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도와인협회가 2020년도 보르도 레드 와인을 아주 예외적인 최고의 빈티지로 꼽았습니다. 8월의 강력한 태양과 밤에 기온이 떨어지는 일교차 큰 날씨가 특별한 포도 생육의 조건이 돼주었기 때문이라는 게 협회의 설명입니다. 포도 품종에 따라 선호하는 날씨 조건도 다릅니다. 리슬링은 밤이서늘하고 낮에 햇빛이 강한 날씨를 좋아합니다. 카베르네 소비뇽은 건조하고 뜨거운 강한 직사광선을 선호합니다. 그래야만 적합한 당도와 타닌 형성이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피노 누아는 봄은 따뜻하고 여름은 시원한 날씨를 선호합니다. - P321
<와인스펙테이터> 홈페이지는 최근 유료 회원제로 운영 방침을바꿨습니다. 무료로 빈티지 평가표를 편하게 보려면 구글에서 ‘Wine Enthusiast vintage chart‘ 를 검색하면 됩니다. 곧바로 최신판 빈티지표를 볼 수 있는데 국가별, 지역별, 품종별로 자세한 정보가 나옵니다. - P325
똑같이 와인의 향을 표현하는 용어인데, 아로마는 무엇이고 부케는 또 무엇일까요? 포도주가 독특한 고유의 향을 내는 까닭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포도 품종 자체가 내는 향입니다. 두 번째는 포도가 발효되면서 장기 숙성 전 오크통 보관 과정에서 얻어지는 향입니다. 세 번째로는 병입 후 수년 이상 거치는 장기간 숙성과정을 통해 얻어지는 향이 있습니다. 이 세 가지를 흔히 1차 향, 2차향, 3차 향이라고 말합니다. - P327
1, 2, 3차 향을 각각 쉽게 구분하기 위해 1차 향을 ‘아로마‘로 칭하고, 2차와 3차는 ‘부케로 부르는 구분이 오랫동안 계속됐습니다. 그러다 한 가지 변화가 생겼습니다. 포도를 수확해서 양조를 거쳐 오크통에 들어간 초기까지 만들어지는 향은 대개 포도 품종의 차이 외에 의미 있는 차이는 없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편리하게 1차와 2차 향을 통칭해서 아로마로 부르는 편입니다. 마찬가지로 오크통에도 1년 넘게 숙성하다보면 고유의 독특한 향기가 조성되는 만큼 2차 향이 만들어지는 후반부와 3차 향이 만들어지는 기간의 포도주 향기를 합해서 부케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 P328
포도 품종에서 비롯되는 1차 향은 과일, 식물, 흙 등의 냄새로 크게 요약됩니다. 2차 향은 효모와 누룩의 작용이 큰 역할을 해서 만들어지는 만큼 빵 냄새가 나거나 이스트 냄새가 나게 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랜 세월 나이를 먹어가며 숙성해서 생기는 3차 향은 바닐라나 호두, 헤이즐넛, 건포도, 무화과가 내는 것과 같은 그윽한 향이라 보시면 됩니다. - P330
그래서 쉬운 접근법이 필요합니다. 먼저 흙냄새 종류인지 꽃 종류인지 아니면 과일 냄새 쪽인지 이 세 가지만 감별하는 노력을 해보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반복하다보면 오래지 않아 감이 잡힐 겁니다. 훈련이 이어지면 마침내 초콜릿이나 커피, 버섯, 담배꽁초 냄새 등의 구별도 가능해질 것입니다. 와인 마실 기회가 있는 날에는 스마트폰 메모장에 와인의 큰 향기분류부터 그냥 느껴지는 대로 메모하는 습관을 익혀보십시오. 그게 쌓이다보면 어느덧 아로마 바퀴의 중심부에 나오는 분류 정도는 분간해낼 수 있다고 느낄 겁니다. 같은 와인을 놓고 어떤 사람은 마른 살구 냄새가 난다고 하는데 본인은 아카시아꽃 향기로 느낄 수도 있습니다. 파인애플과 바나나의 구분도 어려울 정도지만 실전을 반복하다보면 점점 구분이 익숙해집니다. - P333
