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주년 기념 럭키백 (중고매장 할인멤버십용) - 네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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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멤버십용 할인 한도가 1천원 언저리 남았네요. 알뜰하게 썼네요. 도서정가제 이후로 중고서점을 더 많이 찾고 있어서 올해도 멤버십 찬스를 씁니다. 19주년 럭키백 컨셉이 심플하고 상큼하네요. 특히 정렬적인 레드 색상에 19자가 대문짝만하게 박힌 럭키백... 충동을 억제할 수 없네요. 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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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 야구 (무선) 웅진지식하우스 일문학선집 시리즈 5
다카하시 겐이치로 지음, 박혜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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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였을까?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마도 1980년대 중반 무렵이었던 것 같다. 필립 로스의 멋진 일본 야구라는 번역본을 읽고, 이런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 발단이었다.… 나중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책의 원제목은 '위대한 미국 문학(The Great American novel)'이었다. 제목만으론 도대체 어떤 소설인지 짐작이 가지 않겠지만, 상상 속 세계의 야구 이야기를 통해 미국 문학을 다루는 곡예적인 내용이었다. … 그런 일이 가능하다면 나도 일본 야구를 통해 일본인들의 마음속 비밀에 다가가 궁극적으로 일본 문학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저자 후기, "내가 소설을 쓰는 이유"에서 발췌)

 

 

책을 소개하기 전에 저자 후기를 길게 인용했다. 다카하시 겐이치로가 쓴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 야구>는 단편소설집으로 야구를 주제로 한 작품 7편을 실었다. <라이프니츠를 흉내 내어>에서 야구공이 에드벌룬처럼 보이는 탓에 아이러니하게도 공을 칠 수 없었던 4번 타자의 이야기를 제외하면, 대체로 작품 속 인물은 야구가 사라진 시대에 그것을 추억하는 야구광들이다. 각 단편 간엔 일견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읽다보면 배경과 설정이 유기적이다.

 

 

작중 인물들에게 야구는 구전으로만 전해지는 옛 유물이다. 이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소설 형식의 부조리극을 읽는 듯했다. 몇몇 작가를 제외하면, 일본 소설이 한국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는 명확한 주제 의식, 가독성 좋은 다이제스트한 스토리텔링과 문체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 야구>는 눈에 띄는 주제를 찾기 어렵고, 인물 간의 관계나 행동 또한 기괴하다. 야구를 추억한다지만 야구를 아는 독자라면 그것이 과연 야구냐 할 만큼 기억은 일그러져 있다. 오히려 기괴한 인간상과 언어 유희의 향연을 만난다.

 

 

"야구(사어(死語)……아주 옛날에 사라졌기 때문에 자세한 것은 알려지지 않았다. 긴 것으로 둥근 것을 치는 게임이라고도 전해진다. 지면에 네모난 것을 놓고 악귀를 쫒았다." (p.102, <센티멘탈 베이스볼 저니>) 이러한 시대에 야구광이었던 큰아버지는 초등생 조카에게 야구를 잘하기 위해선 시 900편과 포르노 100편을 주구장창 보라고 이르기까지 한다.

 

 

"이렇게 해서, 나는 한신 팬인 극작가에게 한신 타이거스가 우승하지 않았던 1985년의 시즌에 대해 배우게 되었어. 그의 말에 따르면 우리들은 '한신 타이거스가 우승을 했다'라는 이데올로기의 지배하에 있었다는 거야."(p.226, <일본 야구의 행방>)

 

 

 

실제 다카하시 겐이치로 작가는 <우하하고 감상적인 일본 야구>로 제 1회 미시마 유키오 상을 받았고, 자국에서 포스트 모더니즘 소설의 기수로 여겨진다고 한다. 기존 일본 문학의 서사 구조를 해체하고 자기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창조했다는 평이다. 작가는 1960년대 말 전공투 세대로 학생운동에 참여했다 구금된 이후, 한동안 실어증을 앓았다. 그 경험 덕분인지 언어와 문학 연구에 천착했고, 뻔한 글쓰기에서 벗어나 일본 문학의 지평을 넓혔다. 대표작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 야구>는 그 산물이다.

