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농업은 중개무역을 기반으로 이뤄진다. 농산물을 직접 재배해서 수출하기보다는 여타 국가로부터 농산물을 수입해서 이를 분류, 가공해 필요한 국가에 다시 수출하는 식이다. - P81
하지만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하면서 더 이상 관세 절감, 통상 규제 완화 등의 혜택을 기대하기 어려워지자 새로운 대안으로 네덜란드를 택한 것이다. 대표적으로 소니, 파나소닉과 같은 일본 가전 회사들이 영국 사무실을 철수 내지 축소하고 네덜란드에새로운 사무실을 열었다. 블룸버그나 디스커버리 등의 미디어 그룹도 영국에서 네덜란드로 이전을 마쳤다. - P85
독일은 고민에 빠졌고, 이때 해결책으로 제시한 것이 전쟁에 참여하지 않은 영세중립국인 스위스가 발행하는 화폐로 결제하는 방법이었다. 독일은 스위스에 금괴를 팔고, 이를 스위스프랑으로 바꿔 전쟁에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는 결제 수단으로 사용했다. 따라서 독일 입장에서는 스위스프랑의 화폐 가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무엇보나 중요했다. 다시 말하면, 독일은 스위스를 침공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침공하지 못한 것이다. 이렇듯 스위스가 제2차 세계대전에 휩싸이지 않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은 자국의 화폐가 전쟁 참여국들의 결제 수단으로 사용되면서 기축 통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 P91
스위스 국가경쟁력의 중심축을 이루었던 것 중 하나는 은행비밀주의다. 1685년 프랑스 루이 16세 Louis XVI의 낭트 칙령 철회 이후 신교도들이 신앙의 자유를 찾아 제네바로 이주해 은행업에 종사하게 되었는데, 프랑스 왕이 제네바 은행에서 큰 돈을 대출하면서 국민들에게 빚을 내서 사치한다고 비난을 받는 게 두려워 자신의 대출 사실을 숨기길 원한 것이 은행비밀주의의 시작이다. - P95
은행비밀주의 덕분에 유럽의 대표적인 부호인 유대인들이 스위스 은행을 자신들의 자산을 안정적으로 지킬 수 있는 보호처로 삼기 시작했다. 특히 유대인들은 여러 박해와 압박을 받으며 자산이 몰수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스위스의 금융 서비스에 크게 호응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유대인을 비롯한 전 세계 부호들이 스위스 은행에서 자신들의 사금고를 운영하고 있다. 은행비밀주의에는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따라다닌다. 스위스의 금융 기업들이 나치 독일 시대에 희생된 유대인 예금을 불로취득했다는 사실, 이란 등 여러 테러 국가들이 자금을 보호하고 유통하는 수단으로 스위스 계좌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 다국적 조세 회피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 등은 스위스의 은행비밀주의를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 P96
칼리닌그라드는 소련이 해체된 뒤에도 러시아 땅으로 남았는데, 그 이유는 1990년 동서독 통일 과정에서 독일 정부가 소련 영토임을 인정해줬기 때문이다. 즉, 소련은 동독과 서독의 통일을 허용해주는 대가로 유럽으로 나갈 수 있는 부동항을 확보한 것이다. 소련이 사라진 뒤 발트해 3국이 독립하면서 지금은 러시아와 육로 연결이 끊겨 섬과 같은 곳이 됐다. - P103
하지만 러시아의 숙원사업인 부동항 문제는 최근 들어 지구 온난화로 인해 해결될 듯해 보인다. 지구온난화로 북극해가 녹아 항구가 개방되면 러시아로서는 그동안 갈구했던 부동항을 여러 개 확보하는 것뿐만 아니라, 미국과 영국 등의 서구 해양 강국에 간섭받지 않는 국제 해운 항로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러시아는 북극권에 묻혀 있는 막대한 자원을 개발하고 이를 경제 성장의동력으로 삼을 수도 있다. 얼어붙은 북극해 때문에 해양 진출을 위해 수백 년간 대서양과 지중해, 태평양을 떠돌면서 부동항이라는보물을 찾아 험난한 여정을 거쳐온 러시아가, 기후변화로 전 세계최고의 해양 국가로 올라선다면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해야 할상황이다. - P107
러시아는 한국과 함께 북극해 항로를 기반으로 한 동해안 개발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북극해 항로는 유럽과 동남아를 잇는 최단 이동 경로다. 인도양과 수에즈 운하를 거쳐 로테르담과 요코하마 사이를 연결하는 기존 남방 항로보다 이동 시간이 60% 가까이 단축될 수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구조를 볼 때, 러시아와의 극동 지역 개발에 우리 기업이 관심을 보여야 할 이유 역시분명해 보인다. - P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