대개 보르도 레드 와인은 타닌이 많은 카베르네 소비뇽과 아로마가 각별한 메를로를 혼합해 만들어서 보디감이 풍부한 묵직한 와인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색깔도 진한 붉은색 혹은 진한 자주색을 띱니다. 반면 피노 누아 단일 품종으로 만드는 부르고뉴 레드와인은 색깔이 연붉은 분홍에 가깝고 첫 모금이 주는 향도 가냘픈 여성의 이미지처럼 부드럽고 달콤합니다. 보르도와 부르고뉴 레드 와인 병의 차이는 포도 품종의 차이에서비롯된다는 설명이 설득력 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보르도 와인은 타닌이 많다보니 오래 세월 숙성해야 하고 이런 장기간의 숙성 과정에서 와인 병 밑바닥에 찌꺼기가 생깁니다. 잔에 따를 때 뚜렷하게 각진 어깨의 선이 만들어내는 공간에 찌꺼기가 걸리게 만들어졌다는 겁니다. 반면 부르고뉴는 타닌이 적은 피노 누아로 만든 포도주인만큼 장기 숙성해도 찌꺼기가 많이 생기지 않아 어깨선을 만들 필요가 없기에 완만한 부드러운 곡선 모양의 병을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설명과 다르게 너무나도 많은 예외가 생겨났습니다. - P335
그러나 샴페인 병은 생김새가 다릅니다. 우선 병 밑바닥이 매우 넓어야 합니다. 유리의 두께도 일반 와인 병보다 두껍습니다. 다른 포도주와는 달리 6~7기압의 상대적으로 높은 압력을 견뎌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실용적 이유에다 1600년대부터 내려온 샹파뉴 지방특유의 발포성 와인을 담는 병 디자인의 전통을 이어받았습니다. - P336
먼저 풀보디 레드 와인용 잔입니다. 잔의 크기가 크고 입구도 넓습니다. 주로 카베르네 소비뇽 같은 타닌이 많이 함유된 포도로 만든 보르도 레드 와인을 마시는 데 최적화된 잔입니다. 이 디자인은 복합 아로마를 가장 잘 전달하는 동시에 와인 병에 담긴 에탄올이라는 알코올의 주요 성분이 빠르게 날아가도록 도와줍니다. 풀보디 레드 와인의 잔은 와인 향을 부드럽게 느끼도록 만드는 역할도 합니다. 두 번째로 라이트보디인 피노 누아를 주 품종으로 하는 부르고뉴레드 와인에 적합한 잔의 디자인입니다. 잔 가운데 부분은 더 통통하고 넓지만 높이는 조금 낮습니다. 피노 누아처럼 부드러움을 특징으로 하는 레드 와인의 경우 입에 와인이 닿기 전 코로 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된 잔이 더 적합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잔을 더 기울여야 와인 액체가 입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하게끔 만들어졌습니다. 코로 느끼는 향을 최대한 깊게 즐길 수 있는 디자인이라는 이야기도 되는 겁니다. - P338
피노 누아로 만드는 부르고뉴 와인의 잔은 테두리가 튤립처럼 바끝으로 휘게 만들어진 모양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 디자인은 두 가지 목적이 있습니다. 첫째, 항을 충분히 누리기에 좋은 디자인입니다. 둘째, 잔의 테두리가 찌꺼기를 걸러줄 필요가 상대적으로 없는 와인을 마실 때 적합한 디자인입니다. 카베르네소비뇽이나 시라 같은 포도로 만들어진 와인은 풀보디, 많은 타닌으로 인해 숙성이 길어지면 자연스럽게 주석이라 불리는 찌꺼기가 많이 생깁니다. 테두리가 안쪽으로 오목하게 디자인된 보르도 레드 와인 스타일의 잔으로 마셔야만 침전물이 입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피노누아 부르고뉴 와인은 침전물이 덜 생기기 때문에 찌꺼기를 걸러주는기능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튤립 꽃송이처럼 바깥으로 잔의 입구를 살짝 휘게 만들었다는 점도 일리 있는 해석으로 보입니다. - P339
