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범, 그들은 누구인가 - 대한민국 최고의 범죄학 박사 이윤호 교수의 연쇄살인범 53명의 프로파일링
이윤호 지음, 박진숙 그림 / 도도(도서출판)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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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범, 그들은 누구인가>는 대한민국 최초의 범죄학 박사 이윤호 교수가 쓴 해외 연쇄살인범 53명의 프로파일링이다. 저자는 현재 동국대학교 경찰사법대학장과 대학원장을 맡고 있고, 범죄 관련 각종 학회장과 정부 위원회 위원을 역임한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범죄학 전문가다.



연쇄살인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표준대국어사전에 따르면, 한 명이 연쇄적으로 사람을 죽임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로, 그런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연쇄살인범이라고 한다. (p.11) 학술적으로는 다른 세 곳 이상의 장소에서 시간 간격을 두고 세 건 이상 살인을 저지르는 범행을 일컫는다.



이윤호 교수는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은 53명의 연쇄살인범을 조명한다. 범행 경위와 수법, 성장 배경과 프로파일링을 통한 심리적 분석, 그리고 범행이 미친 사회적 파장과 영향을 다룬다. 에드먼드 캠퍼, 테드 번디, 안드레이 치카틸로같은 유명한 살인마가 대표적이다.

 

 

53명 중에는 시체를 강간하거나 식인을 하는 사례가 더러 있고, 특히 성적 유희와 결합된 살인이 많았다. 사탄 숭배의 종교적 의식 차원에서 피해자를 학대, 시체를 다져서 성기 일부를 먹은 시카고 살인광 패거리도 있다. 피해자 집계는 적게는 수 명에서 페드로 로페즈 같은 경우 몇백 명을 넘었다. 공식적으로 피해자가 2백 명이 넘는 악마 의사 헤럴드 시프먼이나 악마 간호사 제니니 앤 존스는 정확한 사망자 집계조차 어려운 지경이다.



학술적인 연쇄살인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 다중살상범이나 테러범도 포함했는데,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 <볼링 포 콜럼바인>으로 유명한 컬럼바인 총기 난사 사건, 2011년 한국 언론에 자주 거론됐던 노르웨이 극우주의자 브리이비크, 버지니아 공대 조승희 총기 난사 사건 등이다. <TV 서프라이즈>에 나왔던 인도의 산적 영왕 풀란 데비, 테드 카진스키도 분석한다.



연쇄살인범이 가진 소아 성애나 시체 애호증같은 변태적인 성적 지향과 범죄 행태는 서평에서 다루기 부적절할 듯하다. 일명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라 말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 자기애적 인격장애나 기타 여러가지 인격장애의 유형을 가졌고, 성장기 시절 불우한 가정 환경으로 피해자에게 분노와 그릇된 애정욕구를 투사하거나 피해자를 통제하고 괴롭히는 데서 성적 쾌감을 느끼기도 하였다. 풀란 데비와 같은 몇몇 살인범을 제외하면, 영화 제목처럼 "악마를 보았다"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범죄학과 프로파일링 기법은 그런 악마를 연구하고 실체를 밝히며 범죄 예방과 사법 체계 개선에 기여하는 학문이다. 심리학적으로 범죄자를 분석하여 살인자의 범행 동기나 의도를 파헤친다. 우리나라 성범죄자 신상공개와 같이 미국의 메간 법, 윌리엄 휘팅 사건으로 제정된 2000년 영국 사라법, 게이시 사건으로 '실종아동 찻기 법'이 만들어진 것처럼 형사법, 범죄예방 관련법률 자문 역할을 한다. 그리고 법정에서 변호 논리로 활용되는 '정신이상 무죄변론Insanity defense'. 즉 범행 당시에 온전한 정신이 아니었다는 이유로 무죄를 주장하는 등 여러 변론에 대한 진위를 밝히는 데 조언한다.(p.104)

