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와 자유의 길
법정 지음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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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투브에서 우연히 법정 스님 관련 영상이 알고리즘으로 떴다. 맏상좌 덕조스님이 법정스님께서 송광사 수련원장을 맡으실 당시, 수련생들을 위해 쓰신 교재 원고를 발견하고 출간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법정스님께서 입적하시기 전에 필업을 남기지 않으시겠다고 하시며, 그동안 출판하신 책들을 절판하기로 하셨다. 그후 <무소유>를 비롯한 저서가 중고시장에서 비싼 값에 거래되었고, 여러 저자가 법정 스님께서 남기신 어록이나 일상을 책으로 엮어내었다. 혹은 미발표 원고가 발견되어 빛을 보거나 <설전>처럼 성철 스님과의 대담집이 발간되기도 했다.


그만큼 스님을 그리고 수필을 그리고 가르침을 그리는 독자가 많은 까닭이겠다. <진리와 자유의 길>은 작년 5월에 출판되어 신간은 아니다. 그동안 알라딘 중고서점 매장에서 스님 저서를 모았던 입장에서 책이 나온지도 몰랐다니 참 아쉽다. 출간 당시 이목을 끌었던데, 왜 못 봤을까. 


이제라도 부랴부랴 구매했다. 아직 받아보진 않았다. 익숙한 수필 형식이 아니라 강원생들 수련을 위한 불교 교재라니 더욱 궁금하다. 강의 자료라 불법에 관한 전문적인 해설을 담았겠지만, 대중이 읽기에 너무 어렵지 않다고 한다. 큰 부담 없이 읽히면 읽히는대로, 모르면 모르는대로 보고 또 보면 괜찮지 싶다. 


소개에 따르면, 법정스님께서 생각하시는 '불교의 요체를 담았다고 한다. 물론 맏상좌 덕조스님이 은사님의 유언과 달리, 유고를 세상에 내 보이다보니 조심스러운 입장을 여러 번 강조하셨는데, 독자 입장에선 참으로 반가운 법문이고 인연이다. 빨리 이번 주에 배송을 받아서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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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1-10 22: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법정스님 책이 몇년전 10주기를 맞아서 다시 재출간 된 책들이 있어요. 거의 절판되다거 그 때 무소유를 비롯해서 여러권 다시 볼 수 있어서 좋긴 했어요. 불교 이론은 해제가 있어도 어려운 내용이 많은 것 같아요. 잘읽었습니다. 캐모마일님 좋은 밤 되세요.^^

캐모마일 2022-01-10 23:54   좋아요 3 | URL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10주기 재출간본이 있는 줄도 몰랐네요....ㅜㅜ

서니데이 2022-01-11 21: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늘 많이 추웠는데, 내일 아침도 기온이 많이 내려간다고 해요.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밤 되세요.^^
 
2022년 어린왕자 마음의 눈으로 보이는 것들 탁상 달력
북엔 편집부 지음 / 북엔(BOOK&_)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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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한 해가 갈수록 달력이 소중해진다. 예전엔 날짜만 보고 살았다. 은행이나 가게에서 몇 개 받으면 구석에서 먼지가 쌓이기 일쑤였다. 연말이 되면 버렸다. 아깝지만 추억하고 쌓아둘 물건은 아니었다.


이제는 한 달, 혹은 몇 달 앞을 설계한다. 또 하루하루 일과를 미리 적어놓지 않으면 잊어버린다. 달력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 것이다. 닥치는대로, 그냥 있는 그대로 하루를 살 기가 버거워졌다. 삶을 충실하게 산다는 자기계발 목적은 아니다. 생존 때문이다. 각종 대출 이자니 카드 결제일이니 업무 관계일이니....섭섭하고 쓸쓸하다.