화이트 와인 잔은 레드 와인 잔에 비해 크기가 작고 대개 달걀 모양을 띱니다. 화이트 와인은 레드 와인보다 낮은 온도에서 시원하게 보관한 상태로 즐겨야 하는데, 잔이 커서 와인을 너무 많이 따르면 와인 온도가 빠르게 올라갈 수 있습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잔을 작게 만들었습니다. 샴페인 같은 스파클링 와인의 경우 몸통이 좁고 긴 잔을 사용해야합니다. 와인에 숨어 있던 탄산가스 기포가 잔에서 오래 보관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스파클링와인 전용의 길쭉한 잔은 기포가 상승하는 아름다운 장면을 오랜 시간 즐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 P339
그 밖에 포트나 셰리 같은 주정 강화 와인이나 디저트 와인은 높은도수의 알코올과 지나친 단맛에 지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적은 양을 조금씩 나눠 즐겨 마시라는 뜻에서 잔의 크기를 더욱 작게 만들었습니다. - P340
와인폴리닷컴은 와인의 마리아주와 관련해 기본적인 일곱 가지 원칙을 제시했습니다. 매우 논리적이고 암기하기에도 좋으니 이 기준으로 음식에 맞는 와인을 선택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1. 와인은 음식보다 산도가 높아야 한다. 2. 와인은 음식보다 당도가 강해야 한다. 3. 와인은 음식과 같은 맛의 농도를 가져야 한다. 4. 레드 와인은 강한 맛의 육류와 잘 어울린다. 5. 화이트 와인은 부드러운 맛의 생선이나 닭고기와 잘 어울린다. 6. 쓴 와인 (레드와인)은 지방과 잘 맞는다. 7. 고기 자체보다 소스의 맛에 맞춰 와인을 선택한다. - P342
프랑스 만찬에서 이런 달콤한 후식을 먹을 때 함께 마시는 와인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황금색 귀부 와인, 달콤하고 차가운 아이스 와인, 식전주로도 쓰이는 로제입니다. - P348
먼저 한국의 전을 먹을 때입니다. 김치전, 감자전, 배추전, 파전 등채소를 주재료로 해서 만든 전은 샤르도네로 만든 화이트 와인이 잘 어울립니다. 대조적으로 육전을 즐길 때는 레드 와인이, 생선전을 먹을 때는 화이트 와인이 잘 어울립니다. 잡채 또한 화이트 와인이 좋습니다. 두 번째로 감자탕, 김치찌개, 닭볶음탕 등 고춧가루가 많이 들어간강한 맛을 내는 붉은 찌개 종류의 음식에는 풀보디 레드 와인만이 좋은 파트너가 됩니다. 셋째, 등심이나 불고기 같은 쇠고기 구이는 시라나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빚은 타닌 많고 보디감 강한 레드 와인을 권합니다. 같은 쇠고기 요리라 해도 쇠고기 수육이나 꼬리찜처럼 삶거나 찐 요리에는 피노 누아로 빚은 레드 와인이 좋습니다. 때론 샤르도네 화이트 와인도 어울립니다. 돼지고기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넷째, 익힌 생선 요리를 먹는 경우엔 샤르도네나 리슬링으로 빚은화이트 와인이 잘 어울립니다. 도미머리구이, 고등어구이, 도미찜, 우럭찜 같은 요리나 맵지 않게 맑은 국물로 먹는 생선 요리를 즐길 때는 샤르도네 화이트 와인이 좋습니다. 하지만 아귀나 꽃게, 홍어 등으로 만든 매운 해물찜 요리엔 화이트보다 레드가 제격입니다. 반면 갈치조림, 조기매운탕엔 샤르도네나 리슬링으로 빚은 화이트 와인이 좋습니다. 다섯째, 생선회의 경우입니다. 소비뇽 블랑으로 만든 화이트 와인은 최상의 궁합을 이룹니다. - P356