우리나라도 각종 혐오 범죄나 잔혹한 살인이 일어난다. 최근 인천에서 자퇴 여고생이 초등학생을 살해하고 시체를 절단, 유기하여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재판 당시 주범 김 양은 조두순 사건처럼 정신이상 무죄변론으로 심신미약, 아스퍼거 증후군을 주장했으나 인정되지 않았다. 2014년 김해에선 한국판 여고생 콘크리트 살인 사건이 일어나 재판 중에 있다. 오원춘 사건도 몇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구설에 오르고 있다. 비록 연쇄살인 범주에 들어가진 않지만, 사회가 양극화, 파편화가 진행될수록 이러한 잔혹 범죄가 늘어나지 않을까 염려된다.

앞서 인천 여아 살해사건의 경우 공범 박 양은 무기징역을 받은 데 반하여, 주범 김 양이 소년법을 적용받아 20년 형량을 선고받아 논란이 되었고, 소년법 개정 요구를 촉발시켰다. 콜럼비아의 경우도 무기징역이 없고 최고 형량이 정해져 있어 국민 법감정과 괴리되었다는 비판 여론이 많다. 미국 악마 간호사 존스는 영유아를 수십 명 살해했으나 교도소 과밀수용 문제로 형기의 3분의 1을 채우고 2017년 올해 가석방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녀의 엽기적 행각을 다룬 영화 <죽음의 약물>, <다중 살인> 등을 본 시민들은 공분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형사법 체계와 수형 체계 개선도 범죄학의 주요 테마다.



마지막으로 표창원 교수가 쓴 <한국의 연쇄살인>을 읽은 독자라면 한번쯤 권하고 싶다. 챕터 마지막 부분의 해외 연쇄살인 사례를 짧게 다루는데, <연쇄살인범, 그들은 누구인가>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연쇄살인범을 단순히 악마라 치부하고 비난할 것만 아니라, 악을 끊임없이 해부하고 주의해야 보다 성숙한 사회적 담론이 형성된다. 그리고 형사법이나 교정 체계도 국민 법감정에 부응하는 동시에 범죄학에 근거하여 합리적인 방향으로 지속적인 조율이 필요하다. TV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가 7%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미제 사건이나 범죄 사건에 국민들이 가지는 관심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도 이제 몇몇 대학이나 경찰관련학과, 전문가 대상이 아닌, 대중들을 위한 범죄학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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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법
허해구.진실연구회 지음 / 지식공감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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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연구회. 개인적으로 신비주의와 종교에 관심이 있어서인지, 이런 사이트나 단체가 있으면 한번쯤 호기심이 생긴다. 저자 허해구 씨는 종교, 철학, 학문과 구도 수행을 한 끝에 소주천, 대주천이 열렸고 차크라가 발현한 분으로, 현재는 공무원이시다. 참고로 소주천, 대주천이란 기공 수련법에서 정기가 몸 곳곳에 막힘 없이 통하는 경지를 일컫는다. 예컨대, 무협지에서 임독유통이나 <의천도룡기>의 장무기가 생사현관이 타통되었다는 표현이 바로 그것이다.



솔직히 반쯤, 아니 구할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책을 들었다. 그런데 상상 외로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부분이 꽤 있다. 저자에 따르면, 우주는 인과(因果)율이 엄격히 적용되는 법계다.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따르고, 뿌린대로 거두는 이치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진리란 이러한 이치를 깨닫고 사실에 입각한 사고를 말한다.



예컨대, 대승불교의 공(空) 사상이나 모든 것이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유식(唯識) 불교 사상 같은 종교 담론은 허황된 언어 유희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엄연히 세상은 원인과 결과에 따른 법칙이 존재하는데, 공리공담으로 깨우치고 일시적으로 돈오(頓悟) 경지에 이른다고 하여 과보를 없애지 못한다는 것이다. 저자 개인의 의견이다.