 

 

물론 기성 일본 문학과 이를 해체한 포스트 모더니즘의 서사 구조 방식에 낯선 독자에겐 작품이 어렵다. 앞서 밝혔듯, 해독하기 어려운 부조리극을 읽는 듯해서 불편한 감도 있다. 하지만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 야구>가 절판되자, 소설 마니아들이 헌책방 순례에 나섰을 만큼,(책 띠지 인용) 다카하시 겐이치로는 문학 애호가나 일본 문학 연구가들에겐 입소문으로 인정 받고 한번쯤 독파해야 할 작가로 유명하다.

 

 

여전히 이 소설집은 나에게 아리송하다. 언뜻 야구광들의 기괴한 군상과 언어 유희에서 일그러진 우리네 삶의 단상이 엿보이고, 기성 문학을 비판하고 해체하는 시도가 언뜻 보이기는 한다. 문학과 언어에 조예가 깊어지면 다시 읽어보고 싶다. 그때는 소설의 진의와 가치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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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12-22 2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캐모마일님, 2017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2017-12-23 0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캐모마일 2017-12-23 11: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벌써 발표가 났나보네요. 축하 감사드립니다.

서니데이 2018-01-01 17: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캐모마일님, 새해인사 드립니다.
오늘부터 새해입니다.
새해에는 좋은 일들 함께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연화 2018-03-25 16: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달인님이 놀러오셨군요 반갑습니다.

달인님 다운 문장력이시네요 많이 배워야 겠습니다.

알게 되어 영광입니다 행복한 주말되세요

가치있는삶 2018-06-09 0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글 입니다^^
 
기탄잘리
라빈드라나드 타고르 지음, 류시화 옮김 / 무소의뿔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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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르를 동양인 최초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만든 <기탄잘리>. 시집을 생각하면 이 말이 떠오른다.  "고전이란 아는 사람은 많지만 읽은 사람은 별로 없는 작품". 우리니라 독자에게도 타고르는 대문호이자 유명한 시인이다.  동양인 최초로 노벨상을 탄 수상자이자 직접적인 인연도 있다. 언론인 이태로에게 남긴 짧은 시 덕분이다. 주요한 작가가 번역하였다.

 

 

 아시아의 황금기에

 그 등불지기 중 하나였던 코리아

 그 등불 다시 한 번 켜지기를 기다리고 있네.

 동방의 밝은 빛을 위해

 (p. 241)

 

 

마침 류시화 시인의 번역본이 출간되었다. 언젠가 TVN <비밀독서단>이란 프로그램에서 류시화 시인의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을 소개한 적이 있다. 그 편을 시청한 후에 시인을 다시 봤다. 패널로 나온 조승연 씨가 인도 신화를 근거로 시집을 해석했는데 그 관점이 신선하고 깊이 있게 다가왔다. 시집을 다시 읽었다. 류시화 시인은 단순한 서정시인을 넘어 구도의 시인으로 뇌리에 남았다. 

 

 

 

류시화 시인은 타고르의 <기탄잘리>를 어떻게 한글로 옮겼을까. 궁금했다. 구도자적 관점에서 영성이 깃든 시집을 제대로 이해하고 번역했으리란 기대감이 들었다. 류시화 시인의 손을 거쳐서일까. <기탄잘리>는 평이한 언어로 쉽게 읽힌다. 반면에 두세 번 읽고 곱씹을만큼 울림이 있다.

 

 

<기탄잘리>. '기트'는 노래고, '안잘리'는 두 손에 담아 바친다는 뜻이다. "노래의 바침'이다. 안타깝지만 벵골어 원전이 아닌 영문 번역판으로 노벨상을 수상했는데, 영문판은 뱅골어판 <기탄잘리>에서 53편, 그 외의 시집에서 50편을 선별해 타고르가 직접 편집하고 번역하였다.총 103편의 시들은 대체로 'thou'를 예찬한 내용이 많은데,  'thou' 는 영문 구어로 'you'란 뜻이다. 우리나라에선 김억이 '주님', 오천석이 '님'으로 번역하였고, 정지용은 김억이 남긴 기독교적 분위기를 빼고 한층 문학적으로 옮겼다는 평이다. 류시화 시인은 '당신'으로 번역한다. ('타고르의 생애와 문학', <기탄잘리>에서 광범위하게 인용)

