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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스피치 스피치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25년 2월
평점 :
<이어령, 스피치스피치> 이어령 지음/열림원
<이어령, 스피치스피치>는 현대 사회가 맞닥뜨린 총체적 위기 속에서 창조적 상상력의 힘을 강조하며, 이를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하는 책이다. IMF 위기와 같은 개별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가 함께 겪고 있는 문명적 전환의 시대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해 이어령 선생은 명쾌하면서도 깊이 있는 통찰을 제시한다.
이 책은 선생이 기업 경영인을 대상으로 했던 아홉 편의 강연을 엮은 것으로,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창조적 사고를 통해 이상적인 미래를 설계해야 함을 강조한다. 특히 ‘생명자본주의’, ‘바이오미미크리’, ‘디지로그’, ‘GND(Green New Deal)’ 등의 개념을 통해 경제와 환경, 기술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 모델을 제시한다. 생명자본주의는 생명을 단순한 보호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순환하는 경제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기존의 금융자본주의나 노동자본주의와 차별화되는 개념으로, 자연과 경제가 공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저자는 산업주의와 민주주의만으로는 21세기를 살아갈 수 없다고 말하며, 창조적이고 감성적인 요소가 결합된 ‘생명주의’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산업주의 시대가 집단 중심적 사고를 요구했다면, 창조의 시대는 개개인의 자유로운 상상력과 창의력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따라서 국가와 지도자들이 이러한 개인의 창조적 역량을 인정하고 지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창조적인 CEO가 나오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창조적인 두뇌와 발상을 가진 사원들을 알아달라는 겁니다.”라고 말하며, 창조적 인재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회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디지로그’ 개념이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조화를 이루는 방식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에 필요한 접근법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스마트폰과 같은 기술이 발전하면서 가족 간의 소통이 단절되는 현상을 지적하며, 단순한 기술 발전이 아니라 인간적인 교류와 감성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이는 단순한 과거 회귀가 아니라, 현대 기술을 적절히 활용하면서도 인간적인 요소를 잃지 않는 삶을 지향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저자는 자본주의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며, 금융 자본만이 아니라 생명, 지혜, 기쁨 또한 자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패러다임을 바꾸면 새로운 기술이 나오고, 새로운 자본이 축적되며, 감동을 주는 문화와 예술이 탄생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물질적인 가치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가치 역시 중요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산업화, 민주화에 이은 ‘생명화’ 시대가 도래할 것이며, 이를 준비하는 것이 현대인의 과제라고 말한다.
이 책은 단순한 강연록을 넘어,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하는 철학적이고도 실천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물질적 가치에 치우친 삶을 반성하고, 생명을 존중하며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어령 선생이 말하는 창조적 상상력과 생명주의 패러다임은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우리가 당장 실천해야 할 삶의 방식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며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되었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깊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창조적 사고와 생명의 가치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또한, 저자가 강조하는 생명주의 패러다임은 단순히 경제적 모델의 변화가 아닌, 인간의 사고방식과 삶의 방식 자체를 변화시키는 개념이다. 산업화 시대에는 대량생산과 소비가 중심이었다면, 생명화 시대에는 지속 가능성과 순환 경제가 핵심이 된다. 자연을 착취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공존하고, 기술 발전이 단순한 효율성을 넘어서 인간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환경오염, 기후변화, 자원의 고갈 등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은 기존의 산업주의적 접근법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새로운 시대에는 인간과 자연, 기술과 감성이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그렇기에 이어령 선생이 강조하는 ‘살림의 경제학’이 더욱 주목받아야 한다. 이제는 죽이는 기술이 아니라 살리는 기술이 필요하며,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 모델이 필요하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단순히 경제적 성장만을 목표로 삼는 것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추구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물질적 풍요가 아니라 정신적 풍요, 경쟁이 아니라 공존, 일방적인 발전이 아니라 조화로운 성장이 중요한 시대가 온 것이다. 결국, 생명자본주의란 단순한 경제적 개념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 기술과 감성이 어우러지는 새로운 삶의 방식이며, 우리가 반드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점에서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더욱 값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