여러 영적 수행에 대해서도 일갈한다. 오히려 그곳에 깃든 탁한 기운 때문에 영적 감염을 일으킬 수 있고, 세상의 실상과 이치를 깨우치고 보는 지혜가 커지지 않은 상태에서 내적 변화가 나타난 것이라면, 그것은 탁기에 의한 감염으로 정신이 마취된 상태라는 주장이다.(p.31) 우리나라에 각종 종교 단체가 도처에 즐비하고 성령 체험담과 간증이 줄줄이 이어지는데, 그것이 진리고 참체험이라면 우리나라는 벌써 지상 낙원이 되었어야 하지 않는가. 속 시원한 부분이다.



저자는 제도화되고 교조화된 기성 종교보다 초기 근본 불교, 기독교, 여타 사상에 집중한다.신은 공정한 존재고 윤회는 인정한다. 그러나 부처와 공자가 괴력난신(怪力亂神)에 대하여 언급을 삼갔듯, 사변적인 교리는 부정한다. 세상은 원인과 결과가 공정한 법계이니, 공리공담이나 특수한 영적 체험을 바라기보다 일상에서 생업에 열중하고 선업(善業)을 부지런히 쌓으라고 말한다. 어설픈 수도자에겐 탁기가 모이고 떠돌아다니는 유혼들이 침범하기 쉽기 때문이다.



물론 세상엔 개인이 저지른 잘못과 원인이 아닌데 불의한 고통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 바로 세월호 참사 같은 경우다. 저자는 이를 공공의 업보(共業)이라고 표현한다. 세상이 오악탁세(五惡濁世, 다섯 가지 더러움으로 가득 찬 세상)로 가고 있으니, 애꿎은 희생이 뒤따른다. 하나님의 경고라느니, 가난한 학생들이 왜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갔냐느니 하는 망언보단 설득력이 있다.

 

 

기성 종교인, 수도자가 본다면 화가 날 수도 있겠지만, 허황된 교리, 믿음, 수행보다 생업에 매진하고 남을 사랑하며 선업을 쌓아나가라는 소박한 가르침이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삿된 종교가 난무하고, 기복 신앙이 참 신앙을 대체하고, 이적(異蹟)을 바라고, 상업화된 힐링 수련이 범람하거나 하는 세태를 일갈하고 비판하는 데서 통쾌함을 느꼈다. 진리는 원래 소박한 것이지 않을까. 뿌린 대로 거둘 줄 아는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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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7-09-21 13: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주는 인과율이 엄격히 적용되는 법계다..
이 당연한 말이 왜 이리 위안이 되는건지..

캐모마일 2017-09-21 21:49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호기심에 읽었는데 의외로 생각꺼리가 많았습니다.
 
의식의 비밀 - 뇌는 어떻게 마음을 창조하는가 한림 SA: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15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편집부 지음, 김지선 옮김 / 한림출판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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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정의와 매커니즘, 그리고 발생 과정은 여전히 "최후의 변경", "인류가 아직 발을 닫지 못한 미지의 영역"(p.7)이다. 인류는 고대부터 철학, 종교, 신비주의, 과학 등 다양한 영역으로 의식의 비밀을 풀고자 시도했다. 현재는 인지 과학, 신경 과학과 뇌과학이 주도적 역할을 하지만, 의식을 바라보는 관점과 풀어야 할 난제들이 쌓여 있다.



<의식의 비밀>은 대중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서 편집한 책이다. 과학계에선 세계적인 잡지라는데, 문과 출신이라 그런지 처음 들어봤다. 기억, 과학 윤리, 의식과 인간의 탄생 등 대중이 궁금할 만한 과학 주제를 비전공자도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 시리즈라고 한다. 이 참에 알게 되었다.