 

 

시에서 '당신'은 궁극적 자아이자 무한한 존재, 절대자로 볼 수 있다. 물론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다. 이러한 시상은 우리나라 저항 시인 한용운에게 영향을 미쳤다. 짐작하였으리라 예상된다. 바로 <님의 침묵>에서 "님"이다. 시집은 이러한 "당신"에 대한 동경과 찬미, 그와 대조적인 인간 삶의 유한성과 굴곡에 대한 관조로 이루어져 있다. 한용운 시인의 시집 <님의 침묵>을 감명 깊게 읽은 독자라겐 특히 추천해 본다. 반면에 이같은 주제 의식은 인도 전통 사상을 답습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단순히 <우파니샤드>에 브라만(궁극적 실체)과 아트만(개별적 참 자아) 개념을 차용했다는 것이다.

 

 

당신은 나를 끝없는 존재로 만들었습니다. 그것이 당신의 기뿜입니다. 이 부서지기 쉬운 그릇을 당신은 비우고 또 비워, 언제나 새로운 생명으로 채웁니다.

이 작은 갈대 피리를 언덕과 골짜기로 가지고 다니며 당신은 그것에 끝없이 새로운 곡조를 불어넣습니다."(p.11)

 

 

타고르는 조국 인도가 영국에 점령돼 직할식민지로 전락한 시대를 살았다. 서구권과 일본에 유명세를 얻어서 하버드 대학교 등 각종 강연과 문예 활동을 하였지만, 명성만큼 만만찮은 비난을 겪었다. 일본에서 각광을 받았지만 일본의 제국주의와 국가주의를 비판했다. 1915년 영국에서 수여한 작위를 거부하여 영국인에게 비난을 받았다. 인도에선 '시인'을 '카비'라고 부른다고 한다. '카비'는 '신과 인간 사이에 위치하는 선지자'를 뜻하는데, 카비의 영혼을 가진 타고르에게 제국주의와 국가주의, 편협한 민족주의는 좌시할 수 없는 병폐였을 것이다. 쏟아지는 찬사에 스스로 찬물을 끼얹을지언정 거부해야 할 광기였을 것이다.

 

 

누구에겐 잊혀진 고전, 동양인 최초의 노벨문학상의 영예를 안긴 작품으로 기념비화되었지만, 여전히 뱅골 지방에선 그의 시가 노래로 불리며 역동적인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인도와 방글라데시 국가(國歌) 가사로 쓰이고 있다. 이번에 류시화 시인의 번역을 통해 생동하는 <기탄잘리>를 만날 수 있었다.

 

 

시집은 타고르가 엮은 103편의 산문시와 예이츠의 서문, - 예이츠는 타고르를 서방 세계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 이해를 돕기 위해 타고르의 생애와 문학, 주한 인도대사의 추천사를 담았다. 마지막으로 노벨상 수상작인 영문판 시도 수록했다. 시가 선뜻 와닿지 않는다면 먼저 타고르의 생애와 문학을 먼저 읽어보면 좋다. 타고르의 인생 궤적을 알고 작품을 읽으면 이해가 쉽다. 타고르의 생애 사진과 직접 그린 그림 삽화와 함께. 기존의 번역본도 있지만, 이번 류시화 번역본은 특히 독자에 대한 작가와 출판사의 세심한 배려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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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삶을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 죽음을 앞둔 서른여덟 작가가 전하는 인생의 의미
니나 리그스 지음, 신솔잎 옮김 / 북라이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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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의 라틴어다. 고대 로마 장군이 개선 행진을 할 때 뒤에서 노예가 메멘토 모리를 외치는 관행이 있었다. 승리에 우쭐하지 말고, 진지함과 겸손함을 잃지 말라는 일침이었다고 한다.