마음을 달래려 괜찮은 달력을 샀다. 예전같으면 제 돈 주고 사지도 않았겠지만, 이제는 저렴한 값에 이만한 효용을 주는 물건이 별로 없다. 눈길이 자주 가는 제품을 고르던 중에, 어린왕자 탁상 달력을 골랐다. 


새 해 맞이 그림은 행성 위에 어린왕자와 사막여우, 양 박스가 그려져 있다. <어린왕자> 속 명언이 달마다 적혀 있다.


"눈에 보이는 건 껍질일 뿐이야.

마음으로 봐야 보인단다.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10월은 어린왕자가 자기 행성에서 바오밥나무를 정리하는 그림과 함께, 


"다른 사람을 판단하는 것보다

자기 자신을 판단하는게 훨씬 어려운 일이지.

네가 자신을 판단할 수 있따면

그야말로 진정한 현자가 되는 것이다."


라는 글귀가 있다. 한줄 평에 3월 글과 10월 글이 같다는 평이 있던데, 2022년 해가 지나고 구매해서인지 그세 수정되었나 보다. 검수하니 그림과 글이 달랐다.


달마다 그림을 보고 글을 읽으면서 잠시나마 마음을 정화하고 다짐을 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빨간머리 앤과 고흐 달력을 사서 가족에게 나눠줬다. 새 해 선물로 비싼 건 사 줄 여력이 안 되고 서로 부담스러운데, 캐릭터 탁상 달력 하나씩 전달하니 가성비가 썩 괜찮은 듯하다. 


2022년엔 코로나가 한 풀 꺾이고 일상이 돌아오길 바란다. 2019년만 해도 하루 종일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를 두고 살아야 하는 생활을 상상도 못했다. 그런데 그게 당연한 현실이 될 줄이야. 


달력을 한 장 한 장 넘겨본다. 6월, 7월을 넘기면서 생각한다. 2022년 여름 즈음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때는 보다 희망찬 메시지를 달력에 쓸 수 있기를 바란다.


"다른 사람을 판단하는 것보다

자기 자신을 판단하는게 훨씬 어려운 일이지.

네가 자신을 판단할 수 있따면

그야말로 진정한 현자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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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어린왕자 마음의 눈으로 보이는 것들 탁상 달력
북엔 편집부 지음 / 북엔(BOOK&_)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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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달력이 이쁘네요. 3월과 10월이 글귀가 같다고 했는데, 제가 나중에 구매해서 그런지 바뀌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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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받으라
박해로 지음 / 네오픽션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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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받으라>는 <살(煞): 피할 수 없는 상갓집의 저주>를 쓴 박해로 작가의 오컬트 호러 소설이다. 작가는 러브크래프트의 크툴루 신화를 한국 역사에 접목한 시리즈 <귀경잡록>을 집필하는 등, 우리나라 색깔을 가진 토속적 공포물로 독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소설은 백여 년을 넘나드는 이야기를 다룬다. 1876년 장일손은 섭주 관아에서 현령 김광신에 의해 천주쟁이로 몰려 급하게 참수당한다. 하지만 그와 관련된 천주학 서적이나 증거들은 석연치 않았고, 장일손은 김광신의 일족과 망나니 석발에게 저주를 퍼부으며 죽어갔다. 그후 섭주에는 기이한 일들이 벌어진다. 망나니 석발은 장일손의 망령에 시달리다 선녀보살을 찾아가지만, 둘은 참혹한 죽음을 맞는다.