의식은 우리가 세계를 경험하는 방식이자, 주관적 경험이 주변의 객관적 우주와 연결되는 방식으로, 단순한 자각과는 다르다. 이른바 '마음'으로 불리기도 한다.(p.5) 현재 기능적 자기공명영상장치(fMRI) 등 다양한 기기로 뇌의 변화, 의식과의 관계를 실험하지만, "두뇌 처리 과정이 어떻게 의식으로 변환되는가는 과학이 아직 풀지 못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다."(p..85) 의식은 두뇌 활동이 일으킨 산물이라는 환원주의적 관점과 함께 물질과 별도로 의식이 존재한다는 신비주의적 관점이 여전히 존재하는 이유다.



6장 "영성의 수수께끼"는 흥미로운 챕터다. 프랑스 영화 <마터스 : 천국을 보는 눈>처럼 영성의 비밀을 풀려는 미친 과학자나 종교가들은 오컬트 호러 영화의 단골 소재다. 다행히 <의식의 비밀>은 매드 사이언티스트들의 기괴한 실험을 다루진 않는다. 대체로 fMRI 등 두뇌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영성을 파헤친다. 일종의 환원주의적 접근이다.  



예컨대, 오르가즘과 명상 체험은 자의식을 잊게 하고 행복감을 준다는 면에서 비슷하나, 오르가즘이 소뇌가 활성화된다면, 명상 작용은 대뇌의 우측 각회 영역 중심으로 일어난다. 유사한 임사체험 경험은 어떻게 발현되는가. 기묘한 소음, 평화로운 기분, 유체 이탈 경험은 어디서 비롯되는가에 대한 실험도 계속 이뤄져 왔다. 특히 측두엽에 자극을 일으켜 인위적으로 종교적 체험을 유발하는 실험은 대단히 흥미롭다. 수녀 15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선 하느님과 교감을 회상하는 동안, 미상핵(헉습, 기억, 사랑), 섬엽(사회적 감정), 두정엽(공간 지각) 등 여섯 개의 뇌 영역이 활성화되었다. 뉴런의 전류 회로에서는 다양한 주파수의 뇌파가 발생했다. 이처럼 영성 체험과 유사한 경험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데, 일상에선 마음챙김 같은 수련법이 효과가 있다.

근대 철학자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명제를 말했지만, 그 의식의 본질은 아직까지 인류가 풀지 못한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의식의 비밀>은 "1. 의식의 본질, 2. 이론 : '뇌'에서 '마음'까지, 3. 의식을 계량하다, 4. 현실의 변화된 상태, 5. 향정신성 약물과 치료, 6. 영성의 수수께끼" 라는 여섯 챕터로 의식의 비밀을 분석한 과학적 성과와 여러가지 실험을 소개한다. 아메리칸 사이언티픽 시리즈는 처음 알게 되었는데, 읽는 동안 미스터리 잡지를 읽는 듯 빠져들었다. 13권 <기억의 세계>나 16권 <인간의 탄생>, 이후 출간될 <Searching for the God particle>(신의 입자를 찾아서)​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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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하지 않고 정확하게 설명하는 법 - 당신이 설명을 못하는 데는 사소한 이유가 있다
고구레 다이치 지음, 황미숙 옮김 / 갈매나무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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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먹고 설명하려면 긴장이 된다. 요점을 정확히 전달하면서 상대방의 관심을 유도해야 한다. 부담이 든다. 직장에선 두 말 할 것도 없고, 재밌게 본 영화나 책을 소개할 때도 마찬가지다. 프리젠테이션 자리에선 시간을 넘기기 일쑤였다. 책 제목처럼 횡설수설하지 않고 정확하게 설명하는 법을 알고 싶었다.



<횡설수설하지 않고 정확하게 설명하는 법>은 일단 "이해하기 쉬운 설명'에는 세 가지 요소가 있다고 말한다.



1. 상대방에게 '내 일'이라고 생각하게 만들기

2.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정리하기

3. 그것을 상대방이 알아듣는 말로 쉽게 전달하기


1. 대체로 설명자는 자기 관점에서 주제를 풀어나간다. 하지만 "사람은 '자신과 관련 있는 이야기'에만 관심을 갖는다. 듣는 이에게 필요한 주제나 득이 되지 않으면 주의를 끌기가 어렵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 먼저 상대방이 진정으로 설명을 듣도록 하는 과정이 우선이다.