인간은 영원할 것처럼 일상을 보낸다. 막상 중병에 걸리면 삶을 갈망하고 하루하루 주어진 시간에 감사한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나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처럼 이른바 메멘토 모리 장르가 감명 깊은 이유는 간접 경험을 통해서나마 삶의 유한성을 다시금 깨닫고 성찰할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이 삶을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의 저자 니나 리그스는 서른 여덟 나이에 전이성 유방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는다. 1년 6개월 후인 서른 아홉, 2017년 올해 2월 26일 아침 6시에 세상을 떠났다. 탈고 작업을 하던 중 영면했다. 에세이가 출간된 이후 아마존 베스트셀러,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2017년 추천도서 등에 올랐고, 다양한 찬사가 쏟아졌다. 저자가 영문학과 시를 전공하고 랄프 왈도 에머슨의 5대손이라 그런지 '유려한 문장', '뛰어난 문체'라며 광고하는데 사실 허언은 아니다.



다만 문장이 지닌 아름다움은 문학적 수사보다 니나 리그스의 인간미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작가는 전이성 암 판정을 받은 뒤, 하필이면 4개월 후에 어머니를 떠나보냈다. 암세포가 척추와 뼈에 퍼질수록 걷기조차 힘들었다. 항암 치료를 견디며 유언장을 작성하면서 한 살 연상의 남편과 10살이 채 되지 않은 아들 둘을 남기고 세상을 떠날 준비를 해야 하는 그 심정은 어땠을까. 그녀는 죽음을 앞두고 담담하면서도 섬세하게 마지막 여정을 기록해 나갔다.



지나친 신파나 과도한 철학적 사색도 아니다. 시한부 투병 생활의 고단함, 가족과 친구들 이야기와 주마등처럼 문득문득 떠오르는 추억. 몽테뉴와 에머슨이 남긴 인상적인 구절들이 자연스럽게 어울어져 독자를 뭉클하게 만든다. 격앙되지 않은 문장은 더 큰 울림을 준다.  책장을 덮으며 아직 내게 남은 삶을 생각하니 새삼 감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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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7-12-02 06: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꼭 읽어봐야겠어요.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캐모마일 2017-12-02 06:2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개인적인 말씀이지만 저희 어머니가 유방암 0기 판정을 받고 한두 달에 한번씩 검사를 받고 계신데 어머니께도 한 권 선물해드릴려구요.

라로 2017-12-02 06:50   좋아요 2 | URL
그러시군요. 제 친정 어머니는 암으로 돌아가셨어요. 캐모마일 님의 어머닌 암을 잘 이겨내셔서 오래 님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캐모마일 2017-12-02 06:55   좋아요 1 | URL
아...그러셨군요. ㅜㅜ 덕담 감사드립니다.
 

 

황상민 교수는 대한민국 심리학자 중에 유명하기로 손꼽힌다. 각종 매체를 종횡무진 출연할뿐만 아니라 팟캐스트 <황상민의 심리상담소>를 운영하는데, 벌써 시즌 7을 맞았다.

 

 

<황상민의 성격상담소>는 황상민 교수가 10년 넘게 연구한 '황상민표 성격 유형 검사'(WPI, Whang's Personality Inventory)를 소개하고, 각 유형에 부합하는 상담 사례를 수록했다. WPI의 자기평가는 총 5가지로, 나는 어떤 성격 유형일까를 진단한다. 리얼리스트, 로맨티스트, 휴머니스트, 아이디얼리스트, 에이전트로 나뉜다.

 

 

또한 타인평가가 있는데, '주변 사람이 생각하는 나'를 체크하는 것으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대해 결과를 알려준다. 릴레이션(relation), 트러스트(trust), 매뉴얼(manual), 셀프(self), 컬처(culture) 등 이 또한 5가지로 분류한다. 자기평가와 타인평가를 종합하여 WPI 프로파일을 도출하고 결과 내용을 해석한다. WPI는 기존 외국 심리 검사를 답습하지 않고 황상민 교수가 한국인의 특성을 10여 년간 연구하여 만들었다. 그만큼 한국인에게 적합한 성격 검사라고 할 수 있다.

 

 

화자는 W-tbot(WPI translating robot)이다. 설록 황(황상민 교수의 별명 - 온화한 미소 속에 날카로운 시선을 던진다고 하여 그렇게 지었단다.)의 상담을 번역하는 인공지능 로봇이라는데, 황상민 교수의 입담을 십분 활용하면서 때로는 사례자에 대한 쓴소리도 서슴지 않는다. 로봇을 화자로 내세운 이유 같다.