백 년이 지나 1976년, 목사 정균은 섭주에 시골 개척 교회를 설립한다. 동네 주민들은 정균을 따르고 신앙을 받아들이며 순조로운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날 무당의 딸이란 이유로 동네에서 배척받던 묘화에게 이적이 일어난다. 동네 주민들은 정균에게 묘화가 벌이는 기적을 판별해주길 원하지만, 정균은 묘화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한다. 그는 어릴 적 신병(神病)에 시달린 후 신기에 다가가면 몸살이 났고 이를 견디기 위해 오히려 목회자가 되는 길을 택한 비밀을 간직하고 있었다. 정균은 결국 용기를 내어 기이한 일들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섭주에 일어난 이적은 주님의 은총일까, 아니면 악마의 저주일까. 참 믿음과 거짓 믿음을 어떻게 판별하고 옳은 신앙과 그릇된 신앙은 어떻게 정의내릴 수 있을까. 백년 전 사교(邪敎)로 몰려 사형당한 장일손이 내린 저주와 그의 비밀은 무엇일까. 장일손의 종교는 무엇이었고 그는 어떤 나라를 꿈꿨을까. 그 함의에 대해서도 할 이야기가 많지만 스포일러라 밝힐 수 없는 점이 아쉽다. 



<신을 받으라>는 마치 한국 오컬트 영화계의 명작으로 꼽히는 <곡성>과 <사이비>를 연상케 한다. 작가의 전작 <살(煞) : 피할 수 없는 상갓집의 저주>보다 스케일은 커지고 긴장감은 정교해졌다. 특히 일제 강점기 시절 백백교나 여타 사이비, 이단 종교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한번쯤 읽어볼 만하다. 사회비판적인 메시지도 엿볼 수 있겠다. 그리고 제목부터 범상치 않은 작가의 차기작, <독생자>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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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죽음 1~2 세트 - 전2권 - 베르나르 베르베르 장편소설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함지은 북디자이너 / 열린책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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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의 신작 <심판>이 출간되었다. <인간> 이후로 작가가 쓴 두 번째 희곡이라고 한다. 올 초여름 <기억>이 나온 것을 생각하면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는 한국 독자에게 다작형 작가로 자리잡은 듯하다. 신간이 꾸준히 출간되는 데다 일단 나오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또 그 틈새에 기존 소설의 리커버 판까지 계속 나온다. 마치 휴식기가 없는 작가로 인식이 박혀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죽음>은 2019년 5월에 출간된 소설로 신간 <심판>, 올해 나온 <기억> 이전 작품이다. 내가 처음 읽고 작가의 팬이 된 작품이 <타나토노트>여서인지 <죽음>에 유달리 관심이 갔다. <타나토노트>란 제목 자체가 그리스어 타나토스(죽음)과 나우테스(항해자)의 조합이다. 내용은 모르지만 타나토노트의 한 축인 타나토스를 직접적으로 다뤘기 때문에 옛 추억을 떠올리지 않고 못 베기게 만들었다.



사족이나 잠시 <타나토노트>를 설명하자면, 소설은 사후세계를 밝히는 영계탐사단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인위적인 실험으로 임사 체험을 유도하여 영혼을 영계로 보내는 과정이 호러, 스릴러,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를 넘나드는 것 같았고, 사후 세계 묘사 또한 기발했다. 윤회를 하면서 마일리지를 쌓아간다는, 지금은 조금 유치해보일 수 있는 설정까지도 신기했을 정도였다. 베르베르 월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가상의 인물, 에드몽 웰즈가 쓴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에서 인용한 내용은 작품에 신화적이고 종교적인 색체를 더했다. 나는 자부한다. <개미>파가 성골이라면 <타나토노트>파도 진골쯤은 될 것이라고. 비록 <천사들의 제국>이나 <신>처럼 직접적인 시리즈는 아니지만, <죽음> 또한 <타나토노트>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라고 본다. 



<죽음>은 대중적인 인기 작가 가브리엘 웰즈의 돌연사로 시작한다. 이후는 스포일러 포함이다. 죽음을 소재로 한 장편 소설 출간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본인이 현실에서 죽음을 맞이한 주인공 가브리엘 웰즈가 영혼이 되어 자신의 죽음에 얽힌 미스테리를 밝혀 나간다는 스토리다.



