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마장동 칼잽이와 불편한 진실
언재호야 지음 / 늘솔북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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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라. <마장동 칼잽이와 불편한 진실>, 어찌 눈길이 가지 않으랴. 마장동은 축산시장으로 유명한데다 칼잽이하니까 터프한 정육점 사장을 연상케 했다. 마치 옛 8090 추억의 성인물이 떠오른다. 인텔리 여성이 야성미 넘치는 남성에게 빠져 원초적 세계에 눈뜬다 뭐 이런 설정....너무 나갔다.

 


예상과 달리 남주는 정직 먹은 외과의사다. 여주는 인텔리가 맞다. 어엿한 회사 사장이란 직분이 있지만 미술학도를 꿈꾸며 유학 준비를 하고 있다.  칼잽이의 불편한 진실은 이 남주에 얽힌 비밀이다. 33살, 3초. 3과 연관된 슬픈 사연인데, 스포일러가 될까봐 여기서 줄인다.

 


<마장동 칼잽이와 불편한 진실>. 제목부터 유쾌한 로맨스 소설이다. 사실 내용보다 이름이 압권이다. 마장동 칼잽이. 그의 불편한 진실은 남자로서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3이라니, 3이라니.....일반적 판타지라면 남주가 정력가나 왕자 타입인데, 작품 설정이 꽤 재밌다.

여담이지만 이북으로 마장동 칼잽이를 만났다. 요즘은 이북 시장이 발달하여 성인 로맨스 소설도 다시금 널리 읽힌다. 예전엔 문고본이 대세였다면 이젠 이북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종이책으로 사기엔 부담스럽지만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므흣한 작품을 소장할 수 있다. 책장에 꽂아놓기엔 거북하지만 이북 리더기를 갖추면 남 눈치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이런 독자를 배려하여 온라인 서점은 이북 구매 목록 숨기기 설정을 만들었다.

성인 로맨스만 아니라 장르 소설 작가를 꿈꾸는 문학도에겐 이북 시장은 큰 활로다. 학창 시절에 재야의 야설 고수였다든지 교내에서 글 꽤나 쓴다든지 했다면, 등단 작가는 못 돼도 장르 소설 작가에 도전해 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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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10-30 21: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로맨스 소설인가봅니다. 요즘은 웹소설이나 전자책으로 많이 출간되는 것 같아요.
캐모마일님, 좋은 저녁시간 보내세요^^

캐모마일 2017-10-30 21: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감사합니다. 이북 할인권 금액을 맞추려고 산 책인데, 제목이 재밌어서 읽었습니다. 내일도 따뜻한 감성이 느껴지는˝좋은 하루 되세요^^˝로 만나뵙고 싶네요.
 
필사의 기초 - 좋은 문장 베껴 쓰는 법
조경국 지음 / 유유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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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란에 독서라고 기입한 지가 오래되었다. 독서는 딱히 취미가 없는 사람들의 변명거리기도 하다. 그래도 거짓말을 하지 않으려는 다짐 덕분인지 책을 한 달에 두세 권은 읽는다. 개중에 인상 깊고 중요한 구절은 메모지에 쓰다 보니, 단순히 메모를 넘어서 필사를 해 볼까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막상 필사를 하자니 여간 귀찮지가 않았다. 필기구를 장만하고 좋아하는 책을 골라서 한 문장씩 적었다. 처음 설렘은 온데간데 없다. 손은 저리고 언제까지 이래야 하나 자괴감에 휩싸였다. 내 짧은 필사의 역사는 그렇게 끝을 맺었다.

 


<필사의 기초>를 샀다. 노가다식으로 도전하기보다 요령을 알고 싶었다. 필사는 왜 하고, 효과는 무엇이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가. 저자는 필사는 단순한 베껴쓰기가 아니라고 한다. 내 글쓰기의 디딤돌이 되고, 나중엔 내 생각을 적는 필사(思)로 나가가기 위한 단계다.