 

 

 

 

 

 

 성격상담소 1권 <무난하게 사는 게 답이야>는 5가지 자기 평가 중 '리얼리스트의 진정한 자기 찾기'를 조명한다. 리얼리스트는 타인의 인정을 통해 존재감을 획득하고, 소속감에서 안정을 느낀다. 예컨대, 전형적인 공무원이나 공사, 혹은 샐러리맨의 표상이랄까.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고 했고, 옛 성현들은 자신을 아는 것이 큰 지혜라고 설파했다. 물론 그분들 말씀엔 더 큰 함의가 있지만, 세상엔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없는 공허감을 느끼며 내가 잘 살고 있는지 한탄하는 이가 수두룩하다.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까. 자기 성격과 진정 원하는 목표를 아는 것이 주춧돌이다. <황상민의 성격상담소>는 자아 찾기를 위해 나선 이들에게 필요한 책이다.

 

 

 

 

황상민의 성격상담소 2편은 <좀 예민해도 괜찮아>로, '로맨티시스트'에 촛점을 맞췄다. 제목처럼 로맨티시스트는 예민하고 불안정하고 걱정이 많다. 예술적 감성으로 발현되기도 하지만, 스스로를 우울함이나 세상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기대로 몰아넣기도 한다.

 

 

타인평가(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트러스트(trust)다. 타인에게 믿음직스럽게 보이고 싶어하고, 완벽주의 성향이 있어서 자기 확신이 필요하다. 한편으론 리얼리스트와 달리 대중 앞에서 긴장하고, 낯선 환경을 부담스럽게 여긴다.

 

 

로맨티시스트의 약점은 감성적이라 내면의 감정을 잘 캐치하지만 그것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행동으로 옮기기까지 우물쭈물한다는 데 있다. 내면에 대한 자제력이 아니라 일부러 억제하며 사는 것이다. 속으로 수십, 수백 번 망설이지만 그렇다고 저질러버리면 결과는 썩 좋지 않을 때가 많다.

 

 

사례자들을 보면, 명색이 로맨티시스트임에도 감정 표현에 서툴고 연애에 어려움을 겪는다. 또 한 사례자는 본인을 아이디얼리스트로 여기고 역사, 철학 교양을 쌓지만 실천하지 못해 자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누구는 아이디얼리스트가 되고 싶고, 누구는 에이전트가 꿈꾼다. 내 성격과 이상향이 다르다. 실제로 자기평가는 로맨티시스트지만 타인평가(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에이전트 성향의 컬쳐로 나오기도 한다. 물론 자기평가 항목에선 에이전트 유형이 바닥이지만.

 

 

예컨대, 앞서 사례자처럼 자기평가가 로맨티시스트인데, 아이디얼리스트로 착각하고 역사, 철학 교양을 쌓는 공부는 단순히 나는 이렇게 보이고 싶다는 일종의 의지표현에 가깝다. 교양을 쌓는 그 자체는 권장할 일이지만 지금의 불만족을 해결해주는 기제는 아니다. 로맨티시스트의 장점은 오히려 예민한 감정과 공감에 있다. 지금 입는 옷이 불편하다면 다른 옷으로 갈아입어야 한다. 남에게 보이고 싶은 장신구보다 나에게 어울리는 치장이 더 멋있는 법이다.

 

 

 

 

 황상민의 성격상담소 3권 <오지랖 넓은 게 어때서>는 '휴머니스트의 멋진 자기 찾기' 여정이다. 그런데 휴머니스트와 오지랖은 무슨 상관관계가 있을까. 휴머니스트는 사교적이라 넓은 인간관계를 형성한다. 남들에게 번듯하게 보이고 싶고, 자기 감정을 잘 표현해서 인간관계의 달인처럼 보인다. 한마디로 오지랖 넓은 사람이다.

 

 

반면에 깊고 복잡한 관계엔 서툴다. 남의 감정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일 자체보다 인간관계에 포커스를 맞추는 타입이다. 사람은 좋지만 덜렁댄다던지, 일보다 사람에게서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

 

 

한 사례자는 결혼 20년차 주부다. 아이디얼리스트 고3 딸과 불화를 겪고 있다. 10년 전 난소함을 겪고 가족에게 헌신하고자 마음 먹었지만, 딸은 웹소설이나 판타지 세계에 빠져 성적이 떨어진다. 잔소리를 할수록 관계는 더 악화돼 고민이다.

