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협상 진행 과정과 협상 타결 후의 모습들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물론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가장 크게 교훈이 될 만한 두 가지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하나는 충분한 준비 없이 협상을 시작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 하는 점이고, 또 다른 하나는 외부에 있는 협상단과 협상하기 전에 먼저 내부 구성원들과의 합의를 잘 이끌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 P108
경험 많은 협상가라면 대개 협상 준비 단계에서 여러 가지 사안들을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분류해놓는다. 첫째는 ‘절대 양보 불가 사안‘이다. 이는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이를 양보할 바에는 차라리 협상을 결렬시키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사안이다. 둘째는 ‘최선을 다해 지키도록 노력하되 상대방의 양보를 꼭 얻어내야만 할 경우 상대방의 양보와 교환할 수 있는 사안‘이다. 셋째는 ‘상대방이 양보를 요구해올 때 적당히 주어도 좋을 사안‘ 이다. 이 사안은 상대방과 협상을 진행하며 자유롭게 주고받을 수있으며 상대방의 양보를 유도하기 위해 먼저 양보할 수도 있다. - P111
협상 의제가 눈에 보이는 것 하나 밖에 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의제를 넓혀가는 것이 기술이다. 의제를 넓히는 것은 그렇게어려운 일이 아니다. 상대방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생각할 줄 아는 폭넓은 시야를 가지면 된다. - P123
우리는 은연중에 이렇게 훈련받아 왔다. 말보다는 글로 쓴 것이, 같은 글이라도 손으로 쓴 것보다는 인쇄된 것이, 그냥 인쇄된 것보다는 공공 매체의 형태인 책자나 브로슈어의 형태로 꾸며진 것이 더 권위가 있다고 말이다. - P133
사람들은 자신의 돈과 시간과 노력이 투자된 것에 대해서는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 그래서 종종 과거의 투자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협상에서 열세에 놓이게 되는 경우가 있다. - P138
상대방으로 하여금 될 수 있는 한 많은 것을 투자하도록 하고, 자신은 이미 투자한 것 때문에 앞으로의 결정을 내리는 데 영향을받는 어리석음은 범하지 말아야 한다. 경영학을 공부하며 배운 것중에 항상 잊어버리지 않고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마다 되뇌는 말이 있다. ‘매몰 비용sunk cost (이미 투자된 비용)은 앞날의 결정을 내리는 데 고려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라는 말이다. - P140
나는 협상을 진행할 때마다 반드시 지키는 철칙이 있다. 절대로 없는 이야기를 꾸며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거짓이 탄로 나면 협상가로서의 신뢰도는 회복될 수 없을 만큼 치명적으로손상되고 만다. 협상에서 상대방에게 신뢰감을 잃는 것은 엄청난약점이 된다. 협상 진행에 있어 또 하나의 철칙은 절대로 내게 불리한 정보를 노출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부분적인진실만 골라서 상대방에게 알려준다. 경험을 통하여 부분적인 진실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거짓말을 하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가 크고 나중에도 문제가 없다는 지혜를 터득했기 때문이다. - P145
협상이 중도에 결렬되거나 조직 내의 비난이 두려워 위험 부담을 피하는 경우는 쉽게 눈에 띈다. 반면 기회를 얻기 위해 기꺼이 위험 부담을 안고 가고자 하는 이들은 철저한 준비와 장기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안목을 갖추려고 노력하며 위험을 회피하지 않는다. - P160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데 있어서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장소의 선택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모든 프로 스포츠에서 예외없이 홈 경기 승률이 훨씬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외교 협상을 할때 가장 먼저 합의해야 할 사항 중 하나가 역시 장소의 문제이다. ‘텃세‘라는 말도 있듯이 장소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 P164
성공적인 협상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으며, 체계적인 생각과 이에 따른 철저한 실천만이 성공적인 협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 P185
협상에서 힘을 갖게 하는 요소 중 하나는 정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정보란 자신과 상대방에 관한 모든 정보를 뜻한다. 따라서상대방의 정보를 가능한 한 많이 알아내고, 자신의 정보를 적게 노출할수록 협상에서 성공할 확률은 더욱 높아진다. - P190
성공적인 협상을 원한다면 여유를 가지고 상대방의 움직임을 잘 관찰하여 시기가 무르익지 않았다고 판단될 때는 산처럼 침묵하다가, 기회가 왔다고 판단될 때 파도처럼 몰아쳐야 한다. 물론 이 전술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시기를 제대로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다리는 여유를 가지려면 협상을 미리미리 계획하고 진행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그리고 올바른 판단을 위해서는 항상 상대방에대한 정보와 상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 P202
‘진화타겁‘은 상대방이 혼란에 빠져 있을 때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공격하여 적을 섬멸하는 전법이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는 법이다. 협상을 진행하면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신의 강점과 약점이 그 정도가 변하는 것을 경험한다. 영원한 강자도 없으며 영원한 약자도 없다. 따라서 자신이 힘의 우위에 있을 때 기회를 놓치지 말고 효과적으로 활용하면 협상의 성공이 보장된다. - P203
그러나 협상세미나를 통하여 수백 건의 협상 사례를 검토한 결과 비즈니스 협상에 있어서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는 솔직함은 협상에 결코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는다. 물론 겉으로는 협력하고 우호적인 태도로 협상을 하지만 언제나 자신의 입지가 강화되면 하나도 예외 없이이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려고 하는 경향을 보인다. - P208
자신의 시각에 국한하여 강점과 약점을 보지 말라. 어떻게 상대방에게 전달되는가에 따라 강점이 진정한 강점으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것과 약점이 더 이상 약점이 아닐 수 있다는 무중생유 전략을 명심하자. - P212
