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4년에 출생하여 1990년에 사망한 미국의 대표적인 신행동주의 심리학자 B. F스키너Burrhus Frederic Skinner는 동물 실험을 통해 보상과 강화가 행동의 형성 과정에 엄청난 힘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어 심리학 분야에서 명성을 떨쳤다. 그는 음식과 지렛대, 그 밖의 환경 자극을 이용하여 언뜻 보기에 자율 반응autonomous response처럼 보이는 것들이 실제로는 자극에 의해 유도된 것임을 실험으로 증명했으며, 오랫동안 추앙해온 인간의 ‘자유 의지‘라는 개념에 의문을 제기했다. 스키너는 인간과 동물에게 긍정적인 강화를 해줌으로써 다양한 종류의 기술을 습득하고 임무를 수행하게 하는 조작적 조건화operant conditioning : 체계적이고 선택적으로 반응을 강화시킴으로써 그 반응이 다시 일어날 가능성을 높이는 것ㅡ옮긴이를 연구하고 발전시키면서 과학자로서의 인생을 보냈다.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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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자본주의는 첨예화된 자본주의다. 산업자본주의와 달리 정보자본주의는 비물질적인 것마저도 상품으로 만든다. 삶 자체가 상품의 형태를 띠게 된다. 모든 인간관계가 상업화된다. 소셜미디어는 소통을 깡그리 착취한다. 에어비앤비를 비롯한 플랫폼들은 손님에 대한 환대를 상업화한다. 정보자본주의는 우리 삶의 구석구석을, 정말이지 우리 영혼의 구석구석을 남김없이 정복한다. 인간적 호감은 별점 평가나 ‘좋아요‘로 대체된다.  - P32

페이스북이나 구글 같은 플랫폼들은 새로운 영주들이다. 우리는 지칠 줄 모르고 그들의 밭을 갈아 소중한 데이터를 생산하고, 그들은 그 데이터를 최대한으로 써먹는다. 우리는 철저히 착취당하고 감시당하고 조종당하는데도 자유롭다고 느낀다. 자유를 착취하는 시스템 안에서 저항은 형성되지 않는다.  - P42

스마트폰은 ‘너‘를 ‘그것‘으로 만든다. 스마트폰이 우리를 외롭게 만드는 존재론적 이유는 다름 아니라 타자의 사라짐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가 그야말로 강박적이고 과도하게 소통하는 것은 다름 아니라 우리가 외로우며 공허를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과도소통은 공허를 채우지 못한다. 과도소통은 외로움을 심화할 따름이다. 왜냐하면 과도소통은 타자의 지금 여기에 있음을 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 P48

인간의 생각하기는 세계를 더 환하고 밝게 만든다. 인간의 생각하기는 전혀 다른 세계를 만들어낸다. 기계 지능은 무엇보다도 다음과 같은 위험을 초래한다. 즉, 인간의 생각하기가 기계 지능에 동화되어 그 자신도 기계적으로 될 위험이 있다. - P68

디지털 소통은 인간적인 상대, 얼굴, 바라봄, ‘지금 여기에 몸소 있음 körperliche Gegenwart‘을 없앤다. 그렇게 디지털소통은 타자의 사라짐을 가속한다.  - P84

‘디지털‘이라는 단어의 어원은 라틴어 ‘디기투스 digitus‘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라틴어는 손가락을 의미한다. 우리는 손가락들을 가지고 수를 세고 계산한다.  - P99

능력의 두 가지 형태를 구별해야 한다. 긍정적 능력은 무언가를 할 능력이다. 부정적 능력negative Potenz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능력이다. 이 능력은 무언가를 할 능력의 결여와 동일하지 않다. 부정적 능력은 긍정적 능력의 부정이 아니라 독자적으로 하나의 능력이다. 부정적 능력은 정신이 고요하고 관조적인 방식으로 하염없이 머무를 수 있게 해준다. 즉, 깊은 주의에 이를 수 있게 해준다. 부정적 능력이 없으면, 우리는 파괴적인 과도활동에 빠진다.
우리는 소음 속으로 침몰한다. 오로지 부정적 능력을 강화함으로써 고요를 재건할 수 있다. - P120