 

 

사례자는 휴머니스트다. 타인에게서 에너지를 얻는 외향적인 스타일인데, 가정에 충실한다는 명분 아래 에너지를 안으로만 쏟고 있으니 제 뜻대로 되지 않는 딸이 더욱 못마땅하다. 게다가 딸은 하필이면 리얼리스트가 아닌 아이디얼리스트다. 리얼리스트라면 현실에 순응하겠지만 아이디얼리스트는 다르다. 받은 만큼 몇 배로 되갚아주고 자기 관심사에 천착한다. 그러니 엄마에게 딸은 문제의 근원이다. 다 딸 탓이다.

 

 

차라리 휴머니스트 엄마가 가정에 집착하지 말고 대인관계 등 자기 삶의 영역을 갖고 있었다면, 아이디얼리스트 딸이 가진 관심사를 인정해주고 칭찬과 격려로 이끌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누구나 잘잘못을 따지고 손가락질하긴 쉽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각자 성향을 이해하고 서로 인정하는 길에 있다. 그래서 '멋진 자기 찾기'가 필요하다. 

 

 

 

 

 황상민의 성격상담소 4권 <독특한 게 어떄서> 표지를 보고, 인기 미드 <빅뱅 이론>이 떠올랐다. 칼텍 출신의 네 과학자, 혹은 공학자의 일상을 다룬 시트콤인데, 남다른 등장 인물 중에서도 더 유별난 "셸든"이 아이디얼리스트의 표본이 아닐까 싶어서다.

 

 

셸든은 사고방식이 독특하다. 천재형이니 이상주의적이고 창의성 높은 거야 더할 나위 없고, 에고이스트에 고집이 강해서 레너드가 오기 전까지 룸메이트들이 다 셸든을 욕하며 떠났다. 자아도취 빼면 시체다. 그러니 조직 생활이나 관리 차원은 잼병이다. 남의 욕구를 맞추는 일이나 반복적인 작업은 질색이다. 이른바 4차원의 전형이다.

 

 

주변에도 4차원으로 불리는 인간들이 꽤 있다. 그들은 자기 세상에 빠져 살고 남들이 보지 못하는 면을 캐치해 낸다. 시쳇말로 독고다이지만 창의력이나 업무 능력은 인정할 만하다. 이렇게 아이디얼리스트로서 개성을 인정받고 살면 오죽 좋으련만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마치 시지포스가 산꼭대기에 바위 올리기를 반복하는 것처럼 삶이 무기력하고 거기서 의미를 찾지 못해 고민하거나, 조직 생활에 적응이 어렵고 특히 상사와의 트러블로 고생하는 아이디얼리스트가 많다. 그들은 반복되는 일상에서 두 번째 사춘기를 맞기도 한다.

 

 

아이디얼리스트에겐 자기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공간, 창의력을 발휘하고 흡수할 수 있는 예술같은 취미, 그리고 타인평가 중에 셀프(self) 항목이 중요하다. 삶의 의미와 자존감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덕목이지만, 4차원 인종이 살아가는 데 더없는 필수품인 까닭이다.

 

 

일상에 회의감을 느끼고 무기력하다고 다 아이디얼리스트는 아니다. 많은 이들이 자신이 창의적이고 이상적인 성향으로 분류되길 원한다. 은연중에 착각한다. 다만 그런 성향이 없다는 게 아니라, 아이디얼리스트로 규정짓기엔 다른 성향이 더 강한 경우가 다반사다. 황상민표 성격 유형 검사(WPI)를 하면 자신이 아이디얼리스트인 줄 알았다는 사례자들이 꽤 있다. 내가 입고 싶은 옷과 내 스타일에 맞는 옷은 다르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 내 체격과 스타일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황상민의 성격상담소 5권 <일 열심히 하는 게 어때서>는 '에이전트의 뿌듯한 자기 찾기'를 다뤘다. 에이전트는 일을 통한 성취에서 존재감을 찾는다. 리얼리스트, 휴머니스트가 인관관계 중심이었다면 에이전트는 업무가 우선이다. 과업와 결과 중심으로 사고하고, 자기중심적인 업무와 평가관을 가지고 있어서 전문직 스타일에 어울린다.