내용 자체가 베르베르 작가 팬에게 어필하기 충분하다. 여기에 베르베르 월드의 매력적인 설정을 시즈닝처럼 곳곳에 아주 엄청나게 뿌려놓았다. 연금술과 영매술, 드루이드를 포함한 신화적 설정들을 배치해 놓았고, 주인공 자체가 작가의 작품세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저작자인 에드몽 웰즈와 작은 손자뻘 관계다.



게다가 주인공은 이미 영혼이 된 대작가들과 만나고 얽히기까지 한다. 주인공이 <셜록 홈즈>의 작가 코난 도일에게 추리를 직접 부탁하고, 이미 영혼이 된 대작가들이 편을 나누어 펼치는 토론과 전쟁에 참여한다. 도스도예프스키나 괴테처럼 기성 평론가들에게 불멸의 고전으로 인정받은 작가들에 맞서서, 코난 도일과 러브 크래프트를 비롯한 이른바 상상력 작가 진영이 편을 짜서 대항한다. 셜록 홈즈가 버스커빌가의 개를 불러오고 러브 크래프트가 크툴루를 소환한다.



그래서 결국 가브리엘 웰즈는 왜 돌연사를 했고 범인은 누구인가? <죽음>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타나토노트>보다 친절하고 성실하게 설명해 준다. 더러는 고차원의 세계에 도달한 가브리엘 웰즈에 경탄할 것이고, 더러는 황당하고 어이없게 느껴질 것이다. 내 입장에선 후자라고 해서 꼭 틀에 박힌 기존 문단 권력형 독자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른바 상상력 문학을 좋아하고 고전 문학에 조예가 깊지 않은 나도 좀 황당하고 어이없었다. 



짐작했듯 주인공 가브리엘 웰즈는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가 본인을 투영시킨 인물로 볼 수 있다. 작가는 우리나라에선 누구보다 사랑받지만, 다른 나라에선 우리나라만큼 대우가 영 좋지 못한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장르 작가라는 이미지 때문에 기성 비평가에게 그닥 호평을 못 받는 것으로 안다. 그러니 기성 비평가들이 찬양해 마지않는 고전 작가들, 기존 문단 권력들을 한 축에 놓고, 대중성을 가진 장르 작가들을 다른 축에 상상력 작가 집단으로 놓아서 서로 전쟁을 벌인다는 설정을 쓰지 않았을까. 아마 작가의 팬이라면 이 부분에서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캐치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죽음>을 읽으면서 <타나토노트>만큼의 충격과 영감을 받지 못했다. 열혈팬들에겐 작가가 직접 자신을 투영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본인의 작품 세계를 한껏 버무려 만들어준 축복같은 소설이겠지만, 베르베르 월드에 가입하지 않은 독자에겐 작가의 욕심으로 읽히기 십상이다.



이제는 베르베르 작가에게 큰 기대를 걷을 때가 온 거 같다. 아이디어와 상상력은 괜찮다. 하지만 작가의 작품 세계에 어느정도 익숙하고, 팬인듯 팬이 아닌듯한 나같은 독자에겐 기존 세계관을 답습하는 것처럼 보였다. 무엇보다 예전처럼 정교하지 않고 헐겁다. 마치 작가가 받은 영감을 스케치해서 다듬거나 채색이 덜 된 채 독자에게 전달한 느낌이다. 기대가 커서 실망을 했을까. 별 생각 없이, 부담 없이 읽었다면 소설 <죽음>에 담긴 상상력이나 아이디어를 더 멋지고 재밌게 만났을텐데. 독자로서 스스로 아쉬움도 든다. 이제는 작가에게 큰 기대를 걷을 때가 온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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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21-08-24 1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언제부턴가 베르베르 작가에게 큰 기대를 걷었습니다ㅎ 어렸을 때 초기작(개미, 뇌, 아버지들의 아버지, 타나토노스 등)들을 감탄하며 재밌게 봤었는데 지금은 그냥 부담없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작가로 변했습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