많은 문인들이 필사의 힘을 역설했다. 책을 읽고 나니 예전엔 문인들의 필사 예찬을 어설프게 따라한 꼴이었다. 손만 고생시켰다. 명문을 디딤돌 삼아 내 생각을 키우고 표현하는 여정이 진짜 필사다. <필사의 기초>를 읽고 어렴풋이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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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글 2018-01-07 22: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명문을 디딤돌 삼아 내 생각을 키우고 표현하는 여정. 좋아요 살짜쿵 누르고 갑니다 :)

캐모마일 2018-01-07 23:0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서양 철학사 - 개정판
S.P.램프레히트 지음, 김태길 외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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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철학과 학회에 끼여서 어깨 넘어로 서양철학사 강의, <논어>, <맹자> 강독을 배웠다. 당시에 교재가 바로 램프레히트의 <서양철학사>였다. 이사갈 때 책을 잃어버린 후로 그 때가 한번씩 떠올라서 그리워하다가, 오래 전에 개정판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샀다.

 


러셀, 힐쉬베르거를 비롯해 자주 거론되는 서양철학사 책 중의 한 권이다. 램프레히트 교수는 미국 철학자로 독자적인 철학보다 철학사 연구로 이름을 알렸다. <서양철학사>는 역작으로 꼽힌다. 고대 그리스 자연주의 철학부터 서술하는 것이야 대동소이하고, 설명을 잘 했으니 책이 인정받았을 것이다.

 


특징이라면 16장 미국 철학에서 존 듀이, 화이트헤드, 산타야나를 소개하는 대신에,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몇몇 실존주의 철학자나 사회, 공산주의 철학은 빠져 있다. 역자 서문에 보면 저자와 협의 하에 이러한 사조를 넣으려고 했지만 진행이 안 됐다고 한다.

 


깨알 같은 글씨는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그러나 지금도 책이 두꺼운데, 다른 철학사 책처럼 양장에 활자 크기를 늘려서 쳔 페이지를 넘겼다면 정가가 세 배는 뛰었겠다. 15,000원이면 이른바 혜자스러운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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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7-10-30 23: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이 책으로 공부했었는데
그립네요.. 그 시절이

캐모마일 2017-10-30 23:54   좋아요 1 | URL
반갑습니다. ㅎㅎㅎ 저는 철학과 학회에 다른 학부생이지만 꼽사리 껴서 들어간 후에 알게 된 책인데요. 대학 서양철학사 교재로도 많이 쓰이더군요, 깨알 같은 글씨에다 일본 저자의 책들처럼 요약 정리보다 서술형에 가까워서 읽기에 좀 힘들었지만, 시대별 철학 사조와 철학자를 상세하게 설명해 주는 좋은 책인 건 사실 같습니다.

프리즘메이커 2017-10-30 23: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으로 공부했습니다!!

캐모마일 2017-10-30 23:56   좋아요 2 | URL
와...프리즘메이커님께서 이 책으로 철학 기초를 다지셨다니 책이 새롭게 보이네요. 저도 여러 번 읽고 철학에 메이커님처럼 심오한 철학 내공을 쌓았으면 좋겠습니다.

갱지 2017-10-31 09: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판이나 개정판이나 껍데기만 봐서는 별 감흥이 안생기네요- 후후, 저도 학교 다닐 때가 생각나네요.

캐모마일 2017-10-31 23:26   좋아요 0 | URL
가격이 삼천 원 오른 차이가 있네요...ㅡ.ㅡ

cyrus 2017-10-31 16: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을 책장에 장식했습니다. 읽기 위한 책이 아니라 ‘있어 보이기 위한 책’입니다. ^^;;

캐모마일 2017-10-31 23:29   좋아요 0 | URL
저도 고대 중세까진 열심히 읽었는데 그 후론 아 이런 내용이 있구나 정도로만 봤습니다. 특징은 서평 내용처럼 미국 실용주의는 비중 있네 다루는데 사르트르같은 실존주의 철학자나 비판철학, 마르크스는 안 다루는 것일까요...
 