2. 내용을 정확히 전달하는 데는 '텐프렙' 법칙을 제안한다. 각 단계의 머리글자(TNPREP)을 따서 일본식으로 발음한 이름이다.



1단계: 이야기의 주제(Theme) 전달하기

2단계: 하고 싶은 이야기의 수(Number) 전달하기

3단계: 이야기의 요점, 결론(Point) 전달하기

4단계: 결론이 옳다고 할 수 있는 이유(Reason) 전달하기

5던계: 구체적인 예((Example) 들기

6단계: 요점, 결론 (Point) 반복해 끝맺기


로 이뤄져 있다. 2단계는 유시민 작가가 좋아한다는 3의 법칙을 연상케 한다. 예컨대, '세 가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세 가지의 이유가 있습니다.' 식이다. 단계와 법칙을 적용하여 내용을 정리하면, 적어도 이야기가 산으로 가진 않는다. 법칙과 요령이 필요하다. '텐프렙' 법칙은 저자가 창안하고 사단법인 교육커뮤니케이션협회가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다. 엄연한 지적 재산권이다.



3. '쉽게 전달하기'는 여타 책도 주장하는 내용이라 특별하진 않다. 전문 용어를 풀어 쓴다거나, 상대방이 알아듣기 쉬운 용어로 바꿔 쓰는 노력은 당연하다. 여기서 인지심리학으로 한 발 더 나아간다.

 

 

사람이 말을 이해하는 과정은 스키마라는 틀을 거친다. 머릿속 이미지인 '심상'으로 전환하고 그것에서 연상되는 정보 '스키마'를 이용한다. 스키마라는 틀을 통해서 청자는 익숙한 내용으로 치환하고, 나름 받아들이기 쉽도록 전환하는 과정을 거친다.



스키마는 제각각이다. '이해하기 쉬운 설명' 세 가지 요소로 상대방의 주의를 끌고, 내용을 정리해서 전달한다고 해도, 이야기는 곧이곧대로 전달되지 않고 상대방의 스키마를 거쳐서 이해된다. 때문에 서로 요점에 어긋나거나 다른 말을 하며 대화가 수렁에 빠지게 된다. 이럴 경우 듣는 이가 자신의 스키마로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상대방이 이해할 만한 심상으로 바꿔서 설명할 필요가 있다.



4. 제목이 "횡설수설하지 않고 정확하게 설명하는 법"인지라 구성에 많은 공을 들였다. 다이제스트한 크기에 알맹이를 잘 채웠다. 스피치 책을 안 읽은 달변가가 있고, 글쓰기 책을 몰라도 일필휘지 쓰는 이가 있다. 그게 안 되는 일반인에겐 요령과 법칙이 필요하다.



반면에, 책을 읽으면서 착찹한 생각이 들었다. 사회 생활을 하면서 정확한 설명을 일부러 거부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악덕 설계사, 판촉원들은 일부러 생소한 전문 용어를 섞어가며 휘뚜루마뚜루 설명하며 듣는 이의 혼을 빼 놓는다. 고객을 이해시키는 목적이 아니라 두루뭉슬 판매하려는 전략의 일환일 것이다. 어떤 이들을 모호한 말로 무지를 가리려고 하거나, 책임을 회피하려고 한다. 