협상가는 협상을 시작하기 전, 협상을 진행하며, 마지막으로 협상을 마무리하기 전 반드시 정보를 체크해야 한다. 많이 알면 많이 알수록 힘이 생긴다. 그러나 상대방에 대하여 안다는 것은 정보의 수집에 그치지 않고 정확한 분석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알려고 하는 노력과 이에 대한 방어법으로 상대방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정보 흘리기의 모순은 언제나 협상 기술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해왔다. - P213
‘격안관화‘란 강 건너 불구경이라는 뜻이다. 협상에서 이말은 상대방에게 어떠한 문제가 생기면 멀찌감치 떨어져서 지켜보며, 이에 따르는 이익을 챙기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강 건너 불구경을 즐기기 위해서는 지극히 당연한 두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하나는 내 쪽에는 불이 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강 건너 상대 쪽에는 불이 나야 한다는 사실이다. - P216
협상을 테이블에 앉아 있는 상대방과 단둘이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절대로 훌륭한 협상가가 될 수 없다. 앞서 강조한 대로 모든 협상은 반드시 뒤에 협상에 영향을 미치는 제삼자가 존재한다. 능력 있는 협상가는 상대방의 배후에 있는 결정권자를 고려한다. - P217
조직의 대표로 협상을 진행하는 사람들은 상대방을 설득하기보다 같은 조직에 속한 사람을 설득하는 것이 더 어렵다고 밝혔다. 격안관화의 대표적인 예로 남북 협상을 생각해볼 수 있다. 왜 남북대화에서 우리가 북한에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여주는가? 이는 우리 편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하고 협상 테이블에 앉기 때문이다. 북한 측에서는 남한 내에 존재하는 불일치를 보면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이 올 때까지 기다리거나 우리의 내분을 조장하는 전술을 사용하기도 한다. - P218
이대도강 전술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말로 자신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확실히 아는 것이 필요하다. 즉 협상에 있어서 우선순위를 결정하여 가장 중요한 것을 위해 전략적으로 덜 중요한것은 양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우선순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서 차라리 협상을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 그러므로 협상에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무엇을얻어내야 하며 이것이 얼마나 유익한지를 따져보아야 한다. - P223
많은 협상가들이 양보가 아주 중요한 기술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곤 한다. 양보는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한다. 양보는 아주 조금씩, 가장 적절한 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상대방이 양보를 한다고 해서 그때마다 화답하듯 양보할 필요는 없으며, 먼저 양보를 하게 되면 계속 양보하게 된다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 P223
협상이 종결되지 않는 한 언제든지 실수는 만회할 수 있다. 협상은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그 순간까지 한편의 영화처럼 변화무쌍한 것이다. 순간순간 급변하는 상황 변화에 일희일비할 게 아니라 태산같이 흔들림 없는 마음으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 협상은 계약서에 서명할 때 비로소 끝이 난다. - P235
협상은 왜 하는가? 협상을 통하여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자신의 비용을 최소화하며 무엇인가 얻어내기 위해서는 힘의 우위를 이용하여 굴복시키거나 상대방을 기만하기보다는 상대방에게 믿음을 주고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중요하다. - P241
협상은 가능한 한 적게 주고 많이 받으면서도 상대방의 기분이 상하지 않게 하면 성공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아도 중요한 것처럼 꾸며서 상대방이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해야 한다. 그리하여 상대방으로부터 정말로 중요한 것을 얻어내는 지략이 필요하다. - P243
협상을 진행하다 보면 상황의 변화 때문에 협상을 그만두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무조건 협상의 종결을 선언하기보다는 나의종결 선언이 경쟁자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표면적인 경쟁자로서 지속적인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다른 협상을 유리하게 이끄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 P256
이처럼 가치부전 전술을 쓰기 위해서는 장래를 내다보는 안목과 현재의 상황을 감수하는 인내가 있어야 한다. 동시에 상대방을 충분히 안심시키고 스스로도 철저한 준비가 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기회가 왔을 때 자신이 길러온 힘의 우위를 확실하게 사용해야한다. - P275
미인계를 현대적 의미에서 확대 재해석한다면, 협상 상대방의 취향에 맞추어 스포츠나 취미 활동 등을 같이 함으로써 상대방의판단력을 흐리게 하거나 심리적 부채를 가지게 하는 것이다. - P286
협상을 진행하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협상의 목적을 잃어버리고 타결에만 더 많은 무게를 두게 된다. 협상을 통해서 무엇인가를 얻겠다는 목표가 협상을 타결해야겠다는 목표로 변하는 순간 사람들은 협상 결렬의 위험을 피하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의 약점을 더욱 크게 생각하며 상대방에게 주도권을 넘겨주게 된다. 위험을 감수하지 못하는 협상 태도로는 결코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수 없다. - P290
창조적인 생각을 가지고 협상에 임한다면 나에게는 별로 의미 없는 것이 상대방에게는 커다란 의미가 있을 수 있음을 발견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이런 것들을 찾아서 상대방에게 주고 반대급부를 얻어내는 기술이 바로 현대적 의미의 고육계라 할 수 있다. - P297
아무리 노력해도 실패할 가능성이 언제나 있는 협상이지만 협상을 잘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이유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조금씩 잘하게 되는 것‘이 우리의 인생을 바꿔놓을 수 있다. - P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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