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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브레인 - 삶에서 뇌는 얼마나 중요한가?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전대호 옮김 / 해나무 / 2017년 7월
평점 :
최근 뉴스를 접하다보면, 사람들의 생각이 어쩌면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하는 의문과 두려움마저 든다. 우리 개인을 저마다의 특별한 개성을 지닌 개인으로 만드는 것은 아마도 뇌가 하는 일일 것이다. 우리들의 뇌는 초기부터 달랐을까? 어떻게 변화가 생기고 각자의 특성을 만들어 내는 것일까?
이 책의 1, 2장을 통해서 우리의 뇌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 지 알 수 있었으며, 변화된 뇌를 통해서 경험하는 실재를 해석하는 것 또한 다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초기의 뇌세포 분열 및 형성과정은 같지만,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인자는 다르다. 하지만 그 차이는 미비하다고 할 수 있으며, 이후 우리는 점차 그 차이의 폭을 넓혀간다. 즉, 개인의 경험에 따라 뇌는 변화하고, 따라서 쌍둥이라고 할지라도 경험하는 것이 다르므로 뇌는 완전히 똑같을 수 없다. 이에 따라서 우리가 경험하는 실재도 모두 같은 실재 안에서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감각경험을 처리하여 경험을 번역해주는 뇌가 다르므로 개인이 경험을 해석하는 바가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러한 뇌의 특징을 살펴볼 때, ‘우리는 모두 다르다’ 라는 것이 인정할 수밖에 없는 진리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최근 뉴스를 보며 나와 생각이 달라서 의문을 품게 했던 그들의 과거 경험이 무엇이었고, 그들의 뇌가 어떻게 만들어졌을 지, 그리고 그들이 실재에 대해 어떻게 해석하게 되었는지 생각해보고 나름 이해하게 되었다.
또한, 이 책의 3, 4, 5, 6장을 통해 뇌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이해하게 되었다. 의식과 무의식에 대한 내용도 흥미로웠고, 논리적 측면이 아닌 정서적 측면이 의사결정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또한 집단 전쟁 즉, 과거 히틀러와 같은 나치집단이 유대인 전체를 학살하려고 했던 것을 뇌 과학적으로 설명한 것도 매우 흥미로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래 뇌 과학기술의 발전을 토대로 나의 모습이 어떠한 모습의 나일지 상상해보는 것도 매우 끔찍하면서도 흥미로운 순간이었다.
내가 무언가를 능숙하게 잘하는 것은 과연 의식이 하는 것일까? 저자는 실험을 통해 능숙하게 잘하는 것은 의식이 아닌, 무의식의 상태에서 가능한 것이라고 밝혀내었다. 절차기억은 몸이 기억하는 것으로 훈련을 통해 몸이 체득한 상태가 되면 무의식의 상태에서 저절로 능숙하게 행위가 일어나는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의식의 하는 일은 몸이 체득한 상태에서 무언가 색다른 일이 벌어졌을 때 이것의 다름을 감지하는 것이며, 새로운 것을 학습하는 것이며, 목표에 맞게 무언가를 수행하는 것이라고 언급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스포츠 게임의 중요한 순간에 해설자들이 선수들에게 무언가를 의식하지 말아야 잘 해낼 수 있다고 조언하던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무의식에 대해 나름 무시해왔던 나로 하여금 ‘아하’ 하며 무의식의 중요성에 대해 여러 가지 깨달음을 연달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뇌는 의사결정을 내리기까지 관련 연결망이 서로 경쟁을 하고, 이때 경쟁에서 이기는 연결망과 관련한 의사결정을 내리게 된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논리적이기 보다는 정서적 평가 값이 좋아야 한다. 즉, 정서적 측면이 의사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이유에서 원격전쟁의 위험성을 지적한다. 원격전쟁은 버튼 하나면 누르면 되는 것이므로 합리적 의사결정을 하기에 중요한 정서적 측면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집단 전쟁과 같은 것이 가능한 것에 대해서도 이 책에서는 뇌 과학적으로 설명하였다. 원래 사람들은 같은 부류의 사람들에게 정서적으로 공감을 하게 된다. 다른 말로 하여금 사람과 다른 물체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 못한다. 이때 집단 전쟁을 할 때 선전용으로 사람들에게 집단을 구분하도록 하고, 선전을 통해 우리와 다른 집단을 물체화시킴으로써 그들의 고통에 공감을 하지 못하도록 하며, 잔인한 학살마저 가능하게 만든다. 실제 실험에서도 노숙자를 바라볼 때 대부분의 실험자들의 공감 반응이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집단을 구분한 실험에서도 다른 집단이라도 여기는 사람들에게는 공감 반응이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최근 우리 사회에 좌파, 우파라고 집단을 구분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 일인가 느낄 수 있었고, 사회 통합을 위해서는 그러한 불합리적 논리가 지속되지 않도록 적극적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래의 뇌에 대한 내용을 읽으면서 나의 미래를 상상하는 것은 조금 끔찍하기도 하였다. 뇌가 소프트웨어이며, 내 몸이 하드웨어라고 할 때, 뇌를 다른 곳에 이식하여 다른 사물을 내 몸으로 대체한다면 과연 나는 무엇일까? 내 몸이 아닌, 다른 사물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나라고 인식하는 것이 무엇인가의 문제이다. 정말로 미래에 나의 뇌를 이식한 로봇들이 내 몸을 죽이고, 로봇의 세상이 될 수도 있는 문제가 실재로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문제는 현재 인간 존재에 대한 의문이 아직 풀리지 않았고, 합의의 노력을 하지 않은 채 과학기술만을 강조하며 발전시켜왔기 때문에 상상이 가능한 일일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과학기술과 인문학은 함께 발전되어야 하고, 서로 견제가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여느 뇌 과학책에서 볼 수 있는 내용인 뇌에 대한 설명을 1, 2장에 간단히 설명하였다. 내용이 간단하였지만, 이해하기 쉽게 쓰여져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관련한 실험 내용들을 함께 제시하여 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고, 관련 그림이나 사진자료가 많이 제시되어 있어서 글의 내용이 짧지만 상대적으로 풍부하게 받아들이도록 하였다. 또한 3, 4, 5, 6장의 내용은 다른 뇌 과학책들과는 다른 접근에서 뇌를 이해할 수 있도록 제시하여 상당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고, 설명이 이해하기 쉽게 친절하게 되어있어 좋았다. 이 장들에서도 관련 실험내용이 많이 제시되어 있고, 관련 그림이나 사진이 많아 읽는 독자로 하여금 내용을 이해하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도왔다.
미래 인공지능이나 뇌 과학에 대한 흥미가 있는 사람 혹은 최근 뉴스를 보며 나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의문이 드는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