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산업 시기에 중국이 농사에 꼭 필요한 천문 정보를 가지고 주변 국가들을 관리한 것처럼, 지금 미국은 안보 관련 정보질서를 장악해서 우리나라, 일본, 대만, 유럽 등 여러 나라를 관리하고 무기를 판다. 정보를 모을 수 있는 좋은 장비를 안 주고 북한 동향이나 핵, ICBM에 대한 가공하지 않은 정보, 즉 원정보를 주지 않기 때문에 미국이 주는 정보를 믿고 그들이 팔려는 무기를 사는 수밖에 없다. - P94
미군정은 상해임시정부 사람들을 배제했다. 대한민국임시정부라는 정통성을 가진 부담스러운 집단이었기 때문에 무시가 아니라 배제했다. 상해임시정부의 직함은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한꺼번에 들어오지도 못했다. 임시정부 주석이었던 김구 선생을 비롯한 상해임시정부 요인들은 개인 자격으로 들어왔다. 미국이 보기에 대한제국 법통을 이어받은 민족사적 정통성이 있는 대한민국임시정부는 미국과는 별개로 움직였다. 게다가 김구 선생만 해도 국내에 들어와서 정치적으로 뿌리를 내리면 미국 말을 안들을 것 아닌가. 당연히 미국은 고분고분 말을 잘 듣는 사람들을 원했다. - P101
우리나라는 처음부터 철저하게 미국에 의존했다. 예컨대 6.25 전쟁 발발 19일 만인 7월 14일 이승만 대통령은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을 유엔군 사령관, 즉 주한미군 사령관한테 넘겨버렸다. 미국과는 완전히 사대자소의 관계로 들어간 셈이다. 중국이 천하를 호령하던 시절, 주변의 작은 나라가 큰 나라인 중국을 섬기면 중국은 그 작은 나라를 보살핀다는 중국식 국제관계 운영 원칙이 사대자소였다는 점에서 우리 국군에 대한 전시작전통제권을 유엔군 사령관에게 이양하고 미국의 보호를 받기로 결정한 것은 참으로 안타깝고 씁쓸한 외교정책결정이 아닐 수 없었다. - P100
그다음에 들어선 박정희, 전두환 그리고 노태우 정부까지, 이들은 기본적으로 군사정부의 존재 이유를 북한의 남침 가능성에서 찾았다. 언제 다시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지 모르는 상황에서 한국의 대통령은 그냥 정치인이 아니라 군인이어야 한다는 주장을 했고, 국민이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여러 조치가 있었다. 그중에는 상징 조작도 있었다. 박정희 정부 때인 1968년 광화문 한가운데 세워진 이순신 장군 동상이 대표적이다. - P103
이에 러시아는 고육지계로 군사 장비와 기술로 차관을 상환하겠다고 제안했고 한국 정부가 이를 수락했다. 바로 ‘불곰사업‘이라고알려진 것이다. 그때 미국에서 난리가 났다.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 무기 체계의 대미 의존도를 100퍼센트로 유지하고 싶은데, 러시아 무기가 차관 상환금 대신 한국에 들어오면 한국의 무기 체계에서 미국에 대한 종속성이 떨어지고 10퍼센트든 20퍼센트든 미국 무기 사는 데 쓰는 돈이 줄어드니까. 무기 시장을 잠식당한다는 생각 때문에 미국이 난리를 쳤지만 우리는 결국 미국의 동의 없이 러시아 무기를 들여왔다. 북한의 무기 체계가 결국은 소련의 무기 체계로부터 시작됐기 때문에 북한 무기 체계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는 명분과 우리가 빌려준 돈을 받고 러시아에 2차 차관을 제공하겠다는 약속도 지켜야한다는 논리로 노태우 대통령이 버텨서 실행한 거다. - P108
미국의 입장에서는 중동 국가들이 서로 갈등하고 충돌하며 따로 움직일수록 이 지역을 장악하기 좋다. 그래서 태생적으로 중동 국가들과 갈등을 안고있는 이스라엘에 군사적 ·외교적으로 힘을 보태줌으로써 이스라엘과 각을 세우는 나라들의 힘을 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슬람교의 수니파와 시아파 사이의 충돌을 부추기는 등 중동지역에 혼란을 조장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이 침공해 점령했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은 미군이 철수한 뒤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 P122
국제정치의 세계에는 공짜도 없고 영원한 동맹도 없다. 2021년 9월 미국이 갑자기 호주에게 핵잠수함 기술을 줬다. 중국을 압박하는 데 호주를 앞장세우고 싶은데 호주가 대가 없이 미국의 이익에 장단을 맞춰주지 않아서였을 것이다. 그 바람에 호주에 잠수함 기술을 팔기로 먼저 약속했던 프랑스가 미국한테 뒤통수를 맞았다. 그러자 프랑스가 바로 미국이 하는 일에 어깃장을 놨다. 2022년 미국이 베이징올림픽을 외교적으로 보이콧한다는데도 프랑스 정부 공식 대표단은 베이징올림픽에 간 것이다.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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