 

 

청자도 마찬가지다. 이해하기 쉬운 설명을 해 주면 정보를 빌미로 트집과 말꼬리 잡고 늘어지기를 반복한다. 이런 이들은 제대로 된 설명을 하기도, 듣기도 원하지 않는 부류다. 정확한 설명법을 알면 한편으론 쭉정이를 솎아내는 안목이 길러진다. 쇠귀의 경읽기를 하기보다, 이 사람은 나를 이해시키는 목적이 아니구나, 이 사람은 정보를 빌미로 나를 압박하려고 하는구나 퍼뜩 깨닫는 처세가 필요하다. 책이 의도하지 않은 부수적인 효과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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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7-09-19 19: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책 제목처럼 일목요연한 리뷰네요ㅎ

캐모마일 2017-09-19 20:16   좋아요 0 | URL
책 구성을 따라 서평을 써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인플레이션의 시대 - 풀린 돈이 몰고 올 부의 재편
김동환.김일구.김한진 지음 / 다산3.0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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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세계 경제위기 이후로 양적 완화 정책이 시행되었다. 오바마 재임 당시 미국 연방준비은행은 대규모 자산 매입을 하였고, 유럽은 마이너스 금리를 선언했다. 일본은 국내 경기를 살리기 위하여 엔저 정책을 적극적으로 밀고 나갔는데, 이른바 아베노믹스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토목 공사를 비롯하여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활용했고, 박근혜 정부 당시엔 최경한 기획재정부 장관의 이름을 딴 '초이노믹스'로 대출 완화 등을 통해 내수를 살려보고자 했다.



세계 경제는 양적 완화와 재정 확대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주식 시장과 자산 시장이 활황을 맞이하는 등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듯하나, 경제 근간에 도사린 불안 요소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초이노믹스는 단기 부양 위주의 인위적인 경기 정책, 특히 우리나라 경제의 뇌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가계 부채를 급속하게 증가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미국에서 트럼프가 당선된 기저에도 미국 경제에 있는 불안 요소가 작용했다는 평가다. 양적 완화로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 시장, 금융 시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부의 불평등은 심화되었고, 재정 위기가 초래되어 사회기반시설의 노후화가 진행되었다. 대안으로 오바마 정부는 해외로 떠난 제조업을 불러들이는 리쇼어링 정책을 폈으나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고, 러스트 벨트(과거 미국 제조 산업을 이끌었던 오하이오, 펜실베니아를 비롯한 미국 북동부 지역) 지역은 저소득층이 양산되었다. 바로 이 지역들이 트럼프 대통령 당선을 결정지었다. 세계 주류 언론, 자국조차 예상치 못했던 트럼프 정부의 탄생엔 양극화, 사회기반시설 노후화, 제조업의 붕괴 등 경제 문제가 촉매제 역할을 했던 것이다.



<인플레이션의 시대>는 지난 8년간 풀린 돈들이 어디로 흘러갔을까 하는 의문에서 시작한다. 부제가 '풀린 돈이 몰고 올 부의 재편'이다. 제목은 인플레이션을 강조했지만, 실제로 저금리, 저성장, 저물가시대가 지속되고 있다. 풀린 돈들은 자산 시장 가격을 높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도권 지역의 부동산 투기 과열 현상으로 문재인 정부가 8.2 부동산 정책을 내놨고, 코스피는 박스피라는 오명을 벗고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경제를 어떤 관점(view)에서 바라봐야 하는가가 <인플레이션의 시대>의 주제다. 경제, 금융 분야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한번쯤 들어봄직한 세 저자, 김동환 경제해설가,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김한진 수석연구원의 대담으로 이끌어간다. 양적 완화 이후의 세계 경제와 정세를 분석하고 견해를 덧붙였다.



현재 우리나라와 세계 경제의 흐름, 양적 완화가 몰고 올 부작용과 버블 붕괴의 위험성 진단, 트럼프, 시진핑, 푸틴, 두테르테 같은 스토롱맨들이 각국 지도자로서 득세하는 이유, 그리고 앞으로 경제 모멘텀을 전망한다. 세계 거시 경제 전반부터 우리나라 자산 시장의 미시적 동향을 챕터별로 다뤄서, 기사나 리포트를 통해 단편 단편 접했던 지식들을 연관성 있고 포괄적으로 설명하였다. 세 저자가 밝히는 경제 "분야와 세상을 보는 나름의 관(view)"을 비교, 대조해가며 읽는 덕분에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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