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자본주의는 첨예화된 자본주의다. 산업자본주의와 달리 정보자본주의는 비물질적인 것마저도 상품으로 만든다. 삶 자체가 상품의 형태를 띠게 된다. 모든 인간관계가 상업화된다. 소셜미디어는 소통을 깡그리 착취한다. 에어비앤비를 비롯한 플랫폼들은 손님에 대한 환대를 상업화한다. 정보자본주의는 우리 삶의 구석구석을, 정말이지 우리 영혼의 구석구석을 남김없이 정복한다. 인간적 호감은 별점 평가나 ‘좋아요‘로 대체된다. - P32
페이스북이나 구글 같은 플랫폼들은 새로운 영주들이다. 우리는 지칠 줄 모르고 그들의 밭을 갈아 소중한 데이터를 생산하고, 그들은 그 데이터를 최대한으로 써먹는다. 우리는 철저히 착취당하고 감시당하고 조종당하는데도 자유롭다고 느낀다. 자유를 착취하는 시스템 안에서 저항은 형성되지 않는다. - P42
스마트폰은 ‘너‘를 ‘그것‘으로 만든다. 스마트폰이 우리를 외롭게 만드는 존재론적 이유는 다름 아니라 타자의 사라짐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가 그야말로 강박적이고 과도하게 소통하는 것은 다름 아니라 우리가 외로우며 공허를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과도소통은 공허를 채우지 못한다. 과도소통은 외로움을 심화할 따름이다. 왜냐하면 과도소통은 타자의 지금 여기에 있음을 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 P48
인간의 생각하기는 세계를 더 환하고 밝게 만든다. 인간의 생각하기는 전혀 다른 세계를 만들어낸다. 기계 지능은 무엇보다도 다음과 같은 위험을 초래한다. 즉, 인간의 생각하기가 기계 지능에 동화되어 그 자신도 기계적으로 될 위험이 있다. - P68
디지털 소통은 인간적인 상대, 얼굴, 바라봄, ‘지금 여기에 몸소 있음 körperliche Gegenwart‘을 없앤다. 그렇게 디지털소통은 타자의 사라짐을 가속한다. - P84
‘디지털‘이라는 단어의 어원은 라틴어 ‘디기투스 digitus‘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라틴어는 손가락을 의미한다. 우리는 손가락들을 가지고 수를 세고 계산한다. - P99
능력의 두 가지 형태를 구별해야 한다. 긍정적 능력은 무언가를 할 능력이다. 부정적 능력negative Potenz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능력이다. 이 능력은 무언가를 할 능력의 결여와 동일하지 않다. 부정적 능력은 긍정적 능력의 부정이 아니라 독자적으로 하나의 능력이다. 부정적 능력은 정신이 고요하고 관조적인 방식으로 하염없이 머무를 수 있게 해준다. 즉, 깊은 주의에 이를 수 있게 해준다. 부정적 능력이 없으면, 우리는 파괴적인 과도활동에 빠진다. 우리는 소음 속으로 침몰한다. 오로지 부정적 능력을 강화함으로써 고요를 재건할 수 있다. - P120
내가 물러날 때, 내가 무명성 안에서 나를 상실할 때, 내가 철저히약해질 때, 고요가 지배한다. -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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