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즈카 오사무 작가는 만화계 명인으로 꼽힌다. 우리나라에선 <우주소년 아톰> 원작자로 유명하지만, 그의 작품 세계는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아톰>부터 <블랙잭>같은 성인 극화까지 다양하다. 특히 만화 <붓다>는 이구동성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싯다르타의 생애를 만화로 그렸는데, 단순한 전기물이 아니라 작가가 문학적으로 재창조한 걸작이다.

 

<우주소년 아톰>과 <블랙잭>

 

 

 

 

 

 

 

 

 

 

 

 

 

 

 

 

 

 

 

 

 

종교는 민감한 소재다. 재창조는 자칫 논란을 일으킨다. 카찬자키스의 <최후의 유혹>이나 주제 사라마구의 <예수복음>처럼, 종교 성인을 문학화하는 작업은 신성 모독(神聖 冒瀆)으로 몰리기 십상이다. 반면 <붓다>는 만화계는 물론 불교계도 인정하는 작품이다. 군대 불교 회당에 비치된 만화책으로 유명하다. 공식적인 전기와는 달리 창작이 가미됐지만, 부처님이 겪었던 인간적 고뇌를 비롯하여 보리수 나무 아래서 깨달은 가르침의 종지를 담은 까닭이다.

 

<최후의 유혹>과 <예수복음>

 

 

 

 

 

 

 

 

 

 

 

 

인도땅 부족 국가들 간의 정치적 역학구도 사이에서 전쟁과 자연재해에 신음하는 백성, 카스트 제도에 핍박받는 천민 계급.  테즈카 오사무는 당시의 참상을 재현한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에서 싯다르타가 카빌라바스투 왕자로 태어난다. 브라흐마(梵天)의 인도 하에 처참한 현실을 목격하고, 왕자라는 굴레를 벗고 수행자가 되어 깨달은 자 "붓다"로 거듭난다.

 

<인도, 신화로 말하다>와 <처음 읽는 인도사>

 

 

 

 

 

 

 

 

 

 

붓다는 인간이 처한 근본 문제를 고민했다. "죽음은 피할 수 없는가?", "왜 끊임 없이 고통을 겪어야 하는가?", "그 원인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고통을 없애는 법은 무엇인가?" 생노병사로 인한 갖은 감정의 소용돌이, 고통을 직시하고 근원을 파헤친다. 삶과 죽음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연기법을 설파한다. 고통의 원인은 무엇인가. 사성제를 말씀한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팔정도다. 

 

<불교, 이웃종교로 읽다>와 <불교를 철학하다>

 

 

 

 

 

 

 

 

 

 

 

만화 <붓다>는 독자를 가르치지 않는다. 연기법, 사성제, 팔정도라는 불교 용어를 직접 설명하지 않는다. 싯다르타가 붓다로 거듭난 이후에도 처참한 현실에 가슴 아파하고, 멸망한 카빌라바스투 왕국과 노예로 전락한 가족과 석가족 무리를 보며 신음한다. 공자가 안연을 잃고 "하늘이 나를 버리셨구나" 하였듯, 제자가 곤경에 빠지고 요절할 때면 눈물을 흘린다. 데즈카 오사무는 교조의 옷을 벗기고 인간 싯다르타를 되살린다. 진흙탕에서 핀 연꽃처럼 붓다의 여정이 더욱 아름답다. 사상의 고갱이가 마음으로 와 닿는다.

 

 <인간 붓다>와 <붓다, 나를 흔들다>

 

 

 

 

 

 

 

 

 

 

 

 

 

 

<붓다>가 명인 테즈카 오사무 작가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이유다. 만화임에도 웬만한 불교 입문서보다 인정받는 작품이다. 붓다는 방황하는 현대인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기원전 오백 년대를 살았지만, 가르침은 여전히 깨달음을 준다. 부처가 고민했던 삶과 죽음, 고통같은 근본적 물음은 인류가 종속하는 이상 계속되는 탓이다. 

 

<철학, 죽음을 말하다>와 <죽음의 수용소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서>

 

  

 

 

 

 

 

 

 

 

 

 

 

만화 <붓다>는 일본에서 2천만 부라는 경이적인 판매고를 올렸고, 우리나라 만화 마니아에게도 명작으로 손꼽힌다. 근래엔 극장 애니메이션 2부작으로 제작되었다. 붓다가 걸어간 위대한 여정에 동참해 보면 어떨까. 만화의 매력에 푹 빠졌다 나오는 순간 어느새 한층 성장한 스스로를 되돌아 보게 된다.

 

<붓다 : 위대한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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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는 왜 불평등을 낳았나 - 누구도 말하지 않았던 자본주의의 진실
미즈노 가즈오 지음, 이용택 옮김 / 더난출판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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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는 왜 불평등을 낳았나>는 경제적 불평등의 원인으로 주식회사 모델을 조명한다. 주식회사가 성장하게 된 배경과 현주소를 통해, 불평등이 발생하는 이유를 알아본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20세기 후반 이후 기업, 특히 주식회사의 자기자본이익률은 증가한 반면, 노동자의 실질임금은 지속적으로 하락세였다. 과거엔 기업 이윤이 늘어나면 임금도 상승하였다. 정부는 인플레이션과 저축률 유지를 위해 이자율을 같은 방향으로 유도했다. 즉, 주가와 이자율, 임금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사조가 퍼지면서 주식회사는 자본의 자기증식을 위해 내부 유보금을 늘리고 원가 절감 차원에서 임금 삭감과 하청으로 인건비를 줄였다. 기업은 돈을 벌지만 노동자의 소득은 늘어나지 않고, 정부는 기업 이윤 증가를 위해서 금리를 낮췄다. 낙수 효과 이론은 꺠졌고, 기업, 주주와 일반 저축 노동자 사이에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었다. 주식회사가 사회적 양극화의 원인 중 하나가 된 것이다. 



