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 보겠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를 전후해서 우리나라 경제는 큰 변화를 겪었죠. 외환위기로 인해 기업의 설비투자가 큰 폭으로축소되었고, 이는 실업 대란과 함께 장기 저성장 기조를 낳았습니다. 저성장을 메우기 위한 유동성 공급이 있었지만, 주요 자금의 수요처라고 할 수 있는 기업의 투자 대출 수요가 줄어들면서 금리 역시 하락세를 나타내게 되었죠. 기업으로 흘러가지 못한 자금이 가계와 부동산으로 쏠리면서 가계부채의 급증과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야기했습니다. 기업의 만성적인 투자 부진, 일자리 부족, 가계 부채 증가, 그리고 부동산 버블 우려에 이르기까지………. 지금 겪고 있는 우리 경제의 문제점들은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시작된 것입니다. - P39
일본 내 금리가 워낙에 낮다보니 이들도 일정 수준 외국 투자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고베 대지진이라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상당히 많은 보험금을 지급해 줘야 하는 사태가 벌어진 거죠. 특히 손해보험사들의 경우 큰부담을 느꼈을 겁니다. 상당한 양의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 그런데 꽤 많은 자금이 외국에 투자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이 돈을 일본으로 회수해 와야겠죠. 외국에 투자했던 자산들을 매각하고, 매각 후 받은 외국 돈을엔화로 바꾸어야 했습니다. ‘엔화로 환전한다‘라는 말은 결국 달러화와 같은 외국 통화를 팔고 엔화를 매입하는 것입니다. 보험사들은 상당량의 달러를 팔고 그만큼 엔화를 사들이게 됩니다. 그렇게 사들인 엔화를 일본으로 회수했죠. 이렇게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엔화는 초강세를 보이게 됩니다. 고베 대지진 이전부터 엔화 강세를 이어오고 있었습니다. 이미 달러-엔 환율은 10년 가까운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었죠. - P46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로 수입 물가가 내려가게 되면 굳이 금리를 높게 유지하지 않아도 걱정거리인 인플레이션을 제압할 수 있습니다. 달러 강세가 인플레이션을 제압해 준다면 금리를 낮게 유지하면서 미국의 경기 부양에 초점을 맞출 수 있겠죠. 참고로 당시의 달러 강세는 미국 내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그리고 낮아진 미국의 금리는 미국의 내수 성장을 촉발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는 미국의 닷컴 버블로 이어지게 되죠. - P50
엔화 강세로 인한 수출 호조로 환호성을 지르던 한국 경제에 엔화 강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소식만한 낭보는 없을 겁니다. 수출 실적이 더욱더 좋아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 당연히 수출기업들은 투자를 늘려서 생산 라인을 늘리게 되지 않을까요? 이런형태의 투자를 설비투자라고 하죠. 첫 번째 챕터에서 외환위기 이전에 설비투자가 크게 늘었다는 이야기를 했던 바 있습니다. 엔화 강세가 하나의 추세로 자리잡고 있었기에 당시 한국 기업들은 엔화가 더 강해질 것이라고, 아니 적어도 엔화가 약세로 전환되지는 않으리라고 예상했죠. 그런데 분위기가 크게 바뀌기 시작합니다. 1995년 4월 역플라자합의가 이루어지면서 엔화가 급격한 약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죠. 앞서 살펴본 〈그래프 4>를 다시 보시면 지속 하락하던 달러・엔환율이(엔화 강세) 1995년 4월을 기점으로 큰 폭으로 상승(엔화 약세 전환하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엔화 강세에 힘입어 호조세를 이어가던 한국 수출에는 상당한 악재가 되지 않았을까요? - P55
실제로 엔화 약세는 한국 수출에 큰 타격을 주었고, 이로 인해 한국의 무역 적자가 심화되면서 한국을 바라보는 외국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커지게 됩니다. 1996년 한국은 당시로는 사상 최대였던 200억 달러 이상의 무역 적자를 기록하며 외환위기의 씨앗을 품게 되죠. - P57
1994~1995년이 엔화 강세 및 반도체 호황 구도였다면, 1996~1997년에는 엔화 약세 및 반도체 불황이라는 정반대의 구도가 펼쳐졌죠. 이는 분명 우리나라의 수출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 P78
‘자유로운 자본 이동, 독자적인 통화정책, 안정적인 환율‘이 세 가지가 국제 금융에서 각국이 고려해야 하는, 그리고 모두 각자에게 유리한 쪽으로 선택하고자 하는 핵심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이 세 가지는 ‘불가능한 삼위일체‘라고 불립니다. 어떤 국가도 세 가지를 모두 가질 수 없다는 뜻이죠. -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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