[세트] 함께 있을 수 있다면 - 전2권
안나 가발다 지음, 이세욱 옮김 / 북로그컴퍼니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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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국적의 안나 가발다는 생소한 작가였다. 그런데 42개국에 출간된 베스트셀러이자 독자와 평단에게 극찬을 받은 작품이란 소개를 읽고 관심이 생겼다. 유명 번역가 이세욱 씨가 역자인 점도 한 몫 했다. 좋은 작가를 알고 그의 작품 세계를 여행하는 일은 즐겁고 보람되다.

 

 

<함께 있을 수 있다면>은 서로 상처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다. 부모에게 버림받거나 상처를 입은 탓에 힘든 삶을 살아가는 세 남녀, 그리고 치매를 앓는 할머니. 그들이 만나 새로운 가족을 이루고, 소소한 일상을 나누며 서로를 보듬게 된다. 바람둥이 요리사 프랭크와 거식증을 앓으며 힘들게 청소부 일을 하는 카미유의 러브스토리. 서로의 빈 공간을 채우고 보듬는 여정이고 치유의 과정이었다. '함께 있을 수 있다면'이란 제목이 와 닿는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반짝반짝 빛나는>을 연상케 한다. 소설에서 무츠키를 비롯한 인물들은 스스로를 은사자에 비유한다. 은사자는 색소가 희미하여 은색을 띄는데, 다른 사자와 달라서 무리에게 따돌림을 당한다. 멀리서 자기들만의 공동체를 만들어 살아간다. <함께 있을 수 있다면>의 주연들도 마찬가지다. 남들과 다른 힘든 삶을 살아 왔고, 서로를 만나 가족처럼 지낸다.

 

 

설정은 익숙하다. 여러 작품과 드라마에서 다뤄왔던 소재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품 속의 인물에 공감하고 치유받는 느낌을 공유하기란 쉽지 않다. 그 쉽지 않은 걸 <함께 있을 수 있다면>이 해내지 말입니다. 따뜻하다. 외로움과 소외감, 그리고 상처때문에 삶이 춥고 헛헛하다면, 안나 가발다의 소설이 위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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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 - 30년 세계화가 남긴 빛과 그림자
브랑코 밀라노비치 지음, 서정아 옮김, 장경덕 감수 / 21세기북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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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불평등이 우리 사회의 큰 화두다. 금수저, 흙수저론이니 헬조선이니 하는 유행어 이면에는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조롱과 풍자, 공정한 사회를 향한 갈망이 들어 있다.

 


<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는 경제적 불평등의 원인과 양상을 분석한 책이다. 특히 쿠즈네츠 U자가설을 수정하여 쿠즈네츠 파동이라는 새로운 불평등 곡선을 주장한다. U자가설은 경제 발전 초기엔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지만, 성숙 단계에 이르면 완화된다는 가설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증명되지 않아 이론이 아닌 가설로 남아 있다. 성숙한 발전 단계의 국가에서도 평등한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도 IMF 기준으로 경제적 선진국으로 분류되지만, 각종 조사 결과를 보면 상대적 빈부격차가 증가하고 있다.

 


저자는 쿠즈네츠 파동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경제적 평등은 경향성이 아니라 외적 변수에 의하여 이루어지고 증감을 반복한다고 한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금권을 행사하는 선진국 부유층, 신흥국 중산층은 소득이 증가하지만, 빈곤층은 여전히 소득 증가분이 미미하다고 분석한다.

 


따라서 평등은 경제 발전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 아니라, 사회 정책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다. 저자는 자본의 균등화, 교육 기회의 평등 등을 통하여 장기적인 안목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도 불평등, 불공정이 사회적 화두라 그런지 저자의 분석과 주장이 허투루 읽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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