 

 

예컨대,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이 멋진 정장을 빼입고 워커홀릭처럼 일하고 퇴근한다. 집 장식장엔 취미 생활 용품이 컬랙션처럼 진열되어 있다.  일이든 취미든 자기가 설정한 기준에 부합하고 그 결과를 도출해야 하는 강박증이 엿보인다. 만약 드라마라면 어느날 로맨티시스트나 아이디얼리스트 여주인공을 만나 자기 일상에 균열이 가기 시작하고 자기 세계 외에 진정한 사랑을 알아간다는 도식적인 스토리텔링이 이어질 것이다.

 

 

이들의 현실 문제는 무엇일까. 자기 적성에 맞고 역량을 십분 발휘하는 직장을 찾지 못해 여기저기 전전하거나, 직장 동료가 무능력한 탓에 볼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혹은 일과 양육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 노력하지만 스스로 원하는 성과가 나지 않아서 둘 다 낙제점이란 느낌이 들 때다. 자기 기준에 따라 일에 몰두하고 역량을 십분 발휘해서 성과를 내야 하는데, 이도저도 아닐 때 스트레스와 회의감이 든다.

 

 

에이전트에게 필요한 것은 목적의식과 그것에 부합하는 노력이 가능한 직장과 취미, 개인적인 업무 공간이다. 그렇지만 과연 이런 환경에서 일하는 부류가 몇이나 될까. 이리저리 치이지 않는 세상사를 위해 지금도 사람들은 얼마나 고뇌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가. 그래서 나를 알고 내 성향에 맞는 세상살이 지혜가 필요하다.

 

 

 

 황상민표 성격 유형 검사(WPI)는 "넌 리얼리스트야. 이런 삶이 옳아!" 식의 독단적인 검사가 아니다. 자기 평가가 리얼리스트지만 휴머니스트 성향을 높게 가질 수 있다. 리얼리스트라고 하여 타인 평가가 꼭 릴레이션(관계)으로 도식화되지 않는다. 다양한 자기 평가와 타인 평가가 나오고, 자기 찾기에 반영한다. 내가 생각지도 못한 이면을 발견할 수도, 타인을 섣불리 평가했던 부분을 반성할 수도 있다. 일단 후회없는 삶을 살려면 나 자신을 알아야 한다.

 

 

<황상민의 성격상담소>를 읽고 팟캐스트 <황상민의 심리상담소>와 웹사이트 "황상민의 심리연구소"에 있는 WPI 검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 책에서 다룬 사례를 바탕으로 내 성향이 대충 짐작은 가지만, 공식적으로 WPI 검사를 통해 진정 나를 알아가는 여정을 떠나보고 싶다. W-Tbot은 말한다.

 

 

  "WPI는 '나란 인간'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새로 짓는 게 아니라 자기 성격 시스템과 마음의 작동 원리를 정확하게 알고 제대로 대응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성격은 저마다 고유한 성질과 품성이 반복적으로 작동하는 심리 패턴이기 때문이죠.

  WPI 프로파일 해설서에 나온 정답지를 보고 답만 달달 외울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아는 게 가장 중요해요. 그리고 거기서 파생된 문제와 직면해야 합니다. 그게 먼저예요.

  자기 알기.

  말은 쉬워 보이지만, 어려워요. 인정해요. 그런데 쉽다면 셜록 황과 제가 왜 있겠어요. 셜록 황이 저 개발하느라 시간, 돈, 에너지 엄청 썻어요. 세상에 공짜는 없답니다."(p.19~20)

 

 

팟캐스트 <황상민의 심리상담소>를 검색하거나, WTI에 관심이 있다면 아래 주소로 접속하면 된다.

 

 

https://check.wisdomcenter.co.kr/home/home.htm 

 

 

WTI 검사는 공짜는 아니고 11,000원을 지불하는 유료 검사다. 사례자들을 보면 검사 결과를 받아보고 평소 본인이 생각했던 성향과 달라서 놀라는 경우가 많다. 검사가 삶의 정답지는 아니겠지만 심리학, 심리검사를 좋아하거나 본인도 몰랐던 성격을 확인하고 싶은 독자에겐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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