혀온 나. 이제는 마음의 쿠션을 인지하고, 계발시키려고 한다. 결국 하늘에서 나에게 준 사고의 선택, 자유의지를 진정 자유롭게 하고, 결국 나를 모든 것에서부터 자유롭게 만들고자 한다.
이 서평을 읽은 모든 사람에게도 이 진리가 전파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