근대 중상주의의 사상적 기반이 되었던 코페르니쿠스적 사고방식은 한계를 맞이했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닐 뿐더러 우주는 무한하다는 패러다임은  '더 빠르게, 더 멀리, 더 합리적으로'같은 근대 사회의 금과옥조를 낳았다. 그러나 IT 혁명과 세계화로 인해 팽창 위주의 근대식 경제 성장을 할 수 있는 토양이 사라졌다. 그동안 경제 성장의 기초가 되었던 기술 혁신, 노동과 자본같은 요소들은 더 이상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꿀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저자는 '더 빠르게, 더 멀리, 더 합리적으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더 여유롭게, 더 가까이, 더 관용적으로'로 바꾸기를 권한다. <주식회사는 왜 불평등을 낳았나>는 다양한 담론을 제기한다. 주식회사 형태의 한계점, 주식회사의 역사적 연원과 성장 배경, 그리고 세계화와 전자 금융 시대를 맞이한 국가의 현주소와 바람직한 역할을 탐구한다. 다양한 거시, 금융 경제학 주제를 논의하는 만큼 경제 원론을 공부한 독자라면 저자의 문제 의식과 설명이 더욱 와 닿겠다. 아니라도 경제에 관심이 있다면 두 번, 세 번 읽고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 사이에 경제 원론 수준의 거시 경제 안목이 길러질 것이다. 무엇보다 주식회사를 통해 부의 양극화와 세계 경제의 문제점을 지적한 저자의 안목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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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비결 꼬리물기에 있다 - 문장과 문장을 잇고 나누는 기술
박찬영 지음 / 리베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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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기본은 문장과 문장을 논리적으로 연결하는 데 있다. 그래서 제목도 <글쓰기 비법, 꼬리 물기에 있다>로 정했다. 예문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글을 중심으로 선정하였다. 문장 고치기 예문을 익히고 실전 연습으로 문장력을 다지면 누구나 정확한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p.9)


<글쓰기 비결 꼬리물기에 있다>는 실전 글쓰기에 적합한 참고서다. 저자의 말처럼 독자는 "'글쓰기에 대한 이론'이 아니라 글쓰기 자체를 익"(p.9)히도록 도와주는 책을 원한다. 다독, 다작, 다상량같은 추상적인 이론은 익히 들었지만, 논술 과외나 작문 특강이 아니고서야 실전 노하우를 심도 있게 배울 기회는 적었다. 책은 이러한 갈증을 풀기에 적합하다. 구성도 문법과 문장 이론이 이할 정도를 차지하고 비문 고치기 비중이 칠할을 넘는다. 상세한 해설을 곁들였다.



저자는 유명 작가가 쓴 책, 신문 사설 문장을 예로 든다. <태백산맥>, <토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처럼 우리나라 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들은 물론이고,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이외수의 <글쓰기 공중부양>, <고종석의 문장>, <대통령의 글쓰기> 같은 작문 스테디셀러도 다룬다.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작가들이 쓴 문장을 첨삭하다보니 네이버 포스트 책소개에 800여 건의 악플이 달렸다고 한다. 특히 유시민 씨에게 악감정이 있지 않느냐는 비난을 받았다고.



저자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비문이 넘치는 '비문 공화국'이라고 한다. 적폐 청산만 아니라 비문 청산도 논해야 할 과제라는 것이다. OECD 조사 결과 우리나라 성인의 실질 문맹률은 75%로, 상위 22개국 중에 문해율이 꼴찌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질 문맹이란 새로운 정보나 기술을 배우기 어려울 만큼 문자해독능력이 떨어지는 경우를 말한다. 저자가 지닌 문제 의식처럼 비문을 비문인지도 모른 채 일상적으로 읽고 쓰는 세태가 실질 문맹률을 높이는 데 일조하지 않나 싶다.

<글쓰기 비결 꼬리물기에 있다>를 읽고 유명 작가의 책에도 비문이 얼마나 많았는지 깨달았다. 나 자신은 오죽하랴. 껄끄러운 비문을 스스럼없이 써 왔다. 이제라도 이 책을 여러 번 읽고 올바른 문장을 몸에 익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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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의 시대 - 공감 본능은 어떻게 작동하고 무엇을 위해 진화하는가
프란스 드 발 지음, 최재천.안재하 옮김 / 김영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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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생존 경쟁이 익숙한데, 공감 능력이 생존을 위한 본능이자 자연 선택의 산물임을 조명하는 과학서라 흥미롭습니다. 최재천 교수님이 역자진으로 참여하여 더욱 신뢰가 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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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 김창수
김탁환.이원태 지음 / 돌베개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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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 김구 선생님의 청년 시절을 조명한 소설이라 기대가 됩니다. 구한말 나라의 국권이 일제에 넘어가는 암울한 시기, 열혈 청년 김창수가 어떻게 위대한 독립운동가 백범 김구 선생으로 거듭나게 되는지 궁금하네요. 역사소설로 유명한 김탁환 작가의 원작 소설과 영화로 만나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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