내가 물러날 때, 내가 무명성 안에서 나를 상실할 때, 내가 철저히약해질 때, 고요가 지배한다.  -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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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질서, 곧 숫자의 질서는 이야기와 기억이 없다. 그리하여 디지털 질서는 삶을 파편화한다. - P15

스마트홈 안에서 우리는 자율적인 지휘자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다양한 행위자들에 의해, 보이지 않는 메트로놈들에 의해 지휘 당한다.  - P16

쉴 새 없이 한 정보에 이어 다른 정보가 밀려드는 곳에서 우리는 진실을 위한 시간을 가지지 못한다.  - P18

오늘날 우리는 정보를 쫓아 질주하지만 앎에 도달하지 못한다. 우리는 모든 것을 알아두지만zur Kenntnis-nehmen 깨달음 Erkenntnis에 이르지 못한다. 우리는 차를 타고 온갖 곳으로 달려가지만farhen, 단 하나의 경험 Erfahrung도 하지 못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소통하지만 공동체에 속하지 못한다. 우리는 엄청난 데이터를 저장하지만 기억을 되짚지 않는다. 우리는 친구와 팔로워를 쌓아가지만 타자와 마주치지 않는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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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화는 세계를 탈사물화하고 탈신체화한다. 또한 기억을 없앤다. 기억을 되짚는 대신에 우리는 엄청난 데이터를 저장한다.  - P9

정보는 사건Ereignis인 척한다. 정보는 놀라운 일이 주는 흥분Reiz der Uberraschung을 먹고 산다. 그러나 흥분은 오래가지 않는다. 금세 새로운 흥분을 향한 욕구가 생긴다. 우리는 흥분을, 놀람을 목적으로 실재를 지각하는 것에 익숙해진다. 정보 사냥꾼으로서 우리는 고요하고 수수한 사물들을, 곧 평범한 것들, 부수적인 것들, 혹은 통상적인 것들을 못 보게 된다. 자극성이 없지만 우리를 존재에 정박하는 것들을. - P9

오늘날 사물은 점점 더 주위의 배경으로 물러난다. 사물의 폭증을 가져오는 현재의 극심한 사물 인플레이션이 시사하는 바는 다름 아니라 사물에 대한 무관심의 증가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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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보스턴에 1620년에 상륙한 청교도, 즉 기독교인들도 정착에 성공한 몇 년 후 그 근방에 있던 원주민들을 다 학살해 버렸답니다. 기독교인들이 말이죠. 미국의 흑역사 중 하나였습니다. - P252

둘사이 가장 큰 차이는 가톨릭은 ‘성물‘ 즉, 성모 마리아상 같은 성스러운 물건을 허락한 반면, 정교회는 성모 마리아상 같은 성인의 상을 만드는 것을 우상 숭배로 봤다는 점이랍니다. - P269

이런 식으로 1291년 5월 18일까지 십자군은 총 8차례 원정을 떠났어요. 예루살렘을 탈환하기 위해서 무려 200년 동안이요. 수많은 교황이 바뀌었고 수많은 기독교 기사단이 사망했지요. 4차 원정 때는심지어 십자군이 같은 기독교 신자들을 대학살하는 참극까지 일어났어요. 그 결과는? 예루살렘 탈환 실패였습니다.  - P289

광해는 불쌍한 왕이었어요. 원래 세자가 될 수 없었던 위치에서 갑자기 얼떨결에 세자가 되고, 그 이후 16년 동안 불안불안한 가시방석 위에서 세자 생활을 했고, 또 최대의 정치 라이벌 영창대군의 등장으로 정말 세자 자리에서 쫓겨나기 직전까지 갔어요. 그 트라우마와 노이로제, 공포감, 자격지심, 충분히 이해를 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기 친형을 목 졸라 죽이고, 배다른 어린 동생을 방에 가둬 두고 쪄 죽이고, 새엄마를 방에 수년 동안 가둬 버리고, 또 그런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미신과 무당의 말에 의지해서 무리한 궁궐의 공사를 강행한 탓에 가뜩이나 임진왜란으로 지칠 대로 지친 백성들의 고혈을 빨아먹은 것은 비난받아 마땅해요. 즉, 결과적으로 ‘쫓겨날 짓‘을 한 겁니다.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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