중국 요리에는 어떤 와인이 어울릴까요? 간단히 말해 재료에 따라맞는 와인도 바뀐다고 보면 됩니다. 대개 해산물로 만든 중국 요리는 샤르도네나 소비뇽 블랑으로 만든 화이트 와인이 좋습니다. 반면 육류로 만든 기름진 중국 요리엔 카베르네 소비뇽이나 시라로 빚은 레드 와인이 좋습니다. 같은 육류라도 닭이나 오리로 만든 요리는 피노누아나 메를로로 양조된 레드 와인도 좋습니다. - P351
1855년 정해진 레드와인 등급에는 총 61개가 들어 있었습니다. 1855년 당시엔 1등급 4개, 2등급 15개, 3등급 14개, 4등급 10개, 5등급 18개로 분류됐습니다. 61개 와이너리 모두 제각기 고유한 역사가 있습니다. 61개 명품 와인 각각의 와인제조 비법이나 소유주 변화 과정은 소설처럼 흥미롭습니다. 그 하나하나의 스토리만으로도 한 권의 책으로 담기 모자랄 정도로 사연이 깊고 다양합니다. 그 가운데 무통 로칠드는 꼭 챙겨 기억해야 할 특별한 역사가 있습니다. 유일하게 등급의 승진을 이뤄낸 와인이기 때문입니다. 무통 로칠드를 제외하고는 어떤 와인도 1855년 이후 등급의 변화가 없었습니다. - P356
무통 로칠드는 1855년 이후 아직까지 소유주가 바뀌지 않은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유대인 금융 재벌 가문인 로칠드(로스차일드)Rothschild 가 소유주입니다. - P356
1855년 정해진 등급은 와인 산업에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를동시에 가져왔습니다. 긍정적인 측면의 변화는 와인 생산, 유통, 판매의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혁신됐다는 것으로 요약됩니다. ‘AOC‘라는 원산지 증명 제도가 공식적으로 안착했습니다. 1855년 이전에는 이름 없는 포도 농장에서 생산된 포도를 싸게 사서 고급 와인으로 포장해 내놓는 일도 없지 않았습니다. 필록세라의 난으로 포도 작황이 나빠지면서 그런 현상은 더욱 심해졌습니다. 또 중간 유통업자들이 오크통 단위로 포도주를 거래하다보니 자연히 품질 관리가 제대로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이런 문제들은 AOC 제도의 도입을 계기로 크게 개선됐습니다. 반면 부작용도 생겨났습니다. 61개 양조장 와인은 고급이고, 나머지는 등외‘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등급 와인에 들어가지 못한 와이너리들의 불만이 극도로 높아졌습니다. - P361
제가 권하는 스토리 만들기를 따라 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와인의 선택 및 가격, 더불어 마신 사람, 마신 장소, 함께 먹은 음식과의 조화 등을 기록하는 게 그 방법입니다. 몇 번만 해보면 마시는 와인마다 고유의 스토리를 만들어준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와인을 마시면서 스토리를 기록하는 것은 건강하게 와인을 즐기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한병의 와인은 남녀를 떠나 멋진 인연을 연결해주는 가교 노릇을 충분히 해낼 수 있습니다. 이성 간의 사랑이 됐든, 안 풀리던 비즈니스가 됐든 한 잔의 와인이 촉매가 돼 술술 풀려나가는 체험도 할 수 있을것입니다. 와인은 스토리 그 자체입니다. - P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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